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에는 눈금이 있습니다. 1 mm 눈금이 고르게 새겨진 자가 있으면 연필의 길이를 그 눈금과 견주어 잽니다. 빛의 "색"을 결정하는 주파수(frequency)를 재려면 어떤 자가 필요할까요? 빛은 1초에 수백조 번 떨기 때문에 눈금도 그만큼 촘촘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광 주파수 빗(optical frequency comb)이라는 이름은 이 물음에서 나왔습니다. 짧은 펄스를 내는 레이저의 빛을 주파수로 펼치면 빗살처럼 고르게 늘어선 선이 보이고, 이 선들이 빛을 재는 눈금이 됩니다. 이 글은 그 빗이 어떻게 생기고, 눈금의 출발점을 어떻게 찾았으며, 어디에 쓰이는지를 교과서와 공식 자료로 살핍니다.
너무 빨라서 셀 수 없는 빛
주파수(고교 교과서의 진동수)는 1초에 파동이 몇 번 떠는지입니다. 라디오파와 마이크로파는 전자 회로가 하나하나 셀 수 있을 만큼 느립니다. 빛은 다릅니다. 광시계에 쓰는 원자는 1초에 약 500조 번 떠는데, 마이크로파 원자시계에 맞춰 만든 지금의 전자 장치로는 이 광학의 "째깍"을 셀 수 없습니다.
시간의 기준도 마이크로파 쪽에 있습니다. 국제단위계(SI)의 1초는 세슘-133 원자의 두 에너지 준위 사이 전이에서 나오는 복사가 9 192 631 770번 떠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노벨상 해설 자료에 따르면 세슘 시계는 빛보다 약 10만 배(10⁵배) 느리게 떱니다. 그래서 빛의 주파수를 세슘 시계에 이으려면 아주 안정된 레이저와 마이크로파 광원을 여러 단 이어 붙인 긴 사슬이 필요했습니다.
광 주파수 빗은 이 복잡한 고조파 주파수 사슬을 모드 잠금(mode locking) 레이저 발진기 하나로 바꿨습니다. 오늘날 빗은 시계·컴퓨터·통신처럼 라디오파와 마이크로파를 쓰는 기술을, 그보다 1만 배 높은 주파수로 떠는 빛과 잇는 다리 노릇을 합니다.
펄스열을 주파수로 보면 빗이 된다
빗을 만드는 것은 모드 잠금 레이저입니다. 이 레이저는 아주 짧은 펄스를 일정한 간격으로 끝없이 내보냅니다. 1초에 펄스가 몇 번 나오는지가 반복률(repetition rate)이고, 펄스와 펄스 사이의 시간은 반복률의 역수입니다.
이 펄스열을 시간이 아니라 주파수로 펼쳐 보면 모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넓은 스펙트럼이 하나의 매끈한 언덕이 아니라, 가늘고 뾰족한 선이 고른 간격으로 늘어선 모양이 됩니다. 이 선을 빗살(comb line, 또는 comb tooth)이라 부르고, 빗살 사이의 간격은 펄스 반복률과 정확히 같습니다.
빗살이 고른 까닭은 모드 잠금에 있습니다. 모드 잠금은 레이저 안의 여러 주파수가 같은 위상(phase)에서 출발하도록 박자를 맞춥니다. 묶인 주파수가 많을수록 펄스는 짧아집니다.
노벨상 해설 자료는 5 fs 펄스 하나가 약 백만 개의 서로 다른 주파수를 묶는다고 적었고, NIST도 빗의 펄스에 백만 가지 색이 들어 있다고 소개합니다. 모드 잠금이 어떻게 펄스를 만드는지는 「Q-스위칭과 모드 잠금: 짧은 펄스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에 자세히 있습니다.
빗을 정하는 두 숫자
빗살 하나하나의 주파수는 두 숫자로 정해집니다. 하나는 빗살 간격인 반복률 f_rep이고, 다른 하나는 빗 전체가 0에서 얼마나 비켜 서 있는지를 나타내는 오프셋 주파수 f_CEO입니다.
fₙ = f_CEO + n × f_rep
여기서 fₙ은 n번째 빗살의 주파수이고, n은 아주 큰 정수입니다. f_CEO의 CEO는 반송파-포락선 오프셋(carrier-envelope offset)의 줄임말입니다.
보통의 자는 눈금이 0에서 시작합니다. 빛의 빗은 그렇지 않습니다. 빗살을 0 쪽으로 계속 이어 그어 보면 마지막 빗살이 0에 딱 떨어지지 않고 조금 비켜 섭니다. 그 비켜 선 거리가 f_CEO입니다.
이 어긋남은 펄스 안에서 생깁니다. 펄스는 빠르게 떠는 빛의 파동(반송파)과 그 파동의 세기를 감싸는 포락선으로 이루어집니다. 포락선 아래의 파동은 위상 속도로, 포락선은 군속도로 나아가는데, 레이저 안의 결정 같은 물질에서는 이 두 속도가 보통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진기를 한 바퀴 돌 때마다 파동의 마루가 포락선의 꼭대기에서 조금씩 미끄러집니다.
보통의 모드 잠금 발진기 안에는 포락선과 반송파를 묶어 두는 장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둘 사이의 위상 차는 무작위로 흔들리고, f_CEO도 따라 흔들립니다. Keller의 교과서는 두 가지 흔들림을 나눠 설명합니다. 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흔들리면 고른 빗이 "숨을 쉬듯" 늘었다 줄었다 하고, 오프셋이 흔들리면 빗 전체가 옆으로 미끄러집니다.
빗살 간격이 아무리 정확해도 출발점을 모르면 자로 쓸 수 없습니다. 모르는 주파수를 재려면 이 공통의 어긋남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문제는 1995년 비선형 광학·레이저를 다룬 고든 학회에서도 뜨거운 주제였지만, 그때는 해법이 없었습니다.
어긋난 출발점 찾기: f-2f 자기 참조
해법은 빗을 아주 넓게 만드는 데서 나왔습니다. 빗의 가장 높은 주파수가 가장 낮은 주파수의 두 배를 넘으면 빗은 한 옥타브(octave)를 덮습니다. 이때 출발점을 빗 스스로 잴 수 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빗의 낮은 끝에 있는 n번째 빗살을 비선형 결정에 통과시켜 주파수를 두 배로 올립니다. 그러면 2fₙ이 생기고, 이것은 빗의 높은 끝에 있는 2n번째 빗살 f₂ₙ 바로 옆에 섭니다. 앞의 식에 넣어 보면 2fₙ에는 오프셋이 두 번, f₂ₙ에는 한 번 들어 있어서, 둘의 차이가 정확히 f_CEO가 됩니다.
두 빛을 한 검출기에 함께 비추면 둘의 차이 주파수로 세기가 오르내리는 맥놀이(beat) 신호가 생깁니다. 이 신호는 마이크로파 스펙트럼 분석기로 바로 잴 수 있습니다. 다른 레이저를 더 쓰지 않고 빗 자신의 두 끝을 견주기 때문에 이 방법을 자기 참조(self-referencing) f-2f 간섭계라 부릅니다. 빛이 겹쳐 세기가 바뀌는 원리는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에서 다뤘습니다.
대가도 있습니다. 적어도 한 옥타브에 이르는 아주 넓은 빗이 필요한데, 스펙트럼 양 끝의 출력은 보통 매우 낮습니다. 처음에는 레이저 밖의 광섬유에서 비선형 효과로 스펙트럼을 넓혀야 옥타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넓힌 빛(초연속광, supercontinuum)은 잡음을 크게 더할 수 있어서 결맞음(coherence)을 지키도록 다듬어야 합니다.
Bell 연구소 팀이 만든, 한 옥타브가 넘는 주파수를 내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광섬유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었습니다.
빗살과 맥놀이로 모르는 빛 재기
빗이 준비되면 모르는 레이저의 주파수를 잴 수 있습니다. 그 빛을 빗과 겹치면 가장 가까운 빗살과의 맥놀이가 생기고, 이 맥놀이는 다루기 쉬운 라디오 주파수 범위에 있습니다. 노벨상 해설 자료는 이것을 소리굽쇠 두 개에 빗댑니다. 두 소리굽쇠를 함께 울리면 각각의 음보다 훨씬 낮은 주파수로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 들립니다.
비유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소리굽쇠는 둘이지만 빗에는 빗살이 백만 개쯤 있고, 그 하나하나의 주파수가 반복률과 오프셋이라는 두 라디오 주파수로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빛의 주파수를 재는 일이 전자 장치로 셀 수 있는 라디오 주파수 몇 개를 재는 일로 바뀝니다. 빗은 결국 라디오 주파수 범위의 펄스 반복률을 재서 모르는 광 주파수를 알아냅니다.
자로 쓰려면 두 숫자를 모두 붙잡아야 합니다. 모드 잠금 레이저의 빗은 오프셋 주파수와 반복률이라는 두 자유도를 가지고, 둘 다 안정시켜야 합니다. 기준으로는 수정 발진기, 세슘 시계로 다스리는 마이크로파 발진기, 수소 메이저 같은 안정된 마이크로파 신호를 씁니다.
거꾸로도 쓸 수 있습니다. 아주 안정된 레이저에 빗을 묶으면 빗은 주파수 나눗셈기처럼 작동해 빛의 안정도를 마이크로파 대역의 반복률로 옮겨 줍니다. 이렇게 하면 잡음이 아주 낮은 마이크로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정도의 안정은 공짜가 아닙니다. Keller의 교과서는 길이 10 cm, 중심 파장(wavelength) 1.55 µm인 공진기를 예로 듭니다. 10⁻¹⁵의 상대 안정도를 얻으려면 이 공진기의 길이를 양성자 지름보다 작은 오차로 붙잡아야 합니다. 이런 기계적 안정은 능동 방진 장치 같은 큰 노력이 있어야 얻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착상에서 2005년 노벨상까지
빛을 자로 재려는 노력은 단위의 역사와 함께 갔습니다. 1960년 국제도량형총회는 파리에 보관하던 막대 자를 버리고, 크립톤 기체가 내는 특정 스펙트럼선 파장의 일정한 수로 미터를 정했습니다. 1983년에는 빛의 속도를 정확히 299,792,458 m/s로 정했습니다. 그래도 빛의 주파수를 세슘 시계에 잇는 일은 여전히 긴 사슬에 기대야 했습니다.
빗의 착상은 1970년대에 나왔습니다. 노벨상 해설 자료에 따르면 Theodor W. Hänsch는 1970년대 말에 이미 펄스 레이저도 날카로운 주파수를 내므로 정밀 분광에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실험으로 보였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의 V. P. Chebotayev도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NIST는 Hänsch가 Stanford 대학에 있을 때 첫 광 주파수 빗의 모형을 내놓았다고 적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티타늄을 넣은 사파이어 결정(Ti:사파이어) 레이저가 펨토초 펄스로 고르게 맞춰진 주파수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오프셋이었습니다.
오프셋을 푼 해는 자료마다 조금 다릅니다. NIST는 JILA의 John L. Hall과 동료들이 옥타브를 넘는 광섬유로 1999년에 자기 참조 기법을 만들었다고 적고, 노벨상 해설 자료는 진짜 돌파가 1999년 무렵, Hall 팀의 해법이 2000년 무렵이라고 적습니다. Keller의 교과서는 해법 논문이 1999년에 나왔고 빗의 혁명이 2000년 무렵 세 편의 핵심 논문으로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2005년 노벨 물리학상의 절반은 Hall(JILA, 콜로라도 대학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과 Hänsch(독일 Max-Planck-Institut für Quantenoptik,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에게 함께 돌아갔습니다. 수상 이유는 "광 주파수 빗 기술을 포함한 레이저 기반 정밀 분광의 발전에 기여"한 것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광학적 결맞음의 양자 이론에 기여한 Roy J. Glauber가 받았습니다. 노벨상 보도 자료는 Hall과 Hänsch의 업적으로 주파수를 15자리 정확도로 잴 수 있게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시계, 분광, 거리 측정
가장 큰 쓰임은 시계입니다. 빗살이 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빗은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빠른 광 주파수를 전자 장치와 지금의 원자시계가 쓰는 마이크로파로 나눠 내립니다. 그래서 원자의 빛 떨림을 세는 광 원자시계를 실제 시간 기준에 이을 수 있습니다.
NIST는 광 원자시계가 언젠가 초를 다시 정의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국제도량형국(BIPM)의 시간·주파수 자문위원회(CCTF)는 초의 정의를 새로 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그 시점을 "아마 2030년"으로 적었습니다.
시간이 정확해지면 위치도 정확해집니다. GPS 위성과 수신기는 신호가 오가는 시간으로 위치를 짚습니다. NIST는 앞으로 항법 위성에 광 원자시계를 실어 GPS가 센티미터 안으로 위치를 짚게 되기를 과학자들이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아직은 바람이지 이루어진 일이 아닙니다.
분광에도 쓰입니다. 원자와 분자는 저마다 특정한 주파수의 빛을 흡수합니다. 빗은 짧은 펄스 안에 수백만 개의 주파수를 담고 있어서 분자의 양, 구조, 움직임을 빠르게 살필 수 있습니다. 2019년에는 NIST, 콜로라도 대학 볼더, LongPath Technologies가 유전과 가스전에서 새는 적은 양의 메탄을 찾는 휴대용 이중 빗 분광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이중 빗(dual comb)은 반복률이 조금 다른 두 펄스열을 함께 쓰는 방법이고, 쓰임 가운데 하나가 정밀한 광학 거리 측정입니다. NIST는 2013년에 반사된 빛을 분석해 물체까지 거리를 재는 빗 기반 라이다(lidar)의 특허를 받았습니다. 빛으로 거리를 재는 여러 방법은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빗은 먼 별빛의 색을 추적해 별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을 찾는 데에도 쓰입니다.
아주 짧은 펄스를 다루는 과학에도 빗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펄스가 빛의 진동 몇 번 길이로 짧아지면 포락선 아래 파동의 위치가 펄스의 가장 센 전기장을 바꿉니다. 이 위치를 CEO 위상이라 하고, 아토초 펄스를 만드는 연구는 흔히 CEO 위상이 안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국방 연구에서도 같은 바탕 기술을 봅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위치 찾기, 항법, 통신, 결맞음 영상, 레이다 같은 국방 응용이 안정된 전자기 복사에 기댄다고 보고, 확립된 초고속 레이저 기법을 바탕으로 PULSE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목표에는 위상 잡음이 낮은 휴대용 라디오 주파수 발진기와 가장 정확한 광시계를 세계에 나누는 기법이 들어 있었고, 이 프로그램은 끝났습니다. 빗은 무언가를 쏘는 장치가 아니라 시간과 주파수를 재는 도구입니다.
남은 숙제
첫째는 옥타브를 얻는 일입니다. Keller의 교과서는 Ti:사파이어 레이저를 발진기 안에서 바로 옥타브 스펙트럼을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레이저로 꼽지만, 그 대가로 고출력 녹색 펌프 레이저가 필요하다고 적습니다. 다른 레이저는 바깥 광섬유로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데, 초연속광을 만드는 이 과정은 잡음을 더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잡음과 크기 사이의 줄다리기입니다. 초고속 광섬유 레이저는 본래 위상 잡음이 더 크지만, 더 정교한 능동 안정화로 뛰어난 잡음 성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통신용 광섬유 부품을 쓰는 광섬유 빗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처음의 빗보다 작아서 계측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지금 많은 빗은 신발 상자만 한 크기로, 실험실 안팎에서 널리 쓰입니다.
셋째는 칩 위의 빗, 곧 마이크로콤(microcomb)입니다. 마이크로콤은 단일 주파수 연속파 레이저로 펌핑하는 아주 작은 공진기에서 빗을 만듭니다. 칩 위 마이크로콤의 빗살 간격은 20 GHz에서 100 GHz 넘게까지이고, 평균 출력이 보통 매우 낮으며 빗살 하나당 출력은 훨씬 더 낮습니다. NIST는 지금의 마이크로콤이 전원, 증폭기, 펌프 레이저처럼 칩 밖의 도구가 있어야 돌아가고, 빗을 정확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기 참조가 가장 큰 고비일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Q-스위칭과 모드 잠금: 짧은 펄스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 빗을 만드는 모드 잠금 레이저가 펄스를 어떻게 내는지 봅니다.
- 「CW 레이저와 펄스 레이저는 어떻게 다른가」: 반복률, 펄스 폭 같은 펄스 레이저의 기본 숫자를 정리합니다.
-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 빛으로 거리를 재는 방법을 이중 빗까지 함께 봅니다.
- 「처프 펄스 증폭(CPA): 노벨상을 받은 펄스 키우기」: 짧은 펄스를 망가뜨리지 않고 키우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