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에 마지막 기체가 공장을 나온 폭격기가 2040년대에도 날 계획이라면 믿어지시나요? 미 공군의 B-52 이야기입니다. 공군은 남은 74대의 수명을 2040년대까지 늘리려 합니다.
B-52 같은 비행기를 전략폭격기라고 부릅니다. 크고, 멀리 날고, 많이 싣습니다. 그런데 "전략"이라는 말은 비행기의 크기에서 나온 이름이 아닙니다.
이름의 뜻을 풀다 보면 폭격기가 2차 대전 뒤 어떻게 달라졌는지, 오늘날 핵 전력과 군비통제 조약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가 함께 보입니다.
"전략"이라는 말이 붙는 까닭
미 의회조사국(CRS)의 2025년 보고서는 미 공군이 운용하는 폭격기를 "전략(또는 중) 폭격기"라고 부릅니다. 전략폭격기(strategic bomber)와 중폭격기(heavy bomber)는 같은 비행기를 가리키는 두 이름입니다. 이 폭격기들은 무거운 탑재물을 싣고 먼 거리를, 오랜 시간 동안 납니다.
"전략"의 뜻은 냉전 시기의 핵무기 분류에 남아 있습니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과 중폭격기는 전략 핵 운반 수단으로, 짧거나 중간 거리의 체계는 비전략 핵무기로 나뉘었습니다. 멀리 닿느냐가 갈림길이었던 셈입니다.
동네를 도는 배달 오토바이와 바다를 건너는 화물기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거리만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조약이 무엇을 세는지, 핵무기를 싣도록 갖췄는지도 이 구분에 얽혀 있습니다.
오늘날 폭격기가 핵 임무만 맡지는 않습니다. 폭격기는 미 공군의 핵심 재래식 기능인 항공 우세(air superiority)에 꼭 필요한 요소로 꼽히고,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으로 그 임무를 돕습니다. 핵 임무와 재래식 임무를 모두 할 수 있는 폭격기를 이중 능력(dual-capable) 폭격기라고 합니다.
2차 대전에서 냉전까지
폭격기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2차 대전 동안 미국은 새 폭격기 기종을 개발했고, 폭격기를 수만 대 만들었습니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영국과 함께 벌인 연합 폭격 공세는 독일의 군사·산업·경제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더 멀리 나는 폭격기에 대한 요구도 이 무렵 나왔습니다. 1930년대 후반 미 육군 항공대 지휘부는 B-17 플라잉 포트리스보다 성능이 높은, 아주 먼 거리를 나는 폭격기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항공대는 1940년 2월 새 폭격기의 요구 조건을 냈습니다.
그렇게 나온 B-29 슈퍼포트리스는 승무원을 여압 칸에 태운 첫 폭격기였습니다. 18,000피트 넘게 높이 날 때도 승무원이 일하는 칸의 기압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 승무원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1945년 8월 6일, B-29 에놀라 게이가 전투에서 쓰인 첫 원자폭탄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렸습니다. 사흘 뒤 B-29 복스카가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자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1945년 8월 14일 일본은 연합국의 무조건 항복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냉전 동안에는 소련 폭격기의 능력에 대한 보고가 미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폭격기 전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B-52는 1955년에 실전 배치되었습니다. 1960년대 초부터 미국은 폭격기를 한 축으로 하는 전략 핵 운반 수단의 "3축"을 유지해 왔습니다.
지금 미국이 쓰는 세 기종
2025년 CRS 보고서 기준으로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는 B-52, B-1B, B-2 세 기종입니다. 셋은 나온 때도, 맡은 일도 다릅니다.
B-52 스트래토포트리스는 가장 오래된 기종입니다. 보잉은 B-52를 744대 만들었고, 그 가운데 74대가 남아 있습니다. 공중급유(aerial refueling) 없이 8,800마일, 약 14,000 km를 날 수 있고 무장 70,000 lb, 약 32톤을 실을 수 있습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46대가 핵무기를 실을 수 있습니다.
B-1B 랜서는 처음에 핵과 재래식을 모두 하는 이중 능력 폭격기이자 B-52의 뒤를 잇도록 설계되었습니다. 1986년에 초기 작전 능력을 갖췄고, 1990년대에 재래식 임무 전용으로 바뀌었습니다. 탑재량은 75,000 lb, 약 34톤으로 미 공군의 재래식 무장 탑재량 가운데 가장 큽니다. 처음 100대였던 B-1B는 지금 45대가 남아 있습니다.
B-2 스피릿은 엔진 네 개를 단 다목적 중폭격기입니다. 1989년에 처음 날았고 1997년에 초기 운용을 시작했습니다. 탑재량은 40,000 lb, 약 18톤입니다.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20대가 있지만, 2022년 사고로 수리비가 너무 비싸진 한 대를 퇴역시킬 계획이라 2025년 보고서는 19대가 남는다고 적었습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B-2는 모두 핵무기를 실을 수 있습니다.
B-2에는 다른 두 기종에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설계와 재료가 적 레이다에 잡히는 정도를 줄여, 스텔스(stealth) 항공기로 여겨집니다. 날개만으로 된 삼각형 모양, 복합재, 표면 도료가 레이다 반사면적(radar cross section, RCS)을 줄입니다. B-2는 원래 소련의 방공망을 뚫는 능력을 높이려고 만들어졌습니다.
스텔스의 원리는 스텔스기: 정말 보이지 않는 비행기일까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핵 3축 체계 속의 폭격기
미국의 핵 3축 체계(nuclear triad)는 세 다리로 섭니다. 땅에서 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 핵잠수함에서 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장거리 중폭격기입니다.
처음부터 정교한 설계로 세 다리를 갖춘 것은 아니었습니다. CRS는 미국이 세 가지를 만든 데에는 각 군이 핵 전력의 한몫을 원한 까닭이 컸다고 설명합니다. 그 뒤에 미 국방부는 서로 다른 배치 방식의 장점이 서로를 보완해 억제를 강화한다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폭격기 다리의 몫은 무엇일까요? 미국 정부 문서들이 내놓은 답은 대체로 "유연함"과 "눈에 보임"입니다. 2018년 핵태세검토(NPR)는 중폭격기를 3축 가운데 "가장 유연하고 눈에 잘 띄는 다리"라고 했습니다. 2010년 핵태세검토는 중폭격기를 눈에 보이게 앞으로 배치해 위기 때 미국의 결의와 공약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되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자주 꼽힙니다. 냉전기 분석가들은 중폭격기를 빨리 흩어 띄우면 살아남을 수 있고, 위기가 전쟁으로 번지지 않으면 기지로 되불러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전 미 전략사령관 제임스 엘리스는 2005년에 ICBM은 즉응성, SLBM은 생존성, 폭격기는 유연성과 되부르는 능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쓰임의 한 예가 동맹국 파견입니다. 2018년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는 폭격기 기동부대(Bomber Task Force) 파견을 시작했습니다. 폭격기가 세계 곳곳의 동맹국으로 날아가 순찰과 연습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평소의 모습은 냉전 때와 다릅니다. 지금 미국 폭격기는 날마다 핵무기를 싣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도 러시아도 평소에는 폭격기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습니다.
조약은 폭격기를 어떻게 세나
미사일은 실제로 실린 탄두 수를 세면 됩니다. 폭격기는 어떨까요? 한 번에 여러 발을 실을 수 있고, 평소에는 핵무기를 싣지 않은 채 기지에 있습니다.
2011년에 발효된 미국과 러시아의 New START 조약은 단순한 규칙을 골랐습니다. 핵무기를 싣도록 갖춘 배치 중폭격기 한 대를 핵탄두 하나로 셉니다. 순항미사일을 싣든 중력 폭탄을 싣든 같습니다. 실제로는 한 대가 폭탄이나 순항미사일을 20발까지 실을 수 있지만, 조약의 셈은 한 대에 하나입니다.
반대로 장거리 핵 순항미사일, 핵 공대지 미사일, 핵폭탄 가운데 어느 것도 싣도록 갖추지 않은 중폭격기는 조약 한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폭격기를 재래식 전용으로 바꾸면 조약의 셈에서 빠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B-1이 그런 예입니다. 1990년대 START I 아래에서 B-1B는 재래식 임무 전용으로 바뀌었습니다. 공군은 1993년에 전환을 시작해 1997년에 끝냈고, 그 뒤 B-1은 핵무기를 실을 수 없습니다. 2011년 미국은 New START 조건에 따라 이 폭격기를 러시아에 보여 주어, 더는 핵무기를 운반할 수 없고 조약 한도에 세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조약의 제한은 2026년 초에 끝났습니다. 그때까지 미국의 전략 전력은 New START의 테두리 안에 있었습니다.
새 폭격기와 오래된 폭격기
미 공군은 새 폭격기 B-21 레이더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2025년 CRS 보고서는 B-21을 개발 중인 이중 능력 침투 타격 스텔스 폭격기로 소개합니다. B-2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작고, 새 소프트웨어를 더 빨리 넣을 수 있도록 개방형 체계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공군은 적어도 100대를 사서 2020년대 중반부터 들여올 계획이고, 2026년 자료로는 시험과 초기 생산 단계에 있습니다.
새 폭격기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공군이 바란 것은 스텔스와 긴 항속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하늘에 떠서 부름을 기다릴 수 있는 "지속성"도 원했습니다. 멀리, 오래 가야 한다는 전략폭격기의 성격이 새 기종의 요구에도 이어진 셈입니다.
오래된 기종은 손을 봐서 더 씁니다. B-52 상용 엔진 교체 사업(CERP)은 롤스로이스 F-130 엔진 여덟 개를 단 새 형인 B-52J를 만드는 일입니다. 공군은 2032 회계연도까지 51대, 남은 23대를 2033 회계연도에 바꿀 것으로 봅니다. 계획대로 2040년대까지 쓴다면, 마지막 기체가 나온 지 80년 가까이 나는 셈입니다.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2021년 CRS 보고서는 세 기종이 모두 낡아 가고, 공군 안의 많은 이가 새로운 도전에 맞서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적었습니다. 공군은 B-2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정비·현대화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비용과 대수도 논쟁거리입니다. 공군은 100대를 산다는 전제로 B-21 한 대에 2010년 달러 기준 5억 5천만 달러가 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5년 3월 미 전략사령관은 B-21이 145대 필요할 수 있다고 의회에서 증언했습니다. 일부 바깥 단체는 스텔스 폭격기가 계획한 100대가 아니라 적어도 200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공중급유: 하늘에서 연료를 나눠 주는 기술: 붐 방식이 장거리 폭격기 때문에 표준이 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 스텔스기: 정말 보이지 않는 비행기일까: B-2와 B-21이 기대는 스텔스의 뜻과 한계를 봅니다.
-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 큰 항공기에 레이저 같은 장비를 실을 때 무엇을 따지는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