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은 바닷물보다 일곱 배 넘게 빽빽합니다. 그런데 강철로 만든 잠수함은 물 위에 떠 있다가 물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떠오릅니다. 프로펠러가 배를 끌어내리고 끌어올리는 걸까요?
답의 중심은 무게입니다. 잠수함은 몸에 달린 탱크에 바닷물을 들이고 내보내면서 스스로 무거워지고 가벼워집니다. 이 탱크를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라고 부릅니다.
이 글은 물리 교과서의 부력에서 출발해 밸러스트 탱크가 하는 일을 따라갑니다. 잠수함 구조는 1946년 미국 칼텍(Caltech)의 공학 잡지에 실린 미 함대형 잠수함 해설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오늘날의 잠수함은 배마다 구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쇠로 만든 배가 뜨는 까닭
물속에서는 깊을수록 압력이 커집니다. 그래서 물에 잠긴 물체의 아랫면을 위로 미는 힘이 윗면을 아래로 누르는 힘보다 큽니다. 그 차이가 위로 향하는 알짜 힘, 곧 부력(buoyant force)입니다. 부력은 물체가 뜰 때도, 가라앉을 때도 늘 작용합니다.
부력이 얼마나 큰지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Archimedes' principle)가 알려 줍니다. 물체가 받는 부력은 그 물체가 밀어낸 물의 무게와 같습니다. 부력이 물체의 무게보다 크면 물체는 떠오르고, 작으면 가라앉습니다. 둘이 같으면 그 깊이에 그대로 머뭅니다.
진흙 한 덩이를 물에 떨어뜨리면 가라앉습니다. 같은 진흙을 배 모양으로 빚으면 뜹니다. 배 모양이 덩어리보다 물을 더 많이 밀어내서 더 큰 부력을 받기 때문입니다. 강철로 만든 배가 뜨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뜨고 가라앉는 것을 정하는 평균 밀도
물체가 뜰지 가라앉을지를 끝내 정하는 것은 물체의 평균 밀도입니다. 평균 밀도가 둘레의 물보다 작으면 뜨고, 물보다 크면 가라앉습니다. 속이 빈 배라면 강철과 그 안의 공기를 한데 묶어서 셈합니다.
물리 교과서의 밀도 표에서 강철은 7.8 g/mL, 바닷물은 1.025 g/mL입니다. 강철만 놓고 보면 바닷물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하지만 공기를 넉넉히 품은 배 전체의 평균 밀도가 바닷물보다 작으면 배는 뜹니다.
잠수함은 이 평균 밀도를 스스로 바꾸는 배입니다. 교과서는 잠수함을 밀도를 조절할 수 있는 물체의 예로 들고, 그 장치로 밸러스트 탱크를 꼽습니다. 탱크에 공기 대신 바닷물이 차면 같은 부피 안에 무게가 늘어나 평균 밀도가 올라갑니다.
1946년 칼텍 해설은 잠수함을 이해하려면 부력을 네 가지로 나눠 알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뜨는 물체는 양성 부력(positive buoyancy), 가라앉는 물체는 음성 부력(negative buoyancy)을 가집니다. 물에 잠긴 물체가 딱 제 무게만큼의 물을 밀어내는 상태가 중성 부력(neutral buoyancy)입니다.
넷째는 예비 부력(reserve buoyancy)입니다. 떠 있는 물체가 물에 잠기려면 더 실어야 하는 무게를 말합니다. 잠수함에서는 중성 부력으로 잠수하려고 탱크에 채워야 하는 물의 무게가 곧 예비 부력입니다.
주 밸러스트 탱크: 공기를 빼면 물이 들어온다
잠수할 때 물을 채우는 탱크를 주 밸러스트 탱크(main ballast tank)라고 합니다. 1946년의 함대형 잠수함에서 이 탱크는 대부분 바깥 선체와 안쪽 선체 사이에 있었습니다. 탱크 바닥에는 배 밑바닥을 따라 큰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데, 이것을 침수구(flood port)라고 부릅니다.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물 위에서는 왜 물이 차지 않을까요? 탱크 안에 남겨 둔 공기의 압력이 물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탱크 위쪽의 벤트 밸브(vent valve)를 열어 이 공기를 빼면 탱크는 금세 물로 찹니다. 잠수함은 이렇게 잠수합니다.
빨대 윗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은 채 물컵에 꽂으면 물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떼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물이 차오릅니다. 실제 탱크는 배 몸통을 감싸는 큰 공간이고, 손가락 대신 밸브가 공기 길을 열고 닫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떠오르기: 압축 공기로 물을 밀어낸다
떠오를 때는 거꾸로 합니다. 벤트 밸브를 닫고 탱크 위쪽으로 고압 공기를 불어 넣으면, 공기가 물을 아래로 눌러 침수구 밖으로 밀어냅니다. 이 압축 공기는 강철 용기에 담아 배에 싣고 다녔습니다.
이때 탱크를 다 비우지는 않았습니다. 주 갑판이 물에 찰랑일 만큼 떠오를 정도로만 물을 불어냈습니다.
1946년 해설은 그 까닭을 비용으로 듭니다. 공기를 아주 높은 압력으로 눌러 담았다가 많은 양을 낮은 압력으로 풀어 쓰는 것은 매우 비경제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탱크의 남은 물은 큰 용량의 저압 송풍기로 마저 불어냈습니다.
물속에서 깊이를 지키기: 트림 탱크와 잠항타
주 밸러스트 탱크만 채우면 바로 원하는 깊이에 머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려면 잠수하기 직전의 무게가 잘 맞아 있어야 합니다. 물 위를 항해하는 동안에도 무게는 쉬지 않고 바뀝니다. 연료를 쓰고, 물을 증류해 배 안의 다른 곳으로 옮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대형 잠수함은 잠수하기 전에 이런 무게 변화를 모두 보정해 두었습니다. 목표는 예비 부력을 주 밸러스트 탱크의 용량과 거의 같게 맞추는 것입니다. 그래야 주 탱크를 채웠을 때 배가 중성 부력에 가까워집니다.
그래도 완벽한 중성 부력은 실제로 이룰 수 없다고 1946년 해설은 적었습니다. 가까이 가는 데는 트림 탱크(trimming tank)를 씁니다. 이 배에는 뱃머리, 무게중심 자리, 고물에 하나씩 모두 세 개의 트림 탱크가 있었고, 펌프로 이어져 있어 앞뒤 균형과 전체 무게를 함께 맞출 수 있었습니다.
앞뒤 균형이 따로 중요한 까닭이 있습니다. 물에 잠긴 잠수함은 좌우로는 안정성이 있지만 앞뒤로는 그런 안정성이 없습니다. 같은 해설은 이 배들을 민물에서도 움직이게 할 수 있었고, 그러려면 밸러스트를 바꿔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의 밀도가 달라지면 같은 부피가 받는 부력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남는 작은 차이는 움직이면서 메웁니다.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면서 잠항타(diving planes)를 써서 깊이를 지킵니다. 잠항타는 뱃머리와 고물에 단 수평 날개면으로, 기울여서 배의 깊이와 각도를 다룹니다. 무게는 탱크의 물이, 남은 차이는 나아가는 배의 잠항타가 맡는 셈입니다.
두 겹 선체와 깊어질수록 커지는 압력
바다에서는 깊이 들어갈수록 압력이 커집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33피트(10.06 m) 내려갈 때마다 압력이 1기압씩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잠수함의 선체는 이 압력을 견뎌야 합니다.
1946년 함대형 잠수함은 선체가 두 겹이었고, 두 겹은 하는 일이 달랐습니다. 침수구는 그냥 뚫린 구멍이라서, 주 탱크가 찬 채로 물에 잠기면 바깥 선체의 안팎에 모두 바닷물이 닿습니다. 안팎의 압력 차가 없으니 바깥 선체는 가볍게 지었습니다.
사람이 타는 안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배 안의 압력은 대기압에 가깝기 때문에 안쪽 선체가 바닷물의 압력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그래서 깊은 곳의 수압을 견디도록 안쪽 선체, 곧 압력 선체(pressure hull)는 두껍고 단면이 둥글게 만들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물속에서는 빛이 멀리 못 간다
잠수함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빛의 세계에서 벗어납니다. NOAA에 따르면 빛은 바다에서 1,000 m 깊이까지 잡힐 수 있지만, 200 m보다 깊은 곳에는 의미 있는 빛이 거의 없습니다. 물속에서는 소리가 레이다파와 빛보다 멀리 갑니다. 그래서 물속을 살필 때는 소나(sonar)를 씁니다.
이 사이트의 레이저 글이 주로 다루는 빛은 공기 속을 지나는 빛입니다. 공기 속에서도 빛은 흡수되고 흩어지고 흔들립니다. 물속에서 빛이 금세 사라지는 모습과 견주어 읽으면, 빛이 지나는 길이 왜 중요한지가 더 또렷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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