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이 포구를 떠나는 순간, 포가 포탄에 해 줄 수 있는 일은 끝납니다. 그 뒤로 포탄의 길을 바꾸는 것은 중력과 공기뿐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비행을 미리 계산하는 일은 무척 고됐습니다. 2차 대전 때 미 육군 병기국이 전자식 컴퓨터 ENIAC을 개발한 목적도 바로 이 계산, 곧 사격표 만들기였습니다.
포탄이 포를 떠난 뒤 공기 속을 날아가는 동안을 다루는 분야가 외탄도(exterior ballistics)입니다. 이 글은 공기가 없을 때의 포물선에서 출발합니다. 그다음 항력(drag)이 그 포물선을 어떻게 찌그러뜨리는지, 소리의 빠르기 근처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포탄이 날아가는 동안 자세를 어떻게 지키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손으로 하던 탄도 계산이 어떻게 컴퓨터로 이어졌는지 따라갑니다.
포구를 떠난 뒤의 과학
미 육군·해병대가 함께 쓴 1996년판 포병 교범 FM 6-40은 탄도학(ballistics)을 여러 갈래로 나누고, 그 가운데 세 갈래가 포병 사격의 정확도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적습니다. 갈래마다 맡는 구간이 다릅니다.
- 내탄도(interior ballistics): 포신 안에서 포탄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다룹니다.
- 전이 탄도(transitional ballistics): 중간 탄도라고도 하며, 내탄도에서 외탄도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다 이해되지 않은 변수가 많아 정밀한 학문이 아니라고 교범 스스로 적는 구간입니다.
- 외탄도(exterior ballistics): 포탄이 포구를 떠난 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다룹니다.
외탄도의 출발점은 한 가지 상상입니다. 중력도 대기도 없다면 포탄은 포신을 끝없이 늘인 직선을 따라 같은 속도로 계속 날아갈 것입니다. 실제 포탄이 이 직선에서 벗어나 땅으로 돌아오는 까닭이 중력과 공기입니다. 궤적이라는 말도 정확히는 포탄의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이 그리는 길을 가리킵니다.
공기가 없다면: 갈릴레이의 포물선
공을 비스듬히 던지면 공은 둥근 곡선을 그리며 떨어집니다. 엔진이 없는 이런 비행은 대포의 포탄이나 총의 탄환이 나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무게(중력)만 작용한다고 가정한 비행을 탄도 비행(ballistic flight)이라고 부릅니다.
이 곡선의 정체를 밝힌 사람이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그는 1602년 운동 이론 연구로 돌아와 그 뒤 2년 동안 빗면과 진자를 실험했고, 발사체가 포물선을 따른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결과는 35년이 지나서야 『두 새로운 과학』으로 알려진 『담론』(Discorsi, 1638)에 실렸습니다.
갈릴레이는 발사체의 운동을 두 움직임의 합으로 보았습니다. 옆으로는 같은 빠르기로 나아가고, 아래로는 일정하게 빨라지며 떨어집니다. 이 둘이 합쳐지면 반쪽 포물선이 나옵니다.
탄도 비행에는 놀라운 성질이 하나 있습니다. 궤적을 정하는 식에 물체의 크기도, 모양도, 질량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공기를 무시하면 쇠공이든 깃털이든 같은 처음 속도로 같은 각도로 던졌을 때 같은 길을 그립니다.
비행은 처음 속도와 중력 가속도에만 달려 있습니다. 최고 높이는 처음 속도의 제곱을 따라 커져서, 발사 속도를 두 배로 하면 최고 높이는 네 배가 됩니다.
갈릴레이는 자기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버지니아 대학 강의 자료의 해설은 그 태도를 두고, 중요한 것은 오차가 얼마나 큰지 알아서 그것이 쓰임새에 문제가 되는지 가리는 일이라고 짚습니다. 포탄의 경우 그 오차를 만드는 주인공이 공기입니다.
공기가 있으면 궤적이 찌그러진다
공기 속에서는 포탄이 나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공기 저항이 작용합니다. 이 성분이 항력입니다. 항력이 있으면 포탄의 수평 속도와 수직 속도가 모두 공기가 없을 때보다 작아집니다. 속도가 줄어드는 정도는 항력이 클수록 크고, 포탄의 질량이 클수록 작습니다.
이 때문에 궤적의 모양이 바뀝니다. 교범은 진공의 궤적과 표준 대기 속 궤적을 견주어 그 차이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 가장 뚜렷한 차이는 사거리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공기 속 궤적은 어느 지점에서 보아도 더 짧고 더 낮습니다.
- 진공에서는 수평 속도가 끝까지 같지만, 공기 속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듭니다.
- 진공에서 꼭대기는 출발점과 떨어지는 점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공기 속에서는 떨어지는 점 쪽으로 밀립니다.
- 진공에서는 떨어질 때의 각도가 쏠 때의 각도와 같습니다. 공기 속에서는 떨어지는 각이 더 가파릅니다.
갈릴레이의 포물선은 이렇게 올라가는 쪽이 길고 내려오는 쪽이 가파른, 한쪽으로 기운 곡선이 됩니다. 계산도 훨씬 어려워집니다. 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달려 있는데 속도가 비행 내내 바뀌니, 항력도 비행 내내 바뀝니다. 포물선처럼 한 줄 식으로 끝나지 않는 까닭입니다.
항력을 정하는 것들
항력은 여러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공기의 밀도, 속도의 제곱, 공기의 점성과 압축성, 물체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물체가 흐름에 대해 기울어진 정도입니다. NASA 글렌 연구센터의 교육 자료는 이것을 한 줄 식으로 묶습니다.
D = Cd × ρ × V² × A ÷ 2
D는 항력, ρ(로)는 공기 밀도, V는 속도, A는 기준 면적입니다. Cd는 항력 계수로, 모양·기울기·점성·압축성처럼 복잡한 영향을 숫자 하나에 모은 것입니다. 항력 계수는 계산으로 바로 얻기 어려워 거의 언제나 풍동 실험으로 정합니다.
식에서 눈여겨볼 것은 밀도입니다. 포탄의 항력은 지나가는 공기의 밀도에 비례해서, 밀도가 몇 퍼센트 늘면 항력도 같은 비율만큼 늡니다.
그런데 공기 밀도는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대기의 성질은 때와 곳에 따라 계속 바뀌고, 우리는 그 변화를 날씨라고 부릅니다. 높이로 보면 기온과 기압이 함께 내려가고, 그에 따라 공기 밀도도 높이 올라갈수록 낮아집니다.
그래서 계산에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항공과 로켓 분야에는 표준(평균) 날, 더운 날, 추운 날, 열대 날 같은 대기 모형이 있습니다. 포병 사격표도 바람이 없고 공기 밀도와 기온을 정해 둔 조건에서 출발해, 공기 밀도와 높이의 관계를 고정한 표준 궤적으로 계산했습니다. 실제 날의 공기가 이 기준과 다르면 포탄도 표준 궤적과 다르게 납니다.
크기도 항력을 바꿉니다. 모양이 같아도 크기가 다른 두 포탄은 같은 항력을 받지 않습니다. 큰 포탄일수록 공기가 미는 면적이 넓기 때문입니다.
소리의 빠르기 근처에서
항력이 속도의 제곱을 따른다는 말에는 단서가 붙습니다. 교범은 항력이 대체로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지만, 속도가 소리의 빠르기에 가까워지면 그렇지 않다고 적습니다. 소리의 빠르기에서는 음파 뒤의 압력이 커져 항력이 더 빠르게 늡니다.
속도가 느릴 때(보통 시속 250마일 아래) 공기 밀도는 거의 그대로입니다. 더 빨라지면 물체가 가진 에너지의 일부가 공기를 누르는 데 쓰이고, 둘레 공기의 밀도가 바뀝니다. 이것이 압축성 효과입니다. 소리의 빠르기(약 330 m/s) 근처와 그 너머에서는 날카로운 교란이 충격파를 만들고, 충격파는 양력과 항력을 모두 바꿉니다.
물체의 속도를 소리의 빠르기로 나눈 값이 마하수(Mach number)입니다. 마하수가 1 가까이인 천음속(transonic)에서 압축성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한때 사람들이 넘을 수 없는 '소리 장벽'이 있다고 믿은 것도, 실제로는 이 근처에서 항력이 크게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포탄 계산에도 이 점이 그대로 걸립니다. 느린 속도에서 잰 항력 계수를 마하 2에서 그대로 쓰는 것은 완전히 틀린 일입니다. 공기가 압축되는 정도가 두 경우의 물리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포병 교범도 포탄의 항력 계수가 묶는 성질에 속도 대 소리 빠르기의 비를 넣습니다.
게다가 소리의 빠르기는 기온에 달려 있어 높이 올라갈수록 낮아집니다. 같은 속도의 포탄도 높이에 따라 마하수가 달라집니다.
회전과 날개로 자세를 잡는다
앞에서 항력이 물체가 흐름에 대해 기울어진 정도에도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포탄의 축이 움직이는 방향과 어긋난 각을 요(yaw)라고 하고, 교범은 이 요를 항력 계수에 묶이는 성질의 하나로 꼽습니다. 날아가는 물체가 자세를 지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회전입니다. 총열이나 포신 안에 나선 홈, 곧 강선(rifling)을 내면 발사체가 돌면서 나갑니다. 미 국립공원청은 독립전쟁 때의 강선 소총을 두고, 이 홈이 총알을 돌게 해서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이도록 만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회전한 포탄은 공기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교범은 처음에 준 회전 때문에 포탄이 공기 속에서 다르게 반응한다고 적고, 포탄의 좌우 방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편류(drift), 옆바람, 지구 자전을 꼽습니다.
회전과 공기가 만나 옆으로 미는 힘이 생기는 예는 야구에서 볼 수 있습니다. 회전하는 공은 흐름 방향과 회전축에 모두 수직인 힘을 만들고, 이 힘이 커브볼을 휘게 합니다. 실제로는 야구공 둘레의 흐름이 매우 복잡하고, 포탄은 모양도 속도도 야구공과 크게 다릅니다. 커브볼은 회전이 옆 힘을 낳는다는 원리만 보여 줍니다.
둘째는 날개입니다. 날개로 자세를 잡는 원리는 NASA의 모형 로켓 설명에서 잘 보입니다. 모형 로켓은 날면서 무게중심을 축으로 돕니다. 축이 비행 방향에서 기울면 몸체와 날개가 양력을 만들고, 양력과 항력은 압력 중심(center of pressure)이라는 점에 작용합니다.
압력 중심이 무게중심보다 뒤에 있으면 이 힘이 기수를 다시 비행 방향으로 돌려놓습니다. 이 힘을 복원력이라 부르고, 이렇게 되돌아오는 물체를 안정하다고 봅니다.
반대로 압력 중심이 앞에 있으면 작은 흔들림이 점점 커집니다. 다만 오늘날의 대형 로켓은 대개 공기역학적 안정에 기대지 않고, 배기 노즐의 방향을 돌려 자세를 잡습니다.
손으로 하던 계산이 컴퓨터를 낳다
공기를 넣은 궤적은 한 줄 식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 어려움을 처음 실험으로 파고든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영국 기술자 벤저민 로빈스(Benjamin Robins)입니다. 그는 탄도 진자(ballistic pendulum)를 발명해 대포에서 쏜 발사체의 속도를 정밀하게 잴 수 있게 했습니다. 탄환이 무거운 추에 박히면 운동량이 추로 옮겨 가고, 추가 흔들린 폭으로 탄환의 속도를 알아냅니다.
로빈스가 1742년에 낸 『포술의 새 원리』(New Principles of Gunnery)는 빠른 움직임에 대한 공기 저항이 그 전의 어떤 이론이 잡은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다뤘습니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이 책을 독일어로 옮기고 해설을 붙여 1745년 베를린에서 냈습니다.
20세기에 들어 이 계산은 국가 기관의 일이 됩니다. 미 육군 탄도연구소(BRL)의 뿌리는 1918년 병기감실 안에 만든 탄도과이고, 1938년 애버딘 성능시험장의 연구부가 탄도연구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곳은 육군의 사격표와 폭격표를 만드는 일을 맡았습니다. 앞에서 본 표준 조건의 궤적이 담기는 표가 바로 이 사격표입니다.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라는 요구가 애버딘의 탄도학자들을 계속 밀어붙였고, 1935년에는 미분 해석기(differential analyzer)라는 아날로그 계산 기계를 들였습니다.
2차 대전이 터지자 일이 쌓였습니다. 미 육군 연구소(ARL)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탄도연구소는 해석기 두 대를 돌리고도 하루 여섯 건 정도로 들어오는 사격표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 '컴퓨터'는 기계가 아니라 책상 계산기로 포병 사격표를 계산하는 사람을 뜻했습니다. 미분 해석기의 토크 증폭기는 긴 궤적 계산이 끝나 갈 무렵 자주 고장 나 앞의 계산을 날리곤 했습니다.
그 답이 ENIAC이었습니다. ENIAC은 1946년 2월 15일 펜실베이니아 대학 무어 스쿨에서 공개되었습니다.
같은 자료는 60초 동안 나는 궤적 하나를 계산하는 데 책상 계산기를 쓰는 숙련자는 약 20시간, 미분 해석기는 15분, ENIAC은 30초가 걸렸다고 적습니다. 포탄이 실제로 나는 시간보다 계산이 먼저 끝나게 된 것입니다. ENIAC은 1946년 내내 원자력과 탄도 궤적 같은 분야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같은 공기, 다른 문제
포탄과 레이저 빔은 같은 공기를 지납니다. 다만 공기가 일으키는 문제가 다릅니다. 포탄을 괴롭히는 것은 이 글에서 본 중력과 항력, 그리고 날씨와 높이에 따라 바뀌는 공기 밀도입니다. 레이저 빔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입니다.
무게를 가진 포탄은 공기에 밀려 느려지고 땅으로 떨어집니다. 레이저 빔은 그와 달리 공기 속에서 약해지고, 흩어지고, 흔들리고, 스스로 데운 공기 때문에 퍼집니다. 레이저 빔이 공기 속에서 겪는 일은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 글에서 하나씩 다룹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자주포: 포가 스스로 움직이면 달라지는 것: 외탄도가 다루는 포탄을 쏘는 포 쪽의 이야기입니다.
- 사격통제체계: 센서와 무장 사이의 연결고리: 궤적 계산이 센서와 무장 사이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이어서 봅니다.
-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 같은 공기가 레이저 빔에는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