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지나간 뒤 물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고물에서 비스듬히 내려가는 긴 줄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줄 끝에는 그물도 낚싯바늘도 없습니다. 그 대신 물속 마이크인 하이드로폰(hydrophone)이 줄을 따라 여러 개 들어 있습니다.
하이드로폰을 이렇게 한 줄에 꿰어 배 뒤로 끄는 장치를 예인 배열(towed array)이라 하고, 이것으로 듣는 소나(SONAR)를 예인 소나라고 부릅니다. 예인 배열은 소리를 내지 않고 듣는 수동 소나로 쓰이고, 능동 체계의 저주파 신호 수신기로도 쓰입니다. 잠수함도 예인 하이드로폰 배열 같은 수동 소나를 갖춥니다.
마이크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한 줄로 늘어놓으면 무엇이 좋아질까요? 소리가 닿는 시간의 차이로 방향을 아는 원리, 곧은 줄 하나로는 풀지 못하는 물음, 바닥에 고정한 귀에서 끌고 다니는 귀로 넘어간 공개 역사를 차례로 봅니다. 같은 장치로 고래를 세는 과학 조사도 함께 살핍니다.
하이드로폰 여러 개를 한 줄로
하이드로폰 배열은 여러 하이드로폰을 미리 알고 있는 자리에 놓은 것입니다. 놓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바다 바닥에 한 줄로 깔 수도 있고, 물속에 세로 줄로 매어 둘 수도 있고, 보트나 배 뒤로 가로 줄로 끌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방법이 예인 배열입니다.
쓰임은 무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하이드로폰 배열은 잠수함의 위치를 찾는 데도, 해양 포유류를 따라가는 데도 쓰입니다. 수온 차이를 잡아 지구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데까지 쓰입니다.
"알고 있는 자리"라는 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하이드로폰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인 배열에서는 바로 이 자리가 쉽게 흔들리는데,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나옵니다.
도착 시간의 차이로 방향을 찾는다
누가 옆에서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리기 전에 벌써 어느 쪽인지 압니다. 소리가 가까운 귀에 먼저, 먼 귀에 조금 늦게 닿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두 귀로 된 "수신 배열"로 늘 이렇게 방향을 압니다.
하이드로폰 배열도 같은 일을 합니다. 잠수함처럼 먼 곳에서 온 소리는 오는 방향에 따라 하이드로폰마다 조금씩 다른 때에 닿습니다. 이 차이를 도착 시간 차이(time-of-arrival difference)라고 하고, 이것을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이드로폰 둘만 있어도 대략의 방향은 나옵니다. 배열의 모든 하이드로폰에서 얻은 정보를 함께 쓰면 소리가 오는 방향을 짚어 낼 수 있습니다. 귀 비유와 실제로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귀는 둘뿐이고 머리에 붙어 있지만, 배열은 여러 하이드로폰을 한 줄로 늘어놓고 그 자리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여럿을 묶는 까닭은 하나 더 있습니다. 한 가지 소리를 잡으려 할 때 배열은 하이드로폰 하나보다 훨씬 낫습니다. 사방에서 오는 잡음을 걸러 내고 한 방향에서 오는 소리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호 대 잡음비가 높아진 덕분에, 하이드로폰 하나로는 잡지 못하던 소리도 들립니다.
배에서 떨어져 듣는다
배는 그 자체로 소리를 내는 물체입니다. 미국음향학회 잡지에 실린 수중 음향의 역사 글은 물의 흐름이 배 자신의 소음과도, 배가 바깥으로 내보내는 소리와도 깊이 얽혀 있다고 짚습니다. 배가 바깥으로 내보내는 그 소리가 바로 수동 소나가 잡는 소리입니다.
예인 배열은 듣는 자리를 배에서 떼어 놓습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남동부 수산과학센터가 고래 조사에 쓰는 배열은 배 뒤로 약 300 m 떨어져 끌리고, 보통 9~12 m 깊이에 잠겨 있습니다. 이 값은 과학 조사선의 한 예이며 군함의 값이 아닙니다.
줄 배열의 한계: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곧은 줄 하나로는 풀지 못하는 물음이 있습니다. 줄 배열의 빔 응답에는 본디 좌우 모호성이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94년 미국음향학회 학술대회에 나온 한 바다 시험 초록도 이 점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그림으로 보면 까닭이 보입니다. 줄의 한쪽에 있는 소리 원천과, 줄을 사이에 두고 거울처럼 마주 보는 자리의 원천을 떠올려 봅시다. 두 곳에서 온 소리는 줄 위의 모든 하이드로폰에 같은 순서, 같은 시간 차이로 닿습니다. 시간 차이만 보아서는 둘을 가를 수 없습니다.
실제 줄은 곧지도 않습니다. 같은 초록에 따르면 배열이 휘면 추정한 방향이 흐트러지고, 바다에서 잰 배열은 곧은 가로줄인 적이 없었습니다. 일정한 속도로 끌 때도 줄은 대략 양 끝을 잡고 늘어뜨린 줄, 곧 현수선 모양이었습니다.
하이드로폰의 자리를 매 순간 안다면 휜 만큼 보정할 수 있고, 배열의 모양에 따라서는 좌우 모호성도 풀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자리를 충분히 정확하게 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처음에 짚은 "알고 있는 자리"가 예인 배열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가 되는 셈입니다.
바닥의 귀에서 끌고 다니는 귀로
예인 배열보다 먼저 바다에 놓인 것은 바닥의 배열이었습니다. 냉전 중이던 1950년대 초, 미 해군은 수동 하이드로폰 배열의 연결망인 SOSUS(Sound Surveillance System)를 대륙붕의 전략 해역에 놓았습니다. 실물 크기의 첫 시제품 배열은 1952년 1월 바하마 엘류세라섬 앞바다에 놓였고, 배열들은 해안 기지와 이어져 그곳에서 소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고정 배열의 연결망은 뒤에 예인 배열을 내리는 음향 감시선으로 보강되었습니다. 그 배열이 SURTASS(Surveillance Towed Array Sensor System)입니다. 잠수함이 내는 소리를 듣는 수동 소나 체계로, 배 뒤로 끄는 긴 하이드로폰 줄로 바닷속 소리를 잡습니다. SURTASS와 SOSUS를 합친 체계는 통합 수중 감시 체계(IUSS)의 일부입니다.
미 회계감사원(GAO)의 2002년 보고서는 그 뒤의 흐름을 보여 줍니다. 1985년 미 해군은 더 조용해진 새 세대 소련 핵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을 찾으려고 SURTASS 저주파 능동(LFA) 소나 계획을 세웠습니다.
수동 부분은 배 뒤로 끄는 수신 배열의 하이드로폰으로 물속 물체의 소리나 메아리를 잡고, 능동 부분은 배 밑에 줄로 매단 변환기에서 저주파 소리를 냅니다. 해양 감시선 T-AGOS-23은 해군이 SURTASS를 싣도록 설계한 배입니다.
호주도 일찍부터 이 길을 걸었습니다. 호주 국방과학기술그룹(DST)은 예인 배열이라는 생각을 1961년 한 전직 수석 방위과학자가 처음 내놓았다고 소개합니다. 호주의 예인 배열 연구개발은 1968년 호주 해군 연구소(RANRL)가 한 회사에서 배열 하나를 사들이며 시작됐고, 1970년까지 배열과 이를 다루는 장치에서 큰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뒤이어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5년 동안 함께 한 'Boolee' 연구는 조용한 표적을 먼 거리에서 찾기 위한 긴 예인 배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시험은 가는 잠수함용 예인 배열에 집중하자는 결정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1970년대에 나온 것이 Kariwara입니다.
호주 해군은 1986년 Kariwara를 Collins급 잠수함에 정부가 지급하는 장비로 정했고, 첫 배열 세 개는 1997년에 업체가 납품했습니다. 이 기술은 뒤에 지진파 탐사 같은 민간 쓰임으로도 넓어졌습니다.
다른 나라의 공개 자료에도 이름이 보입니다. 영국 정부는 예인 배열 소나 꼬리를 단 23형 프리깃 여덟 척을 모두 데번포트 기지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영문 누리집의 해양·수중 무기 체계 목록에 예인 배열 소나 체계(TASS)를 올려 두었습니다.
고래를 세는 예인 배열
같은 원리는 바다 생물을 세는 데도 쓰입니다. NOAA 남동부 수산과학센터의 음향 연구자들은 고래와 돌고래를 찾는 선 횡단 조사 때 예인 하이드로폰 배열을 내립니다. 배열은 이빨고래류가 내는 소리를 잡고 그 위치를 찾는 데 쓰입니다.
배열에는 하이드로폰이 여럿 있고, 각각 소리가 닿는 대로 기록합니다. 하이드로폰마다 다른 도착 시간으로 소리의 방향을 잽니다. 배가 제 길을 계속 가면 소리 쪽 방향이 바뀌고, 이 변화로 휘파람 소리와 반향정위 딸깍 소리가 난 자리를 찾습니다.
방향 하나만으로는 거리를 모르지만, 배가 움직이며 얻은 여러 방향을 겹쳐 보면 자리가 나오는 셈입니다. 이렇게 모은 자료는 종마다 어디에 얼마나 빽빽하게, 몇 마리쯤 사는지를 어림하는 데 쓰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여러 개를 하나처럼
예인 배열의 힘은 하이드로폰 하나하나가 아니라 묶음에서 나옵니다. 여러 하이드로폰이 받은 소리를 함께 다루면, 한 방향의 소리에 귀를 모으고 잡음을 걸러 낼 수 있습니다.
레이저에도 비슷한 생각이 있습니다. 여러 레이저 빔의 위상을 맞춰 한 빔처럼 모으는 결맞음 빔 결합입니다. 여러 개를 맞춰 하나처럼 쓴다는 점에서 두 기술은 닮았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큽니다. 예인 배열은 바깥에서 오는 소리를 받는 장치이고, 빔 결합은 빛을 내보내는 쪽입니다. 다루는 파동도 물속의 소리와 빛으로 서로 다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소나: 물속에서는 왜 소리로 볼까: 능동 소나와 수동 소나의 기본과, 물속에서 소리를 쓰는 까닭을 봅니다.
- 결맞음 빔 결합의 원리: 공개 리뷰 논문으로 읽기: 여러 빔의 위상을 맞춰 하나로 모으는 원리를 봅니다.
- 디젤전기·AIP·핵추진 잠수함: 잠수함은 무엇으로 움직일까: 예인 배열이 듣는 잠수함이 물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