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다가 전파를 쏘면 비행기만 메아리를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땅과 바다, 빗방울, 새도 전파를 되돌립니다. 그 많은 메아리 가운데 작은 표적 하나는 어떻게 골라낼까요?
열쇠는 움직임입니다. 땅은 가만히 있고 표적은 움직입니다. 이 글은 움직이는 물체에서 돌아온 전파가 조금 달라지는 현상, 곧 도플러 이동(Doppler shift)으로 움직이는 메아리만 남기는 두 방법을 살핍니다. 그리고 미국의 기상 레이다가 이 방법을 받아들인 과정과, 같은 원리를 빛으로 쓰는 도플러 라이다까지 이어 갑니다.
레이다가 전파의 왕복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기본은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 있습니다.
메아리 속에 숨은 작은 표적
레이다가 받는 메아리 가운데 원하지 않는 것을 클러터(clutter)라고 부릅니다. 땅, 바다, 비, 새가 대표적인 클러터입니다. 클러터는 표적과 같은 거리, 같은 방향의 칸에서 함께 돌아옵니다. 거리와 방향만 봐서는 둘을 떼어 놓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크기에서도 클러터가 앞섭니다. MIT 링컨 연구소의 레이다 강의 자료는 클러터의 레이다 반사면적(radar cross section, RCS)이 관심 있는 표적보다 50 dB 넘게 클 수 있다고 적습니다. 클러터의 성질도 땅이냐 바다냐,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도 틈이 하나 있습니다. 땅에 놓인 레이다에서 보면 표적은 움직이고 클러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비행기에 실린 레이다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레이다 자신도 움직이므로 그 움직임까지 따져야 합니다.
다가오면 높게, 멀어지면 낮게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면 소리가 높았다가 낮아집니다. 음원이나 듣는 사람이 움직이면 들리는 소리의 주파수(frequency)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도플러 효과라 하고, 실제로 바뀐 주파수의 차이를 도플러 이동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요한 도플러(1803~1853)에게서 왔습니다.
서로 가까워지면 더 높은 주파수로, 서로 멀어지면 더 낮은 주파수로 들립니다. 이 현상은 소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관찰자와 파원이 서로 움직이면 빛과 전파를 포함한 모든 파동에서 생깁니다. 경찰이 레이다로 차의 속도를 재는 것도 이 원리입니다.
레이다에서는 표적이 전파를 되돌려 보내는 쪽이 됩니다. 다가오는 표적에서 돌아온 메아리는 파면이 촘촘해져 주파수가 높아지고, 멀어지는 표적의 메아리는 파면이 벌어져 주파수가 낮아집니다. 가만히 있는 땅의 메아리는 보낸 것과 같습니다.
그림은 차이를 크게 부풀린 것입니다. 실제 변화는 아주 작습니다. 링컨 연구소 자료의 예로, 2800 MHz 레이다에서 표적이 레이다 쪽으로 움직이는 빠르기가 40 m/s 늘 때마다 도플러 주파수는 약 1 kHz 늘어납니다.
이 값은 보낸 주파수의 수백만분의 일 정도입니다. 미국의 기상 레이다 WSR-88D는 이 움직임을 돌아온 펄스의 위상(phase) 변화로 잡아냅니다.
재는 것은 시선 방향 속도뿐
도플러 이동이 알려 주는 것은 표적이 레이다 쪽으로 오는지, 레이다에서 멀어지는지, 그리고 그 방향으로 얼마나 빠른지입니다. 레이다와 표적을 잇는 선을 따라 잰 이 속도를 시선 방향 속도(radial velocity)라고 부릅니다. 비행기가 실제로 어느 쪽으로 날아가든 레이다가 도플러로 바로 아는 것은 이 한 방향의 성분입니다.
기상 레이다의 속도 화면이 좋은 예입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의 설명을 보면, 레이다 컴퓨터는 돌아온 에너지의 도플러 이동을 계산해 비가 레이다 쪽으로 오는지 멀어지는지와 그 빠르기를 정하고, 그에 맞춰 색을 칠합니다. 보통 빨강은 레이다에서 멀어지는 쪽, 초록은 레이다 쪽으로 다가오는 쪽입니다.
가만히 있는 메아리 지우기: 이동 표적 표시
도플러로 클러터를 지우는 방법은 크게 둘입니다. 이동 표적 표시(moving target indicator, MTI)와 펄스 도플러(pulse Doppler, PD)입니다. 둘 다 도플러를 써서 클러터를 걸러 내고 움직이는 표적을 더 잘 찾게 합니다. 표적이 작을수록 클러터를 더 많이 눌러야 합니다.
MTI는 둘 가운데 단순한 쪽입니다. 펄스 두세 개만 쓰고, 움직이는 표적을 클러터에서 떼어 내는 일만 합니다. 표적이 얼마나 빠른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두 펄스 빼기입니다. 한 펄스의 메아리에서 바로 앞 펄스의 메아리를 빼면, 가만히 있는 땅과 건물의 메아리는 두 번 다 같으므로 지워집니다. 움직이는 표적의 메아리는 도플러 이동 때문에 펄스마다 진폭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빼고 나도 지워지지 않은 나머지가 남고, 레이다는 그것을 표적으로 봅니다.
같은 자리에서 시간 차를 두고 찍은 사진 두 장을 겹쳐 빼면 움직인 것만 남는 것과 닮았습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레이다가 견주는 것은 모양이 아니라 같은 거리 칸에서 돌아온 메아리이고, 표적의 메아리가 펄스마다 달라지는 까닭도 도플러 이동입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MTI는 비 클러터를 누르는 힘이 제한적입니다.
속도별로 나눠 보기: 펄스 도플러
펄스 도플러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펄스를 많이 모아 도플러 필터 묶음에 넣고, 메아리를 속도 구간별로 나눕니다. 클러터를 지우는 것에 더해 표적의 시선 방향 속도까지 꽤 세밀하게 잴 수 있습니다.
링컨 연구소 강의에 나온 이동 표적 탐지기(moving target detector, MTD)가 그런 예입니다. 도플러 필터 묶음과 두 가지 펄스 반복 주파수를 써서 지상 클러터나 비 속의 항공기를 찾습니다. 새와 지상의 차량은 그 뒤의 처리에서 도플러 속도와 클러터 지도로 걸러 냅니다.
펄스를 되풀이해 보내는 데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1초에 펄스를 몇 번 보내는지를 펄스 반복 주파수(pulse repetition frequency, PRF)라고 합니다. 도플러 주파수가 PRF의 정수배만큼 차이 나는 두 표적은 서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거리 쪽에도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한 펄스의 메아리가 다 돌아오기 전에 다음 펄스가 나가면 거리가 헷갈립니다. 이것을 모호성(ambiguity)이라고 부릅니다.
강의 자료의 식을 따라가면 PRF를 높일수록 헷갈리지 않고 잴 수 있는 속도 범위는 넓어지고, 거리 범위는 좁아집니다. 둘을 한꺼번에 넓히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PRF가 서로 다른 펄스 묶음을 여러 번 보내 두 모호성을 풉니다. 비행기에 실린 레이다도 클러터를 누르려고 여러 PRF의 파형을 씁니다.
기상 레이다가 걸어온 길
일기 예보의 비구름 속도 화면도 도플러 레이다에서 나옵니다. 미국 국립악기상연구소(NSSL)의 연혁에 그 길이 적혀 있습니다. 1956년 코넬 항공 연구소가 파장 3 cm의 연속파 도플러 레이다를 만들었습니다. 보내는 안테나와 받는 안테나를 따로 쓰는 장치로, 토네이도의 아주 센 바람을 잡으려고 만들었지만 토네이도까지의 거리는 알 수 없었습니다.
1964년 NSSL 기술자들이 이 레이다를 펄스로 쏘게 고쳤습니다. 펄스와 펄스 사이에 메아리를 받을 수 있으니 안테나가 둘일 필요가 없어졌고, 거리 문제도 풀렸습니다. 1971년에는 NSSL의 실험용 도플러 레이다가 가동했습니다.
1973년 5월 24일, NSSL 팀이 도플러 레이다가 훑고 있던 폭풍에서 토네이도의 일생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필름과 레이다 자료를 견주어 보니, 토네이도가 필름에 나타나기 전에 이미 생기고 있었음을 뜻하는 무늬가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것을 토네이도 소용돌이 신호(Tornado Vortex Signature, TVS)라고 이름 붙였고, NSSL은 이 발견이 결국 전국 도플러 레이다망으로 이어졌다고 적습니다.
1976년의 합동 도플러 운용 사업(JDOP)은 도플러 레이다가 뇌우와 토네이도 경보를 낫게 할 수 있음을 보이려는 시험이었습니다. 그 결과 1979년 NWS, 미 공군 기상청, 연방항공청(FAA)이 앞으로의 운용 레이다에 도플러 기능을 넣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레이다가 WSR-88D입니다. NWS에 따르면 1988년에 처음 만들어 시험한 뒤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 160곳 넘는 자리에 설치되었습니다. 레이다 쪽으로 오거나 멀어지는 움직임으로 바람의 빠르기를 어림할 수 있고, 바람을 보는 이 능력 덕분에 토네이도가 생기는 것을 알아채 더 일찍 경보를 낼 수 있다고 NWS는 설명합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도플러 라이다
도플러 효과는 빛에서도 생깁니다. 그래서 전파 대신 레이저 빛을 쏘고 되돌아온 빛의 도플러 이동을 읽는 장치가 있습니다. 도플러 라이다(Doppler lidar)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고해상도 도플러 라이다(HRDL)는 대기의 속도를 재고 지도로 그리던 장치로, 지금은 퇴역했습니다. 이 장치가 내놓던 값은 거리별 시선 방향 속도였습니다. 도플러 레이다가 재는 것과 같은 종류의 속도를 빛으로 잰 셈입니다.
우주에도 올라갔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의 아이올로스(Aeolus)는 도플러 바람 라이다 하나를 큰 장비로 싣고, 지구의 바람 분포를 전 지구 규모로 얻은 첫 위성 임무가 되었습니다. 2018년 8월 22일 발사되어 2023년 7월 28일에 임무를 마쳤습니다.
레이저로 거리를 재는 기본은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 왕복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법과 도플러 효과의 기본을 봅니다.
- 드론과 새의 구분: 센서는 무엇을 보고 판단할까: 몸통의 도플러 위에 얹힌 작은 무늬, 미세 도플러를 봅니다.
-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 같은 생각을 빛으로 옮기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봅니다.
- 합성개구레이다(SAR): 전파로 사진 같은 영상을 만드는 법: 도플러 이동으로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레이다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