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으로 물체를 높이, 빠르게 올려 보내는 것은 일의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 물체를 부서지지 않게 땅으로 돌려보내는 일입니다. 돌아오는 길에서 가장 큰 적은 공기와 열입니다.
대기권으로 돌아오는 물체를 열에서 지켜 주는 것이 열차폐(heat shield)입니다. 이 글은 재진입 때 열이 어디서 오는지, 왜 뭉툭한 모양이 열을 덜 받는지, 열을 막는 세 갈래 방법이 무엇인지를 따라갑니다. 근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펴낸 재진입 역사서와 NASA의 최근 조사 발표입니다.
이 이야기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에서 시작해 유인 우주선으로 이어집니다. 미사일 탄두를 지키려던 연구가 우주비행사를 지키는 기술의 바탕이 됐기 때문입니다.
열은 어디서 오나
A-4나 레드스톤(Redstone) 같은 초기 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낮았습니다. 그래서 심각한 가열 문제를 만들 만큼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사거리가 길어지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빨리 돌아오면서 가열이 큰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큰 운동 에너지를 지닙니다.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동안 이 운동 에너지는 거의 전부가 대기 가열을 거쳐 열로 바뀝니다. 그렇다면 그 열은 어디로 갈까요?
물체 앞에는 공기가 갑자기 눌리는 충격파(shock wave)가 생깁니다. 표면에는 그 표면에 맞닿아 흐르는 얇은 공기층, 곧 경계층(boundary layer)이 있습니다. 충격파가 공기를 누르며 경계층 바깥에서 생긴 열은 몸체에 닿지 않고 둘레 공기로 흩어집니다.
문제는 경계층 안의 열입니다. 구조에 바로 닿는 이 열은 몸체를 녹일 만큼 뜨거웠습니다. 열차폐 연구는 결국 이 열을 어떻게 몸체에서 떼어 놓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뾰족하면 더 뜨겁다: 뭉툭한 몸체
빠른 물체라면 날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던 컨베어(Convair)의 엔지니어들도 유선형일수록 낫다는 생각을 안고 컴퓨터를 돌렸고, 결과는 가늘고 뾰족한 재진입체였습니다. 그런데 풍동과 로켓으로 띄운 모형 시험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 탄두는 열을 너무 많이 받아 재진입 중에 증발해 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거꾸로였습니다. 1951년 미국 항공자문위원회(NACA)의 H. 줄리언 앨런(H. Julian Allen)이 뭉툭한 몸체 이론(blunt-body theory)을 내놓았습니다. 코가 뭉툭하면 그 앞에 더 강한 충격파가 생기고, 이 충격파는 몸체에서 떨어져 섭니다. 재진입 열의 상당 부분이 공기 흐름으로 쏟아져 나가고, 몸체를 데울 열은 줄어듭니다.
앨런은 동료 앨프리드 J. 에거스 2세(Alfred J. Eggers, Jr.)와 함께 이론을 다듬었습니다. 두 사람은 1952년 6월까지 탄도 재진입체의 공력 가열 문제에 대한 이론적 해법을 찾았습니다. 둥근 코의 반지름은 될 수 있는 한 커야 한다는 것도 이때 나온 결론입니다.
이 결과는 1953년 4월 28일 비밀 NACA 연구 메모로 나와 허가받은 사람들만 읽었습니다. 개념이 널리 알려지기까지는 5년이 걸렸습니다. NASA 역사서는 이 연구를 그 뒤 성공한 모든 재진입체의 바탕으로 꼽습니다.
뭉툭한 몸체가 유리한 까닭은 어디서 감속하느냐에서도 보입니다. 양력이 없는 재진입체는 질량, 크기, 항력 계수로 정해지는 탄도 계수(ballistic coefficient)로 그 성질을 잽니다. 길고 가늘고 뾰족한 몸체는 탄도 계수가 높습니다. 위쪽 대기를 뚫고 내려와 짙은 아래쪽 대기에서 대부분 감속하고, 짧은 시간 아주 뜨거워집니다.
뭉툭한 몸체는 탄도 계수가 낮아 옅은 위쪽 대기에서 대부분 감속합니다. 느려지는 데 오래 걸리고 열을 덜 만들지만, 그 열을 더 오래 받습니다. 총 열부하는 두 몸체가 거의 같습니다. 그래도 낮은 온도로 길게 오는 열이 당시의 재료로는 받아 내기 더 쉬웠습니다.
열을 품는 방식: 열 흡수체
모양을 바꿨다고 문제가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뭉툭한 몸체도 최고 온도가 5,000 °F를 넘었습니다. 1950년대 항공계가 주로 쓰던 금속 합금은 많아야 1,200 °F를 견뎠습니다.
다행히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재진입 시간이 아주 짧았습니다. 그래서 총 열부하를 큰 열 흡수체(heat sink)로 받아 낼 수 있었습니다. 열 흡수체는 들어오는 열의 거의 전부를 받아 크고 대개 금속인 덩어리에 담아 둡니다. 질량을 늘리면 더 담을 수 있지만, 대체로 짧게 들이치는 열에만 맞는 방식입니다.
찬물을 가득 채운 큰 통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뜨거운 물을 잠깐 부으면 통이 받아 내지만, 오래 부으면 결국 통 전체가 데워집니다. 실제 열 흡수체는 물이 아니라 고체 덩어리이고, 데워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고온에서 강도를 잃으면 공기와 감속이 주는 힘에 부서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험은 금세 한계를 보여 줬습니다. 열 흡수체 탄두는 그렇게 여러 방식으로 실패할 수 있었습니다. 더 오래, 더 세게 들어오는 열에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스스로 깎여 나가며 지키는 방식: 삭마
다른 길은 미 육군 쪽에서 먼저 열렸습니다. 미 공군과 그 계약 업체들이 열 흡수체에 힘쓰는 동안, 육군은 삭마재(ablator) 연구를 이끌었습니다.
삭마(ablation)는 재료가 스스로를 희생해 그 아래 구조를 지키는 과정입니다. 삭마재가 열을 받으면 일부가 기체로 분해됩니다. 이 기체가 열을 표면에서 경계층으로 실어 가고, 함께 나온 부산물이 공기에서 오는 열을 한 번 더 막습니다. 표면 가까운 곳은 더 완전히 분해돼 숯 같은 숯층(char)이 남습니다.
삭마의 장점은 단순함입니다. 열을 받아 간 기체는 저절로 떨어져 나가므로 펌프나 기계 장치가 필요 없고, 그만큼 무게와 복잡함이 줄어듭니다. 대가도 분명합니다. 삭마재는 일하면서 없어지므로 작동 시간이 한정되고, 대체로 다시 쓸 수 없습니다.
1957년 8월 8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쏜 주피터-C(Jupiter-C)가 축소 재진입체를 싣고 날았습니다. 이 비행은 삭마형 노즈콘이 재진입을 견딜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NACA 연구자들도 시험을 거쳐 삭마 피복이 열 흡수체보다 낫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뒤 탄두의 탄도 계수가 높아지고 재진입 속도가 커지면서, 미국 탄두는 모두 삭마 열차폐를 쓰게 됐습니다.
같은 기술이 우주비행사에게도 갔습니다. 머큐리(Mercury) 캡슐은 탄두 껍데기를 사람이 탈 수 있게 고치는 정도로는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탄도 재진입 기술이 유인 우주 비행의 길을 닦았습니다. 머큐리 우주비행사는 삭마 열차폐를 단 뭉툭한 캡슐을 타고 바다에 내려앉았습니다.
아폴로(Apollo)도 같은 방식을 썼고, 열차폐는 크게 나아졌습니다. 아폴로 열차폐에 쓰인 삭마재 아브코트(Avcoat)도 장거리 미사일 탄두의 재료 연구에 크게 기대어 개발됐습니다.
다시 쓰는 열차폐: 우주왕복선 타일
아폴로가 끝나 갈 무렵 NASA는 다른 길을 골랐습니다. 날개가 있고 다시 쓰는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입니다. 모양은 여전히 뭉툭한 몸체였지만, 열 보호에는 새 세라믹 타일과 강화 탄소-탄소(reinforced carbon-carbon, RCC)를 썼습니다. 우주왕복선은 1981년에 처음 날았습니다.
타일의 바탕은 록히드(Lockheed)가 발전시킨 세라믹 재사용 표면 단열재(reusable surface insulation, RSI)였습니다. 이 재료는 아주 잘 부서지고 열팽창 계수가 낮았습니다. 그래서 기체 전체를 한 덩어리로 덮을 수 없었고, 작은 타일로 나눠 붙여야 했습니다.
타일은 열에 강했지만 깨지기 쉬워서 다루는 데 많은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날개 앞전과 기수 덮개에는 타일 대신 RCC를 썼습니다.
다시 쓰는 열차폐에도 무거운 대가가 있었습니다. 2003년 컬럼비아(Columbia) 사고로 승무원 일곱 명이 숨졌습니다. 컬럼비아 사고 조사위원회(CAIB)는 발사 때 외부 연료 탱크의 단열 폼이 왼쪽 날개 앞전을 때려 열 보호 체계를 손상시킨 것을 기술적 원인으로 밝혔습니다.
최근 사례: 아르테미스 I 열차폐
열차폐는 지금도 다 풀린 문제가 아닙니다. NASA의 새 유인 캡슐 오리온(Orion)은 아폴로처럼 아브코트 삭마재로 열차폐의 바깥을 덮습니다. 무인 시험 비행 아르테미스 I(Artemis I)이 끝난 뒤, 이 열차폐에서 숯층이 예상과 다르게 떨어져 나간 자리들이 발견됐습니다.
NASA는 2024년 12월 5일 그 원인을 발표했습니다. 오리온이 달에서 돌아올 때 아브코트 안에서 생긴 기체가 예상대로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압력이 쌓여 균열이 생겼고, 여러 곳에서 숯이 된 재료 일부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아브코트에 기체가 빠져나갈 투과성(permeability)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이번에 그랬을까요? 아르테미스 I은 스킵 재진입(skip entry)을 했습니다. 대기 윗부분에 살짝 들어가 항력으로 느려진 뒤, 캡슐의 양력으로 대기 밖으로 튀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두 번 들어가는 사이에 가열률이 줄었고, 그동안 열 에너지가 아브코트 안에 쌓였습니다.
지상 시험이 이 현상을 미리 잡지 못한 까닭도 밝혀졌습니다. 비행 전 시험은 실제 비행보다 훨씬 높은 가열률로 했습니다. 그 조건에서는 투과성 있는 숯층이 생겨 기체 압력이 빠졌습니다. 실제 재진입의 덜 센 가열은 숯층이 생기는 것을 늦추면서도 기체는 계속 만들었습니다.
NASA는 승무원이 탔더라도 안전했을 것이라는 비행 자료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아르테미스 II는 이미 붙인 열차폐를 그대로 쓰되, 대기에 들어올 때의 궤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 귀환에서 오리온은 시속 25,000마일 가까운 속도에서 낙하산을 펴기 전 시속 약 325마일까지 느려지고, 열차폐는 5,000 °F 가까운 온도를 견뎌야 합니다. 그 뒤 비행에 쓸 열차폐는 고르고 일정한 투과성을 갖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열로 재료를 시험한다
아르테미스 I 원인 조사에는 열 시험 캠페인 여덟 번과 시험 121건이 들어갔습니다. 시험 장소 가운데 하나가 오하이오주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의 레이저 경화 재료 평가 연구소(Laser Hardened Materials Evaluation Laboratory)였습니다. 여기서는 복사 가열 조건을 시험하고 실시간 방사선 촬영을 했습니다. 에임스 연구센터의 아크 제트 시설은 여러 시험 기체로 대류 가열을 맡았습니다.
재진입 열차폐와 레이저 무기는 같은 물음을 서로 다른 쪽에서 봅니다. 센 열을 받은 재료가 어떻게 데워지고, 분해되고, 깎여 나가느냐는 물음입니다. 열차폐는 그 열을 견디려 하고, 레이저 쪽에서는 재료에 열을 넣는 과정 자체를 다룹니다.
레이저가 재료를 흡수·가열·녹임으로 가공하는 과정은 레이저는 재료를 어떻게 가공하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레이저 장치가 스스로 만든 열을 다루는 열 관리(thermal management)는 냉각과 열 관리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탄도미사일: 왜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올까: 재진입체가 지나는 비행 단계를 봅니다.
- 극초음속 활공체(HGV): 탄도미사일과 비행 경로가 다를까: 탄도 재진입체와 달리 대기 안에서 활공하는 비행체를 봅니다.
- 레이저는 재료를 어떻게 가공하나: 흡수, 가열, 녹음: 열을 받은 재료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레이저 쪽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