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전망대에 올라가면 땅에서는 건물과 언덕에 가려 보이지 않던 먼 곳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레이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땅 위에 세운 레이다는 멀리서 낮게 나는 비행기를 놓치기 쉽고, 같은 레이다를 하늘 높이 올리면 훨씬 먼 곳까지 봅니다.
조기경보통제기(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AEW&C)는 이 생각을 비행기에 실은 것입니다. 큰 레이다를 싣고 높이 날면서 하늘과 바다를 살피고, 본 것을 하나의 그림으로 모아 다른 부대에 나눠 줍니다. 그 모습을 하늘에 뜬 관제탑에 견줘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꼭 높이 올라가야 할까요?
높이 올라가면 더 멀리 보이는 까닭
지구는 둥글고, 레이다 빔은 거의 곧게 나갑니다. 미 국립기상청(NWS)의 레이다 설명대로 빔은 지구 표면의 곡면을 따라 휘지 않습니다. 보통의 대기에서 빔이 조금 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지구가 휘는 정도보다 조금 작습니다.
그래서 멀리 갈수록 빔과 땅 사이가 벌어집니다. 지상 레이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낮게 나는 비행기는 빔 아래에 들어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상 레이다에서도 같은 일이 생겨, 멀리 있는 폭풍은 가장 낮은 빔으로도 가운데 부분만 보일 수 있습니다.
레이다를 높이 올리면 그림처럼 내려다보는 선이 같은 비행기에 닿습니다. 미 공군은 E-3 센트리(E-3 Sentry)가 지상 지휘·통제 체계가 덮는 범위의 아래와 너머에서도 위협을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숫자로도 볼 수 있습니다. NATO의 E-3A 한 대가 9,150 m 높이에서 날면 312,000 km²가 넘는 넓이를 감시하는데, 폴란드쯤 되는 넓이입니다.
탐지 거리는 표적의 높이에 따라 따로 적혀 있습니다. 낮은 고도의 표적은 400 km 안, 중간 고도의 표적은 520 km 안입니다.
높이 올라가면 새로 생기는 일도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보면 땅에서 돌아오는 반사, 곧 클러터(clutter)가 함께 들어옵니다. E-3의 레이다는 피아 식별(identification friend or foe, IFF) 장치와 함께 이 땅 반사를 걸러 내고, 낮게 나는 아군과 적 항공기를 찾아 식별하고 추적합니다. 감시 범위는 지표면에서 성층권까지, 땅과 물 위를 함께 덮습니다.
조기경보와 통제: 이름에 담긴 두 가지 일
이름의 앞쪽, 조기경보는 먼저 보고 먼저 알리는 일입니다. NATO 조기경보통제군(NAEW&CF)이 적은 역할 목록의 첫 줄도 공역 감시와 공중 위협의 조기 탐지입니다. 하늘만 보는 것도 아닙니다. 바다 위의 배를 추적·식별하고, 해상 구역에서 벌어지는 일의 레이다 그림을 만드는 일도 목록에 있습니다.
뒤쪽의 통제는 본 것을 쓰는 일입니다. 미 공군 사실 자료에 따르면 E-3는 합동 공중작전본부에 정확한 실시간 전장 그림을 보내고, 아군·중립·적대 활동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합니다. 기내의 임무 요원은 감시, 식별, 무기 통제, 전투 관리, 통신을 나눠 맡습니다. NATO 설명으로는 모은 정보를 통신 링크로 땅, 바다, 하늘의 다른 사용자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바로 보낼 수 있습니다.
역할 목록에는 공역과 그 안의 항공기를 통제·조율하는 일, 수색·구조 작전을 조율하는 일도 들어 있습니다. 관제탑이라는 비유가 맞는 곳이 여기입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관제탑은 땅에 붙어 있지만 이 비행기는 높이 떠서 자기 레이다로 직접 보고, 작전과 훈련 중에는 군 항공부대의 지휘·통제까지 맡습니다.
이 일에는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 미 공군 E-3에는 비행 승무원 4명과 임무 요원 13~19명이 타고, 임무 요원의 수는 임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NATO E-3A는 무기를 싣지 않습니다.
돌리는 원반과 돌리지 않는 레이다
E-3의 생김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등 위의 커다란 원반입니다. 보잉 707/320 여객기 기체를 고쳐 회전 레이돔(rotodome)을 얹었고, 지름은 9.1 m입니다. NATO E-3A의 레이돔은 10초에 한 바퀴 돕니다. 안테나를 돌려 둘레를 차례로 훑는 셈입니다.
E-7 웨지테일(E-7 Wedgetail)은 다른 길을 갑니다. 보잉 737 여객기가 바탕이고, 다기능 전자주사 레이다로 360도를 감시한다고 CRS는 설명합니다. 원반을 돌리지 않고 빔 방향을 바꾸는 원리는 「위상배열과 AESA 레이다」에서 다뤘습니다.
항공모함에서 뜨는 기체도 있습니다. 미 해군의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E-2D Advanced Hawkeye)는 E-2 계열의 최신형으로, 항공모함에서 뜨는 전천후 공중조기경보·지휘통제 항공기입니다. 승무원은 조종사 2명과 임무 체계 운용요원 3명, 모두 5명입니다.
짧은 연표: E-3에서 다음 세대까지
첫 E-3의 공학·시험·평가는 1975년 10월에 시작했습니다. 1977년 3월에는 미 공군 비행단이 첫 E-3를 받았고, NATO는 1982년 1월에 첫 E-3를 받았습니다. NATO E-3A는 NATO가 직접 소유하고 운용하는 몇 안 되는 군 자산입니다.
E-7은 호주에서 출발했습니다. 호주는 2002년 보잉과 6대를 개발·획득하는 계약을 맺어 2009년에 첫 인도를 마쳤고, 2015년에 완전운용능력에 이르렀습니다. 튀르키예와 한국도 이 기체를 운용합니다. 바다 쪽에서는 E-2D가 2014년 10월에 초도작전능력을 갖췄습니다.
2022년에는 큰 결정이 나왔습니다. 미 공군은 E-3 함대의 일부를 E-7로 바꾸기로 했고, 2023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E-3 31대 가운데 15대를 퇴역시키고 그 돈을 대체 기체에 돌리자고 했습니다.
NATO는 2016년 바르샤바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E-3의 후속 능력이 필요하다고 선언했습니다. 2026년에는 11개 동맹국이 사브 글로벌아이(Saab GlobalEye)를 NATO의 새 AWACS로 함께 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낡은 E-3A 함대의 일부를 잇는 기체입니다. 기존 E-3A는 마지막 수명 연장 사업을 거쳐 2035년까지 운용할 계획입니다.
바꾸기 어려운 까닭: 나이, 부품, 비용
CRS에 따르면 미 공군 관계자들은 E-3를 바꿔야 하는 까닭으로 기체의 나이, 낮은 임무 가능률, 40년 된 기체를 정비할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점을 들었습니다. 임무 가능률은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체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니, 쓸 수 있는 기체가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바꾸는 일이 쉽지도 않습니다. 앞서 E-10이라는 대체 사업이 있었지만 2010년에 완전히 취소되었습니다. E-7 도입을 앞당기기도 어렵습니다. 2022년 7월 미 공군 획득 책임자는 앞당길 방법이 많지 않다며, 보통의 737을 크게 고쳐야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도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돈도 많이 듭니다. NATO 참여국들은 처음 획득부터 마지막 수명 연장까지 모두 약 130억 달러를 썼거나 쓰기로 했습니다. 한 나라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싼 금액입니다.
비행기만 답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미 공군은 공중 전투 관리를 결국 우주 기반 능력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2022년 CRS 자료 기준으로 그 우주 레이다 위성군이 언제 운용될지는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NATO가 준비하는 새 방식도 NATO 소유·다국적·각국의 땅, 하늘, 바다, 우주 자산을 하나로 잇는 쪽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같은 수평선
레이저 무기도 같은 벽 앞에 섭니다. 레이저 빛은 대기를 거의 곧은 길로 지나기 때문에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 무기는 시선이 닿는 교전으로 제한되고, 수평선 너머나 무언가에 가려진 표적에는 대응할 수 없다고 CRS는 설명합니다. 레이다 빔이 지구 곡면을 따라 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곧게 나가는 전파와 빛을 쓰는 한, 수평선은 레이다에도 레이저에도 따로 풀어야 할 문제로 남습니다. 레이저 무기가 레이저 말고 어떤 부분으로 이뤄지는지는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 체계 구성 한눈에」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 레이다가 거리와 움직임을 재는 기본 원리
- 「위상배열과 AESA 레이다: 안테나를 돌리지 않고 방향을 바꾼다」: E-7처럼 원반을 돌리지 않는 레이다의 원리
- 「통합방공과 센서 융합: 여러 센서를 하나의 그림으로」: 여러 센서의 그림을 하나로 합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