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새 레이저의 펌프 광원을 설치하고 시운전했다고 알렸습니다. 총 첨두 출력 3.2 MW, 연구소가 세계에서 첨두 출력이 가장 높다고 밝힌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LD) 배열이었습니다. 이 배열 안에는 빛이 나오는 작은 점이 50만 개 넘게 들어 있습니다.
이런 출력은 발광점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발광점을 모아서 냅니다. 먼저 발광점을 한 줄로 늘어놓은 다이오드 바(diode bar)를 만들고, 바를 다시 위로 쌓아 스택(stack)을 만듭니다. 이 글은 바와 스택이 어떤 모양인지, 묶으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1962년의 첫 반도체 레이저에서 메가와트 배열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칩 하나로는 모자랄 때
레이저 다이오드는 반도체 레이저의 다른 이름입니다. 반도체 접합에 순방향으로 전류를 흘려 다이오드처럼 동작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반도체와 공기의 굴절률 차이가 커서, 결정의 면이 스스로 거울 구실을 할 만큼 빛을 되비춥니다.
다른 레이저에 빛으로 에너지를 넣는 데 쓰면 펌프 다이오드(pump diode)라고 부릅니다. 거의 모든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는 레이저 다이오드나 다른 광섬유 레이저의 빛으로 펌핑(pumping)합니다. 다이오드가 빛을 내는 원리는 「펌프 다이오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부품」에 풀어 두었습니다.
칩에서 빛이 나오는 자리를 이미터(emitter)라고 부릅니다. 칩 하나에 이미터가 하나면 단일 이미터(single emitter)입니다. 결정을 쓰는 고체 레이저를 다이오드로 펌핑할 때는 보통 단일 이미터 하나가 아니라 고출력 다이오드 배열(array)이나 바를 씁니다. 더 많은 빛이 필요하면 이미터를 여럿 모아야 하고, 그 모으는 모양이 바와 스택입니다.
바: 한 줄로 늘어선 이미터
바는 이미터를 가로로 한 줄 늘어놓은 것입니다. 따로따로인 반도체 레이저를 한 배열 안에 가로 방향으로 나란히 둔 모양입니다. 바 하나에서는 여러 이미터의 빛이 나란히 나옵니다.
밤에 아파트 한 층의 창문이 한 줄로 켜진 모습을 떠올리면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중요합니다. 바의 이미터들은 한 칩 위에 있어도 빛이 서로 이어져 있지 않고, 저마다 따로 레이저로 동작합니다.
그래서 바의 빛은 이미터 하나의 빛을 그대로 키운 것이 아닙니다. 여러 레이저의 빛이 나란히 섞인 묶음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뒤에서 결맞음(coherence)을 볼 때 다시 나옵니다.
스택: 바를 위로 쌓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습니다. 출력을 더 키우려면 바를 세로 방향으로도 쌓습니다. 바를 여러 층 쌓은 것을 스택이라고 부릅니다. 앞면에서 보면 이미터가 가로줄과 세로줄로 늘어선 판처럼 보입니다.
LLNL의 배열이 이런 모양입니다. 유럽 연구 시설 ELI Beamlines의 소식에 따르면, 배열마다 888 nm 레이저 다이오드 바 여럿이 물로 식히는 스택에 실려 있습니다. 배열 하나의 총 첨두 출력은 800 kW이고, 이런 배열 넷을 합쳐 3.2 MW를 냅니다. 모인 이미터는 50만 개가 넘습니다.
바와 스택은 제조사의 제품 이름에도 그대로 나옵니다. BWT의 제품 목록에는 미세 채널로 식히는 세로·가로 스택 다이오드 레이저 모듈이 있습니다.
묶음의 대가: 결맞음과 열
묶으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첫째는 결맞음입니다. 배열이나 바를 이루는 다이오드 레이저는 서로 결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묶은 빛의 공간 결맞음이 크게 줄어듭니다.
다이오드 배열과 바의 빛은 빔 품질(beam quality)도 낮습니다. 그래도 쓸모는 큽니다. 이런 다이오드 배열은 결맞음이 줄었어도 보통의 섬광등(flashlamp)보다 훨씬 밝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밝기(brightness)는 교과서의 그림 설명대로 단위 넓이당 출력입니다.
스펙트럼도 다릅니다. 다이오드 배열은 섬광등보다 스펙트럼이 훨씬 좁아서, 고체 레이저가 잘 흡수하는 파장인 흡수선에 바로 맞출 수 있습니다. 펌프 빛이 더 효율적으로 흡수되고 열 효과도 줄어듭니다.
빔 품질이 낮은 빛을 받아 좋은 빔으로 바꾸는 일은 이득 매질이 맡습니다. 다이오드 펌핑 고체 레이저는 값이 비교적 싸고 빔 품질이 낮은 다이오드 배열과 바의 빛을 회절 한계에 가까운 빔으로 좋은 효율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이오드로 펌핑하는 반도체 레이저(VECSEL)도 고출력 다이오드 바의 빛을 같은 식으로 바꿉니다.
둘째 대가는 열입니다. 다이오드도 넣은 전기를 모두 빛으로 바꾸지는 못합니다. 영국 용접 연구소 TWI는 다이오드 빛을 바로 쓰는 직접 다이오드 레이저의 대표 전기-광 변환 효율을 30~50%로 적습니다. 바나 스택 하나의 값은 아니지만, 빛이 되지 못한 나머지는 열로 남습니다.
공개된 예에서도 스택에는 냉각이 따라붙습니다. 앞에서 본 LLNL 배열의 바는 물로 식히는 스택 위에 있었고, BWT의 스택 모듈은 이름에 미세 채널 냉각을 달았습니다. 바와 스택을 이야기할 때 열 관리(thermal management)가 함께 나오는 까닭입니다.
1962년의 칩에서 메가와트 배열까지
첫 반도체 레이저는 1962년에 나왔습니다. IEEE Photonics Society의 기사를 보면 GE, IBM 왓슨 연구소, MIT 링컨 연구소가 며칠 사이로 저마다 따로 첫 시연을 알렸습니다. 당시 반도체 레이저는 액체 질소를 채운 유리 용기 안에 작은 결정을 매달아 차갑게 지켰습니다. 이 발명은 세 곳 모두에서 IEEE 이정표(IEEE Milestone)로 기려졌습니다.
그 뒤 다이오드 배열의 밝기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좋아졌습니다. 차가운 용기 속 결정 하나에서 출발한 기술이 여러 바를 쌓은 배열로 자란 것입니다.
2015년의 LLNL 배열은 이 흐름에서 눈에 띄는 사례입니다. 이 배열은 고반복 첨단 페타와트 레이저 체계(HAPLS)의 펌프 광원으로 만들었습니다. 국립점화시설(NIF) 같은 예전 고에너지 과학 레이저는 섬광등을 썼습니다. 섬광등으로 펌핑하는 페타와트 체계는 1초에 한 번까지만 쏠 수 있었습니다.
HAPLS에서는 다이오드 배열이 1초에 10번 쏘아 마지막 증폭기에 킬로줄 펄스를 넣습니다. 반복률을 높이려면 섬광등보다 열을 덜 옮기고 더 빨리 빼내는 기술이 필요했고, 그래야 발사 사이 시간이 줄었습니다. HAPLS 체계 설계 담당자는 이를 두고 "섬광등의 책을 덮고 다이오드 배열로 새 책을 열었다"는 뜻의 말을 남겼습니다. 배열은 LLNL이 Lasertel과 함께 개발했고, HAPLS는 2017년부터 체코의 ELI Beamlines에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바냐 단일 이미터냐
바를 쌓는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일 이미터 여럿의 빛을 광섬유로 모으는 길도 있습니다. IPG는 자기 다이오드 레이저 모듈이 단일 이미터 다이오드와 전달 광섬유를 묶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nLIGHT도 자기 반도체 레이저가 단일 이미터 다이오드와 밝기 높은 광섬유 결합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힙니다.
단일 이미터를 만드는 회사는 바 스택과 견준 장점을 내세웁니다. IPG는 자기 단일 이미터가 바 스택 펌프보다 펌핑 밝기가 한 자릿수 높고 전력 효율은 최대 두 배라고 주장합니다. IPG가 드는 또 하나의 차이는 냉각입니다. 단일 이미터 펌프는 단순한 물 냉각이나 강제 공랭으로도 식히지만, 바 스택에는 고압의 탈이온수를 쓰는 미세 채널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견줌은 한쪽 회사의 설명이라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앞에서 본 HAPLS의 메가와트 배열은 바를 쌓은 스택으로 만들었습니다. 공개 자료로 보면 두 갈래가 모두 쓰이고 있습니다.
레이저 무기와 맞닿는 점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도 펌프 빛에서 시작합니다. 2010년에 나온 한 리뷰 논문의 초록은 광섬유의 생김새 덕분에 비교적 밝기가 낮은 다이오드 펌프 빛을 밝기가 높은 레이저 출력으로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미터를 많이 모은 펌프 빛은 결맞음이 낮아도, 광섬유 레이저 안에서 밝은 빔의 에너지가 되는 셈입니다.
국방 쪽 업체도 펌프 다이오드를 같은 흐름에 놓습니다. nLIGHT는 항공우주·국방 고객에게 대응 수단, 고에너지 레이저(HEL), 라이다, 항법 같은 쓰임의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오래 공급해 왔다고 밝힙니다. 제품군에는 지향성 에너지(directed energy)용으로 내놓은 파장 안정화 976 nm 제품도 있습니다.
반도체 칩의 빛이 모듈과 광섬유를 거쳐 발사 장치까지 가는 길은 「레이저 무기 한 대 따라가기: 반도체 칩에서 발사 장치까지」에서 한 번에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펌프 모듈: 칩의 빛을 광섬유 한 가닥에 담기」: 여러 이미터의 빛을 광섬유 한 가닥에 모으는 부품입니다.
-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 바와 스택이 남기는 열을 실어 나르는 장비입니다.
- 「체적 브래그 격자(VBG): 펌프 파장을 붙잡아 두는 소자」: 다이오드의 파장을 흡수선에 붙잡아 두는 소자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