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무기 이야기는 보통 커다란 빔 지향기와 높은 출력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빛의 출발점에는 쌀알보다 작은 반도체 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와 고체 레이저를 펌핑하는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LD)의 칩입니다.

이 작은 칩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 글은 칩을 층과 면으로 나눠 봅니다. 빛이 생기는 활성층, 그 빛을 가두는 도파로, 거울이 되는 패싯을 차례로 살피고, 빔이 두 방향으로 다르게 퍼지는 까닭과 칩이 망가지는 자리까지 따라갑니다.

쌀알보다 작은 레이저

1962년 가을, 미국 GE의 두 연구 시설과 IBM 왓슨 연구소, MIT 링컨 연구소가 저마다 따로 반도체 레이저의 첫 시연을 보고했습니다. IEEE 이정표는 이 레이저를 쌀알보다 작고 직류 전류를 넣어 동작하는 레이저로 소개합니다. 지금은 통신, 데이터 저장, 정밀 측정 어디에나 쓰입니다.

크기를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빛 나오는 곳이 하나뿐인 단일 이미터(single emitter) 칩이라면, 빛을 되먹이는 공진기(optical resonator)는 보통 어느 방향으로도 1 mm가 안 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용 레이저 다이오드를 시험하려고 펴낸 지침에 실린 크기입니다.

동작의 뼈대는 다이오드와 같습니다. p형과 n형 반도체가 만나는 접합에 순방향으로 전류를 흘리면, 접합 부분에 들어온 전하 운반자가 재결합하면서 빛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류를 충분히 세게 넣으면 밀도 반전(population inversion)이 이루어지고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은 「펌프 다이오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부품」에 풀어 두었습니다.

이 글은 그 동작이 칩의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를 봅니다. 전류는 위아래 금속 전극을 통해 들어와 층을 가로지릅니다. 빛은 그와 직각으로, 얇은 층을 따라 칩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오갑니다.

가장자리로 빛을 내는 레이저 다이오드 칩을 비스듬히 본 개념도. 위에서부터 금속 전극, 위 클래드 층, 얇은 활성층, 아래 클래드 층, 기판, 아래 금속 전극이 쌓여 있다. 전류는 위 전극에서 아래 전극으로 층을 가로질러 흐른다. 활성층 안에서 빛이 칩의 뒷면 패싯과 앞면 패싯 사이를 오가고, 앞면 패싯의 활성층 자리에서 레이저 빛이 나간다
가장자리 발광 레이저 칩의 개념도. 전류는 층을 가로질러 흐르고, 빛은 활성층을 따라 두 패싯 사이를 오갑니다. 층의 두께와 칩의 치수는 실제 비율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활성층: 빛이 생기는 얇은 층

칩에서 빛이 실제로 생기는 곳을 활성층(active layer) 또는 활성 영역(active region)이라고 부릅니다. 아주 얇습니다. 고출력 레이저 다이오드 배열을 다룬 NASA 지침에는 열이 생기는 활성 영역의 폭이 약 1 µm에 불과하다고 나옵니다. 빛이 생기는 곳과 열이 생기는 곳이 같은 자리라는 점은 뒤에서 다시 중요해집니다.

어떤 색의 빛이 나올지는 재료가 정합니다. 반도체에서 움직이는 전자와 정공을 만들려면 일정한 에너지가 드는데, 그 크기를 띠 간격(bandgap)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이득 매질은 이 띠 간격을 설계해서 내는 파장(wavelength)을 유연하게 고를 수 있습니다.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에는 파장대마다 쓰는 반도체 화합물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AlGaAs는 800~870 nm, InGaAs는 870~약 1150 nm, InGaAsP는 1.5 µm 대, GaInAsSb는 2~3 µm 대입니다. GaAs 계열 재료에 인(P)을 더하면 띠 간격이 가시광 쪽으로 넓어져 붉은 다이오드 레이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덩어리(bulk) 반도체를 아주 얇은 층으로 바꾸면 전하를 가두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덩어리 재료가 3차원이라면, 얇은 층에 전하를 가둔 양자 우물(quantum well)은 2차원입니다. 반도체 레이저가 상업 제품으로 자라는 동안 여러 연구진이 이 양자 우물 레이저에 힘을 쏟았습니다. GaAs 기판 위에 기른 InGaAs 층은 양자 우물의 이득을 키우고 띠 간격을 1 µm 영역으로 옮기며, 이 재료 체계는 오랫동안 다이오드 레이저에 쓰여 왔습니다.

얼마나 얇을까요? 같은 반도체 층 기술로 만드는 흡수 거울(SESAM) 같은 소자에서 양자 우물의 두께는 보통 10 nm 안팎입니다. 레이저 칩마다 값은 다르지만, 나노미터 단위의 층을 다루는 세계라는 감은 잡을 수 있습니다.

이중 헤테로 구조: 전하와 빛을 함께 가두기

1962년의 첫 반도체 레이저는 p-n형 동질 접합(homojunction) 레이저였습니다. 2000년 노벨 물리학상 해설은 이 레이저의 효율이 그리 높지 않았고 켜는 데 꽤 큰 전류가 들었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상온에서 연속으로 빛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해법은 재료를 섞어 쌓는 것이었습니다. 띠 간격이 서로 다른 얇은 층을 여러 장 쌓은 반도체를 헤테로 구조(heterostructure)라고 합니다. 층의 두께는 원자 몇 층에서 마이크로미터까지이고, 갈륨비소(GaAs)와 알루미늄갈륨비소(AlGaAs)가 대표적인 짝입니다. 층마다 결정 구조가 서로 맞도록 골라서 전하가 경계면을 거의 자유롭게 지나갑니다.

이중 헤테로 구조(double heterostructure)는 띠 간격이 작은 얇은 층을 띠 간격이 큰 두 층 사이에 끼운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 전하가 모입니다. 밀도 반전 상태의 전자와 정공이 띠 간격이 작은 가운데 층에 모이고, 그 바깥에서는 재결합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 빛이 모입니다. 띠 간격이 작은 가운데 층은 굴절률도 더 높습니다. 그래서 이 층이 빛을 붙드는 광 도파로(optical waveguide) 구실을 하고, 바깥 층에서 잃는 빛은 무시할 만큼 줄어듭니다.
이중 헤테로 구조의 두 가지 가둠을 나란히 그린 개념도. 세로축은 층을 가로지르는 위치이고, 가운데에 얇은 활성층이 있다. 왼쪽 그래프는 띠 간격으로, 위아래 클래드 층에서 넓고 가운데 활성층에서 좁아 골짜기 모양이며, 그 골짜기에 전자와 정공이 모인다. 오른쪽 그래프는 굴절률로, 가운데 활성층에서 높고 위아래에서 낮으며, 빛의 세기 분포가 가운데에 모여 있다. 값은 없다
이중 헤테로 구조의 두 가지 가둠. 띠 간격이 좁은 가운데 층에 전하가 모이고(왼쪽), 굴절률이 높은 같은 층이 빛을 붙드는 도파로가 됩니다(오른쪽). 축에 값이 없는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골짜기 바닥에 빗물이 모이듯 전하가 가운데 층에 모인다고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하를 붙드는 것은 무게가 아니라 층마다 다른 띠 간격입니다. 빛 쪽은 굴절률이 높은 코어가 빛을 가두는 광섬유와 같은 생각입니다. 광섬유 쪽 이야기는 「광섬유는 어떻게 빛을 가두나: 코어와 클래드」에 있습니다.

전하와 빛이 같은 층에 모이자 레이저가 켜지는 문턱 전류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따로 식히지 않아도 연속으로 동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원리는 1963년 소련 이오페 연구소의 알표로프(Zhores I. Alferov)와 당시 미국 배리언에 있던 크뢰머(Herbert Kroemer)가 서로 따로 제안했습니다. 상온 연속 동작은 1970년에 이오페 연구소 연구진이 5월, 미국 벨 연구소 연구진이 6월에 보고했습니다.

상온에서 계속 켜 둘 수 있는 반도체 레이저는 광섬유 통신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든 바탕이 되었습니다. 2000년 노벨 물리학상의 절반은 "고속 전자 공학과 광전자 공학에 쓰이는 반도체 헤테로 구조를 개발한 공로"로 두 사람에게 돌아갔습니다.

패싯: 잘라 낸 결정면이 거울이 된다

레이저에는 공진기가 있어야 합니다. 많은 레이저는 거울 두 장으로 공진기를 만듭니다. 레이저 다이오드는 따로 거울을 달지 않아도 됩니다.

반도체와 공기는 굴절률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반도체 결정의 면이 스스로 공진기 구실을 할 만큼 빛을 되비출 수 있습니다. NASA 지침은 이 공진기를 반도체 조각의 쪼갠 끝면(cleaved end facets)이 이룬다고 적습니다. 결정을 쪼개서 만든 이 끝면을 패싯(facet)이라고 부릅니다.

칩 하나에는 패싯이 두 개 있습니다. 빛은 활성층을 따라 뒷면 패싯과 앞면 패싯 사이를 오가며 커지고, 그 일부가 패싯을 지나 칩 밖으로 나갑니다.

결정을 쪼개는 방법은 생산에서도 큰 몫을 했습니다. IBM 반도체 레이저 연구진의 쪼개기 기법은 레이저 다이오드를 대량으로 만드는 과정을 크게 단순하게 했습니다.

가장자리로 내는 빛, 표면으로 내는 빛

지금까지 본 칩은 빛을 칩 옆면의 가장자리로 냅니다. 이런 칩을 가장자리 발광(edge-emitting) 레이저라고 부릅니다. 빛은 얇은 활성층을 따라 길게 나아가다가 패싯에서 나옵니다.

빛을 칩의 윗면으로 내는 칩도 있습니다. 수직 공진기 표면 발광 레이저(vertical-cavity surface-emitting laser, VCSEL)는 층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활성층에 수직인 표면으로 빛을 냅니다. 이런 칩은 많은 층의 두께를 원자층 수준으로 맞춰야 합니다. 광 펌핑 표면 발광 레이저(VECSEL) 같은 수직 발광 반도체 레이저에서는 빔이 양자 우물 이득 층에 수직으로 나아갑니다.

표면 발광 칩에서는 거울도 층으로 쌓습니다. VECSEL을 예로 들면, AlAs와 GaAs 층을 번갈아 쌓은 분포 브래그 반사경(distributed Bragg reflector, DBR)은 굴절률 대비가 커서 적은 층 쌍으로도 높은 반사율을 냅니다. 바깥 거울 없이 칩만으로 동작하는 VCSEL은 보통 전기로 펌핑합니다.

두 종류는 오래전부터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2000년 노벨상 해설은 가장자리 발광 레이저와 VCSEL이 해마다 수억 개씩 생산되고, 개수로는 CD 플레이어용, 값으로는 통신용이 가장 크다고 적었습니다.

두 종류의 레이저 칩을 나란히 그린 개념도. 왼쪽은 가장자리 발광 칩으로, 얇은 활성층을 따라 빛이 칩 옆면으로 나가고, 나간 빔은 층을 가로지르는 세로 방향으로 크게 벌어지고 층에 나란한 가로 방향으로는 덜 벌어져 납작한 타원 모양 단면이 된다. 오른쪽은 표면 발광 칩으로, 활성층 위아래에 얇은 층을 여러 번 쌓은 거울이 있고 빛은 활성층에 수직으로 칩 윗면을 지나 나간다
가장자리 발광(왼쪽)과 표면 발광(오른쪽). 가장자리 발광 칩의 빔은 층을 가로지르는 쪽으로 더 크게 벌어집니다. 각도와 크기는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빔이 타원으로 퍼지는 까닭

NASA 지침에 실린 고출력 다이오드 배열의 시험 값을 보면, 빛은 방향에 따라 퍼지는 정도가 다릅니다. 지침은 배열 전체 빔의 빔 발산(beam divergence)을 두 방향에서 잽니다. 바의 긴 방향에 나란한 쪽의 대표값은 약 10°, 그에 수직인 쪽은 약 40°입니다.

바는 층의 면 안에 놓이므로, 바에 수직인 쪽은 층을 가로지르는 방향입니다. 빛이 나오는 활성층이 그 방향으로 아주 얇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차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빔은 좁게 출발할수록 빨리 퍼지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는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에서 레일리 길이로 풀었습니다.

두 방향의 퍼지는 각이 다르면 빔의 단면은 한쪽으로 길쭉해집니다. 손전등 빛이 벽에 둥글게 비치는 것과 달리, 칩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빛 무늬는 납작한 타원이 됩니다. 길쭉한 쪽은 층을 가로지르는 방향입니다.

칩이 망가지는 곳: 패싯과 열

NASA 지침은 고출력 레이저 다이오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고장으로 반도체 패싯의 치명적 광학 손상(catastrophic optical damage, COD)을 꼽습니다. 다만 그것이 고장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COD는 패싯에서 시작합니다. 패싯에서 레이저 빛이 흡수되어 패싯이 데워지면 열 폭주(thermal runaway)가 일어나고, 이것이 COD를 일으킵니다. 온도가 수백 도까지 오르면 패싯이 녹고 레이저는 멈출 수 있습니다.

패싯 말고도 고장 나는 곳은 많습니다. 전극에 잇는 가는 선(본드 와이어)이 고장 나기도 하고, 땜납이 밀리거나 떨어지기도 하며, 레이저 바의 재료에 결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빛 출력이 서서히 줄고 같은 출력을 내려고 전류가 점점 늘어나는 노화도 있습니다.

열은 이 모든 이야기에 걸쳐 있습니다. 빛이 생기는 활성층이 곧 열이 생기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NASA 지침은 펄스로 켰다 껐다 하는 준연속(QCW) 방식 배열에서 활성 영역의 지나친 가열과 열 순환이 신뢰성과 수명을 묶는 핵심이라고 적습니다. 펄스가 길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칩 둘레의 열 관리(thermal management)도 칩 구조와 함께 봐야 합니다.

이 칩들은 국방 쪽에서도 쓰입니다. 0.8~1.06 µm 대의 레이저 다이오드는 어븀 첨가 광섬유 증폭기, 이중 클래드 광섬유 레이저, 고체 레이저를 펌핑하는 데 쓰이고, 이 레이저들은 통신·항공우주·군사·의료 장비에 들어갑니다. 국방용 레이저 업체들이 펌프 다이오드를 어떻게 소개하는지는 펌프 다이오드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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