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없는 들판에 서면 눈앞의 길조차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빛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의 별빛처럼 희미한 빛이 땅을 조금은 비춥니다.
야간투시경은 이 희미한 빛을 사람 눈이 볼 수 있을 만큼 밝게 키웁니다. 그 일을 하는 부품이 영상증폭관(image intensifier tube)입니다. 이 글은 빛이 관 안에서 전자로 바뀌었다가 다시 빛이 되는 순서, 화면이 초록빛인 까닭, 세대 이름이 가리키는 것, 그리고 공개 자료에 적힌 한계를 차례로 살핍니다.
빛을 키운다는 것, 열을 본다는 것
어둠 속에서 보는 방법은 크게 둘입니다. 영상증폭은 주변에 있는 빛을 키우고, 열 영상은 물체와 배경이 내는 열의 차이를 잡아냅니다. 미 육군은 이 둘을 어둠 속에서 보게 해 주는 두 기초 능력이라고 부르며, 가장 이른 조준경에 쓰인 것이 영상증폭이라고 설명합니다.
두 방법은 받는 빛이 다릅니다. 열 영상은 물체가 스스로 내는 열, 곧 적외선(infrared)을 받습니다. 영상증폭은 물체에 비친 가시광과 그 바로 바깥의 근적외선을 받습니다. 영상증폭은 그것이 만드는 초록 영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열 영상의 원리는 『열상 조준경: 깜깜한 밤에 열로 보기』에서, 항공기의 열을 찾는 장비는 적외선 탐색·추적(IRST)에서 다룹니다.
빛을 전자로: 광음극
영상증폭관의 앞쪽 끝에는 대물렌즈가 있습니다. 렌즈는 들어온 빛을 광음극(photocathode)이라는 면에 모읍니다. 광음극은 가시광과 근적외선 모두에 민감합니다.
광음극에서 일어나는 일은 물리 교과서의 광전 효과(photoelectric effect)입니다. 금속 표면에 파장(wavelength)이 충분히 짧은 빛을 비추면, 표면이 빛을 흡수하고 전자를 내보냅니다. 빛은 광자(photon)라는 알갱이로 오고, 광자 하나는 자기 에너지 전부를 전자 하나에게 넘깁니다.
광음극에서 나오는 전자의 수는 닿은 빛의 양에 비례합니다. 영상증폭관은 이 전자를 화면에 닿기 전에 불려서 영상을 밝게 만듭니다.
전자를 불린다: 마이크로채널판
전자를 불리는 부품은 마이크로채널판(microchannel plate, MCP)입니다. 아주 가는 유리관 수많은 개를 나란히 묶어 얇은 원판으로 만든 것입니다. 관 하나하나를 채널이라 부르고, 채널마다 따로 전자를 불리는 장치 노릇을 합니다.
전자 하나가 채널 안벽에 부딪치면 벽에서 2차 전자가 튀어나옵니다. 채널 양 끝에 건 전압이 이 전자들을 앞으로 끌어당기고, 전자들은 다시 벽에 부딪쳐 더 많은 전자를 냅니다. 이 일이 채널을 따라 여러 번 되풀이되어, 출구에서는 들어온 것보다 훨씬 많은 전자가 나옵니다.
비탈을 구르며 점점 커지는 눈덩이를 떠올리면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비탈 같은 것이 없습니다. 전압이 만든 전기장이 전자를 가속해야 벽에 다시 부딪치고, 그때마다 전자가 더 나옵니다.
채널 안에서는 전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온도 생깁니다. 광전자 증배관 안내서는 MCP의 입구 쪽에 이온 막(ion barrier)이라는 얇은 막을 입혀, 이 이온이 광음극으로 되돌아가지 않게 막는다고 설명합니다. 영상증폭관에서도 3세대 관부터 이 막이 들어갔습니다.
관에는 자동 이득 조절도 있습니다. 주변이 밝아지면 관의 감도를 낮춰, 센 빛에 전자 증배기가 지나치게 작동해 손상되는 것을 막습니다.
다시 빛으로: 형광 화면과 초록빛
불어난 전자는 관의 뒤쪽 끝에 있는 형광 화면(phosphor screen)에 부딪칩니다. 형광체는 전자를 맞으면 빛을 내고, 부딪치는 전자의 수와 속도가 나오는 빛의 양을 정합니다. 앞에서 희미했던 장면이 여기서 밝은 그림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사람은 이 화면을 접안렌즈로 봅니다. 미군 조종사용 야간투시경 ANVIS에서는 접안렌즈가 18 mm 형광 화면의 허상을 만들어 40°의 시야를 줍니다.
화면은 왜 초록일까요? 낮에 쓰는 사람 눈의 반응은 약 555 nm, 가시광의 초록 영역에서 가장 큽니다. 미 육군 항공의학연구소(USAARL)의 책은 표시 장치에 쓰는 형광체에 초록이나 초록빛 노랑이 많은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그 예로 ANVIS가 쓰는 P20·P22 초록 형광체를 듭니다.
탐조등에서 3세대까지
2차 대전 때도 밤에 보는 장비는 있었습니다. 트럭 뒤에 단 아주 큰 적외선 탐조등이 쓰였는데, 적외선 빛으로 어두운 하늘을 훑는 방식이라 결국 연합군의 위치를 드러낼 수 있는 짐이 되었습니다. 미국, 독일, 러시아는 영상 변환관(image converter tube)을 실전에 썼고, 주된 쓰임은 소총·저격용 조준경이었습니다.
영상 변환관은 원리상 별빛 같은 밤의 빛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감도가 너무 낮아, 거의 언제나 가시광을 막는 필터를 단 탐조등 같은 적외선 조명과 함께 써야 했습니다. 이 관이 오늘날 영상증폭관의 선조입니다.
1965년 미 육군 연구자들이 다루던 야간 카메라는 노출에 20분이 걸리는 무거운 상자였습니다. 들고 다닐 수 없었고, 별과 달의 빛이 꽤 있어야 거친 영상 하나를 얻었습니다.
같은 무렵 로버트 S. 와이즈먼(Robert S. Wiseman) 박사가 초대 소장을 맡은 육군 야간 시각 연구소(Night Vision Laboratory)는 1965~1968년 영상증폭관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미 육군 기사에 따르면 그 뒤 50년 동안 100만 개가 넘는 영상증폭관이 미 국방부에 배치되었습니다.
세대 이름은 미군의 정의에 바탕을 둡니다. 영상증폭관 제조사 L3Harris의 해설에 따르면 1세대 관은 1960년대에 나왔고, 2세대 관은 1970년대 말에 광음극을 개선하고 마이크로채널판을 들여왔습니다. 3세대 관은 1980년대에 갈륨비소(GaAs) 광음극과 MCP의 이온 막을 들여왔고, "4세대"를 정한 군 규격은 없습니다.
1992년 미 육군 연구소(ARI) 보고서에서도 세대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육군 조종사가 처음 쓴 야간투시경 AN/PVS-5는 본래 지상 차량 운전자용이었고 2세대 관을 씁니다. 3세대 관을 쓴 ANVIS는 밤 조명의 특징인 빨강과 근적외선 빛에 더 민감합니다. 갈륨비소 같은 반도체 광음극은 자외선부터 근적외선까지 감도가 높습니다.
한계: 빛이 있어야 하고, 눈이 속는다
영상증폭관은 있는 빛을 키울 뿐, 빛을 만들지 않습니다. 1970년대 무렵의 영상증폭관은 주변 조명과 맑은 대기가 있어야 했고, 흐리거나 연기·먼지가 끼면 사실상 보지 못했습니다. 2차 대전의 변환관은 약 1.3 µm까지만 반응했고, 물체가 스스로 내는 열은 볼 수 없었습니다.
밝기를 키워도 눈으로 보는 것만큼 또렷하지는 않습니다. ARI 보고서는 AN/PVS-5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력을 20/50으로, ANVIS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20/40이지만 현장에서는 보통 떨어진다고 적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별빛 아래 ANVIS의 시력이 20/80보다 나빠졌습니다.
거리를 재는 감각도 흔들립니다. 야간투시경은 두 눈으로 보는 입체감을 거의 없애 깊이 지각이 한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해집니다. 영상에는 색의 차이가 없고, 음영과 세부, 질감의 차이도 줄어듭니다.
시야가 40°로 좁은 것도 한계입니다. 한 번에 보이는 물체가 적어 크기를 견주어 거리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관 자체도 나이가 들면서 빛에 대한 감도를 잃습니다.
요즘 장비 가운데에는 두 방법을 합친 것도 있습니다. 2018년 미 육군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병사는 영상증폭을 쓰는 한 눈 고글 PVS-14를 쓰고, 일부는 2008년부터 적은 수로 배치된 ENVG I·II를 받았습니다. 두 고글의 주된 차이는 열 영상을 더한 것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광자 하나의 에너지
광전 효과에는 문턱이 있습니다. 광자의 에너지는 진동수로만 정해지고, 금속 표면마다 그보다 낮은 진동수의 빛으로는 광전류가 생기지 않는 문턱 진동수가 있습니다. 진동수가 낮다는 것은 파장이 길다는 뜻이고, 문턱 진동수는 물질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광음극마다 반응하는 빛의 범위가 다릅니다. 2차 대전의 변환관은 약 1.3 µm까지 반응했고, 3세대 관을 쓴 ANVIS는 빨강과 근적외선에 더 민감합니다. 파장에 따라 빛이 물질과 만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에서 레이저 쪽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열상 조준경: 깜깜한 밤에 열로 보기: 빛이 전혀 없을 때 열로 보는 다른 길입니다.
- 적외선 탐색·추적(IRST): 전파를 쏘지 않고 항공기를 보기: 같은 적외선을 하늘의 항공기 찾기에 쓰는 장비입니다.
-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 광자 에너지와 파장의 관계를 레이저 쪽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