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탑과 TV 송신소는 밤낮없이 전파를 내보냅니다. 그 전파는 집 안의 수신기에만 닿지 않습니다. 하늘을 지나는 비행기에도 부딪히고, 그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이 흩어진 메아리만 골라 들어서 하늘을 보는 레이다가 있습니다. 자기 송신기를 갖지 않고 남이 쏜 전파를 빌려 쓰는 수동 레이다(passive radar)입니다. 송신기가 없는데 어떻게 거리를 재고, 무엇이 가장 어려운지, 그리고 이 생각이 레이다 초창기부터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송신기 없는 레이다

보통의 레이다는 스스로 전파를 내보내고 돌아온 반사를 듣습니다. 수동 레이다는 보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이미 있는 방송·통신 신호를 기회 조명원(illuminator of opportunity, IoO)으로 삼아, 그 신호가 표적에 반사된 것을 받습니다.

레이다 신호를 내지 않으니 수신 장소의 위치가 전파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학계와 군이 수동 레이다에 관심을 두어 온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뜻으로 수동 간섭 위치 측정(passive coherent location, PCL)이라는 이름도 씁니다. 보통 송신은 제3자가 맡고, 설계하는 쪽은 수신기만 만드는 체계를 가리킵니다. 남의 차에 얻어 타는 것에 빗대 "히치하이킹" 방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헷갈리기 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표적이 스스로 내는 전파를 엿듣는 장비와 수동 레이다는 듣는 대상이 다릅니다. 수동 레이다가 듣는 것은 표적에 부딪혀 돌아온 남의 전파입니다.

떨어진 송신기와 수신기: 원 대신 타원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는 바이스태틱 레이다(bistatic radar)를 송신과 수신에 서로 다른 자리의 안테나를 쓰는 레이다로 정의합니다. 두 자리 사이의 거리를 기준선(baseline)이라 부릅니다.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기준선이 아주 짧으면 한자리에서 보내고 받는 모노스태틱(monostatic) 레이다에 가까워집니다. 수동 레이다는 송신소와 수신 장소가 떨어져 있으니 본디 바이스태틱입니다.

모노스태틱 레이다는 왕복 시간으로 거리를 잽니다. 같은 시간에 돌아오는 점들을 이으면 레이다를 가운데 둔 원이 됩니다. 송신기와 수신기가 떨어지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전파가 송신기에서 표적까지 간 길(R₁)과 표적에서 수신기까지 온 길(R₂)을 더한 값이 중요해집니다.

수동 레이다가 재는 바이스태틱 거리는 이 두 길의 합에서 기준선을 뺀 값입니다. 기준선은 송신소 위치를 알면 미리 알 수 있습니다.

R = R₁ + R₂ − L

R은 바이스태틱 거리, R₁은 송신기에서 표적까지, R₂는 표적에서 수신기까지의 거리, L은 기준선입니다.

왼쪽 칸에 송수신기가 한자리에 있는 모노스태틱 레이다와, 거리가 같은 점들이 이루는 원이 있다. 오른쪽 칸에는 송신기와 수신기가 기준선 L만큼 떨어져 있고, 두 곳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 위에 표적이 있다. 송신기에서 표적까지 R1, 표적에서 수신기까지 R2가 표시되어 있고, 아래에 바이스태틱 거리 R = R1 + R2 − L이 적혀 있다
한자리에서 보내고 받으면 거리가 같은 점들은 원이 되고, 송신기와 수신기가 떨어지면 두 곳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이 됩니다 (도표)(도표)

두 길의 합이 같은 점들은 송신기와 수신기를 두 초점으로 하는 타원 위에 있습니다. 실을 두 압정에 묶고 연필로 팽팽하게 당겨 그리는 타원과 같은 모양입니다. 실제 공간은 3차원이라 타원이 아니라 럭비공 같은 타원면이 됩니다.

거리 하나로는 표적이 그 타원면 어딘가에 있다는 것까지만 압니다. 위치를 정하려면 메아리가 오는 방향을 더 재서 타원면과 그 방향이 만나는 곳을 찾습니다. 아니면 송신기와 수신기 짝을 여럿 써서 여러 타원면이 만나는 점을 찾습니다.

두 귀로 듣기: 기준 신호와 메아리

남의 방송을 빌려 쓰면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송신소가 방금 무엇을 내보냈는지 수신 쪽은 미리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동 레이다는 원래 신호와 메아리를 따로 받아 둘을 견줍니다.

수신기는 두 채널을 갖춥니다. 송신소에서 곧바로 오는 신호를 받는 기준 채널(reference channel)과, 감시할 하늘에서 오는 신호를 받는 감시 채널(surveillance channel)입니다. 기준 신호를 조금씩 늦추고 도플러 이동(Doppler shift)만큼 주파수를 옮겨 가며 감시 신호와 맞춰 봅니다. 이 계산을 상호 모호 함수(cross ambiguity function, CAF)라 하고, 어느 지연과 어느 주파수 이동에서 잘 맞는지로 표적을 찾습니다.

기준 채널은 송신기와 수신기의 박자를 맞추는 일도 합니다. 한자리에 있는 레이다는 발진기 하나로 송신과 수신의 박자를 맞추지만, 둘이 떨어지면 이것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바이스태틱 레이다는 동기된 원자시계나 GPS 같은 신호를 쓰기도 하는데, PCL은 보통 송신기에서 곧바로 받은 기준 신호로 맞춥니다.

왼쪽에 방송 송신탑, 위쪽에 표적, 오른쪽에 수신 장소가 있다. 수신 장소에는 송신탑 쪽을 향한 기준 안테나와 감시할 하늘을 향한 감시 안테나가 있다. 송신탑에서 기준 안테나로 가는 굵은 직접 신호, 표적에서 감시 안테나로 오는 가는 메아리, 감시 안테나로 새어 드는 직접 신호가 화살표로 그려져 있고, 두 채널이 비교 상자로 모인다
기준 채널은 송신소의 원래 신호를, 감시 채널은 표적의 메아리를 받습니다. 감시 채널로 곧바로 새어 드는 송신소 신호가 가장 큰 골칫거리입니다 (도표)(도표)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감시 채널에도 송신소 신호가 곧바로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직접 경로 간섭(direct-path interference, DPI)이라 부릅니다. 이 간섭은 표적 메아리보다 훨씬 셀 수 있고, 따로 손쓰지 않으면 메아리를 덮어 버립니다.

바로 옆에서 울리는 확성기 소리 속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작은 메아리를 찾는 일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메아리가 확성기 소리를 조금 늦게 되풀이한 것이라, 기준 채널로 받은 원래 신호와 견주어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어떤 전파를 빌려 쓰나

공개 연구에 나온 기회 조명원은 폭이 넓습니다. FM 라디오, 디지털 오디오 방송(DAB), 지상파 디지털 TV(DVB-T), GSM과 LTE 같은 이동통신, 위성항법(GNSS), 위성 디지털 TV(DVB-S), 무선랜, 5G 신호가 있습니다.

이 신호들은 레이다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다. 파형은 방송과 통신에 맞춰져 있고, 수신 쪽은 송신 값을 조금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표적의 약한 메아리를 찾으려면 복잡한 신호 처리가 필요합니다.

어떤 신호를 고르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집니다. 두 표적을 따로 가릴 수 있는 가장 작은 거리 차이를 거리 분해능이라 하는데, 바이스태틱 각이 같다면 이것은 빌려 쓰는 신호의 대역폭이 정합니다. 2023년 Sensors에 실린 리뷰 논문은 바이스태틱 각 60°에서 보통의 분해능을 FM 라디오 1.0~3.5 km, GSM 800 m, DAB 100 m, DVB-T 22 m, LTE 9 m, GNSS 7 m로 적었습니다.

신호 종류별 거리 분해능을 로그 눈금 가로 막대로 견준 도표. FM 라디오 1.0~3.5 km, GSM 800 m, DAB 100 m, DVB-T 22 m, LTE 9 m, GNSS 7 m. 바이스태틱 각 60°에서의 보통 값이라는 메모가 있다
빌려 쓰는 신호의 대역폭이 넓을수록 가까이 붙은 두 표적을 더 잘 가릅니다. 2023년 Sensors 리뷰 논문의 보통 값입니다 (도표)(도표)

보는 범위는 송신 출력에 달려 있습니다. FM과 DVB-T가 가장 센 송신원이고, GNSS와 DVB-S가 가장 약합니다. 분해능이 좋은 신호가 멀리까지 닿는 신호는 아닌 셈입니다. 실제로는 표적의 종류와 움직임, 바라는 분해능, 보고 싶은 범위, 그리고 그곳에 쓸 만한 송신소가 있는지를 함께 따져 신호를 고릅니다.

좋은 점과 어려운 점

좋은 점부터 보면, 수동 레이다는 전파를 내지 않으므로 수신기를 놓는 데 주파수 할당이 필요 없습니다. 전파 간섭이 문제가 되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쓸 수 있는 까닭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능동 레이다보다 작고 쌉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휴 그리피스(Hugh Griffiths)는 IEEE 학회 강연 초록에서 수신 체계가 간단하고 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습니다.

어려운 점도 분명합니다. 송신기가 어디에 있고 어떤 신호를 내보내는지는 레이다를 설계하는 사람의 손을 떠나 있습니다. 기하는 한자리 레이다보다 복잡하고,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동기가 필요합니다. 땅이나 바다에서 오는 원치 않는 반사인 클러터가 바이스태틱 배치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로 꼽힙니다.

성숙도도 따져 볼 대목입니다. Baker와 Griffiths는 2005년 논문에서 PCL을 다 자란 기술이 아니라 떠오르는 기술로 보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바이스태틱·멀티스태틱 체계가 여럿 만들어지고 평가되었지만 "기술 시연기" 단계를 넘어선 것은 아주 적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관심이 들쭉날쭉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니콜라스 윌리스(Nicholas Willis)는 자신의 책 『Bistatic Radar』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약 15년 주기로 오르내린다고 했습니다.

1935년 대번트리에서 2차 대전까지

바이스태틱·멀티스태틱 레이다는 레이다 초창기부터 연구되고 만들어졌습니다. 영국 공군 박물관(RAF Museum)의 연표에 따르면, 1935년 2월 26일 전파로 항공기를 탐지하는 첫 실제 시연이 있었습니다. 국립물리연구소 무선부장 R.A. 왓슨 와트(R.A. Watson Watt)의 제안에 따른 시험이었습니다.

시험 방식이 이 글의 주제와 닮았습니다. 대번트리(Daventry)에 있던 10 kW 송신기의 신호가 영국 공군의 핸들리 페이지 헤이퍼드 폭격기에 반사되었고, 슬라우 무선 연구소 직원들이 노샘프턴셔 위든(Weedon)에 세운 실험 장치로 그 항공기를 잡았습니다. 송신기와 수신 장치가 서로 다른 곳에 있었으니, 앞의 정의로 보면 바이스태틱 배치입니다. 최대 탐지 거리는 약 8마일로 추정되었습니다.

2차 대전에는 남의 레이다를 빌려 쓴 체계가 나왔습니다. 독일은 영국의 체인 홈(Chain Home) 레이다를 조명원으로 삼아 클라인 하이델베르크(Klein Heidelberg)라는 바이스태틱 체계를 썼습니다. 그리피스와 윌리스는 2010년 IEEE 학술지 논문에서 이 체계를 분석해, 연합군 폭격기를 300 km 넘는 거리에서 탐지할 만큼 성능이 인상적이었지만 너무 늦게 운용되어 독일의 방공 작전을 크게 낫게 하지는 못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 뒤로는 방송과 통신 신호가 늘면서 빌려 쓸 전파도 많아졌습니다. 2005년 논문이 보고된 운용 체계로 든 예에는 록히드 마틴의 항공·우주 감시 체계 "Silent Sentry"와, 상층 대기·전리층 연구에 쓰인 매내스태시 리지(Manastash Ridge) 레이다가 있습니다. 해양학, 뇌우 속 번개 경로 지도 그리기 같은 과학 쓰임도 함께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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