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해 질 녘 빈 비행갑판을 가로지르는 굵은 강철 케이블. 갑판 끝 도르래로 들어가는 자리에서 주황빛 열기가 옅게 올라옵니다..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전투기가 항공모함 갑판에 내려앉는 순간, 꼬리 아래로 내린 갈고리가 갑판을 가로지른 쇠줄 하나를 겁니다. 그 줄이 기체를 뒤에서 붙잡아 세웁니다. 해군 항공기지의 보통 활주로라면 이런 장치 없이 내릴 수 있지만, 항모에 내리는 항공기에는 이 착함 제동장치(arresting gear)가 있어야 합니다.

줄 하나로 빠르게 달리던 기체를 세운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요? 힘부터 따지면 복잡해 보이지만, 에너지로 보면 그림이 단순해집니다. 달리는 기체가 가진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일입니다.

갈고리에서 갑판 아래 엔진까지 이어지는 장치의 이름, 그 에너지가 결국 열이 되는 과정, 그리고 미국의 최신 항공모함에 들어간 새 제동장치가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를 차례로 따라가겠습니다.

멈춘다는 것은 에너지를 치우는 일

움직이는 물체는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를 가집니다. 물리 교과서는 이것을 질량과 속력의 제곱을 곱한 값의 절반으로 정의하고, 단위는 줄(J)입니다.

K = ½ m v²

속력이 제곱으로 들어간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같은 기체가 두 배 빠르게 움직이면 운동에너지는 두 배가 아니라 네 배가 됩니다. 기체가 무거워도 에너지는 그만큼 커집니다.

기체를 세운다는 것은 이 운동에너지를 0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일-에너지 정리(work-energy theorem)가 그 관계를 말해 줍니다. 물체에 한 알짜 일은 운동에너지의 변화와 같고, 물체가 느려질 때는 운동에너지가 줄어드는 만큼 알짜 일이 음수가 됩니다.

일이 음수가 되는 힘은 어떤 힘일까요?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는 힘입니다. 제동장치가 기체를 뒤로 잡아당기는 힘이 바로 그렇습니다.

힘이 일정하다면 일은 힘과 움직인 거리를 곱한 값입니다. 그래서 같은 운동에너지를 없앨 때 멈추는 거리를 두 배로 늘리면 필요한 힘은 절반이 됩니다. 거리가 짧을수록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칸 도표. 왼쪽은 운동에너지 식 K = ½mv² 아래에 막대 두 개가 있고, 속력 1배일 때 에너지 1배, 속력 2배일 때 에너지 4배다. 오른쪽은 같은 에너지를 없앨 때 A는 힘 1배·거리 1배, B는 힘 절반·거리 2배이고 두 초록 넓이가 같다. 상대값만 있고 실제 항공기 값은 없다
속력이 2배면 운동에너지는 4배입니다. 같은 에너지를 없앨 때 멈추는 거리가 길면 힘은 작아도 됩니다 (도표)(도표)

날아오는 공을 받을 때 손을 뒤로 빼며 받으면 덜 아픈 것과 닮았습니다. 실제로는 받는 쪽이 사람 손이 아니라 기계이고, 그 기계가 받아 낸 에너지를 어디로 보내는지가 다음 이야기입니다.

갈고리, 와이어, 그리고 갑판 아래의 엔진

2014년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USS George Washington, CVN 73)의 공보 기사는 착함 장면을 이렇게 그립니다. 전투기가 내려앉으면 꼬리 갈고리(tailhook)가 3번 와이어를 겁니다. 와이어는 기체가 멈출 때까지 기체의 추력에 맞서 당깁니다.

장치는 몇 부분으로 나뉩니다. 갑판을 가로지른 줄을 갑판 와이어(cross-deck pendant, CDP)라고 부릅니다. 이 와이어는 퍼처스 케이블(purchase cable)에 이어져 있고, 퍼처스 케이블은 갑판 아래의 제동 엔진(arresting engine)을 지나갑니다. 기체를 세우는 것은 이 엔진이 만들어 내는 장력입니다.

엔진은 기종마다 정해진 저항으로 맞춰 둡니다. 앞의 식대로라면 기체의 무게와 속력이 달라질 때 없애야 할 운동에너지도 달라집니다. 기사가 나올 무렵 조지 워싱턴에서는 항공 갑판 부사관(장비 담당) 약 55명이 제동 엔진 다섯 대와 관련 장비를 맡았습니다.

옆에서 본 개념 그림. 단순한 도형의 항공기가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꼬리 쪽에서 내려온 갈고리가 갑판의 와이어(갑판 와이어)를 걸었다. 와이어는 갑판 가장자리의 도르래를 지나 갑판 아래로 내려가는 케이블(퍼처스 케이블)에 이어지고, 케이블은 제동 엔진에 들어간다. 엔진 상자에는 당기는 힘에 맞선다는 설명만 있다. 축척과 값이 없다
꼬리 갈고리가 갑판 와이어를 걸고, 와이어에 이어진 케이블을 갑판 아래 제동 엔진이 붙잡습니다. 실제 함과 기체의 모양이 아닌 개념 그림입니다 (도표)(도표)

갈고리로 가로놓인 줄을 건다는 생각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1911년 1월 18일, 유진 일리(Eugene Ely)가 샌프란시스코만에 정박한 장갑순양함 펜실베이니아(USS Pennsylvania)에 비행기를 내렸습니다. 군함에 처음으로 착륙하고, 그 배에서 다시 이륙한 날입니다.

그날의 제동장치는 단순했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기록을 보면, 길이 120피트의 단 위에 밧줄과 모래주머니를 가로질러 놓았고 기체의 착륙 바퀴에는 갈고리를 달았습니다. 착륙은 안전했고 제동 장비는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에너지는 어디로 가나: 열

그렇다면 엔진은 받아 낸 에너지를 어디로 보낼까요? 미 해군 교육 교재는 육상 활주로용 비상 제동장치 E-28을 예로 들어 그 과정을 풀어 줍니다. 육상 장비의 설명이지만, 갈고리가 와이어를 걸고 엔진이 기체의 운동에너지를 받아 낸다는 뼈대는 함상 장치와 같습니다.

갈고리가 와이어를 걸면 엔진에 감겨 있던 테이프가 풀려 나갑니다. 테이프가 감긴 드럼은 축을 통해 액체가 가득 찬 통 안의 날개 회전자를 돌립니다. 액체의 저항이 드럼의 회전을 늦추고, 테이프가 풀리는 속도가 줄면서 기체에 제동력이 걸립니다.

이때 액체 속에 생기는 난류(turbulence)가 기체의 운동에너지를 열로 바꿉니다. 이 제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제동이 끝나고 테이프를 되감는 동안, 데워진 액체는 냉각 탱크로 보내집니다. 탱크의 넓게 드러난 겉면이 열 교환기 구실을 하며 남는 열을 둘레 공기로 내보냅니다. 빠르게 달리던 기체의 에너지는 결국 둘레 공기로 빠져나가는 열로 끝나는 셈입니다.

에너지 흐름도. 움직이는 항공기의 운동에너지에서 시작해 갈고리가 와이어를 걸고, 테이프가 풀리며 드럼이 돌고, 액체 속 회전자를 액체가 붙잡아 제동력이 생긴다. 이어서 난류가 열을 만들고, 냉각 탱크가 그 열을 둘레 공기로 내보낸다. 육상 제동장치 설명을 바탕으로 한 그림이며 값이 없다
액체를 쓰는 제동 엔진에서 운동에너지가 열이 되기까지. 미 해군 교재의 육상 비상 제동장치 설명을 따랐습니다 (도표)(도표)

물속에서 손바닥을 세워 휘저으면 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액체 속에서 날개를 돌리는 엔진도 같은 저항을 씁니다. 실제 엔진은 그 저항을 항공기 한 대를 세울 만큼 크게 만든 기계이고, 데워진 액체를 식히는 장치까지 함께 갖춥니다.

에너지가 결국 열이 되고 그 열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문제는 레이저 장비에서도 되풀이됩니다. 레이저의 열 관리(thermal management)는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에서 다룹니다.

육지 활주로에도 있다

보통 해군 항공기지에서는 항모와 달리 제동장치 없이 착륙할 수 있습니다. 비상일 때는 다릅니다. 타이어가 터졌거나, 착륙 바퀴가 고정되지 않았다는 표시가 뜨거나, 조종사가 아플 때처럼 기체를 붙잡아 가장 짧은 거리에서 세워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28은 이런 때를 위해 활주로에 설치해 두는 장치입니다. 이륙을 그만두거나 비상 착륙할 때 기체를 안전하게 붙잡는 것이 목적이고, 제동 엔진은 활주로 가장자리 바깥에 놓입니다.

꼬리 갈고리가 없는 기체를 위한 장치도 따로 있습니다. MA-1A라는 활주로 끝 장벽(overrun barrier)은 갈고리가 없는 기체를 세우도록 만들었습니다. 다만 기체에 앞바퀴가 있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새 장치 AAG와 남은 과제

미국의 최신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CVN-78)급에는 첨단 제동장치(Advanced Arresting Gear, AAG)라는 새 제동 체계가 들어갔습니다. 이 글에서 살펴본 공개 정부 문서들은 이 장치의 속 구조보다 비용, 신뢰성, 일정을 다룹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2019년 보고서에서 AAG를 1번함의 비용이 늘어날 위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개발이 늦어지면 함의 완성까지 늦출 수 있는 새 체계 가운데 하나라는 것입니다. 2016년 7월에는 국방부 감찰관이 해군의 AAG 개발 관리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배에 올라간 뒤의 평가는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장(DOT&E)의 2025년 1월 보고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CRS가 2025년 12월판에 옮긴 이 보고서는 AAG를 포함해 이 함급에 새로 들어온 다섯 체계를 비행 운용의 가장 큰 과제로 꼽았습니다. 해군 보고로는 포드함이 262일 동안 배치되는 사이 함과 탑재 항공단이 AAG로 8,725번 제동 착함을 했습니다.

숫자만으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DOT&E는 신뢰성 통계를 새로 고칠 만큼 자료를 받지 못했고, 교체 부품을 구하는 어려움과 함 밖의 기술 지원에 기대는 점이 여전히 문제라고 적었습니다. 전자기 사출기(EMALS)와 AAG의 신뢰성과 정비성이 출격과 비행 운용에 계속 나쁜 영향을 준다는 평가도 함께 실렸습니다.

엔진 수도 쟁점입니다. 포드급 설계에는 넷째 AAG 엔진이 들어 있었지만, 비용을 아끼려고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넷째 엔진은 AAG의 신뢰성과 가용성을 높일 것으로 평가되었고, 해군은 이것을 포드급 항모에 덧붙일지 정하는 데 초기 운용시험평가(IOT&E)를 쓰고 있습니다.

2번함 존 F. 케네디(CVN 79)의 일정에도 AAG가 걸렸습니다. CRS가 옮긴 2025년 7월 언론 보도를 보면, 해군의 2026 회계연도 함정 예산서는 인도 날짜를 2025년 7월에서 2027년 3월로 옮기면서 AAG 인증 완료와 첨단 무기 승강기 작업을 그 까닭으로 들었습니다.

1911년의 밧줄과 모래주머니에서 오늘의 AAG까지, 갈고리로 줄을 걸어 기체의 운동에너지를 받아 낸다는 출발점은 같습니다. 공개된 평가에서 남은 과제로 꼽힌 것은 신뢰성, 정비와 부품, 그리고 일정이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항공모함 사출기와 EMALS: 짧은 갑판에서 어떻게 이륙할까. 내릴 때 에너지를 없애는 장치를 봤다면, 뜰 때 에너지를 주는 장치를 볼 차례입니다.
  • 항공모함: 배 한 척이 공항이 되려면. 비행갑판과 격납고, 갑판 위의 역할 분담을 함 전체의 구성으로 봅니다.
  •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 열을 어디로 보내느냐는 물음을 레이저 장비에서 다시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