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가 하늘로 오르려면 보통 긴 활주로를 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비행기는 배의 갑판이나 풀밭에서 뜨고, 어떤 비행기는 헬리콥터처럼 제자리에서 곧장 떠오릅니다. 같은 비행기인데 무엇이 다를까요?
답은 무게를 누가 버티느냐에 있습니다. 이 글은 날개와 엔진이 각각 맡은 일에서 출발해, 수직이착륙과 단거리이착륙이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것, 엔진의 힘을 아래로 돌리는 세 가지 방법, 그리고 그 대가로 따라오는 무게 문제를 공개 자료로 살핍니다.
활주로는 왜 필요한가
나는 비행기에는 네 가지 힘이 걸립니다. 아래로 당기는 무게, 그에 맞서는 양력, 앞으로 미는 추력, 뒤로 잡아끄는 항력입니다.
양력은 비행기가 공기 속을 움직여서 생기는 힘이고, 그 대부분을 날개가 만듭니다. 엔진은 무엇을 할까요? NASA 글렌 연구소의 항공 입문 자료는 엔진의 일이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항력을 이기는 것이라고 짚습니다. 들어 올리는 쪽은 날개입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기 속을 움직여야 날개가 양력을 내니, 땅 위에서 먼저 빨라져야 합니다. 미국 연방 항공 규정도 비행기(airplane)를 날개에 부딪치는 공기의 반작용으로 떠 있는 고정익 항공기로 정의합니다.
연을 띄우려고 바람을 안고 달리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연은 줄이 붙잡고 바람이 불어와야 뜨지만, 비행기는 엔진 추력으로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며 날개에 공기를 흘려보냅니다.
이름 네 가지: CTOL, STOVL, V/STOL, VTOL
활주로를 다 쓰는 보통의 방식은 재래식 이착륙(conventional takeoff and landing, CTOL)이라고 부릅니다. 짧게 달려 뜨고 내릴 때는 수직으로 내려앉는 방식은 단거리이륙·수직착륙(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 STOVL)입니다. 수직으로도, 짧게 달려서도 뜨고 내릴 수 있으면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 또는 VSTOL)이라고 씁니다.
제자리에서 곧장 뜨고 내리는 것은 수직이착륙(vertical takeoff and landing, VTOL)입니다. 미국 연방 규정에는 이런 날개 달린 항공기를 위한 범주가 따로 있습니다.
파워드 리프트(powered-lift)라는 이름으로, 수직 이륙·수직 착륙·저속 비행을 할 수 있고 그동안은 주로 엔진 추력이나 엔진이 움직이는 양력 장치로 떠 있으며, 수평 비행에서는 회전하지 않는 날개로 떠 있는 항공기를 가리킵니다. 하나 이상의 로터가 만드는 양력으로 떠 있는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기(rotorcraft)는 이와 다른 범주입니다.
이 이름들은 기종이 아니라 뜨고 내리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F-35가 좋은 예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보면 같은 F-35에서 공군용 F-35A는 CTOL, 해병대용 F-35B는 STOVL, 해군용 F-35C는 항공모함에 맞춘 CTOL 형식입니다. 세 형식의 차이에는 이착륙 방식, 연료 용량, 항공모함 적합성 등이 들어 있습니다.
엔진으로 무게를 버티기
앞으로 날 때는 날개가 무게를 떠받칩니다. 그러면 거의 멈춰 떠 있을 때는 누가 버틸까요? 날개가 일할 만큼 빠르지 않으니 남는 것은 엔진입니다. CRS는 F-35B를 설명하면서, 속도가 낮거나 없을 때의 성능은 엔진 추력과 기체 무게의 비에 바로 달려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 비를 추력 대 무게 비(thrust-to-weight ratio)라고 합니다. 추력을 무게로 나눈 값이고, 클수록 비행기가 빨리 가속합니다. 이 값이 1보다 크고 항력이 작으면 비행기는 로켓처럼 곧장 위로 가속할 수 있습니다. 로켓도 무게보다 큰 추력을 내야 떠오릅니다.
남은 문제는 방향입니다. 보통 비행기의 엔진은 추력을 앞쪽으로 냅니다. 무게를 엔진으로 버티려면 그 힘을 아래로, 곧 기체를 위로 미는 쪽으로 돌려야 합니다. 해리어(Harrier) 같은 일부 항공기는 바로 이렇게 추력 방향을 바꿔 아주 짧은 거리에서 뜹니다.
세 가지 방법: 노즐, 리프트 팬, 기울이는 로터
첫째는 배기 노즐을 돌리는 방법입니다. 영국에서 만든 시제기 케스트렐(Kestrel)은 날개 아래에 조절할 수 있는 배기 노즐 네 개를 달았습니다. 이 노즐이 돌아가면서 수직 비행, 뒤로 가는 비행, 제자리 비행, 보통의 전진 비행에 쓸 추력을 냈습니다. 케스트렐을 다듬은 것이 해리어입니다.
둘째는 리프트 팬을 더하는 방법입니다. F-35B는 뒤쪽 엔진 배기 노즐을 아래로 꺾을 수 있고, 동체 가운데에 엔진과 이어진 리프트 팬이 있습니다. 이 팬이 공기를 아래로 불어 기체 앞부분을 들어 올리도록 돕습니다. 뒤쪽 노즐과 앞쪽 팬이 함께 기체를 받칩니다.
셋째는 로터를 기울이는 틸트로터(tiltrotor) 방법입니다. V-22 오스프리(Osprey)는 양 날개 끝에 로터와 엔진·변속기를 담은 나셀이 달려 있습니다. 수직으로 뜨고 내릴 때는 헬리콥터처럼 움직이고, 공중에 뜬 뒤에는 나셀을 앞으로 90도 돌려 수평 비행으로 넘어갑니다.
해군은 V-22가 수직이착륙 임무를 보통 헬리콥터만큼 해내면서 쌍발 터보프롭 항공기의 장거리 순항 능력도 갖췄다고 설명합니다. 세 방법 모두 하는 일은 같습니다. 엔진의 힘을 아래로 돌려, 날개가 아직 일하지 못하는 동안 무게를 버티는 것입니다.
공개된 사례로 본 흐름
날짜를 따라가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미 공군 국립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첫 케스트렐은 1961년 영국에서 비행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영국·미국·서독이 공동 시험용으로 아홉 대를 주문했고, 1965년에는 미 공군 조종사가 들어간 합동 평가 비행대가 케스트렐을 시험했습니다.
케스트렐은 풀밭, 반쯤 다진 바닥, 함정 갑판에서도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개량형 해리어는 1969년 영국 공군에 들어가 세계 첫 실전 배치 V/STOL 전투기가 되었습니다. 미 공군은 주문하지 않았지만, 미 해병대와 영국 공군은 해리어를 수십 년 동안 운용했습니다.
- 1989년: 세계 첫 양산 틸트로터 항공기인 V-22가 처음 날았습니다.
- 1994년: 미 의회가 해병대의 해리어 후속 개발을 공군·해군의 사업과 합치게 했습니다. 이 사업이 뒤에 합동 타격 전투기(Joint Strike Fighter, JSF), 곧 F-35 사업이 됩니다.
- 2010년 3월 17일: 2009년 11월로 잡혀 있던 F-35B의 제자리 비행이 처음 시연됐고, 다음 날 첫 수직 착륙이 이뤄졌습니다.
해병대가 다른 신형 전투기 대신 F-35B를 기다린 까닭도 이 흐름과 이어집니다. 그 까닭의 일부는 비교 대상인 F/A-18E/F가 CTOL 항공기이고 해병대는 수직 운용이 가능한 항공기를 선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대가: 무게가 가장 까다롭다
엔진으로 무게를 버틴다는 것은 무게가 조금만 늘어도 바로 부담이 된다는 뜻입니다. F-35B는 거의 수직으로 뜨고 내리기 때문에 무게가 특히 중요합니다. 앞에서 본 추력 대 무게 비가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개발 순서에도 흔적이 남았습니다. 보통은 가장 단순한 형식을 먼저 개발하고 그 교훈을 복잡한 형식에 씁니다. 그런데 해병대 해리어의 수명이 먼저 다해 가장 복잡한 F-35B를 먼저 개발해야 했고, CRS는 STOVL 항공기에만 있는 기술 과제가 세 형식 모두를 늦췄다고 정리했습니다.
공개된 숫자에서도 대가가 보입니다. 미 해군의 V-22 명세에는 최대 총중량이 세 가지로 적혀 있습니다. 수직 이륙 때 52,600파운드, 단거리 이륙 때 57,000파운드, 스스로 날아서 옮겨 갈 때를 뜻하는 자체 전개 때 60,500파운드입니다.
같은 자료의 CMV-22B 명세는 60,500파운드를 굴러서 이륙할 때의 최대 무게로 적었습니다. 수직으로 뜰 때 허용되는 최대 무게가 가장 작습니다. 어떻게 뜨느냐에 따라 들어 올릴 수 있는 전체 무게가 달라집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무게와 자리
수직이착륙기에서는 무게 한 덩어리가 곧바로 성능 문제로 이어집니다. 무엇을 얼마나 실을 수 있느냐는 물음은 다른 장비에도 똑같이 걸립니다. 장비를 싣는 쪽에서는 이것을 크기·무게·전력(size, weight and power, SWaP)으로 묶어 따집니다.
레이저 무기도 같은 벽 앞에 섭니다. 레이저 옆에는 전기와 냉각 장치도 함께 실어야 합니다. 플랫폼마다 무엇이 걸리는지는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추력편향: 엔진이 방향을 바꾸면 무슨 일이 생길까: 엔진 힘의 방향을 바꾸는 기술을 비행 중의 움직임 쪽에서 봅니다.
- 헬리콥터 로터와 동축반전로터: 꼬리날개 없는 헬기는 왜 가능할까: 로터로 떠 있는 회전익기를 따로 봅니다.
-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 무게와 자리가 레이저 무기에 주는 조건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