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불붙어 떨어지고 있다고 해 봅시다. 조종사에게 남은 시간은 몇 초뿐이고, 바깥에는 아주 빠른 바람이 붑니다.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것만으로 살아 나올 수 있을까요?
빠른 군용기에서는 그럴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사출좌석(ejection seat)이 생겼습니다. 조종사가 앉은 의자를 통째로 기체 밖으로 밀어낸 뒤, 사람과 의자를 떼고 낙하산을 펴 주는 장치입니다. 이 글은 사출좌석이 어떤 단계로 움직이는지, 사람 몸이 어떻게 그 설계를 정했는지, 그리고 비행기와 우주선에서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공개 자료로 살핍니다.
낙하산만으로는 모자라게 된 까닭
2차 대전 전까지는 비행기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사람 몸이 견딜 수 있는 속도에서 일어났습니다. 기체를 뒤집고 안전띠를 풀어 떨어져 나가면 됐습니다. NASA의 한 보고서(CR-2292)는 속도가 오르자 이 방법을 더는 쓸 수 없게 됐고, 낙하산만으로는 살아남기에 넉넉하지 않았다고 정리합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이 1944년에 모든 전투기에 사출좌석을 달게 했고,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사출이 60번쯤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영국과 미국은 개발 사업으로 뒤따랐고, 1947년까지 일부 표준화된 장비가 나왔습니다.
영국 쪽 이야기는 거의 한 회사의 역사입니다. 1945년 RAF 항공기에 사출좌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처음 나온 뒤 개발은 마틴베이커(Martin-Baker) 회사가 맡았습니다. RAF는 1947년에 새 제트기 모두에 이 회사 좌석을 표준으로 달도록 정했습니다. 비상 상황에서 이 좌석을 처음 쓴 사람은 시험 조종사 조 랭커스터(Jo Lancaster)입니다.
밀어내고, 떨어지고, 펼친다
사출좌석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사람을 기체에서 멀리 밀어내고, 사람과 좌석을 떼어 놓고, 낙하산을 펼칩니다. 1967년 NASA 기술 보고서(TN D-4031)에 실린 제미니 우주선 좌석이 그 단계를 자세히 보여 줍니다. 이 좌석은 평소에는 몸을 붙잡아 두고, 비상 때는 탈출 수단이 됩니다.
먼저 좌석이 나갈 길이 열립니다. 제미니에서는 화약으로 경첩 해치를 열었습니다.
이어서 가스 압력이 좌석을 통 끝까지 밀어 올립니다. 이렇게 처음 밀어내는 장치를 캐터펄트(catapult)라고 부릅니다. 그 뜨거운 가스가 로켓 모터에 불을 붙여, 좌석은 한 번 더 멀리 밀려납니다.
멀어진 뒤에는 사람을 좌석에서 풉니다. 하네스가 풀리고, 분리 장치가 좌석과 사람을 힘으로 떼어 놓습니다. 떨어지는 사람은 빙글빙글 구르기 쉽습니다. 제미니는 풍선 모양의 벌루트(ballute)로 사람을 안정시켜 구르는 움직임을 없앴고, 그다음에 낙하산이 펴졌습니다.
이 순서는 처음부터 자동이 아니었습니다. RAF 박물관에 따르면 1950년대 여러 RAF 항공기에 달린 Mk 2가 자동 분리를 처음 갖춘 마틴베이커 좌석입니다. 좌석이 기체를 떠나면 작은 낙하산인 드로그(drogue)가 튀어나와 주 낙하산을 펼치고, 사람이 정신을 잃었어도 좌석에서 떼어 냈습니다.
이 그림은 단계를 단순하게 줄인 것입니다. 실제 좌석은 종류마다 장치와 순서가 다르고, 각 단계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지도 좌석마다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 몸이 정하는 한계
좌석을 세게 밀수록 기체에서 빨리 멀어집니다. 그러나 너무 세게 밀면 안에 앉은 사람이 다칩니다. 사출좌석 설계는 이 둘 사이에서 줄을 타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직접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1940년대 말 RAF 항공의학연구소의 군의관들은 사출 탑에 앉아 시험 대상이 되었고, 사출하는 사람이 받아도 되는 최대 가속과 충격을 정하는 연구를 마틴베이커와 함께 했습니다. 연구소는 그 뒤로도 이 회사 좌석의 성능을 생리학 쪽에서 분석하고 조언했습니다.
제미니 좌석에서도 같은 원칙이 보입니다. 로켓 캐터펄트는 발사대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지도록 만들되, 받아들여진 가속의 한계와 가속이 커지는 빠르기(rate of onset)의 한계를 넘지 않게 설계했습니다. 한 번에 확 미는 대신 힘이 얼마나 갑자기 붙는지까지 따진 것입니다.
미는 방향도 중요합니다. 제미니 보고서는 좌석 등판을 사람의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이 캐터펄트의 힘이 지나는 선에 가장 가깝게 오도록 설계했다고 적었습니다. 무게중심을 비켜 밀면 몸이 돌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책상 위 책을 한가운데가 아니라 모서리를 밀면 책이 도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사람은 책과 달리 팔다리가 움직이고 자세도 제각각이라, 실제 좌석은 몸을 붙잡아 두는 장치를 함께 씁니다.
로켓이 더해지다: 땅 위에서도 탈출
Mk 2 같은 초기 좌석은 화약 카트리지로 움직였습니다. CR-2292 보고서는 초기 M-1 인원 캐터펄트가 오늘날 고속 전투기의 로켓 캐터펄트에 비하면 단순하다고 적었습니다. 기체가 빨라질수록 장치도 정교해진 것입니다.
로켓이 붙은 까닭은 빠른 속도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느린 속도, 심지어 제자리에 떠 있을 때도 안전하게 탈출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임스 마틴(James Martin)이 사출좌석에 로켓 추진을 붙였고, 1962년 3월 개조한 미티어 T7의 뒷자리에서 첫 로켓 보조 사출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뒤 "속도 0·고도 0"에서도 탈출할 수 있는 좌석이 나왔습니다. NASA가 1984년에 낸 회전익 연구기(RSRA) 시험 보고서는 이 기체에 단 마틴베이커 좌석이 고도 0·속도 0부터 설계 속도 범위 전체에 걸친 비상 탈출 범위를 준다고 적었습니다. 고도 0·속도 0은 땅 위에 멈춰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 능력은 이제 요구 조건으로도 적힙니다. 미 공군의 한 항공기 사업 요구서는 두 조종석 모두 기체가 수평일 때 속도 0·고도 0에서 성공적으로 사출할 수 있는 좌석을 요구했다고 미 회계감사원(GAO) 판정문은 전합니다. 같은 요구서는 조종사의 앉은키 범위도 맞추라고 했습니다.
공군은 좌석 설치를 바꾸면 이 조건에서 좌석이 구르거나 넉넉한 높이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좌석은 기체와 사람에 함께 맞아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이 보입니다.
좌석 말고 다른 길: 캡슐과 승무원실
모든 탈출 장치가 열린 의자 모양은 아닙니다. CR-2292 보고서는 군용기의 탈출 장치를 세 갈래로 나눴습니다. 좌석과 사람만 나가는 열린 사출좌석(예: F-4), 좌석을 덮개로 감싼 캡슐형 좌석(예: B-58 폭격기), 승무원 칸 전체를 동체에서 떼어 내는 승무원실(crew module, 예: F-111)입니다.
보고서의 평가로는 캡슐형 좌석이 열린 좌석보다 나은 탈출 능력을 주고, 승무원실 방식이 탈출 범위와 탈출 뒤 생존 면에서 가장 앞섭니다.
좌석이 아예 없던 승무원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V 폭격기 세 기종은 조종사 두 명에게만 사출좌석이 있었습니다. 뒤쪽 승무원 셋은 뒤를 보고 앉았고, 당시 항공성은 뒤를 본 채 사출할 수 있을지 의심했습니다.
마틴베이커가 실험으로 뒤로 사출할 수 있음을 보였지만, 이 경우에는 로켓을 쓸 수 없었습니다. 먼저 나간 좌석의 불꽃이 남은 두 사람을 태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RAF 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뒷자리 사출좌석은 끝내 달리지 않았습니다.
우주선에 실린 사출좌석
우주선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머큐리와 아폴로는 비상 때 캡슐 전체를 로켓으로 끌어내는 "탈출 탑"을 썼습니다. 2인승 제미니는 달랐습니다.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은 제미니가 사출좌석으로 탈출하게 했고, 이 좌석이 발사대 위의 속도 0에서도 작동해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제미니 3호는 1965년 3월 23일 첫 유인 비행을 했습니다.
왜 제미니만 좌석을 골랐을까요? 제미니 보고서는 무게, 발사체 성능의 신뢰성, 그리고 비행 전 구간에 주·예비 탈출 수단을 주기 위한 전체 체계 통합을 꼼꼼히 따진 뒤 사출좌석 방식을 골랐다고 적었습니다.
우주왕복선도 처음에는 사출좌석을 실었습니다. 1981년 4월 첫 비행(STS-1)을 한 컬럼비아는 첫 네 번의 궤도 시험 비행에 사출좌석을 실어, 두 조종사가 비상 때 탈출할 수 있게 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사람의 한계부터 정하기
사출좌석 이야기의 한가운데에는 장치가 아니라 사람 몸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가속과 충격의 한계를 정하고, 그 안에서 가장 멀리 밀어내도록 좌석을 만들었습니다.
레이저 안전도 같은 순서로 생각합니다. 레이저 안전 글에서 다루는 최대 허용 노출량(maximum permissible exposure, MPE)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사람이 노출되어도 악영향을 입지 않는 레이저 방사의 최대 수준이고, 레이저 제품은 사람이 이 수준을 넘어 노출되지 않게 설계해야 합니다. 몸이 받는 것이 가속이냐 빛이냐만 다를 뿐, 사람의 한계가 설계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은 같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항공모함 사출기와 EMALS: 같은 "캐터펄트"라는 말이 항공모함에서는 비행기를 띄우는 장치를 가리킵니다.
-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 사출좌석을 한 번 더 밀어 주는 로켓 모터의 기본 원리입니다.
- 레이저 안전: 사람의 눈과 피부가 견디는 한계에서 출발하는 안전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