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누군가는 늘 깨어 있습니다. 밤에도 망을 보고, 다른 배가 다가오면 키를 돌리고, 기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내려가서 고칩니다. 그 사람들을 모두 내리고 배만 바다로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무인수상정(unmanned surface vessel, USV)이 그런 배입니다. 물 위를 다니지만 선원이 타지 않습니다. 미 해군이 이런 배를 왜 원하는지, 그리고 사람이 하던 일 가운데 망보기와 연락과 수리가 왜 아직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는지를 차례로 짚어 봅니다.
선원이 없는 배란
무인 장비에는 센서나 무기 같은 탑재물을 실을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방식은 셋입니다. 배 밖의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일부 일을 배가 스스로 하는 반자율로 돌리거나, 알맞은 기술이 갖춰지면 자율로 움직입니다.
선원이 없다고 사람이 아예 빠지지는 않습니다. 미 해군이 2025년 7월에 낸 공고는 배의 지휘·통제를 육상이나 다른 배에 있는 선체 밖 운용소에 두겠다고 적었습니다. 사람은 배에서 내려 화면 앞으로 옮겨 갈 뿐입니다.
크기도 여럿입니다. 군함이나 잠수함에서 띄워 그 배의 손이 닿는 범위를 넓히는 작은 USV가 있습니다. 부두에서 곧바로 나가, 다른 경우라면 유인 함정이 맡았을 임무를 하는 큰 USV도 있습니다. 큰 USV는 대형 초계정만 하고, 미 의회가 여러 해 지켜본 LUSV·MUSV 사업도 이 큰 배입니다.
왜 사람을 내리나
먼저 값입니다. 사람이 지낼 공간과 그에 딸린 지원 장비를 넣지 않아도 되니, 한 척씩 사는 값이 유인 함정보다 쌀 수 있습니다.
다음은 사람의 몸과 목숨입니다. 탑승자가 지칠 만큼 오래 걸리는 임무나, 다치거나 죽거나 붙잡힐 위험이 큰 임무에 무인 장비가 특히 알맞을 수 있습니다. 영어 dull, dirty, dangerous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런 일을 "3D 임무"라고 부릅니다.
해군이 싸움을 꾸리는 방식과도 이어집니다. 해군 계획은 큰 USV에 무기나 센서를 싣고 유인 함정과 함께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때 USV는 보조 무기고나 센서 받침대가 되어, 무기와 센서를 더 많은 배와 항공기에 흩어 두는 분산 해양 작전(Distributed Maritime Operations, DMO)을 돕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이 개념을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너무 많이 담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었습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전술기술실장은 2018년에 이 생각을 체스에 빗댔습니다. 바다의 체스판에서 킹과 퀸을 많은 폰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실제 바다는 체스판과 달라서, 폰 하나하나가 스스로 주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 글의 뒤쪽은 그 숙제를 다룹니다.
시제품이 걸어온 길
공개된 큰 USV의 이야기는 DARPA의 Sea Hunter에서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9월 DARPA와 해군연구청(ONR)이 시제품의 시험 기간 비용을 함께 대기로 했고, 2016년 4월 명명식을 열었습니다. 같은 해 10월부터 감지 장비와 자율 장비를 바다에서 시험했습니다.
2017년 2~9월에는 이 장비들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을 지키는 시험 세 단계를 통과했습니다. 탑재물을 바꿔 끼워 다른 임무를 하는 시험도 했습니다. 2018년 1월 DARPA는 사업을 마치고 Sea Hunter를 ONR에 넘겼습니다.
국방부 전략능력실(SCO)도 Ghost Fleet라는 이름으로 USV를 개발했고, 그 안의 대형 USV 작업을 Overlord라 불렀습니다. 해군의 지금 계획은 이런 앞선 시제품 위에 서 있습니다. 해군 2026 회계연도 예산 문서에 따르면 Sea Hunter와 Seahawk는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둔 실험선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DARPA의 NOMARS 사업은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시연선 USX-1 Defiant는 처음부터 사람이 탈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선체를 설계했습니다. 중형 무인수상정으로 분류되며, 신뢰성과 내구성을 보는 긴 해상 시연을 거칠 예정입니다. 해군은 이 배를 2026 회계연도에 넘겨받을 계획입니다.
해군의 사업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2025년까지는 대형(LUSV)과 중형(MUSV) 두 종류를 따로 계획했지만, 2025년에 둘을 모듈형 공격 수상정(Modular Attack Surface Craft, MASC) 사업으로 합쳤습니다.
MASC에는 컨테이너에 담은 무기나 센서를 싣습니다. 모두 몇 척을 살지, 해마다 몇 척씩 살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CRS는 해군 전력 구조 계획으로 보아 수십 척까지 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바닷길 규칙을 기계가 지키려면
바다에도 길 위의 교통 법규 같은 규칙이 있습니다. 1972년에 채택되어 1977년에 발효된 COLREGs로, 41개 규칙이 여섯 부분으로 나뉩니다. 영어권에서는 "바닷길 규칙(rules of the road)"이라고도 부릅니다.
규칙 5는 모든 배가 늘 눈과 귀, 그리고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알맞은 경계를 하라고 요구합니다. 규칙 7은 부족한 정보로 짐작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선원이 없는 배에서는 이 눈과 귀를 센서와 인지 소프트웨어가 맡아야 합니다.
해군 MASC 공고가 바라는 수준도 높습니다. 시야가 나쁠 때와 전파를 내보내면 안 되는 상황을 포함해, 해상의 위험과 다른 배와의 충돌을 자율로 안전하게 피하기를 바랍니다. 그 기동은 COLREGs를 지키고, 다가오는 배가 규칙상 어떤 배인지도 스스로 가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년에 ONR 담당자도 자율 제어를 "어려운 분야"라고 불렀습니다.
교통 법규와 다른 점도 있습니다. 도로에서는 법규를 지킬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COLREGs의 규칙 2도 선장과 선주와 선원의 책임을 적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배에 아무도 없으면 그 책임은 어디로 갈까요?
상업용 배에 대해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IMO는 2026년 5월 자율 운항 선박을 위한 비강제 규칙인 MASS Code를 채택했고, 이 규칙은 2026년 7월 1일부터 효력이 있습니다. 이 규칙에서 선장은 배에 타지 않더라도 언제나 배 전체에 책임을 지고, 육상의 원격 운용 센터에서 훈련된 사람이 배를 지켜보거나 제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상업용 배를 위한 규칙이고, 앞에서 본 해군 계획과는 따로 움직입니다. IMO는 지금 자율이나 원격으로 국제 상업 운항을 하는 SOLAS 화물선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강제 규칙은 2030년 7월 1일까지 채택해 2032년 1월 1일에 발효하는 것을 내다봅니다.
연결이 끊겨도 배는 떠 있다
지휘소가 배 밖에 있으면 배와 사람을 잇는 통신이 생명줄이 됩니다. 해군 공고는 한 통제소에서 여러 척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화면을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통제소 하나가 여러 척을 맡는 그림입니다.
그 줄이 끊기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공고는 통제소와 통신이 끊겨도 배가 임무를 안전하게 이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전파를 내보내면 안 되는 상황에서 충돌을 피하는 것도 바라는 속성에 들어 있습니다.
결국 통신 과제와 항해 과제는 한 문제로 모입니다. 사람에게 물어볼 수 없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의 판단은 배에 실린 소프트웨어가 해야 합니다. 의회가 지켜본 쟁점 가운데 하나도 USV가 자율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얼마나 무르익었는가였습니다.
고장 나도 고칠 사람이 없다
유인 함정에서는 기관이 탈이 나면 기관 요원이 고칩니다. 선원이 없는 배에는 그럴 사람이 없습니다. 의회가 LUSV·MUSV 사업을 지켜보며 짚은 쟁점에는 먼 배치 해역까지 대양을 건너는 데 필요한 추진 기관의 신뢰성도 있었습니다.
법에도 기계 신뢰성을 따지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2025년 12월에 성립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122조는 중형·대형 USV의 상세 설계나 건조 계약에 운용 시연을 넣으라고 요구합니다.
주 추진 계통이나 발전·배전 계통이 예방 정비, 고장 정비, 긴급 수리 같은 어떤 손질도 없이 720시간 이상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합니다. 하루 24시간으로 치면 30일입니다.
같은 법 130조는 MASC의 첫 형태(Block 0)를 사람을 위한 지원 계통 없이 움직이도록 처음부터 무인으로 설계한 배여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해군장관이 이를 인증하기 전에는 건조 계약을 맺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탈 자리를 지운 NOMARS의 생각과 같은 쪽을 가리킵니다.
남은 물음도 많습니다. CRS는 MASC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개념, 비용이 늘거나 일정이 밀리거나 기술 문제가 생길 위험, 큰 USV가 바다에서 오판이나 확전을 부를 가능성을 의회가 따져 볼 쟁점으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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