펄스 레이저 하나가 펌핑을 받으며 조용히 에너지를 모읍니다. 공진기(optical resonator) 안에는 빛이 오가지 못하게 길을 막는 작은 결정이 있습니다. 결정에 걸린 전압이 바뀌는 순간 길이 열리고, 모아 둔 에너지가 짧고 센 빛 한 줄기로 빠져나갑니다.
이 문 역할을 하는 부품이 포켈스 셀(Pockels cell)입니다. 넓게는 전기광학 변조기(electro-optic modulator, EOM)라고 부르는 부품 무리의 하나입니다. 움직이는 부분 없이 전압만으로 빛의 위상(phase)과 편광(polarization), 나아가 밝기를 바꿉니다.
전압이 어떻게 빛에 손을 대는지부터 시작합니다. 그다음 이 부품이 레이저 안팎에서 맡는 일,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에서 쓰이는 곳, 그리고 쉽지 않은 점을 차례로 봅니다.
전기장이 굴절률을 바꾼다
1875년에 처음 알려진 현상이 출발점입니다. 광학적으로 방향에 따른 차이가 없는 물질도 센 전기장 속에 두면 복굴절(birefringence)을 띱니다. 편광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커 효과(Kerr effect)라고 하며, 굴절률의 변화가 걸어 준 전기장 세기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약 20년 뒤에는 어떤 결정들에서 변화가 전기장에 정비례하는 효과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이 선형 전기광학 효과, 곧 포켈스 효과(Pockels effect)입니다. 전기장을 두 배로 키우면 굴절률의 변화도 두 배가 됩니다. 일리노이 대학의 광전자 강의 자료는 이렇게 선형이라는 점 때문에 포켈스 효과가 변조에 더 알맞다고 짚습니다.
포켈스 효과는 결정에 바깥 전기장을 걸 때 생기는 굴절률 변화입니다. 이 효과로 빛의 위상, 세기, 편광을 바로 변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결정에서나 같은 크기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효과의 크기를 나타내는 계수는 반전 대칭이 있는 방향에서 0이고, 계수가 어떤 꼴을 갖는지는 결정의 대칭이 정합니다.
굴절률이 바뀌면 위상이 밀린다
굴절률이 크면 빛은 그 물질 속을 더 느리게 갑니다. 그래서 굴절률이 조금 커진 결정을 지난 빛은 그렇지 않은 빛보다 박자가 조금 늦어진 채 나옵니다. 이 늦어짐이 위상의 변화입니다.
포켈스 셀은 결정에 전극을 붙인 소자입니다. 전극에 거는 전압을 바꾸면 결정 속 굴절률이 바뀌고, 결정을 지나는 빛의 위상 지연도 따라 바뀝니다. 그 변화가 전기장에 정비례한다는 것이 포켈스 효과의 뜻입니다.
운동장 트랙의 한 레인 바닥만 전압에 따라 모래로 바뀐다고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 레인을 달린 사람만 조금 늦게 들어옵니다. 실제로는 빛이 결정을 지나는 시간이 아주 짧고 바뀌는 것은 파동의 박자인 위상이라서, 한 파장의 몇 분의 일만 밀려도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위상만 흔드는 쓰임도 중요합니다. 빛의 위상을 시간에 따라 흔들면 빛의 주파수 폭이 넓어지는데, 「시드 광원과 위상 변조기」가 이 일을 자세히 다룹니다.
전압으로 돌리는 파장판
결정의 두 편광 방향 가운데 한쪽의 굴절률만 더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두 편광 성분이 서로 다른 만큼 늦어지므로 편광의 모양이 바뀝니다. 파장판(wave plate)이 하는 일과 같습니다.
광학 회사 Coherent는 자사 전기광학 변조기를 나노초 빠르기로 동작하는, 전압으로 조절되는 파장판이라고 설명합니다. 결정이 센 전기장 속에서 복굴절을 띠고, 그 정도가 걸어 준 전기장에 정비례합니다. 이런 까닭에 전기광학 변조기를 흔히 포켈스 셀이라고 부릅니다.
「편광」에서 본 반파장판은 돌리는 양을 바꾸려면 판을 손으로 돌려야 했습니다. 포켈스 셀은 판을 그대로 두고 전압만 바꿉니다.
중요한 기준점이 반파장 전압(half-wave voltage)입니다. 지나가는 빛의 위상을 π, 곧 반 파장만큼 밀어 주는 전압이고, 실제로는 선편광을 90° 돌립니다. 결정의 축에 45°로 들어온 선편광은 두 성분으로 나뉘어 가면서 위상 차이가 쌓입니다. 그 차이가 π, 3π, 5π처럼 홀수 배이면 90° 돈 선편광이 되고, 2π, 4π처럼 짝수 배이면 처음 편광으로 돌아옵니다.
반파장 전압은 빛의 파장에 정비례합니다. 긴 파장의 빛일수록 같은 일을 하는 데 더 높은 전압이 듭니다.
위상을 밝기로 바꾸는 두 길
위상이나 편광이 바뀌어도 눈이나 광 검출기는 그 차이를 바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밝기가 바뀌어야 보입니다. 전기광학 효과가 만든 위상 변화를 세기 변화로 바꾸는 길은 둘입니다. 편광의 변화를 거치는 길과 간섭(interference)을 거치는 길입니다.
첫째 길은 편광자를 쓰는 것입니다. 포켈스 셀 뒤에 한 편광 성분만 통과시키는 편광자를 둡니다. 이 편광자를 분석기(analyzer)라고도 부릅니다. 셀이 편광을 0°에서 90°까지 돌리는 동안 통과하는 세기는 최대에서 0까지 바뀝니다.
셀 앞뒤의 두 편광자를 서로 직각으로 엇갈려 놓으면 전압이 없을 때 빛이 막힙니다. 반파장 전압을 걸면 편광이 90° 돌아 빛이 지납니다. 편광을 나노초 안에 90°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이 구성은 아주 빠른 광 셔터가 됩니다.
둘째 길은 간섭입니다. 마흐-젠더(Mach-Zehnder) 변조기는 빛을 두 팔로 나눴다가 다시 합칩니다. 두 팔의 광경로가 파장의 정수배이면 두 파동이 같은 박자로 만나 보강 간섭하고 출력으로 나갑니다. 위상 차이가 π이면 상쇄 간섭해 나가는 빛이 없습니다.
두 빛의 위상 차이는 전극에 거는 전압으로 조절합니다. 결정의 축을 알맞게 고르면 같은 전기장이 한 팔의 굴절률은 높이고 다른 팔은 낮춰, 다시 만나는 두 빛의 위상 차이를 바꿉니다. 파동이 더해지고 지워지는 원리는 「간섭과 회절」에 있습니다.
포켈스 셀과 Q-스위칭
첫머리의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Q-스위칭(Q-switching)은 펌핑하는 동안 공진기를 막아 유도 방출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큰 반전을 쌓습니다. 막은 것을 치우면 손실이 확 줄고, 쌓인 반전이 손실이 낮아진 공진기의 평형 수준보다 훨씬 높아서 유도 방출이 아주 빠르게 자랍니다. 그 결과가 보통 마이크로초에서 나노초 사이의 짧고 센 펄스입니다.
손실을 갑자기 낮추는 광 스위치로는 돌아가는 거울이나 프리즘, 전기로 제어하는 커 셀과 포켈스 셀, 음향광학 스위치가 있습니다. 앞서 본 셔터 구성이 공진기 안에 들어가 문을 맡는 셈입니다.
스위치가 빨라야 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Keller의 교과서 『Ultrafast Lasers』는 광 Q-스위치의 스위칭 속도가 결국 펄스 폭을 제한한다고 설명합니다. 보통 10 ns 안팎으로 바뀌는 전기광학 스위치와 50 ns 안팎인 음향광학 스위치만이 이 일에 충분히 빠릅니다. 포화 흡수체는 펄스 자신이 손실을 바꾸기 때문에 이보다 빠른 스위치가 될 수 있습니다.
Coherent는 자사 포켈스 셀 쪽의 제목을 "전기광학 Q-스위치"로 달고, BBO, KDP, KD*P 같은 결정으로 만든다고 소개합니다. 공진기 안과 밖 모두에서 재료 가공, 의료, 미용 레이저에 쓴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펄스를 키우는 증폭기(amplifier) 쪽에서도 포켈스 셀이 일합니다. 재생 증폭기(regenerative amplifier)가 그 예입니다. 초고속 레이저의 출력 기록을 보면, 재생 증폭기의 펄스 반복률은 고전압 포켈스 셀과 혼돈 불안정이 시작되는 문제에 묶여 있었습니다. 모드 면적이 큰 포켈스 셀로 기록이 나아졌지만, 반복률을 더 높이는 일은 다른 기법보다 어렵습니다.
빠르게 흔드는 일들
여닫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압을 주기적으로 흔들면 빛도 주기적으로 흔들립니다.
능동 모드 잠금(mode locking)에서는 공진기 안의 광 손실 변조기에 바깥 신호를 겁니다. 이 변조기는 보통 음향광학 효과나 전기광학 효과를 쓰고, 손실이 바뀌는 주기를 빛이 공진기를 한 바퀴 도는 시간에 맞춥니다. 전기광학 변조기로는 손실 대신 위상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레이저는 세기 변조로도, 위상 변조로도 모드 잠금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 출력을 일정하게 붙잡는 되먹임 제어에서도 이 부품이 쓰입니다. 흔히 쓰는 조절 장치로는 레이저 온도, 거울을 움직이는 압전 소자, 다이오드 펌핑 레이저의 주입 전류, 공진기 안의 음향광학·전기광학 변조기가 있습니다. 온도는 아주 느리고 무거운 거울을 움직이는 압전 소자도 느린 편이지만, 전기광학 변조기는 빠른 쪽에 듭니다.
거꾸로 전기광학 효과로 전압을 재기도 합니다. 1980년대에는 근적외선 피코초 모드 잠금 펄스를 샘플링 펄스로 삼아 고주파 전압 신호를 전기광학 효과로 쟀습니다. 전기광학 샘플링(electro-optic sampling)이라 부르는 방법입니다.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의 위상 변조기
광섬유 레이저 여러 대를 합쳐 출력을 키우는 구조에서도 전기광학 변조기가 등장합니다. 광학 부품 회사 Exail은 레이저를 합치는 여러 기법 가운데 분광 빔 결합(SBC)과 결맞음 빔 결합(CBC) 두 가지가 위상 변조기를 써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유도 브릴루앙 산란(SBS)을 누르는 일입니다. Exail의 설명에 따르면 분광 결합에 들어가는 레이저마다 전기광학 위상 변조기로 주파수 변조를 넣습니다. 레이저 선폭(linewidth)을 넓히는 것이 브릴루앙 효과를 누르는 검증된 방법이고, 위상 변조기가 그 일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위상을 맞추는 일입니다. 결맞음 결합에서는 시드 레이저(seed laser)를 여러 번 증폭해 리튬 나이오베이트(LiNbO3) 위상 변조기 배열에 넣고, 빔마다 변조기를 하나씩 둡니다. 빔마다 위상을 따로 보정하며, 이 보정은 kHz 정도의 낮은 주파수에서 이뤄집니다.
상대 위상을 실시간으로 맞춰 빛들이 늘 보강 간섭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원리는 「결맞음 빔 결합의 원리」에 있습니다.
바깥 환경도 따져야 합니다. Exail은 레이저 체계가 바깥의 험한 환경에서 쓰일 가능성이 커서 변조기를 온도에 따라 시험했다고 밝힙니다. 결맞음 결합용 변조기는 온도 변화에 둔감해야 하고 비선형 효과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한계와 맞바꿈
전압 하나로 빛을 다루는 일은 편하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일리노이 대학 강의 자료는 편광을 돌려 세기를 바꾸는 방식이 몇 가지 까닭으로 널리 쓰이지 않는다고 짚습니다.
첫째는 결정이 본래 가진 복굴절입니다. 알맞은 전기광학 물질의 대부분은 자연 복굴절도 함께 가질 수 있고, 이것이 포켈스 효과를 압도해 버립니다.
둘째는 온도입니다. 이 결정들의 굴절률이 온도에 따라 바뀌어 편광이 조금씩 흘러갑니다. 셋째로, 작은 광 회로 안에 편광자를 함께 넣는 일이 어렵습니다.
빠르기에도 끝이 있습니다. 강의 자료의 위상 변조기 예에서 대역폭은 전극이 만드는 정전 용량으로 제한됩니다. 전압을 바꿀 때마다 전극과 기판이 이루는 작은 축전기를 채우고 비워야 합니다.
위상만 바꾸려 해도 세기가 같이 흔들립니다. 굴절률이 바뀌면 흡수(absorption)도 함께 바뀌어, 걸어 준 전기장은 실제로 위상과 세기를 함께 변조합니다. 다행히 이 흡수 변화는 작고, 물질의 흡수 끝에서 먼 파장일수록 더 작아집니다. Exail도 위상 변조기를 고르는 기준의 하나로 낮은 잔류 세기 변조(residual amplitude modulation)를 듭니다.
전압의 크기도 부담입니다. 반파장 전압은 파장에 정비례하므로 긴 파장일수록 높은 전압이 필요합니다. 재생 증폭기의 반복률을 묶은 것도 고전압 포켈스 셀이었습니다.
그래도 빠르기에서는 강점이 뚜렷합니다. 음향광학 변조기는 결정 속 소리의 속도로 일하지만, 전기광학 상호작용은 거의 빛의 속도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음향광학 변조가 늘 움직이거나 멈춰 선 음파를 써야 하는 것과 달리, 전기광학 효과는 직류 전기장만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편광」: 복굴절과 파장판, 편광자의 기초입니다.
- 「Q-스위칭과 모드 잠금」: 포켈스 셀이 문을 맡는 두 펄스 방법을 나란히 봅니다.
- 「시드 광원과 위상 변조기」: 위상을 흔들어 선폭을 넓히는 까닭을 다룹니다.
- 「결맞음 빔 결합의 원리」: 빔마다 위상을 맞추는 일이 왜 필요한지 설명합니다.
- 「음향광학 변조기(AOM): 소리로 빛을 꺾고 끊기」: 같은 일을 음파로 하는 이웃 부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