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는 활주로 없이 곧장 뜨고 내립니다. 대신 빨리, 멀리 가는 데는 약합니다. 비행기는 반대로 빠르고 멀리 가지만 긴 활주로가 있어야 뜹니다. 그렇다면 둘을 한 기체에 담을 수는 없을까요?
NASA가 펴낸 XV-15 연구기의 역사서는 20세기 중반에 생긴 이 바람을 "새 꿈"이라고 불렀습니다. 헬리콥터처럼 곧장 뜨고 제자리에 머물면서, 고정익기처럼 빠르고 멀리 나는 항공기입니다. 틸트로터(tiltrotor)는 로터의 방향을 기울여 이 꿈에 다가간 방식입니다. 이 글은 그 원리와, 1920년대의 첫 시도부터 오늘의 육군 사업까지 이어진 시험의 역사를 따라갑니다.
헬리콥터는 왜 빨리 날기 어려울까
헬리콥터의 로터 날은 머리 위에서 원을 그리며 돕니다. 기체가 앞으로 날면 한쪽 날은 바람 속으로 나아가고, 반대쪽 날은 바람에서 물러납니다. 나아가는 날이 받는 바람은 회전 속도에 비행 속도가 더해진 만큼이고, 물러나는 날이 받는 바람은 거기서 비행 속도가 빠진 만큼입니다.
바람이 센 나아가는 쪽은 양력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원판의 두 절반 사이에 생기는 양력 차이를 양력 비대칭(dissymmetry of lift)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는 나아가는 날이 위로, 물러나는 날이 아래로 퍼덕이며 이 차이를 메웁니다. 아래로 퍼덕인 물러나는 날은 그만큼 더 큰 받음각으로 공기를 받습니다.
문제는 속도를 높일 때입니다. 빠르게 날수록 물러나는 날은 큰 받음각과 느린 바람이 겹쳐 실속(stall)에 들어갑니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헬리콥터 교재는 이를 물러나는 날개의 실속(retreating blade stall)이라고 부르고, 기수가 들리고 진동이 생기며 기체가 옆으로 구르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날의 퍼덕임과 물러나는 날의 느린 바람이 보통 헬리콥터의 최대 속도를 묶습니다.
날개를 따로 달아도 이 벽은 그대로였습니다. 순항하는 로터는 공기 속을 옆날로 가르며 나아가고, 날은 한 바퀴마다 빨라졌다 느려지는 공기력을 겪습니다. NASA 역사서는 고정 날개에 양력을 맡긴 복합 헬리콥터도 이 흔들림을 피하지 못했고, 찾던 답이 아니었다고 적었습니다.
로터를 앞으로 기울이면
틸트로터의 생각은 단순합니다. 큰 로터의 축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기울이는 것입니다. 뜰 때는 로터가 위를 향해 무게를 들고, 앞으로 날 때는 앞을 향해 프로펠러처럼 기체를 밉니다. 이때 무게를 받치는 일은 날개가 맡습니다.
앞으로 기운 로터는 프로펠러처럼 일하므로, 순항하는 헬리콥터 로터처럼 옆날로 공기를 가르며 날 필요가 없습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은 XV-15의 로터 파일론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기울어, 보통 헬리콥터가 물러나는 날개의 실속 때문에 겪는 속도 장벽을 없앤다고 소개합니다.
왜 굳이 큰 로터를 쓸까요? 여기서 원판 하중이라는 값이 나옵니다. 원판 하중은 추력(thrust)을 그 추력을 내는 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헬리콥터처럼 넓은 면적으로 공기를 미는 낮은 원판 하중 장치는, 제트 노즐처럼 좁은 곳으로 미는 장치보다 마력당 훨씬 많은 추력을 냅니다. 오래 떠 있어야 하거나 연료를 아껴야 하는 기체라면 큰 로터가 유리합니다.
XV-15 사업단은 로터 축이 위를 향한 헬리콥터 모드를 90도, 앞을 향한 비행기 모드를 0도라고 불렀습니다.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이 전환입니다. 전환은 속도와 축 각도, 동체 자세가 넓게 허용되는 통로 안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보조익과 승강타 같은 날개의 조종면은 모든 모드에서 일하고, 나셀이 앞으로 기울수록 로터 쪽 조종은 자동으로 줄어듭니다.
선풍기 머리를 위에서 앞으로 천천히 돌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엔진과 로터를 담은 무거운 나셀이 통째로 기울기 때문에 기체의 균형이 바뀝니다. 조종사는 이때 앞뒤 입력으로 자세를 지켜야 했습니다.
법도 이 기체를 따로 다룹니다. 미국 연방 항공 규정은 헬리콥터를 로터의 양력에 주로 기대어 떠 있는 회전익기로 둡니다. 그와 달리 수직 이착륙과 저속 비행에서는 엔진으로 도는 양력 장치나 엔진 추력에 기대고, 수평 비행에서는 돌지 않는 날개에 기대는 항공기를 파워드 리프트(powered-lift)라고 정의합니다. 정의의 낱말만 놓고 보면, 수직이착륙(vertical takeoff and landing, VTOL) 때는 로터에 기대고 순항 때는 날개에 기대는 틸트로터의 모습과 겹칩니다.
한 로터에 두 가지 일
틸트로터의 로터는 헬리콥터 로터이면서 비행기 프로펠러여야 합니다. 그래서 흔히 프롭로터(proprotor)라고 부릅니다. 두 일을 한 부품에 맡기면 어느 쪽도 완벽하게 맞추기 어렵습니다.
Bell의 시험기 XV-3은 이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 주었습니다. NASA 역사서에 따르면 XV-3의 로터는 비행기 모드에서 추진 효율이 낮았고 제자리 비행 성능도 나빴습니다. 그 뒤 틸트로터 설계자들은 프롭로터 날을 비행기 프로펠러처럼 많이 비틀 수 있게 했습니다. 옆날 비행을 견뎌야 하는 헬리콥터 날보다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그래도 크기의 타협은 남습니다. 낮은 마력으로 헬리콥터처럼 떠 있게 해 주는 큰 프롭로터는 비행기 모드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크기보다 훨씬 큽니다. 제자리 비행과 순항에서는 날에 걸리는 힘과 공기가 들어오는 모양도 크게 다릅니다. 제자리 비행과 순항의 성능 기준을 함께 맞추는 기체를 찾는 일은 수직이착륙기 개발자들이 맞닥뜨린 큰 과제였습니다.
첫 시도들과 XV-3
로터를 기울인다는 생각은 오래되었습니다. 1920년대 초 미국의 Henry Berliner는 당시의 복엽기를 닮은 기체의 양 날개 끝 가까이에 수직 축 프로펠러를 달고, 앞으로 날 때는 축을 앞으로 기울였습니다. 완전히 비행기 모드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틸트로터의 로터 배치를 닮은 이른 예였습니다. 1930년 9월에는 George Lehberger가 축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기울이는 프로펠러 비행 기계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1954년 6월 15일에는 작은 Transcendental Model 1-G가 제자리 비행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1년 남짓 동안 100번 넘게 날며 비행기 모드 10도 안쪽까지 부분 전환을 했지만, 1955년 7월 20일 체서피크 만에 추락했습니다. 1-G는 틸트로터의 전환 비행을 처음 성공적으로 탐색한 기체로 널리 인정됩니다.
군도 움직였습니다. 1950년 8월 미 육군과 공군은 헬리콥터보다 빠르고 멀리 가는 수직이착륙기를 찾는 공동 사업을 시작했고, Bell은 1951년 틸트로터를 제안했습니다. 이것이 XV-3입니다. 1955년 8월 11일 첫 제자리 비행을 했지만, 1주일 뒤 로터의 동적 불안정이 다시 나타나 거칠게 내려앉았습니다.
1956년 10월 25일에는 더 큰 일이 났습니다. 로터 축을 수직에서 17도 앞으로 기울이던 중 심한 로터 불안정이 생겨 조종석이 크게 흔들렸고, 조종사가 의식을 잃었습니다. 1호기는 추락했고 조종사는 크게 다쳤습니다. NASA 역사서는 이때 XV-3 사업이 위기를 맞았다고 적었습니다.
연구진은 날 셋의 로터를 날 둘의 로터로 바꾸고, NACA Ames의 큰 풍동에서 시험을 거듭했습니다. 1958년 12월 18일, XV-3은 마침내 동적으로 안정한 상태로 비행기 모드까지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이듬해 5~7월 에드워즈 공군 기지에서 한 정부 비행 평가는 성능과 비행 특성에서 많은 결함을 적으면서도, 틸트로터 원리가 가능하며 앞으로의 설계 경쟁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XV-3의 13년은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출력이 크게 모자라 제자리 비행과 순항 성능이 제한되었습니다.
역사서는 비행기 모드 속도가 낮게 묶인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까지 적었습니다. 속도를 더 냈다면 로터와 파일론, 날개가 함께 흔들리는 불안정으로 기체가 부서졌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조종사 10명이 125시간 동안 110번의 완전 전환을 하며, 헬리콥터에서 비행기로, 다시 헬리콥터로 안전하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XV-15: 개념을 증명한 연구기
다음 단계는 NASA와 미 육군이 함께 맡았습니다. 1972년 4월 두 기관의 틸트로터 연구기 사업 계획이 나왔고, Bell이 만든 XV-15가 1977년 5월 3일 처음 떴습니다. 1979년 7월 24일에는 헬리콥터 모드에서 비행기 모드로의 첫 완전한 비행 중 전환을 해냈습니다.
그 뒤 2년 남짓 만에 개념 증명의 주된 목표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할 자료가 모였습니다. XV-3을 괴롭힌 로터와 날개의 동적 안정성, 그리고 성능과 소음이 모두 검증 대상이었습니다. NASA 역사서는 정부, 곧 육군과 NASA가 새 항공기 형식의 사양을 직접 쓰고 미국 항공 시장에 들여오는 데 처음 성공한 일로 평가했습니다.
시험 중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도 겪었습니다. 한 비행에서 오른쪽 엔진이 갑자기 멈췄을 때, 멈춘 엔진은 자동 클러치로 구동계에서 떨어졌습니다. 남은 왼쪽 엔진은 교차 축(cross-shaft)으로 오른쪽 프롭로터까지 힘을 보내 두 로터를 함께 돌렸고, 기체는 엔진 하나로 내려앉았습니다.
XV-15는 1981년 6월 파리 에어쇼에 참가했고, 역사서는 이를 기술 밖의 중요한 순간으로 꼽습니다.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1992년 8월 사고로 잃었습니다. 남은 기체는 1979~2003년 쓰이며 시험 700시간을 기록했고, 지금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Udvar-Hazy 센터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은 그 성공이 해병대용 MV-22 개발을 북돋웠고, Bell이 Agusta와 함께 민간 틸트로터 Model 609를 개발하는 데도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V-22에서 V-280까지
1982년 2~5월, Ames 연구 센터에 모인 정부 기술자와 군 전문가들이 여러 군의 수직이착륙 임무를 한 기체로 맞출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그 연구의 판단은 틸트로터가 해병대 강습, 해군 구조, 공군 특수 작전, 육군 의무 후송 같은 여러 임무에 가장 알맞다는 것이었습니다. XV-15 사업은 이미 군용 틸트로터 수송기의 성능과 하중, 구조 동역학을 높은 신뢰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상태였습니다.
경쟁사였던 Bell과 Boeing이 손을 잡았고, 새 기체 V-22 오스프리는 1989년 3월 19일 텍사스 알링턴에서 처음 날았습니다. 12년 전 XV-15가 처음 난 곳입니다. 비행기 모드로의 첫 완전 전환은 같은 해 9월 14일이었습니다.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새 행정부의 국방장관이 국방비를 줄이려 취소할 큰 조달 사업을 고를 때, 이 사업도 없앨 대상으로 꼽혔습니다.
시험용으로 계획한 전면 개발 기체 여섯 대 가운데 다섯 대가 완성되었고, 그중 두 대가 추락해 부서졌습니다. 한 번은 탑승자 7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이 사고들은 이 기체 형식의 본래 특성 때문은 아니라고 판단되었고, 사업은 살아남았습니다.
1999년 9월 8일에는 해병대에 인도된 첫 양산 V-22가 국방부 청사에 내려앉았습니다. 1999년 말 V-22는 해군의 운용 시험을 받는 중이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2025년 6월 자료에서는 미 해병대와 해군, 공군이 V-22를 운용합니다.
다음 틸트로터는 육군 쪽에서 나왔습니다. 육군은 MV-75라는 이름을 붙인 차세대 강습기(FLRAA)가 50여 년 전에 설계된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언젠가 대신하게 할 계획입니다. Bell의 V-280 밸러 시연기는 2017년 12월 처음 날았고, 2022년 육군은 V-280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시제기 계약을 Bell에 주었습니다. 경쟁한 Sikorsky·Boeing 쪽은 한 축에 두 로터를 겹친 동축 로터에 뒤에서 미는 프로펠러를 단 복합 헬리콥터였습니다.
CRS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V-280이 V-22보다 보통에 가까운 설계를 골랐다고 적었습니다. V-22는 엔진까지 통째로 기울이지만 V-280은 프롭로터와 기어박스만 앞으로 돌립니다. V-280은 곧은 날개라서 V-22의 날개 가운데에 있는 기어박스가 필요 없고, V-22는 V자 꼬리를 가졌습니다.
같은 자료가 적은 계획은 첫 시제기 비행이 2026년, 저율 초도 생산이 2028년, 첫 배치가 2030년입니다. 걱정도 함께 적혔습니다. 일부 의원은 V-22의 사망 사고를 들어 틸트로터를 고른 데 우려를 나타냈고, 상원 세출위원회는 육군 항공 담당자들이 해군과 틸트로터 개발·운용의 교훈을 나누도록 권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두 일을 맡기는 대가
틸트로터의 역사는 한 부품에 두 가지 일을 맡긴 대가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프롭로터는 제자리 비행에 맞추면 순항에는 너무 크고, 두 모드 사이를 오가는 전환 장치와 엔진 하나로 두 로터를 돌리는 교차 축 같은 부품이 더 필요합니다. 그 대신 활주로 없이 뜨면서도 헬리콥터의 속도 장벽을 넘는 길을 얻었습니다.
레이저 무기를 차량이나 함정, 항공기에 실을 때도 비슷한 셈이 따릅니다. 플랫폼은 무게와 공간, 전력을 정해진 만큼만 내줄 수 있고, 새로 싣는 장치는 원래 맡던 일과 그 몫을 나눠 써야 합니다.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에서 그 셈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헬리콥터 로터와 동축반전로터: 꼬리 로터 없는 헬기는 왜 가능할까: 로터가 몸체를 돌리려는 힘과 그것을 잡는 여러 방법을 봅니다.
- 수직·단거리 이착륙: 활주로가 짧아도 날 수 있을까: 노즐, 리프트 팬, 기울이는 로터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 플랫폼이 내줄 수 있는 몫을 레이저 무기 쪽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