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한 칠을 하면 레이다에 안 보인다." 스텔스 항공기 이야기가 나오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레이다 전파를 빨아들이는 칠이 정말 있다면, 그 칠만 두껍게 바르면 끝나는 일일까요?
레이다 전파를 흡수(absorption)하는 재료, 곧 전파흡수재(radar-absorbing material)는 실제로 쓰이는 기술입니다. 다만 하는 일이 생각보다 좁고,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내지도 못합니다. 이 글은 전파가 물체에 닿는 순간에서 출발해 흡수재가 메아리를 줄이는 두 방식을 보고, 그 칠을 제 상태로 지키는 일이 왜 만만치 않은지까지 따라갑니다.
전파가 물체를 만나면
레이다는 마이크로파를 쏘고 되돌아온 메아리의 시간을 재어 거리를 알아냅니다. 구름이든 항공기든 메아리를 돌려보내면 잡힙니다. 레이다의 기본 원리는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 있습니다.
전자기파가 물질에 닿으면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일부는 표면에서 튕겨 나가고, 일부는 물질 속에서 사라지는 흡수가 일어나고, 나머지는 물질을 지나갑니다. 한 물질에서 셋이 함께 일어나는 일도 흔합니다.
흡수된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요? 부엌의 전자레인지가 답을 보여 줍니다. 음식 속 물이 마이크로파를 흡수하면 그 에너지가 분자의 열 운동이 되어 음식이 데워지고, 물이 없는 접시는 그만큼 데워지지 않습니다. 바닷물도 전기가 잘 통해서 전파를 강하게 흡수합니다.
레이다 쪽에서 보면 세 갈래 가운데 문제는 반사입니다. 레이다가 듣는 것은 되돌아온 몫뿐이기 때문입니다. 흡수재는 이 몫을 줄이고, 그만큼을 흡수 쪽으로 돌리려는 재료입니다.
흡수재가 하는 두 가지 일
마이크로파 흡수재를 정리한 2021년 공개 리뷰 논문(Nano-Micro Letters)은 흡수재가 전자기파를 열이나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꿔 흩어 없앤다고 설명합니다. 흡수재는 레이다 스텔스에도 쓰이고, 리뷰는 군사 장비에 흡수재를 칠하는 것을 탐지를 막는 수단의 하나로 꼽습니다.
좋은 흡수재가 갖춰야 할 조건은 둘입니다. 하나는 들어온 파를 되도록 많이 안으로 들이는 것입니다. 표면에서 덜 튕겨 내야 한다는 뜻이고, 이 조건을 임피던스 정합(impedance matching)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하나는 안으로 들어온 파를 강하게 줄이는 감쇠입니다.
두 조건은 서로 걸립니다. 파를 안으로 많이 들일수록 안에서 줄이는 힘은 약해지기 쉽습니다. 전기가 지나치게 잘 통하는 재료는 파를 안으로 들이지 못하고 많이 반사해 버립니다. 그러면 정합이 깨지고 감쇠도 나빠집니다.
안에서 파를 줄이는 방식은 손실의 종류로 나눕니다. 재료의 전기적 성질에서 오는 유전 손실, 자기적 성질에서 오는 자기 손실, 그리고 둘을 함께 쓰는 경우입니다. 자기 손실에서는 바깥 파가 자성 재료에 해 준 일이 재료가 자화되고 풀리는 과정에서 열로 바뀝니다.
문 앞에서 손님을 돌려보내지 않고 안으로 들인 뒤, 긴 복도를 걷게 해 기운을 빼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파는 지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동안 에너지가 조금씩 열로 바뀌면서 장의 세기가 줄어듭니다. 다 줄지 못하고 남은 몫은 그대로 계속 나아갑니다.
반사끼리 지우기: 간섭
메아리를 줄이는 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리뷰는 흡수재 안에서 일어나는 간섭(interference)으로 반사파를 없애는 것도 전자기파를 줄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습니다.
간섭은 물리 교과서의 얇은 막 이야기로 보면 잘 보입니다. 빛이 얇은 막에 닿으면 윗면에서 일부만 반사되고, 나머지는 막 안으로 들어가 아랫면에서 다시 일부가 반사됩니다. 아랫면에서 돌아 나온 빛은 더 먼 길을 왔기 때문에 윗면 반사와 박자가 맞을 수도,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반 박자 어긋나면 두 반사가 서로를 지웁니다.
렌즈를 여러 장 쓰는 카메라에서는 렌즈 표면마다 생기는 반사가 사진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렌즈에 얇은 막을 입혀 반사끼리 지워지게 합니다.
이런 막을 무반사 코팅(anti-reflection coating), 곧 반사 방지 코팅이라고 부르고, 자동차 창과 선글라스에도 쓰입니다. 그런데 교과서는 이 이름이 대략 맞는 말일 뿐이라고 덧붙입니다. 맞춘 파장(wavelength)이 아닌 다른 파장은 일부만 지워지기 때문입니다.
간섭은 빛과 전파에 똑같이 일어나는 파동의 성질입니다. 그래서 간섭에 기대는 방식은 맞춘 파장 근처에서 가장 잘 듣습니다. 앞의 리뷰는 이상적인 흡수재가 가볍고, 얇고, 흡수 대역이 넓고, 흡수가 강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항공기에 바르는 재료라면 무게와 두께가 그대로 기체에 더해집니다.
도료만으로는 모자란 까닭
스텔스의 역사를 보면 흡수재는 처음부터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신호를 줄이는 일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고 소개합니다. 군함의 위장 무늬에서 시작해 항공기와 잠수함으로 이어졌고, 1·2차 세계대전 때 기술자들은 눈에 보이는 신호와 레이다 신호를 함께 줄이려 했습니다.
DARPA의 설명에서 A-12/SR-71 정찰기 설계는 전파 흡수 도료와 함께 기체 구조 가장자리에서 레이다 반사면적(RCS)을 줄이는 방법을 썼습니다. 흡수 기능을 칠에만 맡기지 않고 구조 쪽에서도 반사를 줄였다는 뜻입니다. 뒤의 실험 생존성 시험기(XST) 사업을 두고 DARPA는 형상과 재료가 모두 매우 중요했다고 적었습니다.
XST 사업이 키운 기술 목록에서도 흡수재는 한 항목입니다. 반사면적 줄이기, 전파 흡수재 개발, 적외선 가림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도료 한 가지로 스텔스를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모양이 메아리를 얼마나 바꾸는지는 "레이다 반사면적(RCS): 큰 비행기가 작게 보인다는 말의 뜻"에서 따로 다룹니다.
바른 뒤가 더 어렵다: 정비
F-22를 보면 흡수 도료는 바른 뒤의 관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2018년 F-22 보고서에서 미 공군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기체 바깥의 스텔스 도료를 유지하는 일이 시간이 많이 들어 임무에 쓸 수 있는 시간을 크게 줄인다고 적었습니다.
관계자들은 F-22의 저피탐(LO) 도료가 사실 여러 겹의 도료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들여 바르고 굳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기체를 쓸 수 없습니다. 기체마다 정기적으로 꼼꼼히 검사해 손상되거나 낡은 곳을 찾아 고쳐야 하고, 손상이 기준을 넘으면 그 기체는 임무를 할 수 없는 상태로 봅니다.
도료는 다른 정비에도 걸림돌이 됩니다. 도료를 벗겨 냈다가 다시 되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도료가 수명의 끝에 이르기 시작했다고도 적었고, 전체를 덮는 LO 도료가 없는 4세대 전투기는 이런 정비 문제를 겪지 않는다고 비교했습니다.
이것은 한 기종의 이야기이지만 새로운 문제는 아닙니다. GAO는 2002년 보고서에서 저피탐 특성의 정비가 역사적으로 예상보다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적었습니다. 적어도 F-22에서는 재료만큼이나 그것을 지키는 사람과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렌즈 코팅
반사끼리 지우는 간섭은 빛을 다루는 광학에서 오래 써 온 원리입니다. 앞에서 본 카메라 렌즈의 무반사 코팅도 그 한 예입니다. 빛이 겹칠 때 서로 세지거나 지워지는 모습은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원리를 쓰더라도 목적은 갈립니다. 렌즈 코팅은 반사를 줄여 빛을 더 많이 통과시키려는 것이고, 전파흡수재는 반사를 줄인 뒤 그 에너지를 재료 안에서 열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의 코팅 이야기는 거울, 렌즈, 코팅: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레이다 반사면적(RCS): 큰 비행기가 작게 보인다는 말의 뜻: 모양과 방향이 메아리의 크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봅니다.
- 스텔스기: 정말 보이지 않는 비행기일까: 흡수재가 들어가는 더 큰 그림, 곧 여러 신호를 함께 줄이는 항공기를 봅니다.
-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 반사끼리 지우는 원리를 빛으로 다시 봅니다.
- 거울, 렌즈, 코팅: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 레이저 쪽의 코팅이 하는 일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