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레이저가 바뀐 까닭
두꺼운 강철판 위를 가는 빛줄기가 지나가면 판이 갈라집니다. 같은 빛이 맞닿은 두 금속의 이음매를 따라가면 두 조각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강철을 자르고 용접하는 레이저 가운데 하나가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입니다.
광섬유 레이저는 자기가 만든 빛을 유리 가닥의 가운데 길인 코어를 따라 보내는 레이저입니다. 공장에는 그 전부터 이산화탄소(CO₂) 레이저처럼 먼저 자리 잡은 레이저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광섬유 레이저는 무엇이 달라서 공장에 들어왔을까요?
답은 네 가지입니다. 넣은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효율이 높은 편이고, 열을 빼기 쉽고, 빔을 작은 점에 모을 수 있고, 맞출 거울이 거의 없습니다.
전기를 빛으로: 전기-광 변환 효율
레이저는 전기를 받아 빛을 냅니다. 넣은 전기에 견주어 레이저 빛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전기-광 변환 효율(wall-plug efficiency, WPE)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의 wall plug는 벽의 콘센트입니다. 콘센트에서 끌어온 전기 가운데 몇 %가 레이저 빛이 되느냐는 물음입니다.
영국의 용접 연구 기관 TWI(The Welding Institute)는 레이저 빛을 만드는 효율이 낮다고 지적합니다. 다른 용접 공정과 견주면 특히 그렇다는 것입니다. TWI는 기술 FAQ에서 여러 레이저의 대표(typical) 효율을 한 표에 모았습니다. 표에는 작성 날짜가 없으니 오늘 나오는 제품의 값이라기보다 이 표가 든 대표값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 표에서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는 25~30%입니다. 램프로 펌핑하는 Nd:YAG 레이저의 3~5%와 견주면 몇 배 높은 값입니다. 그렇다고 맨 위에 있지는 않습니다. Yb:YAG 얇은 디스크 레이저가 같은 25~30%이고, 직접 다이오드 레이저는 30~50%입니다.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는 이터븀 첨가 광섬유(ytterbium-doped fiber, YDF)로 빛을 키우는 광섬유 레이저입니다. 제조사 IPG Photonics는 자사 YLS 산업용 광섬유 레이저의 대표 전기 효율이 40%를 넘고, YLS-ECO 레이저는 50%를 넘는다고 밝힙니다. TWI 표와 같은 조건에서 견준 값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IPG와 nLIGHT의 숫자와 문구는 모두 회사가 자기 제품을 두고 한 말입니다.
광섬유 레이저의 효율을 받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에너지를 넣는 방식인 펌핑이고, 다른 하나는 광섬유의 모양입니다.
고체 레이저에 펌프 빛을 넣는 광원으로는 섬광등(flashlamp) 같은 램프도 있고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배열도 있습니다. 다이오드 배열의 빛은 보통의 섬광등보다 훨씬 밝습니다. 내는 빛의 파장 폭도 훨씬 좁아서, 레이저 매질이 잘 흡수하는 파장에 바로 맞출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펌프 빛이 더 효율적으로 흡수되고, 열 효과는 줄어듭니다. 펌프 빛의 에너지가 레이저 빛의 에너지에 가까울수록 더 그렇습니다. 이 원리는 다이오드로 펌핑하는 고체 레이저에 두루 통합니다. TWI 표에서도 같은 Nd:YAG 레이저가 램프 펌핑이면 3~5%, 다이오드 펌핑이면 8~10%로 나뉘어 있습니다.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도 다이오드에서 온 펌프 빛을 레이저 빛으로 바꿉니다. 2010년에 나온 리뷰 논문(Richardson, Nilsson, Clarkson)의 초록은 고출력 분야에서 광섬유 레이저가 거둔 성공을 주로 광섬유의 기하(geometry), 곧 가늘고 긴 모양 덕분으로 봅니다. 이 모양 덕분에 밝기가 비교적 낮은 다이오드 펌프 빛을 밝기가 높은 레이저 출력으로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IPG는 자기 측면 펌핑 방식을 소개하면서, 펌프 빛이 코어를 둘러싼 클래드(cladding) 안에서 여러 번 반사하며 코어를 자주 가로지른다고 설명합니다. 그때 코어에 든 이터븀 같은 희토류 이온이 빛을 흡수했다가 다시 내놓습니다. 펌프 빛을 넣는 구조는 이중 클래드 광섬유를 다루는 글에서 자세히 봅니다.
열을 빼기 쉬운 모양
뜨거운 국 한 냄비는 오래 뜨겁습니다. 같은 양을 작은 대접 여러 개에 나눠 담으면 훨씬 빨리 식습니다. 공기에 닿는 겉면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레이저의 이득 매질도 모양에 따라 열을 내보내는 면의 넓이가 달라집니다. 부피가 같아도 가늘고 길게 늘이면 부피에 견준 겉넓이가 커집니다. IPG는 광섬유의 아주 큰 표면적 대 부피 비가 열을 빼는 일을 돕고, 열 때문에 생기는 열 렌즈(thermal lensing)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램프로 펌핑하는 Nd:YAG 레이저처럼 열 렌즈 때문에 펌프 출력을 제한된 범위에서만 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 비유는 한 군데에서 어긋납니다. 국은 겉에서 식기만 하지만, 광섬유에서는 가운데 코어에서 열이 계속 생기고 그 열을 바깥으로 빼내야 합니다. 비유가 보여 주는 것은 겉면이 넓을수록 열을 내보내기 쉽다는 생각 하나입니다.
앞의 리뷰 초록도 광섬유의 모양이 코어에서 생기는 열의 영향에 "상당한 내성"을 준다고 봅니다. 내성이 있다는 말이지, 열 걱정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열을 어떻게 빼는지는 제품마다 다릅니다. IPG의 고출력 연속파 제품 비교 표를 보면 냉각 칸에 계열에 따라 "물 또는 공기", "1.5 kW까지 공랭"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쪽은 냉각 방식의 선택지로 공기, 물-공기, 물-물을 듭니다.
작은 점에 모이는 빔: 빔 품질
강철판을 자르려면 빛을 한 점에 세게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레이저에는 출력 말고도 따져 볼 값이 있습니다. 빔 품질(beam quality)입니다. IPG의 기술 소개에서 빔 품질은 실제로 빔을 얼마나 작게 모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빔 품질을 재는 말은 두 가지입니다. 빛이 모드 하나로만 나아가는 단일 모드(single-mode) 레이저는 보통 M²로 재고, 이 이름은 엠 제곱이라고 읽습니다. 모드가 여럿인 다중 모드 레이저는 빔 파라미터 곱(beam parameter product, BPP)으로 잽니다. 두 값 모두 작을수록 빔 품질이 높습니다.
IPG는 M² 1을 완벽한 빔으로 봅니다. 실제 장치가 거기에 다다르기는 어렵지만, 산업용 광섬유 레이저는 M² 1.1 이하를 믿을 만하게 낸다고 소개합니다.
빔 품질도 펌핑과 이어집니다. 다이오드로 펌핑하는 고체 레이저의 중요한 장점 하나는 값이 비교적 싸고 빔 품질이 낮은 다이오드 배열의 펌프 빛을 회절 한계에 가까운(near-diffraction-limited) 출력 빔으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그것도 좋은 효율로 바꿉니다. 빔 품질이 낮은 빛을 넣어 빔 품질이 아주 좋은 빛을 꺼내는 셈입니다.
광섬유 레이저는 만든 빛을 코어를 따라 보내면서 유리 안의 작은 영역에 에너지를 모읍니다. 그 빛을 빛만 나르는 수동 광섬유로 옮겨 멀리 보내기도 쉽습니다. IEEE 마일스톤 기록은 광섬유 레이저가 수 킬로와트에 이르는 높은 품질의 빔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아주 잘 맞았고, 그 덕에 절단과 용접 같은 재료 가공에서 레이저의 쓰임이 크게 넓어졌다고 평가합니다.
2010년 리뷰 초록도 펌프 빛을 클래드에 넣는 클래드 펌핑(cladding-pumped) 광섬유 구조를 쓴 장치들이 출력, 빔 품질, 전체 효율, 동작 파장의 유연성에서 뛰어난 성능을 낸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빔 품질이 늘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IPG가 드는 예로는 절단, 드릴링, 용접처럼 빔을 세게 모아야 하는 일에서 빔 품질이 높을수록 가공 속도와 품질이 좋아집니다. 넓은 면을 데우는 열처리나 세정에는 특별히 높은 빔 품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울을 맞출 일이 적은 구조
레이저도 기계라서 손이 갑니다. TWI의 정비 항목을 보면 CO₂ 레이저는 보통 500시간마다 거울을 닦고 다시 맞춰야 합니다. 일부 고체 레이저는 램프를 보통 1000시간마다, 다이오드를 보통 10000시간마다 갈아야 합니다.
이런 일은 훈련받은 직원이 직접 할 수 있습니다. 그와 별개로 레이저마다 숙련된 정비가 정기적으로 필요하고, 그 정비는 대개 제조사가 맡습니다.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에 대해서 TWI는 일반 정비가 필요 없다고 적었습니다.
제조사는 광섬유 레이저의 구조를 내세웁니다. IPG의 설명으로는 광섬유 레이저는 공기 중에 놓는 자유 공간(free-space) 거울이나 광학 부품 없이 광섬유와 광섬유를 이어 만든 일체형(monolithic) 완전 고체 설계입니다. 종류와 코어 지름이 다른 광섬유를 이어 펌프, 증폭, 빔 전달을 묶기 때문에 자유 공간 광학에 따르는 오염, 손상, 정렬 어긋남의 위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IPG는 이런 구조 덕분에 광섬유 레이저가 아주 거친 작업 환경에서도 동작한다고 말합니다.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거나 바퀴로 굴려 옮길 수 있고, 진동을 막은 바닥이나 온도를 맞춘 방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광학, 잦은 정비, 소모품이 없어 기계에 넣기 훨씬 쉽다고도 합니다.
다른 산업 레이저와 견주기
TWI 자료 하나에 효율과 정비를 함께 놓고 보면, 광섬유 레이저가 모든 면에서 앞서지는 않습니다.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의 효율은 얇은 디스크 레이저와 같은 25~30%이고, 직접 다이오드 레이저의 30~50%보다 낮습니다. CO₂ 레이저의 10~12%나 램프로 펌핑하는 Nd:YAG 레이저의 3~5%보다는 높습니다.
정비 항목에서 일반 정비가 필요 없다고 따로 적힌 레이저는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입니다. 얇은 디스크 레이저와 직접 다이오드 레이저의 정비는 그 항목에 나오지 않습니다. 램프와 다이오드 교체 주기도 어느 레이저의 것인지 정하지 않고 일부 고체 레이저의 일로만 적혀 있습니다.
IPG는 더 나아가, 광섬유로 빛을 보내는 방식과 전기를 빛으로 효율적으로 바꾸는 점을 묶어 많은 경우 CO₂ 같은 기존 레이저나 디스크 레이저보다 광섬유 레이저가 훨씬 실용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많은 경우"라는 조건이 붙어 있으니 모든 일에서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실험실에서 공장까지
광섬유 레이저는 공장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시작했습니다. IEEE 마일스톤 기록에 따르면 1961년 엘리아스 스니처(Elias Snitzer)와 동료들이 매사추세츠주 사우스브리지의 옛 아메리칸 옵티컬 단지에서 세계 최초의 광섬유 레이저를 만들어 동작시켰습니다. 이 일은 같은 해 유리로 만든 첫 고체 레이저에 이른 스니처의 앞선 연구와 광섬유 연구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3년 뒤 같은 팀은 최초의 광섬유 증폭기를 보였습니다. 한편 2014년에 나온 리뷰 논문(Shi 외, Applied Optics)의 초록은 유리 광섬유 레이저의 첫 시연을 1964년으로 적습니다. 첫 광섬유 레이저의 해가 IEEE 마일스톤에서는 1961년, Shi 외 초록에서는 1964년인 셈입니다.
공장 쪽 이야기는 회사들의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IPG Photonics는 회사 소개 첫머리에 1990년부터 빛을 다뤄 왔다고 밝힙니다. IPG는 자기 킬로와트급 레이저가 2000년대 초 시장에 나온 뒤 부피에 견준 출력이 10배 넘게 좋아졌다고 설명합니다.
2010년 리뷰 초록은 끝에서 앞으로 10년을 내다봤습니다. 펌프 레이저, 광섬유 설계와 제작, 구조, 기능에서 일어날 발전이 광섬유 레이저의 성능과 산업·과학 분야의 도입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짚었습니다. 2014년 리뷰 초록은 첫 시연 뒤로 광섬유 레이저가 파장 범위와 선폭, 출력, 펄스 에너지, 초단 펄스 폭에서 꾸준히 발전했고 쓰임새도 여러 분야로 넓어졌다고 정리합니다.
오늘의 광섬유 레이저는 제조 현장의 도구입니다. IEEE 마일스톤 기록은 광섬유 레이저가 플라스틱에서 금속까지 자르고 용접하는 수 킬로와트 빔을 내는 강력한 제조 도구가 되었다고 적습니다.
IPG는 자기 레이저와 레이저 시스템이 재료 가공, 의료 시술, 첨단 응용에 쓰인다고 소개합니다. nLIGHT의 첨단 제조 소개는 정밀 절단과 용접에서 미세 가공, 적층 제조까지를 자기 레이저의 쓰임새로 들고, 금속 적층 제조에서는 자기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가 속도, 안정성, 비용 효율을 높인다고 적습니다. 두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는 제조 업체 페이지에 모여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한계
장점만 있는 기술은 없습니다. 2010년 리뷰 초록은 동작 영역마다 광섬유 레이저의 성능을 묶어 두는 핵심 요인으로 특히 세 가지를 꼽습니다. 열 관리(thermal management), 광학 비선형성(optical nonlinearity), 손상(damage)입니다.
열을 빼기 쉬운 모양이라고 해서 열 관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광섬유의 모양이 주는 것은 열에 대한 "상당한 내성"이지, 열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광학 비선형성과 손상도 같은 목록에 함께 올라 있습니다.
효율도 다시 볼 만합니다. TWI 표의 25~30%를 거꾸로 읽으면, 넣은 전기의 70~75%는 레이저 빛이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레이저가 알맞은지는 하려는 일에 따라 달라집니다. 넓은 면의 열처리처럼 특별히 높은 빔 품질이 필요하지 않은 일도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이중 클래드 광섬유와 펌프 빛 넣기": 펌프 빛이 클래드를 지나 코어에 흡수되는 구조를 자세히 풉니다.
- "한 가닥의 한계 ①: 비선형 효과(SBS, SRS)": 출력을 올리면 생기는 산란 현상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 "한 가닥의 한계 ②: 열과 모드 불안정성": 열이 빔 품질을 흔드는 현상을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