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고를 때 연비를 봅니다. 연료 1리터로 몇 km를 가는지 알면 차의 크기나 엔진 이름을 몰라도 두 차를 견줄 수 있습니다. 로켓 엔진에도 이런 숫자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비추력(specific impulse, Isp)이라는 값이고, 단위는 뜻밖에도 "초"입니다. NASA는 센타우르 로켓 역사를 소개하며 비추력을 "자동차의 갤런당 마일과 어느 정도 비슷한" 연료 효율의 척도라고 불렀습니다.
이 글은 비추력이 무엇을 무엇으로 나눈 값인지, 왜 시간 단위가 붙는지, 같은 엔진이라도 왜 값이 달라지는지를 살핍니다. 그리고 비추력이 아주 높은데도 종이 한 장 무게만큼밖에 밀지 못하는 엔진 이야기로, 숫자 하나만 보면 놓치는 것을 짚습니다.
추진제 무게로 나눈 추력
로켓을 미는 힘을 추력(thrust)이라고 합니다. 엔진은 기체 덩어리를 뒤로 세게 내보내고, 그 반작용으로 로켓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추력이 한동안 이어지면 그 효과가 쌓이는데, 평균 추력에 연소 시간을 곱한 값을 총충격량(total impulse)이라고 부릅니다.
총충격량을 그동안 쓴 추진제의 무게로 나누면 비추력이 됩니다. 영어의 "specific"은 여기서 "무게로 나눈"이라는 뜻일 뿐입니다. 한 번에 보면 이렇습니다.
Isp = F ÷ (ṁ · g₀)
F는 추력, ṁ은 1초에 빠져나가는 추진제의 질량, g₀는 중력 가속도 상수입니다. ṁ에 g₀를 곱하면 1초에 쓰는 추진제의 무게가 됩니다. 그러니 비추력은 "추진제를 매초 일정한 무게만큼 태울 때 추력이 얼마나 나오는가"를 묻는 값입니다.
NASA Glenn 연구센터의 교육 자료는 비추력이 높은 엔진이 같은 양의 추진제로 추력을 더 내므로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노즐을 지나는 추진제 무게 유량을 알면 비추력에서 추력을 바로 셈할 수 있다는 것도 이 값이 쓸모 있는 까닭입니다.
왜 단위가 초일까
추력은 힘이고 무게 유량은 1초당 무게, 곧 1초당 힘입니다. 힘을 "초당 힘"으로 나누면 힘은 지워지고 초만 남습니다. 단위를 m/s를 m/s²로 나눈 꼴로 따져 봐도 답은 같습니다.
여기에는 쓸모가 하나 있습니다. g₀는 미터 단위로 9.8 m/s², 영국 단위로 32.2 ft/s²입니다. 어느 단위로 셈하든 비추력은 같은 초 값이 나옵니다. 나라마다 단위가 달라도 엔진을 바로 견줄 수 있는 셈입니다.
정의를 거꾸로 읽으면 초의 뜻이 보입니다. 비추력은 총충격량을 추진제 무게로 나눈 값이니, 추진제가 자기 무게만큼의 추력을 몇 초 동안 낼 수 있는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 엔진은 추력이 시간에 따라 바뀌므로, 이 읽기는 단위의 뜻을 붙잡는 데까지만 씁니다.
비추력은 배기 속도의 다른 이름이다
로켓 추력은 1초에 내보내는 질량에 그 질량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곱한 값과 이어집니다. NASA 자료는 노즐 출구의 압력 차이까지 한데 넣은 속도를 등가 배기 속도(equivalent velocity, V_eq)로 정의하고, 추력을 F = ṁ · V_eq로 간단히 씁니다. 여기에 앞의 정의를 맞대면 비추력과 배기 속도는 g₀ 하나 차이로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V_eq = Isp × g₀
예를 들어 비추력이 300초라면 등가 배기 속도는 300 × 9.8 = 2,940 m/s, 약 2.9 km/s입니다. 비추력이 3,000초라면 약 29 km/s가 됩니다. 비추력을 높인다는 말은 결국 같은 질량을 더 빠르게 뒤로 내던진다는 말입니다.
이 연결은 로켓 방정식으로 이어집니다. 이상적인 로켓 방정식에서 로켓이 얻는 속도 변화를 엔진의 비추력으로 다시 쓰면 이렇습니다.
Δu = Isp · g₀ · ln(m_f ÷ m_e)
m_f는 추진제를 가득 채운 질량, m_e는 다 쓰고 남은 빈 질량입니다. 같은 질량비라면 비추력이 높은 엔진이 더 큰 속도 변화를 줍니다. 추진제 무게가 로켓 전체 무게의 큰 몫이라서 이 값이 중요합니다. 단을 나누어 빈 질량을 버리는 방법은 다단 로켓을 다룬 글 "다단 로켓: 왜 로켓을 여러 단으로 나눌까"에서 이어집니다.
바깥 공기가 값을 바꾼다
같은 엔진이라도 비추력은 하나의 숫자가 아닙니다. 추력은 엔진을 지나는 질량 유량, 배기의 출구 속도, 노즐 출구의 압력에 달렸고, 출구 압력은 어떤 설계 조건에서만 바깥 압력과 같습니다. 바깥 압력이 바뀌면 추력이 바뀌고, 추력이 바뀌면 비추력도 바뀝니다.
바깥 공기는 엔진을 막은 마개와 비슷합니다. 연소실의 압력이 바깥 압력보다 커야 배기가 노즐로 빠져나가므로, 압력의 일부는 이 마개를 이기는 데 쓰입니다. 그만큼 노즐을 지나는 배기의 속도가 줄어듭니다.
로켓이 높이 오르면 대기가 엷어지고 바깥 압력이 점점 낮아집니다. 그러면 같은 엔진의 추력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엔진의 비추력을 말할 때는 해수면 조건인지 진공 조건인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산화제를 싣고 다니는 로켓은 산소가 없는 진공에서도 추력을 냅니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엔진과 갈리는 지점이고, 이 차이는 비추력의 정의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아래 공기 흡입 엔진 단락에서 다시 봅니다.
액체 수소를 고른 까닭: 센타우르와 RL10
배기 속도를 엔진의 성적표로 본 생각은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교사이자 이론가였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는 1903년에 낸 대표 저작에서 로켓 방정식을 내놓았습니다. 뉴턴 제2법칙에 바탕을 둔 이 식은 엔진의 배기 속도를 로켓 자체의 속도 변화와 잇습니다.
미국의 로버트 고다드(1882~1945)는 1926년 3월 16일 세계 첫 액체 추진제 로켓을 날렸습니다. 약 40피트를 오르는 데 그친 짧은 비행이었습니다. NASA 교사용 안내서는 이 비행을 43년 뒤 새턴 V 달 로켓의 앞선 걸음으로 적습니다.
비추력이 엔진을 고르는 이유가 된 대표적인 예가 센타우르(Centaur)입니다. 대부분의 로켓이 등유 계열 연료를 태울 때, 미국 첫 고에너지 상단인 센타우르는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를 썼습니다. NASA 역사 쪽은 이 조합의 높은 에너지가 더 큰 비추력을 낸다고 설명하고, 추진제 무게가 로켓 전체 무게의 큰 몫이라서 이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입니다.
1963년 11월 27일 첫 아틀라스/센타우르가 탑재물 없이 날았습니다. 이 비행은 액체 수소·액체 산소 엔진이 비행 중에 처음 연소한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센타우르의 요구에 맞춰 다듬은 RL10 엔진도 이해에 처음 성공적으로 날았습니다.
엔진 하나의 비추력은 개량으로 오르기도 합니다. NASA Spinoff는 RL10의 비추력이 처음 424초에서 그 뒤 약 465초로 늘었다고 적었고, 바뀐 점으로 노즐을 늘이고 연소실 목을 좁힌 것을 꼽았습니다.
비추력이 높다고 세게 미는 것은 아니다
연비가 좋은 차가 꼭 힘센 차는 아닙니다. 로켓도 그렇습니다. 비추력은 추진제를 아끼는 정도를 말할 뿐, 1초에 얼마나 세게 미는지는 따로입니다.
전기 추진(electric propulsion)이 그 차이를 잘 보여 줍니다. 전기 추진은 전기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꿔 추진제를 가속하는 방식이고, 우주에서는 주로 태양 전지가 전기를 댑니다. NASA의 소형 우주선 기술 현황 자료는 전기 추진이 화학 추진보다 한 자릿수 큰 총충격량을 줄 수 있다고 적습니다. 대신 추력 대 전력이 대체로 75 mN/kW 아래라서, 500 W를 쓰는 소형 우주선은 38 mN 넘게 내기 어렵습니다.
이 자료의 요약표를 보면 갈림이 더 뚜렷합니다. 냉가스는 40~110초, 하이드라진 단일 추진제는 180~285초, 고체 모터는 187~269초입니다. 홀 효과 추력기는 200~1,920초, 그리드 이온 추력기는 500~3,000초까지 갑니다.
그런데 그리드 이온 추력기의 추력은 0.1~20 mN이고, 하이드라진 추력기는 0.25~28 N입니다. 이 범위는 그 조사에 든 소형 우주선 장치만 요약한 것이라, 기술 전체의 능력이나 물리적 한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NASA의 탐사선 Dawn이 좋은 예입니다. Dawn의 추력기는 전하로 제논 이온을 화학 엔진보다 7~10배 빠르게 가속합니다. 그래도 최대 추력에서 엔진 하나가 내는 힘은 91 mN으로, 공책 종이 한 장을 손에 쥐는 힘 정도입니다. 최대 출력으로 달려도 시속 0에서 60마일까지 4일이 걸리는 힘입니다.
그래서 쓰임이 나뉩니다. 화학 추진은 큰 추력이나 빠른 기동이 필요할 때 쓰고, 전기 추진은 같은 충격량을 얻는 데 수백~수천 시간을 들여도 되는 일에 맞습니다. Dawn의 이온 추진도 몇 분이 아니라 수천 일에 걸쳐 작동하도록 계획됐습니다.
공기를 마시는 엔진과 미사일
제트 엔진, 램제트(ramjet), 스크램제트(scramjet) 같은 공기 흡입 엔진은 태우는 산소를 모두 대기에서 모읍니다. 이런 엔진의 비추력은 낸 추력을 소비한 연료의 무게로 나눠 잽니다.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모두 싣고 다니니 둘 다 세지만, 공기 흡입 엔진은 산소를 싣지 않으니 연료만 셉니다.
그래서 로켓의 비추력과 공기 흡입 엔진의 비추력을 그대로 나란히 놓으면 분모가 다릅니다. 터빈 엔진의 성능에는 specific thrust라는 비슷한 효율 지표를 따로 씁니다. 어떤 무게로 나누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의 기술지는 터보제트·램제트·스크램제트의 효율을 속도에 따라 비교하면서, 더 빠르게 날수록 비추력이 낮아지고 그만큼 연료가 더 들고 사거리가 짧아진다고 적었습니다. 미사일을 더 빠르게 만드는 일이 연비를 내주는 일과 맞물린다는 뜻입니다. 공기 흡입 엔진의 구조는 램제트와 스크램제트 글에서, 고체와 액체 로켓의 차이는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비추력 숫자를 읽을 때
뉴스나 자료에서 비추력 숫자를 보면 먼저 조건을 찾아봅니다. 해수면 값인지 진공 값인지, 공칭 작동 조건의 값인지가 숫자만큼 중요합니다. NASA 소형 우주선 자료는 공칭이 아닌 조건에서 작동하면 비추력이나 전기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어떻게 얻은 값인지도 봅니다. 같은 자료는 배기 기둥의 특성에서 끌어낸 비추력 주장은 조심해서 봐야 하고, 알맞은 환경에서 한 검증 시험 자료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자료의 표도 장치마다 공칭 작동 조건의 값만 담았고, 문헌에 없는 값은 가진 자료로 어림했다고 밝힙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으로 나누었는지를 봅니다. 로켓은 추진제 전체, 공기 흡입 엔진은 연료만 분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비추력이 높다는 말에는 추력이 얼마인지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연비만 보고 차의 힘을 짐작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효율을 묻는 같은 물음
레이저 무기에는 추진제가 없지만 효율을 묻는 물음은 그대로 남습니다. 로켓이 "추진제 한 덩이로 얼마나 미는가"를 묻는다면, 레이저는 "넣은 전기 가운데 얼마가 빛이 되는가"를 묻습니다. 이 값을 전기-광 변환 효율(wall-plug efficiency)이라고 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지향성 에너지 무기 입문은 미 국방부의 고에너지 레이저 확장 계획(HELSI)이 빔 품질과 효율을 지키거나 높이면서 출력을 키우는 것을 보이려 한다고 소개합니다. 같은 문서는 미국의 현행 사업 다수가 전력으로 움직이는 고체 레이저라서 한 발 비용이 그 발에 드는 전력 비용과 같다고 적었습니다. 한편 크기·무게·전력(SWaP)과 냉각 요구가 레이저의 사거리와 빔 품질을 제한할 수 있다고도 짚었습니다.
로켓에서 비추력이 실을 추진제의 무게를 정하듯, 레이저에서는 효율이 실을 발전기·배터리·냉각 장치의 크기를 좌우합니다. 이 이야기는 전력과 효율 글에서 계산 예와 함께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 비추력을 내는 두 갈래 엔진의 구조와 쓰임을 봅니다.
- 다단 로켓: 왜 로켓을 여러 단으로 나눌까: 로켓 방정식의 빈 질량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 램제트와 스크램제트: 공기를 마시는 엔진이 빠른 속도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봅니다.
- 전력과 효율: 레이저 무기에서 효율이 체계의 크기를 정하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