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배는 숨을 데가 마땅치 않습니다. 커다란 쇠 덩어리가 탁 트인 수면에서 엔진을 돌리고, 배기를 내뿜고, 물살을 가르며 지나갑니다. 그런데도 해군은 오래전부터 배를 덜 보이게 만들려고 애써 왔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줄인다는 걸까요? 이 글은 함정 스텔스(stealth)가 무엇을 줄이려 하고 그것이 어디서 생기는지를 반사 법칙과 물속 소리의 원리로 풀어 봅니다. 그리고 위장 무늬에서 실험선 시 섀도, 줌왈트급 구축함(destroyer)까지 공개된 역사를 따라갑니다.

배가 내는 신호는 여러 가지다

스텔스는 흔히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뜻은 그보다 수수합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군사 스텔스를 함정이나 항공기 같은 자산의 신호(signature), 곧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감을 줄이는 일로 설명합니다.

배 한 척이 내놓는 신호는 하나가 아닙니다. 레이다 전파를 되돌려 보내는 선체, 열을 내는 배기, 물속으로 퍼지는 소리, 배가 만드는 자기장, 눈에 보이는 모습이 모두 신호입니다. 배가 지나간 뒤 물 위에 남는 항적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옆에서 본 단순한 배 한 척 둘레에 여섯 가지 신호가 표시되어 있다. 위쪽에 레이다 메아리와 눈에 보이는 모습, 굴뚝 쪽에 적외선(열), 물속에 소리와 자기장, 배 뒤쪽 수면에 항적. 값과 축척은 없다
배 한 척이 내놓는 여러 신호. 함정 스텔스는 이것들을 함께 줄이려 합니다 (도표)(도표)

하나를 줄여도 다른 것이 남습니다. 그래서 함정 스텔스는 한 가지 장치가 아니라 여러 신호를 함께 다루는 설계의 문제가 됩니다. 아래에서 신호를 하나씩 살펴봅니다.

레이다: 기울인 벽이 메아리를 비켜 보낸다

레이다는 마이크로파를 쏘고, 돌아오는 메아리를 잡아 그 시간을 재어 물체까지의 거리를 압니다. 레이다에 덜 잡히려면 메아리를 덜 돌려보내면 됩니다. 이 메아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값이 레이다 반사면적(radar cross section, RCS)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RCS를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오는, 잴 수 있는 레이다 신호의 양"으로 풀이합니다.

RCS는 배의 크기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표적의 모양과 재료, 레이다의 주파수와 편파에 따라 달라집니다. 몸체의 모양과 표면의 세부, 흡입구와 배기구도 저마다 몫을 보탭니다.

모양이 왜 중요한지는 거울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매끈한 면에 닿은 빛은 들어온 각과 같은 각으로 튕겨 나갑니다. 이것이 반사 법칙이고, 각은 면에 수직인 선을 기준으로 잽니다. 레이다를 똑바로 마주 보는 벽은 메아리를 레이다 쪽으로 그대로 돌려보내고, 같은 벽을 기울이면 메아리는 위나 아래로 비켜 갑니다.

서로 직각으로 만난 두 면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이런 모서리에 닿은 빛은 들어온 방향과 나란하게 되돌아가고, 들어온 각이 어떻든 마찬가지입니다. 모서리 반사기(corner reflector)가 바로 이 성질을 씁니다.

세 칸 비교. 왼쪽 레이다에서 온 파가 곧게 선 벽에 닿으면 레이다 쪽으로 그대로 돌아간다. 안쪽으로 기운 벽에 닿으면 위로 비켜 간다. 서로 직각인 두 면으로 된 모서리에 닿으면 들어온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각도와 치수가 없는 개념 그림이라는 메모가 있다
곧은 벽, 기운 벽, 직각 모서리에서 레이다파가 가는 곳. 반사 법칙만으로 그린 개념 그림입니다 (도표)(도표)

거울 비유는 여기까지만 맞습니다. 실제 레이다파는 배의 모서리, 표면의 작은 세부, 재료에 따라 더 복잡하게 흩어집니다. 모양 말고 재료로 메아리를 줄이는 전파흡수재(radar-absorbing material)도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물이 이 재료에 주는 영향까지 따져야 했고, 이 이야기는 시 섀도에서 다시 나옵니다.

줌왈트급 구축함의 옆면은 물에 닿는 선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배의 중심 쪽, 곧 안쪽으로 기웁니다. 이런 선체를 텀블홈(tumblehome) 선체라고 부르고, 보통의 선체는 위로 갈수록 바깥으로 벌어집니다. CRS는 이 선체를 "탐지되기 어렵게 하려는" 설계라고 적었습니다.

소리와 열: 물속과 굴뚝에서 나오는 신호

물속에서는 소리가 레이다파나 빛보다 멀리 갑니다. 바다 밑을 살필 때 소리를 쓰는 소나(sonar)가 쓰이는 이유입니다. 그 가운데 수동 소나는 스스로 소리를 내지 않고, 잠수함이나 배 같은 물체가 내는 소리를 듣기만 합니다.

그러니 배를 움직이는 추진 장치의 소리도 들리는 신호가 됩니다. CRS가 2000년에 낸 전기 추진 보고서는 소음을 배 전체가 탐지되기 쉬운 정도에서 중요한 몫으로 봤습니다. 잠수함에서는 소음이 먼 거리에서 탐지·추적되는 가장 믿을 만한 길로 꼽힌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전기 추진에 거는 기대는 여기서 나옵니다. 전기 추진은 기계식 추진보다 훨씬 조용할 것으로 기대됐고, 그런 배는 덜 탐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수상 전투함에는 전통적으로 덜 중요했지만, 소음 줄이기를 포함한 스텔스가 수상함의 생존성에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도 같은 보고서에 있습니다.

열은 적외선(infrared)으로 드러납니다. 적외선 영상은 물체와 배경 사이의 온도 차이에서 신호를 얻습니다. 전기 추진은 여기서도 거론됩니다. 공기 흡입구와 배기 덕트에 드는 부피가 줄면 수상함의 적외선 신호와 RCS를 함께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와 항적: 지나간 배가 남기는 흔적

배는 둘레에 큰 자기장을 만듭니다. 수중 기뢰 가운데에는 이런 자기장이 가까이 오는 것을 느끼고 터지는 것이 있습니다. 배의 자기 신호를 줄이는 일을 자기 소거(degaussing)라고 부르는 까닭입니다.

미 해군연구청(ONR)은 2008년 7월 구축함 USS 히긴스(DDG 76)에 시제품 자기 소거 코일을 달았습니다. 이 코일은 전통적인 구리 케이블 대신 초전도 세라믹 재료로 배의 자기 신호를 없애도록 만들었습니다. 해군 전투함에 설치한 고온 초전도 자기 소거 루프를 실제로 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항적은 배가 물을 밀고 지나간 뒤 수면에 남는 자국입니다. CRS의 2000년 보고서는 전기 추진으로 가능해지는 새 프로펠러·선미 배치가 수상함의 항적 신호를 줄일 수도 있고, 그러면 머리 위의 원격 센서에 덜 잡힐 수 있다고 봤습니다.

위장 무늬에서 줌왈트까지

신호를 다스린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DARPA에 따르면 신호 관리는 100년이 넘었고, 군함에 칠한 위장 무늬에서 시작해 뒤에 항공기와 잠수함으로 이어졌습니다. 1·2차 세계대전 동안 기술자들은 눈에 보이는 모습과 레이다 신호를 함께 줄이려 했습니다.

현대의 함정 스텔스는 비행기에서 건너왔습니다. 록히드 스컹크웍스를 이끌던 벤 리치는 F-117 스텔스기에서 얻은 생각을 처음에는 잠수함에 쓰자고 했습니다. 국방부는 그가 이 생각을 수상함에 맞게 바꾼 뒤에야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나온 DARPA 계약은 스텔스 개념과 재료를 수상함에 적용하고, 바닷물이 전파흡수재에 주는 영향을 시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제품 시 섀도(Sea Shadow, IX-529)는 잠수할 수 있는 바지선 안에서 아주 비밀스럽게 조립됐습니다. DARPA는 이 배를 바다에서 스텔스 기술을 보여 준 다면체 배라고 부릅니다. 1981년 첫 시험은 크게 실망스러웠습니다. 항적이 뜻밖에 커서 소나로도, 공중에서도 탐지될 수 있었는데, 원인은 거꾸로 단 프로펠러였습니다.

문제를 찾은 뒤 사업은 이어졌습니다. 배는 1984년에 완성됐고 1985년과 1986년에 야간 시험을 했습니다. 시 섀도는 시험 단계를 넘지 못한 채 1993년에 처음 공개됐고 2006년에 해체됐습니다. 그래도 그 교훈은 잠수함 잠망경과 새 구축함에 쓰였습니다.

가로 연표 도표. 1·2차 세계대전의 위장 무늬와 시각·레이다 신호 줄이기, 1981년 시 섀도 첫 시험(항적 문제), 1984년 완성, 1985~1986년 야간 시험, 1993년 공개, 2006년 해체, 2008년 7월 USS 히긴스에 초전도 자기 소거 코일 시제품 설치. 아래 상자에 시 섀도의 교훈이 줌왈트급 설계에 반영됐다는 설명이 있다
함정 신호 관리의 공개된 주요 연도. DARPA와 미 해군연구청 자료에 적힌 것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그 새 구축함 가운데 하나가 DDG 1000 줌왈트급입니다. CRS는 이 구축함에 들어간 새 기술로 앞에서 본 텀블홈 선체, 상부 구조물의 일부를 강철이나 알루미늄 대신 큰 복합재 부분으로 만든 것, 통합 전기 추진 체계 등을 듭니다. 복합재 상부 구조물은 첫 두 척에만 쓰였고 셋째 배에는 쓰이지 않았습니다. 구축함이 어떤 배인지는 구축함과 호위함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계: 덜 보일 뿐 사라지지 않는다

스텔스의 정의부터가 신호를 "줄이는" 일입니다. 없애는 일이 아닙니다. 스텔스 개념과 재료를 시험하려고 만든 시 섀도조차 첫 시험에서 항적 때문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습니다. 한 신호를 다듬는 동안 다른 신호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셈입니다.

새 기술이 자리 잡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CRS가 옮긴 2024년 6월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는 DDG 1000 사업이 세 척을 다 지었는데도 핵심 기술 네 가지를 아직 성숙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해군은 그중 세 가지, 곧 함정의 신호·컴퓨팅·레이다 능력과 관련된 기술의 완전한 성숙을 운용 시험에서 보이려 합니다.

전기 추진이 신호를 줄인다는 이야기도 2000년 보고서에서는 기대로 적혀 있습니다. "조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줄일 수도 있다"는 표현은 결과가 아니라 전망입니다. 함정 스텔스에 관한 공개 자료를 읽을 때는 이 차이를 가려 읽어야 합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되돌아오는 신호

레이다 스텔스의 바탕에는 "얼마나 되돌아오는가"라는 물음이 있습니다. 반사 법칙과 모서리 반사기는 원래 빛에서 먼저 배우는 규칙입니다. 레이저도 같은 물음 위에서 일합니다.

빛을 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재어 거리를 아는 방식은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서 이어집니다. 레이다가 마이크로파의 메아리를 재듯, 레이저 거리 측정은 빛의 메아리를 잽니다.

다음에 읽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