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미사일이 표적을 멈추게 하는 길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표적 가까이 가서 터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표적에 몸통째 부딪치는 것입니다. 뉴스의 "직격 요격"과 "폭발 파편 탄두"는 이 두 길을 가리킵니다.
두 방식은 무엇이 다를까요? 그리고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 BMD)는 언제부터 부딪치는 쪽으로 옮겨 갔을까요? 두 물음의 답은 공개된 미국 의회 보고서와 학술 자료에 남아 있습니다.
두 방식 한눈에
미 의회조사국(CRS)의 2024년 국방 입문서는 미국이 지상과 바다에 배치한 요격미사일을 두 갈래로 적습니다. 직격(hit-to-kill, 직접 충돌) 요격미사일과 폭발 파편 탄두(blast fragmentation warhead) 요격미사일입니다.
직격 방식은 이름이 여럿입니다. 직접 충돌(direct impact) 방식,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 요격이라고도 부릅니다. 모두 같은 생각, 곧 부딪치는 힘으로 표적을 부순다는 생각을 가리킵니다.
근접 폭발: 가까이 가서 터진다
요격미사일은 표적과의 마지막 거리인 빗나감 거리(miss distance)를 줄이도록 유도됩니다. 그래도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에 표적과 요격미사일 사이에 꽤 큰 간격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관과 파편 탄두를 싣고, 그 간격에서 탄두를 터뜨려 파편으로 표적을 부숩니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APL)의 기술지는 이런 미사일의 예로 SM-2와 패트리엇 PAC-2 계열을 듭니다.
언제 터질지를 정하는 장치가 신관입니다. 표적 가까이에 왔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채고 터지는 근접신관(proximity fuze)의 원리와 역사는 근접신관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직격 요격: 몸통끼리 부딪힌다
대기권 밖 탄도미사일 방어의 최근 설계는 신관과 탄두 없이, 빠른 속도로 다가가 몸통끼리 부딪쳐 표적을 파괴합니다. 이것을 보통 직접 맞히기(direct-hit) 또는 직격(hit-to-kill) 체계라고 부릅니다.
터지는 것도 없는데 어떻게 부술 수 있을까요? 답은 움직이는 물체가 가진 에너지인 운동에너지에 있습니다. 물리 교과서에서 운동에너지는 질량에 속력의 제곱을 곱한 값의 절반입니다. 속력이 제곱으로 들어가므로, 같은 물체라도 속력이 두 배가 되면 운동에너지는 네 배가 됩니다.
달리는 자전거 두 대가 마주 부딪치는 장면을 떠올리면 감이 옵니다. 서로 다가가는 속도가 빠를수록 충격이 큽니다. 실제 요격에서는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맞히는 자리를 몸통의 한 겨냥점으로 골라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빗나감을 얼마나 견디나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빗나감을 견디는 정도입니다. 폭발 파편 탄두를 쓰면 마지막 빗나감 거리가 탄두의 살상 반경(lethal radius)보다 작아야 합니다. APL 기술지의 표현으로는, 살상 반경이 유도 정밀도가 조금 모자란 것을 메워 줍니다.
직격 미사일은 사정이 다릅니다. 표적 몸통에서 고른 겨냥점에서 아주 작게 벗어나는 것만 견딜 수 있고, 그보다 벗어나면 파괴하는 힘을 잃습니다. SM-3와 패트리엇 PAC-3 계열이 이런 직격 미사일의 예입니다.
빗나감 거리를 줄이는 것과 함께 다가가는 방향도 조절합니다. 직격에서는 몸통끼리 잘 부딪치도록, 폭발 파편 방식에서는 신관과 탄두가 잘 작동하고 파편이 표적에 많이 닿도록 접근 방향을 조절합니다. 요격미사일이 표적을 찾아내는 앞부분의 눈은 미사일 탐색기 글에서 다룹니다.
직격 요격은 어떻게 시작됐나
직격 이전에 미국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CRS 입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핵탄두를 단 제한적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했습니다. 이 체계는 1975년에 가동했지만 비용과 효과에 대한 우려로 1976년에 멈췄습니다.
1975 회계연도 예산부터 미 육군은 그 대안으로 직격 방식의 운동에너지 요격미사일 연구에 예산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미국 탄도미사일 방어의 중심이 바로 이 직격 요격 기술입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첫 성공 시연은 1984년 6월이었습니다. 이 박물관에는 미 육군의 HOE(Homing Overlay Experiment) 시험기가 있습니다. 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이 시험기는 부스터에서 떨어진 뒤 탑재 센서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찾아 붙잡고 몸으로 부딪치도록 설계됐습니다. 네 번의 시험 가운데 마지막인 1984년 6월 시험에서 모의 탄두를 요격해 직격 기술의 첫 성공 시연이 됐습니다.
지금 미국이 배치한 요격미사일에는 이보다 훨씬 작은 직격 비행체가 쓰입니다. 이런 비행체를 운동에너지 살상 비행체(kinetic kill vehicle, KKV)라고도 부릅니다.
오늘날 요격미사일은 어느 쪽인가
공개 자료를 보면 두 방식이 지금도 나란히 쓰입니다. 바다 쪽부터 보겠습니다.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갖춘 함정이 쓰는 SM-3는 적 탄도미사일 비행의 중간 단계에서, 대기권 위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됐고 직격 탄두를 답니다. 반면 대기권 안의 종말 단계 요격용이던 SM-2 Block IV는 폭발 파편 탄두를 달았고, 지금은 SM-6로 바뀌었습니다.
SM-6도 폭발 파편 방식입니다. CRS 보고서가 옮긴 미사일방어청(MDA)의 2023년 12월 증언은 폭발 파편 살상 방식을 쓰는 SM-6를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제한적 방어에 쓸 수 있는 유일한 요격미사일로 적었습니다.
땅 위의 패트리엇은 한 이름 안에 두 방식이 다 있습니다. PAC-1, PAC-2 등 MIM-104A~E 계열은 폭발 파편 원리로 항공기를 상대하고 전술 탄도미사일은 제한적으로 상대한다고, CRS가 옮긴 설명은 적습니다. MIM-104F 계열인 PAC-3와 PAC-3 MSE는 훨씬 작은 탄으로, 탄도미사일 상대용으로 설계됐고 PAC-3 MSE는 고속 직격 지대공 미사일로 설명됩니다.
CRS는 지상배치 중간단계 방어(GMD)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미국의 유일한 직격 방어로 적습니다. 북한이나 이란의 제한적 공격에 대비하도록 설계된 체계이고, 2004년부터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이 배치됐습니다. 바다의 SM-3는 2024년 4월 처음 실전에 쓰였습니다. 단계별로 요격 수단이 어떻게 겹치는지는 다층 미사일 방어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는 문제
직격은 아주 작은 빗나감만 견디므로 유도 정밀도에 대한 요구가 큽니다. 폭발 파편 방식은 그 요구를 살상 반경으로 덜어 주지만, 대기권 밖 탄도미사일 방어의 최근 설계는 신관과 탄두를 뺀 직격 쪽을 택했습니다.
요격에 성공한 뒤에도 문제가 남을 수 있습니다. 미 국립연구회의(NRC)는 미사일이 막 솟아오르는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는 경우를 다루면서 "shortfall" 문제를 짚었습니다. 성공한 요격이라도 엔진과 연료 탱크 같은 파편, 나아가 온전히 무장된 핵무기가 아군이나 중립국 땅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NRC의 같은 장에는 레이저와 견준 문장이 있습니다. 상승 단계는 짧아서 요격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는데, 그 제한은 레이저 살상 체계보다 운동에너지 체계에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다만 NRC는 레이저든 운동에너지든 발사를 아주 빨리 알아채고 교전을 결심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고 덧붙이고, 이것을 큰 운용 과제로 봅니다.
레이저 무기가 무엇이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는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에서 이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근접신관: 폭발 파편 방식에서 터질 때를 정하는 장치
- 다층 미사일 방어: 비행 단계마다 요격 수단이 나뉘는 방식
- 지대공 미사일: 요격미사일이 속한 더 넓은 무리
-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 날아가지 않고 빛으로 닿는 다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