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밑에 가만히 놓인 채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무기가 있습니다. 쫓아가지도, 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만으로 배가 다니는 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뢰(naval mine) 이야기입니다. 기뢰는 어떻게 배를 알아채고, 사람들은 넓은 바닷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찾아낼까요? 기뢰의 갈래와 놓이는 자리, 기뢰를 치우는 두 방법, 역사 속 사례와 국제법의 규칙, 그리고 레이저로 기뢰를 찾으려 한 사업까지 차례로 봅니다.
값싸고 조용히 기다리는 무기
기뢰는 배를 따라가지 않고 길목을 차지합니다. 미 국립연구회의(National Research Council, NRC)가 2001년에 낸 기뢰전 보고서는 기뢰의 쓰임을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크게 보면 좁은 바다의 통행이나 항구의 드나듦을 막거나 한쪽으로 몰고, 작게 보면 좁은 해협과 상륙 해안으로 가는 움직임을 늦추거나 멈추게 합니다.
위협의 크기는 값과 이어집니다. 현대 기뢰는 값이 싸고 구하기 쉬워서, 선박과 해군 작전에 대한 위협으로서 무게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판단이었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2001년에 기뢰를 부설할 능력을 가진 나라는 50개가 넘었습니다.
치우는 쪽의 사정은 다릅니다. 기뢰는 예상되는 항공·미사일 위협보다 널리 퍼져 있고, 대응하기가 여러 면에서 더 어려우며 시간도 분명히 더 걸립니다. 한 발을 바다에 놓는 일과, 그 바다에 기뢰가 없다고 확인하는 일의 무게가 크게 다른 셈입니다.
닿아야 터지는 기뢰, 느끼고 반응하는 기뢰
가장 단순한 갈래는 접촉 기뢰(contact mine)입니다. 배의 선체가 직접 닿아야 작동합니다. 1907년에 맺은 헤이그 제8협약의 이름에도 "자동 촉발 해저 기뢰(automatic submarine contact mines)"라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다른 갈래는 감응 기뢰(influence mine)입니다. 닿지 않아도, 지나가는 배가 주변에 내는 신호(signature)에 반응합니다. 접촉 기뢰가 눌러야 울리는 초인종이라면 감응 기뢰는 다가오는 사람을 알아채는 현관의 동작 감지등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감지등과 달리 빛이 아니라 물속의 소리, 자기, 압력 같은 신호를 느낍니다.
그래서 군함은 스스로 내는 신호를 관리합니다. 많은 군함은 감응 기뢰의 기폭에 덜 걸리도록 음향·자기·전기 신호를 줄이게 설계합니다. 설계한 신호를 지키려면 장비를 잘 정비하고, 해군의 측정장과 소자장(degaussing range)에서 자기 신호를 주기적으로 재야 합니다. 신호는 한 번 설계해서 끝나는 값이 아니라, 계속 재고 관리해야 하는 값입니다.
압력에 반응하는 압력 감응 기뢰도 있습니다. 바다는 스스로도 압력을 흔듭니다. 조류와 난류가 만드는 자연스러운 압력 변화가 압력 감응 기뢰를 작동시킬 수 있고, 기뢰를 바닥에 묻히게 하기도 합니다.
떠 있거나, 묶여 있거나, 바닥에 있거나
기뢰는 놓이는 자리로도 나뉩니다. 헤이그 제8협약은 닻에 묶인 기뢰와 닻이 없는 기뢰를 따로 다룹니다. 닻에 줄로 묶여 물속에 떠 있는 것을 계류 기뢰(moored mine)라고 합니다.
바닥에 가라앉아 놓이는 해저 기뢰(bottom mine)도 있습니다. 감응 기뢰는 줄에 묶인 것도, 바닥에 놓인 것도 있습니다.
줄 없이 물에 떠다니는 기뢰도 있습니다. 헤이그 제8협약이 "닻 없는 기뢰"로 따로 다루는 것이 이런 기뢰입니다. 협약이 이 기뢰에 어떤 시간 제한을 두었는지는 아래 국제법 절에서 봅니다.
소해: 쓸어 내기와 하나씩 찾기
바다의 기뢰를 치우는 일을 기뢰 대응(mine countermeasures, MCM)이라고 합니다. 그 안에는 방식이 다른 두 방법이 있습니다. 넓은 물을 쓸어 내는 소해(minesweeping)와, 기뢰를 하나씩 찾아 처리하는 기뢰 탐색(minehunting)입니다.
소해에도 두 갈래가 있습니다. 기계식 소해는 수면 가까이 떠 있는 계류 기뢰의 줄을 끊습니다. 감응 소해는 반대로 배의 신호를 흉내 냅니다. 1998년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실린 한 개발 사업은 자기·음향 체계로 상륙정의 신호를 흉내 내어 감응 기뢰를 빠르게 치우려는 것이었습니다.
기뢰 탐색은 네 단계로 나뉩니다. 물속의 물체를 찾아내는 탐지(detect), 그것이 기뢰처럼 보이는지 가려내는 분류(classify), 정말 기뢰인지 확인하는 확인(identify), 그리고 해가 없게 만드는 무력화(neutralize)입니다. 2001년 당시 미 해군의 수상 기뢰 대응함은 이 네 기능을 모두 맡았습니다.
두 방법은 서로의 빈자리를 메웁니다. 찾는 일에는 소나(sonar)와 해양 포유류가 쓰입니다. 그런데 바닥에 기뢰처럼 보이는 물체가 너무 많고 다른 길을 고를 수도 없으면, 하나씩 찾는 일은 매우 느려지기 쉽고 소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은 누가 할까요? 1998년 GAO 보고서 당시 미 해군의 기뢰 대응은 전용 부대가 맡았습니다. 연안 기뢰 탐색함 12척과 기뢰 대응함 14척, 지휘·지원함 1척, 기뢰 탐색·제거 헬기 24대, 폭발물 처리(explosive ordnance disposal, EOD) 분견대 17개, 그리고 극천해 분견대와 해양 포유류 분견대가 하나씩 있었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직접 물에 들기도 합니다. 2001년 무렵 물속 기뢰 대응의 핵심은 폭발물 처리 잠수사와 해양 포유류였습니다. 그때 작은 무인잠수정(unmanned undersea vehicle, UUV)이 개발되고 있었고, 언젠가 잠수사와 해양 포유류를 돕거나 대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전용 부대만으로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기뢰 대응함은 항모 전투단이나 상륙 준비단을 따라 해외로 나설 만한 속도와 항속력이 없었습니다. 미 해군은 전용 부대만 두던 전략을 바꿔, 함대의 전투함에 직접 실을 기뢰 대응 능력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1995년 미 해군 참모총장의 백서도 기뢰 대응을 따로 떨어진 지원 부대만의 일로 두지 말고 바다의 전투 부대가 직접 갖추라고 지시했습니다.
역사 속 기뢰
기뢰가 싸움의 모양을 바꾼 일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의 모빌만 해전에서 남부 연합군은 북부 함대와 대등하게 맞설 수 없자 기뢰를 방어 장벽으로 썼습니다. 북군 지휘관 데이비드 패러것(David Farragut) 소장은 감시와 정찰 뒤 기뢰를 찾아 피하는 방법으로 장벽을 뚫었고, 배는 한 척만 잃었습니다.
2차 대전에서는 기뢰가 바닷길 자체를 흔들었습니다. 2001년 미 국립연구회의 보고서가 든 숫자로는, 대서양 전쟁에서 영국 공군(RAF)은 5년 동안 기뢰 부설 출격 20,000회로 배 638척을 가라앉혔고, 그사이 항공기 450대를 잃었습니다. 태평양에서는 1945년 봄 미군 B-29가 떨어뜨린 기뢰가 잠수함전과 함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을 바다 건너의 식량과 자원에서 사실상 떼어 놓았습니다.
베트남전 중인 1972년 5월에는 하이퐁항과 북베트남 해안의 다른 항구에 자기·음향 기뢰 수천 발이 투하되었습니다. 바다로 들어오던 전쟁 물자는 거의 끊겼습니다. 1991년 걸프전에서는 반대로 이라크 기뢰가 미국의 상륙 작전 계획을 가로막았고, 순양함 프린스턴(Princeton)과 상륙함 트리폴리(Tripoli)를 크게 부숴 작전 지원에서 빠지게 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또렷합니다. 2001년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대전 뒤 미 해군 함정 14척이 기뢰로 가라앉거나 부서졌고, 미사일·항공 공격으로 부서진 배는 2척이었습니다. 기뢰 피해 14건 가운데 10건은 한국전쟁 때였습니다. 1998년 GAO 보고서도 1950년 이후 부서지거나 파괴된 미 해군 함정 18척 가운데 14척을 적 기뢰 탓으로 셌고, 걸프전에서 두 척이 크게 부서진 뒤 해군이 기뢰전 능력을 높이는 조치를 시작했다고 적었습니다.
국제법이 그은 선
기뢰에 대한 국제 규칙은 백 년도 더 전에 나왔습니다. 1907년 헤이그 제8협약은 자동 촉발 기뢰에 몇 가지 선을 그었습니다. 닻 없는 자동 촉발 기뢰는, 부설한 쪽이 통제를 잃은 뒤 길어야 한 시간 안에 무해해지도록 만든 것이 아니면 깔 수 없습니다. 닻에 묶인 기뢰는 계류줄에서 떨어져 나가는 즉시 무해해져야 합니다.
협약은 바다를 함께 쓰는 배도 챙깁니다. 닻에 묶인 자동 촉발 기뢰를 쓸 때는 평화로운 선박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해야 합니다. 전쟁이 끝나면 체약국은 자기가 깐 기뢰를 각자 치우는 데 힘을 다해야 합니다.
평시의 규칙도 있습니다. 2001년 보고서는 미국이 서명한 국제 협약이 평시에 국제 수역에 무장한 기뢰를 까는 것을 금지하고, 계속 감시하며 국제 선박에 위치를 알리는 경우만 예외로 둔다고 설명합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빛으로 물속을 살피기
기뢰를 찾는 눈이 소리만은 아닙니다. 1998년 GAO 보고서에는 "매직 랜턴(Magic Lantern)"이라는, 헬기에 다는 레이저·카메라 체계가 나옵니다. 계류 기뢰를 탐지하고 분류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대상은 떠 있는 기뢰와 얕은 물의 계류 기뢰였습니다.
매직 랜턴은 이 기술을 개발한 업체 가운데 한 곳의 상품 이름입니다. 미 해군은 이런 기술들을 공중 레이저 기뢰 탐지 체계(Airborne Laser Mine Detection System, ALMDS)라는 사업 이름 아래 개발했습니다. 다만 1998년 GAO 보고서에 따르면, 매직 랜턴을 배치하려던 체계는 해군이 조달 예산을 대지 않아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2001년 미 국립연구회의 보고서가 헬기에 더하라고 권한 장비에도 ALMDS가 들어 있었습니다.
소리 대신 빛으로 물속을 살핀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레이저로 거리를 재고 지도를 그리는 기술과 이어집니다. 빛 펄스가 갔다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원리는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소나: 물속에서는 왜 소리로 볼까: 기뢰를 찾는 데 쓰는 소리의 원리를 봅니다.
- 무인잠수정(UUV): 물속 로봇은 어떻게 임무를 할까: 잠수사를 돕거나 대신할 물속 기체를 봅니다.
- 무인수상정(USV): 선원이 없는 배의 기술 과제: 사람이 타지 않는 배의 기술 과제를 봅니다.
-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 빛으로 재는 원리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