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발표자가 레이저 포인터로 화면의 한 곳을 가리키면, 듣는 사람은 포인터가 아니라 화면 위의 빨간 점을 봅니다. 점을 찍는 사람과 점을 보는 사람이 다르고, 둘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됩니다. 그 점 하나로 "여기"라는 뜻이 전해집니다.

레이저 표적지시기(laser designator)는 이 일을 무기의 세계에서 합니다. 장비 자체는 아무것도 부수지 않습니다. 표적에 빛의 점을 찍고, 다른 쪽에서 날아오는 무기의 탐색기가 그 점을 찾아가게 합니다. 실제로는 점을 보는 쪽이 사람이 아니라 기계이고, 그 기계는 지시기와 따로 움직입니다.

이 글은 지시기가 하는 일, 비슷하게 생긴 거리 측정기와의 차이, 지시기가 실리는 자리, 1960년대부터 걸프전까지의 역사를 따라갑니다. 날씨가 막는 한계와 눈을 지키는 규칙도 함께 봅니다.

점을 찍는 장비

유도 무기의 탐색기는 표적의 에너지를 받는 방식에 따라 수동, 반능동, 능동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반능동(semi-active) 방식은 빛, 레이저, 적외선, 전파 같은 빔을 표적에 비춰 표적을 "지시(designate)"합니다. 빔은 무기를 쏜 쪽이나 그 가까운 곳에서 나오고, 무기의 탐색기는 표적에서 반사된 에너지를 받아 따라갑니다. 레이저로 이 일을 하는 것이 반능동 레이저 유도(semi-active laser guidance)입니다.

능동 방식은 무기 안에 스스로 비추는 장치를 싣습니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 기술지는 이런 조명기를 더하면 비싸지고 무기가 무거워진다고 적었습니다. 반능동 방식에서는 비추는 장비가 무기 밖에 남고, 무기는 받는 쪽만 싣습니다.

레이저 유도 폭탄이 좋은 예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한 보고서는 페이브웨이(Paveway) 계열 키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폭탄 앞쪽에는 표적을 표시하는 레이저를 찾는 유도 탐색기가, 뒤쪽에는 폭탄을 표적으로 이끄는 꼬리 키트가 붙습니다. 지시기가 그 "표시"를 맡는 장비입니다.

탐색기가 점을 볼 수 있는 까닭은 반사에 있습니다. 거친 면에 닿은 빛은 면의 여러 부분에서 서로 다른 각도로 튀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집니다. 종이 한 장을 어느 각도에서 봐도 보이는 것도 이 산란(scattering) 때문입니다. 지시기의 빔은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거친 표적 면에서 흩어진 빛의 일부는 지시기가 아닌 다른 방향의 탐색기에도 닿습니다.

개념 그림. 왼쪽의 지시기 상자에서 붉은 점선 빔이 오른쪽 아래의 거친 표적 면으로 나아가 붉은 점을 찍는다. 점에서 주황색 화살표 여러 개가 여러 방향으로 퍼지고, 그 가운데 초록 점선 하나가 오른쪽 위의 '다른 무기에 실린 탐색기' 상자로 간다. 아래 메모: 탐색기는 지시기가 아니라 점을 찾는다. 거리·각도·값은 없다
지시기는 점을 찍고, 거친 면에서 흩어진 빛의 일부가 다른 무기의 탐색기에 닿습니다 (도표)(도표)

반능동 방식에는 한 가지 무게가 더 실립니다. 반능동 체계에서는 조명원이 표적 선택을 대부분 맡습니다. 무엇을 가리킬지는 무기보다 지시기 쪽에서 정해진다는 뜻입니다.

거리 측정기와 무엇이 다른가

레이저로 거리를 재는 장치도 표적에 빛을 보냅니다. 미 해양대기청(NOAA)은 라이다(lidar)를 펄스 레이저로 거리를 재는 원격 탐사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빛이 부딪힌 표면에서 반사되면, 센서가 그 반사광을 기록해 거리를 잽니다. 군에서 쓰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도 같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둘의 차이는 빛을 누가 받느냐에 있습니다. 거리 측정기는 자기가 보낸 빛을 자기가 받아 거리를 얻습니다. 지시기는 빛을 보내기만 하고, 반사된 빛은 다른 곳에 있는 탐색기가 받습니다. 같은 종류의 빛을 쓰지만 결과물이 하나는 "거리", 하나는 "표시된 점"입니다.

두 칸 비교 그림. 왼쪽 칸 '거리 측정기'에서는 한 장치가 면으로 펄스를 보내고 반사된 빛을 같은 장치가 받는다. 결과는 거리다. 오른쪽 칸 '지시기'에서는 장치가 면에 점을 찍고, 반사된 빛은 다른 곳에 있는 탐색기가 받는다. 결과는 표시된 점이다. 아래 메모: 두 일을 함께 하는 장비도 있다(레이저 거리 측정기/지시기)
거리 측정기는 자기 빛을 스스로 받고, 지시기의 빛은 다른 장치가 받습니다 (도표)(도표)

두 일을 한 장비에 묶은 것도 많습니다. 미 육군이 쓰는 장비 가운데 하나는 이름부터 "경량 레이저 지시 거리 측정기(Lightweight Laser Designator Rangefinder, LLDR)"입니다. 육군 무인기에도 "레이저 거리 측정기/지시기" 탑재물이 실립니다.

국방부의 전자기 스펙트럼 사용을 다룬 CRS 보고서는 각주에서 레이저 거리 측정기, 표적 지시기, 원격 센서를 "다른 지향성 에너지 기술"로 묶었습니다. 국방부 쪽 자료에서 "지향성 에너지"라는 말이 레이저 무기만 가리키지는 않는 셈입니다. 거리 측정의 원리는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땅에서, 하늘에서

지시기는 여러 자리에 실립니다. 미 육군 미사일 역사실의 헬파이어(HELLFIRE) 연표에는 지상/차량 레이저 위치 탐지 지시기(Ground/Vehicular Laser Locator Designator, G/VLLD)가 나옵니다. 이 장비는 헬파이어 같은 레이저 호밍 무기를 위해 움직이거나 멈춘 표적을 지시하는 데 쓰였고, 일반 포병에 정확한 표적 정보를 주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손에 드는 장비도 있습니다. 미 육군은 2016년 JETS라는 손에 드는 장치의 계약을 맺으며, 이 장치가 정밀한 표적 위치를 주고 레이저로 정밀 탄약을 위해 표적을 표시하거나 지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늘에서는 항공기와 무인기가 지시기를 싣습니다. CRS 무인기 보고서에 따르면 프레데터(Predator)의 다중 스펙트럼 표적 체계(MTS) 센서 볼은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 묶음에 레이저 지시기를 더해, 움직이는 표적을 따라갈 수 있게 했습니다. 무인 체계가 맡는 일 가운데에는 정밀 표적 지시도 들어갑니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지시기의 역사는 레이저의 역사보다 길 수 없습니다. 1960년에 처음 발명된 레이저는 고체 레이저였습니다. 유도 무기의 역사는 1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0년대에 레이저 유도, 반도체 같은 발전이 들어오면서 탄은 표적을 더 정확히 맞히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이 변화를 보여 준 무대였습니다. APL 기술지가 자주 드는 예로 꼽은 탄호아 다리(Thanh Hóa Bridge)는 미국이 6년 동안 수백 발의 폭탄을 떨어뜨리며 항공기와 조종사를 잃은 곳입니다. 이 다리는 1972년 4월 적은 수의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무너졌습니다.

같은 무렵 미 육군도 지시기를 따로 개발했습니다. 육군 미사일 역사실 연표를 보면 1972년 4월 지상 레이저 위치 탐지 지시기(GLLD)가 선행 개발에 들어갔고, 1973년 4월에는 항공 레이저 위치 탐지 지시기(ALLD)의 선행 개발 계약이 나갔습니다. 1975년 3월에는 지상 레이저 지시기의 3군 공동 개발 계획을 모든 군이 승인했습니다.

가로 연표. 1960년 첫 레이저(고체 레이저), 1960년대 탄약에 레이저 유도가 들어옴, 1972년 4월 다리가 적은 수의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무너짐, 1972년 4월 육군 지상 지시기(GLLD) 선행 개발, 1973년 4월 항공 지시기(ALLD) 계약, 1975년 3월 지상 지시기 3군 공동 계획, 1991년 사막의 폭풍에서 날씨가 지시기를 막음, 1995년 10월 실명 레이저 무기 의정서 채택, 2016년 육군 손에 드는 지시기 계약. 아래 메모: 다리는 탄호아 다리이고 지시기 연도는 미 육군 미사일 역사실 자료다. 간격은 축척이 아니다
레이저 표적지시기의 짧은 연표, 간격은 축척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는 레이저 유도 폭탄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래도 그 작전에서 정밀유도무기(precision-guided munition, PGM)는 쓰인 탄약 전체의 6%뿐이었다고 CRS는 적었습니다.

구름과 연기 앞에서

지시기의 빛은 표적까지 갔다가 탐색기까지 다시 와야 합니다. 그 길에 구름이나 연기가 끼면 어떻게 될까요? 미 회계감사원(GAO)이 1997년에 낸 사막의 폭풍 항공전 평가가 이 물음에 답합니다.

GAO에 따르면 중·고고도 전술은 항공기를 구름, 연무, 연기, 높은 습도에 더 많이 드러냈고, 그 때문에 적외선·전자광학 센서와 레이저 유도 폭탄용 레이저 지시기가 방해를 받았습니다. 습도를 포함한 가벼운 날씨 조건에서도 레이저 표적 지시 체계 같은 정밀 폭격 센서는 성능이 떨어지거나 아예 쓸 수 없었습니다.

GAO는 이 센서들 가운데 일부가 앞서 의회에 "전천후", "악천후", "나쁜 날씨"에서도 쓸 수 있다고 설명되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더 힘든 조건에서 여러 체계와 기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빛이 공기를 지나며 무엇을 겪는지는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에서 이어집니다.

눈을 지키는 표시와 규칙

지시기도 레이저이므로 눈 안전의 규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미 육군 안전센터의 2012년 기사는 모든 레이저 체계에 레이저 안전 등급(laser safety class)을 밝힌 경고 표시가 있어야 하고, 병사가 쓰는 거리 측정기와 표적 지시기에도 이 표시가 붙는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기사의 2007년 미국표준협회(ANSI) 기준 표를 보면 등급마다 위험한 경우가 다릅니다. 등급 3 레이저는 빔 안을 바로 볼 때와 거울 같은 면의 반사(정반사)를 볼 때 위험하고, 거친 면의 반사(난반사)는 보통 위험하지 않습니다. 등급 4(고출력) 레이저는 빔에 바로 노출될 때 위험하고, 그 가운데 일부는 난반사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기사가 든 안전 수칙의 첫 줄은 "누구의 얼굴에도 레이저를 겨누지 않는다"입니다. 육군 군의감은 레이저를 장전된 무기처럼 조심해 다루라고 당부했습니다. 레이저 사고로 다친 병사들은 섬광을 봤다거나, 짧게 지글거리는 소리를 들은 뒤 검은 점을 봤다고 말했고, 증상에는 일시적 실명, 흐린 시야, 두통이 있었습니다. 등급과 보안경 표시를 읽는 법은 레이저 안전: 등급과 보안경 읽는 법에 있습니다.

국제 규범도 이 지점을 다룹니다.

1995년 10월 13일 채택된 특정재래식무기 협약(CCW)의 제4의정서는 실명 레이저 무기를 다룹니다. 제2조는 레이저 체계를 쓸 때 강화되지 않은 시력에 영구 실명이 생기지 않도록 실행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하라고 요구하고, 그 조치에 군대 훈련을 넣었습니다. 제3조는 레이저 체계를 정당하게 군사적으로 쓰다 부수적으로 생긴 실명은 이 의정서의 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적었습니다. 자세한 조문은 눈 안전과 국제 규범: 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의정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무기가 아닌 레이저

"레이저"와 "무기"가 한 문장에 나오면 많은 사람이 빔으로 무언가를 태우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지시기는 그 반대쪽에 있습니다. 표적에 닿는 일은 따로 날아오는 무기가 하고, 지시기의 레이저는 점을 찍어 그 무기의 탐색기가 볼 수 있게 할 뿐입니다.

그래도 두 장비는 같은 물리 위에 서 있습니다. 빛은 공기를 지나 표적에 닿아야 하고, 표적 면에서 반사되거나 흩어집니다. 레이저 무기가 실제로 어떤 장비이고 영화와 무엇이 다른지는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 영화와 실제의 차이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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