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는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 칩입니다. NASA의 레이저 다이오드 시험 지침에는 이 칩 묶음을 방열판에 얹고, 그 방열판을 다시 얇은 판 위에 올려 재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기를 넣으면 한쪽 면은 차가워지고 반대쪽 면은 뜨거워지는 판, 열전 소자(thermoelectric cooler, TEC)입니다.
빛을 내는 부품 밑에 왜 작은 냉장고 같은 판을 깔까요? 레이저 다이오드는 온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내는 빛의 파장(wavelength)과 켜지는 문턱, 그리고 수명까지 달라집니다. 온도가 레이저의 무엇을 흔드는지, TEC가 전기로 열을 옮기는 원리, 온도를 한 점에 붙잡는 되먹임, 그리고 이 작은 판이 어디까지 쓸모 있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몇 도에 몇 나노미터
레이저 다이오드가 데워지면 내는 빛의 파장이 길어집니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가 2006년에 낸 고출력 레이저 다이오드 배열 지침은 대표 파장 이동값을 섭씨 1도에 약 0.27 nm로 잡고, 이 값이 일정하지 않고 제조사마다 다르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0.27 nm는 작은 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표값대로라면 온도가 10 °C만 올라도 파장이 2.7 nm 옮겨 갑니다. 몇 나노미터가 왜 문제일까요?
펌프 다이오드(pump diode)는 고체 레이저나 광섬유 레이저의 이득 매질을 비추는 광원입니다. 다이오드 배열은 섬광등보다 스펙트럼이 훨씬 좁아서 이득 매질이 잘 받아들이는 흡수(absorption)선에 바로 맞출 수 있고, 그만큼 펌프 빛이 잘 흡수되며 열 효과도 줄어듭니다. 맞춰 둔 파장이 온도를 따라 흘러가면 이 이점이 줄어듭니다.
흔들리는 것은 파장만이 아닙니다. 레이저 다이오드는 전류가 문턱 전류를 넘어서야 LED 같은 빛에서 결맞은 레이저 빛으로 바뀝니다. 다이오드 구동 장비를 만드는 Wavelength Electronics의 해설은 이 문턱 값이 다이오드의 형식과 케이스 온도에 달려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명도 온도와 얽혀 있습니다. NASA 지침은 동작 중 온도와 전기 스트레스를 낮추면 반도체가 늙는 정도가 크게 줄어든다고 적습니다. 같은 전류를 넣어도 온도가 다르면 다른 레이저처럼 움직이는 셈입니다.
전기로 열을 퍼 나르는 판
TEC 속에는 n형과 p형 반도체 기둥이 번갈아 서 있습니다. 기둥들은 전기로는 한 줄로 이어지고(직렬), 열로는 나란히 놓여(병렬) 두 장의 세라믹 판 사이에 끼워집니다. 세라믹 판은 전기는 막고 열은 방열판 쪽으로 전합니다.
전압을 걸면 흐르는 전류가 전자를 한 면에서 다른 면으로 옮기고, 그 결과 두 면 사이에 온도 차가 생깁니다. 이것이 펠티에 효과(Peltier effect)입니다. 한쪽 면은 열을 빼앗겨 차가워지고, 반대쪽 면은 그 열을 받아 뜨거워집니다.
전류 방향을 뒤집으면 열도 거꾸로 흐릅니다. 같은 판이 식히는 일과 데우는 일을 모두 하고, 그래서 TEC를 다루는 컨트롤러에게 전류의 방향은 크기만큼 중요합니다. 흔히 열 펌프(heat pump)나 펠티에 냉각기라고도 부르고, 판을 여러 단 겹치면 더 큰 온도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냉장고를 떠올리면 그림이 잡힙니다. 냉장고도 안쪽의 열을 뒤쪽으로 옮겨 내다 버립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냉장고는 냉매를 압축기로 돌리지만, TEC의 핵심부에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고 반도체 속을 흐르는 전하가 열을 나릅니다.
뜨거운 쪽이 더 바쁘다
Wavelength Electronics의 해설은 열전 소자의 효율을 약 10%로 적고, 소자에 넣은 전기도 결국 열이 되어 빼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뜨거운 쪽 방열판은 레이저에서 퍼 온 열에 TEC 자신이 만든 열까지 함께 버려야 합니다. 차가운 쪽보다 뜨거운 쪽이 훨씬 많은 열을 감당하는 까닭입니다.
방열판이 모자라면 일이 꼬입니다. 온도가 오르면 센서가 그것을 알리고, 컨트롤러는 더 식히려고 전류를 늘립니다. 늘어난 전류는 이미 벅찬 방열판에 열을 더 얹고, 온도는 다시 오릅니다.
이 되풀이를 열 폭주(thermal runaway)라고 부릅니다. 지나친 전류는 TEC 자체를 망가뜨리는 길이기도 해서, 온도 컨트롤러에는 전류가 정해 둔 한계를 넘지 않게 막는 장치가 들어갑니다.
NASA 지침의 시험대도 같은 생각을 보여 줍니다. 레이저 다이오드 배열을 펠티에 TEC 위의 방열판에 올려 온도를 다스린 채 재는데, 냉각기는 시험의 가장 낮은 동작 온도에서도 배열이 내는 열을 빼내 온도를 안정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재고, 견주고, 고친다
온도 제어의 목적은 장치를 한 온도에 붙잡아 두는 것입니다. 먼저 온도를 잽니다. 흔한 센서는 서미스터(thermistor)로, 온도에 따라 저항이 바뀌는 저항기입니다. 대부분은 온도가 오르면 저항이 줄어드는 음의 온도 계수(NTC) 형입니다.
다음은 견주기입니다. 컨트롤러는 잰 온도를 사용자가 정한 설정 온도와 견주고, 그 차이를 오차라고 부릅니다. PID라고 부르는 제어 방식이 이 오차를 TEC에 보낼 전류로 바꿉니다. 데워졌으면 식히는 쪽으로, 식었으면 데우는 쪽으로 전류가 흐릅니다.
이 고리는 레이저 교과서가 설명하는 능동 안정화의 기본과 같습니다. 출력을 기준과 견주어 오차를 얻고, 그 오차를 줄이는 쪽으로 손잡이를 돌리는 닫힌 고리입니다. Keller의 『Ultrafast Lasers』는 레이저를 다루는 손잡이 가운데 레이저 온도를 "매우 느린" 것으로, 다이오드 펌핑 레이저의 주입 전류를 빠른 것으로 꼽습니다. 온도는 오래 붙잡아 두는 데 쓰는 손잡이이지 순식간에 돌리는 손잡이가 아닙니다.
얼마나 고르게 붙잡을 수 있을까요? Wavelength Electronics는 서미스터 같은 센서로 0.01~0.001 °C의 안정도를 흔히 얻고, 덜 정밀한 열전대로는 약 1 °C 수준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센서와 TEC, 레이저가 열로 잘 이어져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컨트롤러도 소용이 없습니다.
센서 자신도 조심해야 합니다. 서미스터에 흘리는 전류가 크면 서미스터가 스스로 데워져 온도를 실제보다 높게 알립니다. 온도를 재는 장치가 온도를 바꾸는 셈입니다.
1834년의 시계공에서 반도체 냉각기까지
시작은 나침반이었습니다. 토마스 요한 제벡(Thomas Johann Seebeck)은 1821년(자료에 따라 1821~1823년), 서로 다른 두 금속으로 만든 고리의 두 이음매 온도가 다르면 옆의 나침반 자석이 돌아간다는 것을 찾았습니다. 온도 차가 전압을 만들어 닫힌 고리에 전류를 흘린 것이고, 지금은 이것을 제벡 효과라고 부릅니다.
1834년에는 프랑스의 시계공이자 시간제 물리학자 장 샤를 아타나즈 펠티에(Jean Charles Athanase Peltier)가 거꾸로 된 현상을 찾았습니다. 서로 다른 두 금속의 이음매에 전류를 흘리면 이음매가 데워지거나 식었습니다. 1838년 렌츠(Lenz)는 전류 방향에 따라 이음매에서 열을 빼내 물을 얼리거나, 전류를 뒤집어 얼음을 녹일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쓸 만한 냉각기는 반도체와 함께 왔습니다. 1949년 아브람 이오페(Abram Ioffe)가 성능 지수라는 개념으로 열전 현상의 현대 이론을 세웠고, 성능 지수가 높은 재료는 대개 불순물을 많이 넣은 반도체였습니다. 1950년대에는 상온에서 0 °C 아래로 식히는 냉각이 시연되었는데, 그 첫 시연 가운데 하나가 1954년 줄리언 골드스미드(H. Julian Goldsmid)의 텔루르화 비스무트(Bi₂Te₃) 소자였습니다.
그 뒤 Bi₂Te₃ 계열 펠티에 냉각기를 만드는 작지만 안정된 산업이 생겼고, 그 냉각기는 광전자 부품부터 작은 냉장고, 좌석 냉난방까지 들어갑니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 있어도 믿을 만하고 단순하다는 점 덕분에 남은 자리입니다.
반도체 레이저도 차가운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1962년 미국의 세 연구소가 첫 반도체 레이저를 두고 경쟁했고, 그 무렵 GE 연구소 사진 속 반도체 레이저는 액체 질소를 채운 유리 용기에 매달린 작은 결정이었습니다. 노벨재단의 2000년 물리학상 해설에 따르면 헤테로 구조가 나온 뒤에야 문턱 전류가 크게 낮아져 추가 냉각 없이 연속 동작할 수 있게 되었고, 1970년 상온 연속 동작이 보고되었습니다. 오늘날 레이저 다이오드 밑의 TEC가 하는 일은 아주 차갑게 하는 것보다 정해 둔 온도에 붙잡아 두는 것에 가깝습니다.
레이저 밖의 열전 냉각
빛을 재는 쪽도 온도에 민감합니다. 광전자 증배관(photomultiplier tube)은 식히면 암전류와 그에 따른 잡음 펄스가 줄어 신호 대 잡음비가 좋아집니다. Hamamatsu의 안내서는 흔한 냉각 방법으로 공기·물·열전 냉각을 들고, 물과 열전 냉각은 주변 온도 아래로 식힐 수 있다고 적습니다.
펠티에 소자에는 진동이나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부품이 없습니다. 아주 작은 빛을 재는 장치에 반가운 성질입니다. 같은 회사는 열전 냉각형 실리콘 포토다이오드가 신호 대 잡음비를 크게 높인다고 소개합니다.
열전 현상을 거꾸로 쓰면 온도 차로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NASA의 설명으로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 안에 이런 열전대를 길게 직렬로 이어, 무인 탐사선에 필요한 전기를 꾸준히 만듭니다. 레이저 밑에서 열을 퍼 나르는 판과 먼 우주를 나는 탐사선의 전원이 같은 물리에서 나온 셈입니다.
작은 열에 맞는 도구
TEC가 만능은 아닙니다. 미 에너지부(DOE)가 2014년 건물 냉난방 기술을 견준 보고서는 지금의 열전 기술이 증기 압축 방식보다 효율이 낮다고 평가합니다. 열전 기술이 전자 부품 냉각이나 작은 가정용 냉장처럼 아주 작은 부하에서 널리 상용화되어 있고, 와트당 값이 50 W를 넘는 쓰임에는 너무 비싸다는 판단도 같은 보고서에 있습니다.
건물 냉난방을 두고 한 평가라 레이저에 숫자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효율이 낮은 판으로 많은 열을 퍼 나르면 뜨거운 쪽의 짐이 그만큼 커진다는 점은 앞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신뢰도도 따져야 합니다. NASA 지침은 배열과 상자의 열 설계에 따라 TEC가 필요할 수도,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TEC를 더하면 부품이 늘어 레이저 계 전체의 신뢰도가 낮아진다고 적습니다. 온도를 지키는 장치도 고장 날 수 있는 부품 하나라는 뜻입니다.
레이저 전체, 나아가 레이저 무기 체계의 열을 플랫폼 밖으로 내보내는 일은 열 관리(thermal management)라는 더 큰 문제입니다. 그 이야기는 「냉각과 열 관리」와 「전원 장치와 칠러」에서 다룹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펌프 다이오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부품」: 온도를 붙잡아 둘 대상, 펌프 다이오드의 구조와 파장 맞추기를 봅니다.
-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 레이저 전체의 열이 어디서 생기고 어디로 가는지 봅니다.
- 「전원 장치와 칠러: 레이저 뒤에 있는 장비」: 큰 열을 실어 나르는 칠러 쪽을 봅니다.
- 「광검출기: 포토다이오드는 빛을 어떻게 전기 신호로 바꿀까」: 열전 냉각을 쓰기도 하는 빛 검출기의 원리입니다.
- 「레이저 다이오드 드라이버: 전류를 정밀하게 다루는 전원」: 온도 컨트롤러와 짝을 이루는 전류 쪽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