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5월 26일,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는 모스크바에서 전략 공격 무기를 묶는 첫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이 잠정 협정이 센 것은 미사일을 쏘는 발사대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보다 두 해 앞선 1970년부터 미사일 한 발에 탄두 세 개를 싣는 미니트맨 III를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발사대 수를 묶어도 탄두 수는 늘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 틈을 만든 기술이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s, MIRV)입니다. 이 글은 MIRV가 무엇인지 조약에 적힌 정의로 풀고, 그 뒤 반세기 동안 조약들이 무엇을 세려고 했는지 차례로 따라갑니다.
미사일 하나에 재돌입체 여럿
먼저 재돌입체(reentry vehicle)라는 말부터 봅니다. 재진입체라고도 씁니다. 1991년 START 조약의 정의 부속서는 재돌입체를 미사일 앞부분 가운데 지구 대기의 짙은 층을 지나 다시 들어와도 살아남고, 무기를 표적까지 나르도록 만든 부분이라고 정의합니다. 앞부분(front section)은 마지막 단에 실린 짐 가운데 재돌입체 하나 또는 여럿을 담은 부분입니다.
MIRV는 이 앞부분에 재돌입체가 여럿 들어 있고, 저마다 다른 곳을 겨냥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같은 부속서에는 "자체 분배 장치(self-contained dispensing mechanism)"라는 말도 있습니다. 앞부분과 함께 마지막 단에서 떨어져 나가, 재돌입체를 하나씩 따로 겨냥해 내놓는 장치입니다.
택배 차 한 대가 상자 여러 개를 싣고 나가 집집이 하나씩 내려 주는 모습을 떠올리면 그림이 잡힙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조약 문서가 정한 것은 이름과 셈 기준이고, 어떻게 떼어 놓는지의 세부는 이 글의 범위가 아닙니다.
1970년대의 첫 배치
미국은 1970년에 미사일마다 탄두 3개를 단 미니트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를 시작했습니다. 1971년에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포세이돈 배치가 이어졌습니다. NASA의 재진입 역사서는 1970년에 배치된 미니트맨 III용 Mk 12 재돌입 체계가 탄두 세 개를 따로 담았고, 탄두마다 자기 재돌입체가 있었다고 적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전략 핵전력 보고서는 비밀이 아닌 추정치로 이 시기를 보여 줍니다. 미국의 운반 수단(ICBM·SLBM·중폭격기)은 1967년 2,268기로 가장 많았고, 그 뒤 1990년까지 1,875~2,200기 사이에 머물렀습니다. 탄두 수는 1975년까지 가파르게 늘었고, 잠시 멈춘 뒤 1980년대 초 다시 늘어 1987년 약 13,600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운반 수단 수가 거의 그대로인 동안 탄두가 늘어난 것입니다. 1970년대 초에 탄두가 크게 는 것은 MIRV를 단 ICBM과 SLBM을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SALT I은 발사대를 셌다
전략무기제한협상(SALT)의 첫 결과는 1972년 5월 26일 모스크바에서 서명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 조약과 공격 무기 잠정 협정입니다. 잠정 협정은 그해 10월 3일 발효했고, 효력 기간을 5년으로 잡은 좁은 합의였습니다. 핵심은 양쪽의 전략 탄도미사일 발사대 수를, 운용 중이거나 짓는 중인 것까지 그때 수준에서 사실상 묶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SALT I은 양쪽이 ICBM과 SLBM에 MIRV를 배치해 전력을 키우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발사대 수는 그대로여도 발사대 하나에 올라가는 미사일이 싣는 탄두는 늘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협상의 과제가 MIRV가 됐습니다.
SALT II: MIRV에 상한을 두다
SALT II 협상은 1972년 말에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MIRV 수를 제한하고, 끝내는 줄이는 데 힘을 모았습니다. 1974년 11월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서 포드 대통령과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합의한 기본 틀에는 MIRV 체계 총수 1,320이라는 같은 상한이 들어 있었습니다.
1979년 6월 빈에서 서명한 SALT II는 상한을 세 겹으로 두었습니다.
| 묶은 대상 | 한쪽마다의 상한 |
|---|---|
| MIRV 탄도미사일 발사대 +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단 중폭격기 | 1,320 |
| MIRV 탄도미사일 발사대 | 1,200 |
| MIRV ICBM 발사대 | 820 |
이미 있는 형식의 ICBM에 탄두 수를 늘리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상한만큼 중요한 것이 셈 규칙이었습니다. 한 미사일이 MIRV로 시험되면, 그 형식이 MIRV가 아닌 짐으로도 시험됐더라도 그 형식의 모든 미사일을 MIRV로 보기로 했습니다. 한 발사대가 MIRV 미사일을 담거나 쏘면 그 형식의 발사대 전부를 1,320 안에 넣었습니다.
이 규칙은 상대가 지닌 미사일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장치였습니다. 국무부 조약 쪽은 MIRV 제한의 검증을 쉽게 하려고 두 나라가 이렇게 합의했다고 적습니다.
SALT II는 발효되지 못했습니다. 1980년 1월 3일 카터 대통령은 상원에 조약 심의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조약은 비준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나라는 조약 조건을 지키겠다고 했고,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12월 31일 만료 때까지 SALT II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START와 START II: 탄두를 세다
1991년 7월 31일 모스크바에서 서명한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은 세는 대상을 탄두로 넓혔습니다. 전략 핵 운반 수단은 1,600기, ICBM·SLBM·중폭격기에 귀속되는 탄두는 6,000개가 상한이었습니다. 무기 종류별로 탄두의 세부 상한도 여럿 두었고, 소련의 중(重) ICBM에 배치된 탄두 수를 반으로 줄이려 했습니다.
이 상한은 미국 미사일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미니트맨 III는 처음에 탄두 3개씩 배치됐습니다. 2001년 미국은 START의 6,000개 상한을 맞추려고 F.E. 워런 공군기지의 미니트맨 150기에서 탄두를 2개씩 떼어 냈습니다. 이때 START 규칙에 따라 재돌입체를 얹는 받침(bulkhead)도 떼어 없애, 다시 탄두 3개를 실을 수 없게 했습니다.
1993년 1월 3일 서명한 START II는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조약문은 마지막 감축 단계에서 "탄두가 하나보다 많이 귀속되는 형식의 배치 ICBM"의 탄두를 0으로 정했습니다. 지상 발사 MIRV 미사일을 없애겠다는 뜻입니다. CRS는 그 목적을 지상 무기의 취약성을 줄이고, 위기 때 이 무기를 일찍 쏘라는 압박을 덜려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START II도 발효되지 않았습니다. 미 상원은 1996년 1월 비준에 동의했지만, 러시아 의회가 2000년에 표결했을 때는 비준이 따로 필요한 의정서가 새로 붙어 있었습니다. 상원은 새 판에 표결하지 않았고, 지상 MIRV 금지는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START 자체는 15년 이행 뒤 2009년 12월 5일 만료됐습니다.
New START와 단일 탄두 미니트맨 III
New START는 2010년 4월 8일 서명해 2011년 2월 5일 발효했습니다. 한쪽마다 배치·비배치를 합친 ICBM·SLBM 발사대와 중폭격기 800기, 그 가운데 배치된 것 700기, 배치 탄두 1,550개가 상한입니다. 배치 탄두는 배치된 ICBM과 SLBM에 실제로 실린 탄두 수에, 배치된 중폭격기마다 1개를 더해 셉니다.
START와 달리 New START는 탄두 총수 하나만 묶습니다. 무기 종류별 세부 상한이 없어, 각 나라가 전력을 어떻게 섞을지 스스로 정합니다. CRS는 이 변화에 냉전식 안정 모델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 것과, 미국이 자기 핵전력 구조를 유연하게 정하려 한 뜻이 함께 들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 조약 아래 ICBM을 단일 탄두로 바꿨습니다.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는 미니트맨 III가 모두 탄두 하나만 싣는다고 밝히며, 이 구성이 양쪽 모두 먼저 칠 유인을 줄여 핵 균형의 안정을 높인다고 적었습니다. 공군은 2014년 6월 16일 이 작업을 마쳤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미사일 앞쪽을 바꾸거나 받침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보 환경이 바뀌면 미국이 탄두를 되돌릴 수 있는 길이 남았습니다. 두 나라는 2021년 2월 3일 조약 문안이 허용하는 대로 5년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같은 기술을 두고 갈리는 시각
단일 탄두 ICBM을 안정적이라고 보는 생각은 셈에서 나옵니다. CRS 각주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사일로 하나를 없애는 데 공격 탄두가 둘 들어간다고 볼 때, 양쪽 탄두 수가 비슷하면 단일 탄두 미사일을 치는 공격은 없애는 탄두보다 쓰는 탄두가 많아 이득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나라가 같은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CRS는 러시아의 현대화 계획에 새 대형 MIRV 지상 미사일이 들어 있어 위기 안정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다고 적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MIRV 지상 미사일을 미국 탄도미사일 방어에 대한 대응의 일부로 보며, MIRV 금지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는 분석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앞선 조약의 생각, 곧 MIRV 미사일의 금지나 제한을 다시 살펴 탄두를 더 줄이고 안정도 높이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2026년 2월 5일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New START 만료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엄중한 순간이며 반세기 넘게 만에 처음으로 두 나라 전략 핵무기에 구속력 있는 제한이 없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사무총장은 두 나라에 지체 없이 협상 자리로 돌아와, 검증할 수 있는 제한을 되살리는 뒤이을 틀에 합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조약 문장으로 무기를 읽기
MIRV의 역사는 기술보다 셈법의 역사에 가깝습니다. 발사대를 셀지, MIRV를 단 발사대를 셀지, 탄두를 셀지에 따라 같은 무기가 조약 안에서 전혀 다르게 잡혔습니다. 한 번 MIRV로 시험하면 그 형식 전부를 MIRV로 본다는 규칙처럼,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생각도 여기서 보입니다.
레이저 무기에도 조약 문장으로 선을 그은 사례가 있습니다. 눈 안전과 국제 규범: 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의정서는 사람 눈을 영구히 멀게 하도록 특별히 설계한 레이저 무기를 국제 의정서가 어떻게 정의하고 금지하는지 다룹니다. 두 글을 나란히 읽으면 조약이 "무엇을 세고 무엇을 정의하는가"가 그 규범의 범위를 정한다는 점이 보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공통점: MIRV를 싣는 미사일이 어떻게 날아가는지 먼저 봅니다.
- 탄도미사일: 왜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올까: 재진입체라는 말이 처음 나오는 글입니다.
- 재진입과 열차폐: 대기권으로 돌아올 때 생기는 열: 재돌입체가 대기권을 지날 때 생기는 열을 다룹니다.
- 눈 안전과 국제 규범: 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의정서: 레이저 무기를 다루는 국제 규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