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어두운 작업장에서 둥근 엔진 노즐 둘레의 곡면 판 세 개가 기울어 주황빛 배기 흐름이 한쪽으로 휘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종이비행기는 꼬리 끝을 살짝 접기만 해도 나는 방향이 바뀝니다. 진짜 비행기도 꼬리와 날개에 달린 조종면으로 공기를 밀어 방향을 바꿉니다. 그런데 공기가 날개를 제대로 붙잡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무엇으로 기체를 돌려야 할까요?

한 가지 답은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를 꺾는 것입니다. 이것을 추력편향(thrust vectoring)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NASA의 공개 교육 자료로 추력과 회전의 원리를 풀고, NASA가 두 시험기로 확인한 것과 그 대가를 따라갑니다.

추력은 방향을 가진 힘

추력은 항공기를 공기 속으로 밀고 나가는 힘입니다. 엔진은 가스를 뒤쪽으로 빠르게 내보내고, 그 반작용으로 앞쪽을 향한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추력은 가속된 가스와 반대 방향으로 생깁니다.

힘에는 크기와 함께 방향이 있습니다. 추력도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가진 양, 곧 벡터입니다. 배기가 나가는 방향을 바꾸면 추력이 미는 방향도 따라 바뀝니다.

X-31 시험기를 소개한 NASA 팩트시트는 추력편향을 "엔진 배기 흐름을 꺾는 것"이라고 풀어 씁니다. 이름은 어렵게 들려도 하는 일은 그 한 줄에 다 들어 있습니다.

무게중심을 비켜 가면 기체가 돈다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은 물체 무게의 평균 위치입니다. 날고 있는 비행기와 로켓은 모두 이 점을 축으로 돕니다. 기체의 움직임은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와 그 둘레로 어떻게 도는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돌 수 있는 축은 셋입니다. 코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피치(pitch), 코가 좌우로 움직이는 요(yaw), 날개 끝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롤(roll)입니다. 보통의 비행기는 승강타로 피치를, 방향타로 요를, 보조 날개로 롤을 만듭니다.

이 조종면들이 만든 공기력은 무게중심에서 떨어진 곳에 작용합니다. 그래서 무게중심 둘레에 돌림힘(torque)이 생기고, 이 돌림힘이 기체를 돌립니다. 항공에서는 같은 것을 모멘트(moment)라고도 부릅니다.

추력에도 같은 이치가 통합니다. 추력선이 무게중심을 곧게 지나면 기체는 돌지 않고 앞으로 밀리기만 합니다. 노즐을 꺾어 추력선이 무게중심을 비켜 가면 돌림힘이 생겨 코가 돌아갑니다. NASA 자료의 로켓 그림에서는 노즐을 왼쪽으로 꺾으면 코가 왼쪽으로 돕니다.

로켓 모양 몸체 세 개를 옆에서 본 도표. 가운데는 추력선이 무게중심을 곧게 지나 몸체가 똑바로 밀린다. 왼쪽은 배기가 왼쪽으로 꺾여 추력선이 무게중심을 비켜 가고, 돌림힘이 생겨 코가 왼쪽으로 돈다. 오른쪽은 반대로 코가 오른쪽으로 돈다. 각도와 값이 없는 개념 그림이다
추력선이 무게중심을 비켜 가면 돌림힘이 생겨 기체가 돕니다 (도표)(도표)

책상 위의 책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책의 한가운데를 밀면 그대로 미끄러지고, 한쪽 끝을 밀면 돌면서 밀립니다. 실제 비행기는 책상의 마찰 대신 공기 속에서 움직이고, 한 방향이 아니라 세 축으로 돌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배기를 꺾는 여러 방법

기체를 돌리는 방법은 여럿입니다. 모두 무게중심 둘레에 돌림힘을 만든다는 점은 같습니다. 초기 로켓과 일부 공대공 미사일은 비행기 승강타처럼 움직이는 날개를 씁니다. 공기를 밀어 내는 힘이라 대기 안에서만 통합니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 뒤 대기를 벗어나도록 만든 V2, 레드스톤 같은 로켓은 배기 속에 작은 날개(vane)를 넣어 분사 흐름을 꺾었습니다. 아틀라스 미사일 같은 옛 로켓은 주 엔진 아래에 작은 보조 로켓(vernier rocket)을 달았는데, 연료와 배관 무게가 더해져 지금은 많이 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현대 로켓은 노즐 자체를 돌립니다. 노즐을 이렇게 돌리는 것을 김발(gimbal)한다고 하고, 우주왕복선과 새턴 V가 쓴 이 방식을 김발 추력(gimbaled thrust)이라고 부릅니다. 노즐을 좌우로 돌리면 무게중심에 대한 추력 방향이 바뀌고, 그만큼 돌림힘이 생깁니다.

돌림힘을 만드는 네 가지 방법을 로켓 모양 몸체로 나란히 보인 도표. 움직이는 날개는 공기를 이용해 대기 안에서만 통하고, 배기 속 날개는 분사 흐름을 꺾고(초기 로켓, X-31, F-18 HARV), 김발 노즐은 노즐 자체를 돌리고(대부분의 현대 로켓), 보조 로켓은 작은 엔진을 더하지만 연료와 배관이 늘어 지금은 드물게 쓴다
기체를 돌리는 네 가지 방법. 모두 무게중심 둘레에 돌림힘을 만듭니다 (도표)(도표)

김발(gimbal)이라는 낱말은 레이저 무기 쪽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그쪽 김발은 광학 부품을 담아 두 축으로 돌리는 받침입니다. 같은 이름의 받침이 빔을 어떻게 한 점에 붙들어 두는지는 김발과 조준·추적에서 이어집니다.

날개가 힘을 잃는 곳: 받음각과 실속

받음각(angle of attack, AoA)은 다가오는 바람에 대해 날개가 기울어진 각도입니다. 기동 중인 조종사는 코를 든 채 원래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큰 받음각으로 날기도 합니다. X-31 팩트시트는 이런 비행이 조종 상실로 이어져 기체나 조종사, 또는 둘 다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받음각이 너무 커지면 공기 흐름이 날개 표면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양력은 줄고 항력은 늘어나는데, 이 상태가 실속(stall)입니다. 실속에 들어가면 날개와 꼬리의 보통 조종면으로는 기체를 제대로 다루기 어려워집니다.

추력편향이 쓸모를 찾은 곳이 여기입니다. X-31에서는 실속 때 보통의 조종면이 잃은 조종을 추력편향이 메웠습니다. 보통의 실속 받음각을 넘어서 나는 것을 실속 뒤 비행(post-stall)이라고 하며, X-31의 실속 받음각은 30°였습니다.

NASA의 두 시험기: X-31과 F-18 HARV

X-31은 강화 전투기 기동성(Enhanced Fighter Maneuverability, EFM) 시연기로, 두 대가 날았습니다. 두 대는 NASA 드라이든 비행연구센터와 캘리포니아 팜데일에서 차세대 고기동 전투기 설계에 쓰일 수 있는 자료를 모았고, 프로그램은 1995년 6월에 끝났습니다.

엔진 노즐 옆에는 패들 세 개가 붙어 배기 흐름을 꺾어 피치와 요를 조종했습니다. 패들은 그래파이트 에폭시로 만들었고 섭씨 1,500도까지의 온도를 오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X-31 2호기는 1992년 11월 6일 받음각 70°에서 조종되는 비행을 했습니다. 같은 날 그 받음각에서 진행 방향을 축으로 도는 롤도 해냈습니다. 실속 받음각 30°를 한참 넘는 자리에서 조종을 유지한 것입니다.

F-18 HARV는 F-18 호넷 전투기를 고쳐 만든 고받음각 연구기(High Angle-of-Attack Research Vehicle)입니다. NASA 드라이든은 이 기체로 1987년 4월부터 1996년 9월까지 세 단계에 걸쳐 385회 연구 비행을 했습니다. 겉모습을 고치지 않은 첫 단계의 비행은 받음각 55°까지였습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HARV는 엔진마다 배기 둘레에 노 모양 베인 세 개를 달았습니다. 베인은 열에 강한 니켈 합금인 인코넬로 만들었고, 공기력 조종면을 쓸 수 없거나 덜 들을 때 피치와 요 힘을 냈습니다. 비행 제어 법칙이 공기력 조종과 추력편향을 알맞게 섞었기 때문에, 조종사는 장치를 켠 뒤 보통의 조종 장치만 쓰면 됐습니다.

그 결과 HARV는 받음각 약 70°에서 안정된 비행을 했고, 65°에서 빠르게 롤을 했습니다. 추력편향이 없었다면 35°를 넘어서는 조종된 롤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팩트시트는 평가합니다.

왼쪽 칸은 받음각의 뜻을 보인다: 코를 든 기체가 원래 경로를 따라 나아가고, 다가오는 공기와 날개 사이의 각이 받음각이다. 오른쪽 칸은 0~80° 눈금 위에 NASA 팩트시트의 값만 표시했다. X-31은 보통 실속 받음각 30°, 1992년 70°에서 조종되는 비행. F-18 HARV는 첫 단계 비행 55°까지, 추력편향 없이는 35°를 넘는 조종된 롤이 거의 불가능, 추력편향으로 65°에서 빠른 롤과 약 70°에서 안정 비행
받음각의 뜻과 두 시험기의 기록. NASA 팩트시트에 적힌 값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이 연구가 남긴 것은 기록만이 아닙니다. HARV 팩트시트는 고받음각 연구로 얻은 이해가 F-22의 설계와 합동 타격 전투기(Joint Strike Fighter, JSF) 시제기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난다고 적었습니다. 추력편향 연구는 드라이든에서 X-31과 F-15 ACTIVE 연구기로 이어졌습니다.

무엇을 내주어야 했나

시험기에 단 추력편향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HARV의 추력편향 제어 장치는 기체 무게에 2,200파운드를 더했습니다. 엔진의 아음속 성능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초음속 비행은 더는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마지막 대가는 그 실험 사업에만 있던 것입니다.

X-31에서도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받음각 58°에서 기체가 뜻하지 않게 조종을 벗어난 일이 있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코를 좌우로 쏠리게 하는 비대칭이 너무 커서, 쓸 수 있는 추력편향 조종의 힘을 넘어선 것을 원인으로 봤습니다.

팀은 기수에 가는 띠(스트레이크)를 달고 기수 끝을 조금 무디게 해 이 비대칭을 줄였고, 70° 기록은 이 수정을 거친 뒤에 나왔습니다. 추력편향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리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시험 조종사들은 X-31의 기동 능력을 얻으려고 다른 중요한 전투기 특성을 내주는 것은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X-31은 실속 뒤 영역에서도 완전히 조종할 수 있어 비행 안전을 크게 높였습니다.

1994년에는 꼬리를 줄인 전투기를 흉내 내는 시험도 했습니다. X-31에 소프트웨어를 넣어 추력편향으로 꼬리 없는 항공기를 초음속에서 안정시킬 수 있는지 본 것입니다. 시험은 꼬리가 없거나 작은 전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능력을 처음부터 설계에 넣었다면 이익이 그 개념의 복잡함보다 컸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 NASA의 정리입니다.

두 시험기에서 드러난 것은 덧단 장치의 무게, 제어의 복잡함, 그리고 나중에 붙이기보다 처음부터 설계에 넣는 편이 낫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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