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옛 소련이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습니다. 미국은 이듬해 국방부 안에 작은 기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과 GPS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입니다.

한국에도 비슷하게 이름이 자주 오르는 기관이 있습니다. 1970년에 생긴 국방과학연구소(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ADD)입니다. 둘 다 국방 연구 기관이지만 일하는 방식은 꽤 다릅니다. 이 글은 두 기관이 왜 생겼고 연구를 어떻게 굴리는지, 공개 자료가 어떤 어려움을 적어 두었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스푸트니크가 남긴 기관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1958년에 이 기관을 만들었고, 처음 이름은 고등연구계획국(ARPA)이었습니다. 생긴 까닭은 두 가지로 적혀 있습니다. 스푸트니크 발사에 대한 대응이 하나이고, 개발에 오래 걸리는 유망한 개념에도 자원을 대야 한다는 인식이 또 하나입니다.

이름은 몇 번 바뀌었습니다. 1972년에 국가 안보를 위한 돌파 기술에 "결정적 투자"를 한다는 임무를 강조하려고 앞에 "국방(Defense)"을 붙였습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는 클린턴 행정부가 이름을 다시 ARPA로 바꾸고 민군 겸용 기술까지 임무를 넓히려 했습니다. 1996년에 의회가 법으로 이름을 DARPA로 정했습니다.

가로 연표 두 줄. 위 줄은 DARPA로 1957년 스푸트니크 발사, 1958년 ARPA 창설, 1972년 이름에 Defense를 붙여 DARPA, 1993~1995년 다시 ARPA, 1996년 법으로 DARPA 이름 확정. 아래 줄은 국방과학연구소로 1970년 창설, 1978년 백곰 미사일 발사 성공, 1983년 대전 이전, 1987년 한국국방연구원 분리, 2006년 국방기술품질원 분리, 2024년 국방AI센터 창설
두 기관의 주요 연도.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DARPA와 국방과학연구소 누리집에 적힌 것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DARPA는 스스로를 국가 안보를 위해 "기술적 기습을 만들고 막는" 기관이라고 소개합니다. 남이 먼저 낸 기술에 놀라지 않으려면 먼저 놀라운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CRS는 DARPA가 돈을 댄 연구가 정밀유도무기(precision-guided munition, PGM), 스텔스(stealth), 무인 항공기, 적외선 야간 투시 같은 군사 기술로 이어졌고 인터넷, GPS, 자동 음성 인식 같은 상용 기술로도 이어졌다고 정리했습니다.

연구소 없이 연구를 맡기는 곳

DARPA에는 자기 실험실이 없습니다. 2021년 CRS 보고서 기준으로 정부 직원은 200명이 조금 넘고, 그 가운데 100명인 프로그램 매니저가 해마다 약 30억 달러의 예산을 맡았습니다. 연구는 주로 업체, 대학, 비영리 기관, 연방 연구소와 계약해 맡깁니다.

돈은 어디로 갈까요? 2020 회계연도에는 연구개발의 62%(23억 달러)를 업체가 수행했습니다. 대학이 18%, 연방 연구소 같은 기관 내부 수행자가 11%였고, 다른 비영리 기관과 연방 출연 연구개발 센터(FFRDC)가 4%씩, 외국 기관이 1%를 맡았습니다.

가로 막대 도표. 2020 회계연도 DARPA 연구개발을 누가 수행했나: 업체 62%(23억 달러), 대학 18%(6억 6,800만 달러), 연방 연구소 같은 기관 내부 수행자 11%(3억 9,600만 달러), 다른 비영리 기관 4%(1억 4,600만 달러), 연방 출연 연구개발 센터 4%(1억 3,600만 달러), 외국 기관 1%(5,300만 달러)
2020 회계연도 DARPA 연구개발의 수행 주체별 몫.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의 숫자 그대로입니다 (도표)(도표)

예산의 성격도 정해져 있습니다. DARPA 예산은 거의 모두 기초연구(6.1), 응용연구(6.2), 첨단기술개발(6.3)이라는 세 칸에 듭니다. 2021 회계연도에는 기초연구가 15%, 응용연구가 39%, 첨단기술개발이 44%였습니다. 최근 숫자는 DARPA 누리집에 있는데, 2026 회계연도 집행 예산이 43억 2,200만 달러, 2027 회계연도 대통령 요청이 50억 3,900만 달러입니다.

임기가 정해진 프로그램 매니저

DARPA의 방식을 말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사람이 프로그램 매니저(program manager)입니다. DARPA는 자기 성공의 바탕으로 신뢰와 자율, 한시 임기가 주는 긴박감, 사명감, 위험 감수와 실패에 대한 너그러움을 꼽습니다. 대부분의 연방 연구 기관과 달리 이곳의 프로그램 매니저는 새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새 생각에 빨리 돈을 댑니다. 동료 평가를 꼭 거칠 필요도 없어서, 사업을 고르고 필요하면 끝내는 일을 사실상 그 사람이 맡습니다.

이 자리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매니저는 보통 3~5년 임기로 오고, DARPA는 해마다 그 25%가 바뀐다고 추산합니다. 1998년에 의회는 정부 밖의 과학·공학 전문가를 최대 6년 한시직으로 바로 뽑을 수 있는 시험 제도를 만들었고, 201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으로 이 권한을 영구화했습니다.

사업 하나에 돈을 대는 기간도 짧습니다. 가능성을 가늠할 만큼만, 보통 3~5년을 대고,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 둔 이정표에 닿는지로 계속 지원할지를 정합니다. 사람이 자주 바뀌는 데는 반론도 있습니다. 기관의 기억이 모자라 비슷한 일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패와 넘겨주기라는 숙제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면 실패도 따라옵니다. 2011년 팰컨 극초음속 기술 비행체 2(HTV-2)는 기대에 못 미쳤고, 사업은 그해 끝났습니다. 2020년에는 발사 챌린지(Launch Challenge)를 우승자 없이 닫았습니다. 그래도 DARPA는 본보기로 자주 꼽혀서, 정보기관 쪽의 IARPA와 에너지부의 ARPA-E가 DARPA를 본떠 생겼습니다.

더 오래된 숙제는 결과를 넘기는 일입니다. DARPA가 키운 기술을 각 군의 획득 사업이나 다른 사용자에게 넘기는 것은 의회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과제라고 CRS는 정리합니다. 기존 방식에 도전하는 기술일수록 각 군의 저항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공군이 처음에는 항공기 스텔스 기술 투자에 저항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예산 칸도 이 틈과 맞물립니다. DARPA 예산은 6.3까지만 지원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체계를 시연하는 6.4·6.5 단계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GAO는 넘겨주기가 잘 되는 요인으로 넷을 들었습니다. 군이나 시장의 수요, DARPA가 꾸준히 관심을 둔 분야와의 연결, 넘겨받을 곳과의 적극적인 협력, 분명하게 정한 기술 목표의 달성입니다.

릴레이 경주에 견주면 DARPA는 첫 구간을 빠르게 달리는 주자입니다. 실제로는 바통을 받을 주자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을 때가 많고, 받을 쪽이 바통을 원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자주국방에서 출발한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는 1970년 8월 6일 대통령령으로 창설됐습니다. 연구소 연혁은 1970년대를 "태동기"로 부르고, 그때의 줄기를 기본병기 국산화와 유도무기 개발 착수로 적습니다. 1978년 9월 26일에는 백곰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하는 일은 법에 적혀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법 제1조가 정한 임무는 국방에 필요한 무기와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기술적 조사, 연구, 개발, 시험을 맡아 국방력 강화와 자주국방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기능으로는 무기체계와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기술지원, 군용물자 연구위탁, 연구보조 지원,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등이 있습니다.

연혁을 따라가면 조직이 갈라져 나온 자리도 보입니다. 1983년에 서울의 본소를 대전으로 옮겼고, 1987년에는 부설 국방관리연구소를 한국국방연구원으로, 2006년에는 부설 국방품질관리소를 국방기술품질원으로 분리했습니다. 2024년에 국방AI센터를 만들었고, 2025년에 이를 인공지능원으로 개편했습니다.

연구소는 시기를 넷으로 나눕니다. 태동기(1970~1979) 뒤로 무기체계 개발기술을 다지고 선진 무기를 개량한 성장·도약기(1980~1999), 정밀무기를 개발한 선진권 진입(2000~2019), 그리고 2020년부터의 국방첨단기술선도입니다.

성과를 모은 "연구개발성과 50선"은 무기체계 40선과 핵심기술 10선으로 나뉩니다. 연구소는 자기가 개발한 KT-1 기본훈련기, K9 자주포, 해성 함대함미사일, 비궁 같은 체계가 수출됐다고 적었고, 이 가운데 K9 자주포의 수출국으로 터키, 인도, 폴란드 등을 듭니다.

두 기관을 나란히 놓고 보기

두 기관의 가장 큰 차이는 연구를 누가 하느냐입니다. DARPA는 실험실 없이 계약으로 연구를 맡기고, 예산도 시제품 앞 단계까지만 댑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법이 정한 대로 무기의 연구, 개발, 시험을 직접 맡고, 필요하면 연구를 밖에 위탁합니다.

두 칸 비교 도표. 왼쪽 DARPA 칸: 프로그램 매니저(보통 3~5년 임기)가 사업을 만들고, 자기 연구소 없이 업체·대학·연구소와 계약해 연구를 맡기며, 결과를 각 군과 다른 사용자에게 넘긴다. 예산은 기초연구·응용연구·첨단기술개발(6.1~6.3). 오른쪽 국방과학연구소 칸: 무기와 국방과학기술의 조사·연구·개발·시험을 맡고, 시험평가와 기술지원, 연구위탁, 민군겸용기술개발도 한다. 값은 없다
연구를 맡기는 기관과 직접 개발하고 시험하는 기관. 두 기관의 공식 설명을 칸으로 나눈 개념 그림입니다 (도표)(도표)

생긴 자리도 다릅니다. CRS에 따르면 DARPA는 처음부터 각 군의 연구개발 조직과 분명히 떨어진 독립 기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공식 군 소요나 각 군의 역할에 묶이지 않는 연구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기본병기 국산화에서 출발해 무기체계 개발을 이어 왔습니다.

이런 연구 기관이 두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에는 국방부가 후원하는 집행 기관인 국방과학기술연구소(Defence Science and Technology Laboratory, Dstl)가 있습니다. 두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낫다고 견줄 일은 아닙니다. 한쪽은 스푸트니크 뒤의 기술적 기습을, 다른 쪽은 무기 국산화를 처음 숙제로 받았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레이저 무기 이야기에도 이 기관들이 나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혁의 2020년 이후 목록에는 고출력레이저와 레이저 대공무기가 들어 있고, 연구소가 든 중점분야 열한 가지 가운데 하나가 지향성 에너지입니다. 한국의 레이저 대공무기가 어떻게 개발되고 전력화됐는지는 지금 공개된 레이저 무기 사례에 정리돼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Dstl이 국방부를 대신해 레이저 무기 DragonFire 사업을 이끌고 업체 협력사와 함께 일합니다.

DARPA의 레이저 연구는 꼭 무기 쪽만은 아닙니다. 이미 끝난 PULSE(초고속 레이저 과학·공학 프로그램)는 광학 영역의 정밀한 스펙트럼 공학으로 더 나은 복사원을 얻으려 했습니다. 1단계에서 원리 증명, 2단계에서 구성품 통합과 실험실 시연, 3단계에서 관련 국방 운용 환경 시연으로 나아갔습니다. 실험실에서 시작해 실제에 가까운 환경으로 옮겨 가는 순서입니다.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 무기도 연구 기관의 시연에서 군의 배치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습니다. 그 긴 개발사는 레이저 무기의 역사: 화학 레이저에서 전기 레이저로에서 따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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