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국방부는 2026년 국방예산을 65조 8,642억 원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해 전보다 7.5% 늘어난 금액입니다. 기사 제목에는 대개 이 숫자 하나만 실립니다.

그런데 총액만 봐서는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장병의 급여인지, 새 장비를 사는 돈인지, 연구에 쓰는 돈인지에 따라 같은 1조 원도 뜻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한국과 미국의 공개 예산 자료를 펼쳐 총액이 어떤 칸으로 나뉘는지, 뉴스의 숫자가 예산의 어느 단계에서 나온 것인지, 나라끼리 견줄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총액 하나를 두 칸으로 나누면: 한국

국방부 누리집의 예산 쪽은 2026년 국방비(일반회계)를 큰 칸 두 개로 나눕니다. 전력운영비 45조 8,989억 원과 방위력개선비 19조 9,653억 원입니다. 둘을 더하면 정확히 총액 65조 8,642억 원이 됩니다.

전력운영비는 다시 병력운영비 26.3조 원과 전력유지비 19.6조 원으로 나뉩니다. 방위력개선비는 총액의 30.3%로, 열에 셋 정도입니다.

가로 막대 하나를 금액 비율대로 세 칸으로 나눈 도표. 병력운영비 26.3조 원과 전력유지비 19.6조 원을 묶어 전력운영비 45.9조 원(5.8% 증가), 오른쪽 칸은 방위력개선비 20.0조 원(11.9% 증가)이다. 제목은 2026년 국방예산(일반회계) 65.9조 원, 2025년보다 7.5% 증가. 아래 상자에 특별회계와 군인연금기금 같은 기금은 같은 쪽에 따로 적혀 있다는 메모가 있다
한국 2026년 국방예산(일반회계)의 칸. 국방부 공개 자료의 금액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늘어난 정도도 칸마다 다릅니다. 총액은 7.5% 늘었지만, 방위력개선비는 11.9%, 전력운영비는 5.8% 늘었습니다. "국방예산 7.5% 증가"라는 한 줄 안에 서로 다른 두 속도가 섞여 있는 셈입니다.

법안의 '편'으로 나누면: 미국

미국은 칸을 나누는 방식이 다릅니다. 의회가 해마다 통과시키는 국방 세출법(appropriations act)은 여러 편(title)으로 되어 있고, 예산도 이 편을 따라 묶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정리한 2026 회계연도 확정액은 운영유지(O&M) 2,944억 달러, 군 인건비 1,933억 달러, 조달 1,675억 달러, 연구개발(RDT&E) 1,459억 달러입니다.

가로 막대 도표. 미국 2026 회계연도 국방 세출법의 확정액과 요청액(십억 달러): 운영유지 294.4와 295.7, 군 인건비 193.3과 194.7, 조달 167.5와 153.1, 연구개발 145.9와 142.0, 국방 보건 프로그램을 포함한 기타 국방 프로그램 43.6과 42.1. 총계는 확정 839.2, 요청 831.2. 작은 편과 일반 조항, 취소액은 빠졌다는 메모가 있다
미국 2026 회계연도 국방 세출법의 큰 편들. 미 의회조사국 표의 숫자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요청액과 견주어 보면 칸마다 방향이 엇갈립니다. 조달은 요청한 1,531억 달러보다 많은 1,675억 달러로 정해졌고, 군 인건비와 운영유지는 요청보다 조금 적게 정해졌습니다. 총계는 요청 8,312억 달러, 확정 8,392억 달러였습니다.

같은 운영유지 칸도 자료마다 숫자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국방 보건 프로그램(Defense Health Program)을 운영유지에 넣는 문서가 있고, 의회 세출법처럼 다른 편에 따로 두는 문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 도표는 국방 보건 프로그램을 '기타 국방 프로그램'(2026 회계연도 436억 달러)으로 따로 둔 표를 따랐습니다.

한국의 두 칸과 미국의 여러 편은 이름도, 묶는 방식도 다릅니다. 두 나라 칸을 짝지어 바로 견주기보다 한 나라 자료 안에서 칸의 크기와 변화를 먼저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구개발 칸 안의 번호

미국의 연구개발 예산은 일의 성격에 따라 여덟 칸으로 한 번 더 나뉩니다. 칸마다 6.1부터 6.8까지 번호가 붙습니다. 6.1 기초 연구, 6.2 응용 연구, 6.3 첨단 기술 개발을 묶어 국방 과학기술(S&T) 예산이라고 부르며, 앞으로의 무기 체계 개발에 필요한 지식의 바탕으로 여깁니다.

그다음은 6.4 첨단 부품 개발과 시제품, 6.5 체계 개발과 시연, 6.6 관리 지원, 6.7 운용 체계 개발, 6.8 소프트웨어·디지털 기술 시범 사업입니다. 6.4·6.5·6.7은 이미 있는 지식을 지금이나 가까운 시기의 운용 필요에 쓰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6.7은 이미 배치됐거나 전면 생산 승인을 받은 체계를 개량하는 일을 지원합니다.

2025 회계연도 연구개발 예산은 모두 1,437억 달러였고, 그 98%인 1,412억 달러가 세출법의 연구개발 편에 잡혔습니다. 이 편에서 가장 큰 칸은 6.7로 518억 달러(37%)였고, 과학기술 예산 6.1~6.3은 189억 달러(13%)였습니다. "연구개발 예산이 늘었다"는 기사를 보면 어느 번호가 늘었는지부터 확인할 만합니다.

예산 문서 속 사업 하나하나는 프로그램 요소(PE)라는 번호로 찾습니다. CRS가 예로 든 야간 투시 기술의 번호는 PE0602709A입니다. 앞의 06은 연구개발 묶음, 그다음 02는 그 안의 응용 연구 칸, 709는 그 사업의 고유 번호, 끝의 A는 책임 기관인 육군을 가리킵니다.

요청, 승인, 세출, 집행은 다른 숫자

같은 해 국방 예산이라도 뉴스에 나오는 숫자는 여러 단계 가운데 하나에서 나옵니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2월 첫째 월요일까지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내야 하고, 국방부는 그 뒤 5일 안에 5년 앞을 내다본 미래 국방 계획(FYDP)을 냅니다. 이때의 숫자가 요청액입니다.

네 상자가 화살표로 이어진 도표. 1 요청: 대통령 예산안은 2월 첫째 월요일까지, 5년 계획(FYDP)은 그 뒤 5일 안에. 2 수권: 국방수권법(NDAA)은 정책과 제한을 정하지만 예산 권한을 주지 않는다. 3 세출: 세출법이 예산 권한을 준다, 2026 회계연도 8,392억 달러, 2026년 2월 3일 서명. 4 의무 지출: 계약을 맺고 사람을 쓴다, 조달 예산은 보통 3년(함정은 5년). 아래 상자는 10월 1일까지 세출법이 없으면 예산 공백이나 임시 예산이 되고, 2026 회계연도 임시 예산에서는 새 연구개발 사업과 생산 속도 높이기가 막혔다고 적었다
미국 국방 예산이 한 해 동안 거치는 네 단계. 뉴스의 숫자는 이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든 나올 수 있습니다 (도표)(도표)

의회에서는 두 가지 법이 따로 지나갑니다. 국방수권법(NDAA)은 정책과 제한을 정하고 돈을 써도 된다고 허락하지만, 세출법과 달리 예산 권한(budget authority) 자체를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돈을 쓸 권한은 세출법이 줍니다. 그래도 NDAA는 2025 회계연도까지 64해 잇달아 제정됐고, 뒤따르는 세출에 대한 의회의 생각을 꽤 믿을 만하게 보여 왔습니다.

세출법도 거치는 곳마다 숫자가 다릅니다. 2026 회계연도 총계는 요청 8,312억 달러, 하원 통과안 8,320억 달러, 상원 위원회안 8,525억 달러를 거쳐 확정 8,392억 달러가 됐습니다. 어느 숫자를 인용했는지에 따라 같은 해 기사가 200억 달러 넘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날짜도 어긋납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10월 1일에 시작하지만, 2026 회계연도는 세출법 없이 시작해 11월 12일까지 42일 동안 예산 공백이 이어졌습니다. 그 뒤 임시 예산(CR)이 대체로 2025 회계연도 수준으로 운영하게 했는데, 새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조달 사업의 생산 속도를 높이는 데는 2026 회계연도 돈을 쓸 수 없었습니다. 확정 세출법은 2026년 2월 3일에 서명됐습니다.

세출법에 잡힌 돈이 그해에 다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계약을 맺거나 사람을 쓰는 등 돈을 쓰기로 약속하는 것을 의무 지출(obligation)이라고 하는데, 조달 예산은 보통 3년, 해군 함정 건조 예산은 5년 동안 의무 지출할 수 있습니다. 조달에는 '전액 지원(full funding)' 원칙도 있어서, 쓸 수 있는 완성품 하나의 조달 비용 전체를 한 회계연도에 승인합니다. 만드는 일이 여러 해 걸려도 돈은 한 해 예산에 한꺼번에 잡히는 것입니다.

총액 밖에 있거나 안 보이는 돈

한국의 65조 8,642억 원은 일반회계 숫자입니다. 국방부 예산 쪽에는 이것과 따로 국방·군사 시설 이전 특별회계, 주한미군기지이전 특별회계, 군인복지기금, 군인연금기금이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인연금기금의 2026년 예산은 5조 997억 원으로, 총액 65조 8,642억 원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세출법 밖에서 들어온 큰돈이 있습니다. 2025년 예산 조정법(P.L. 119-21)은 2029년 9월 30일까지 쓸 수 있는 국방 의무 예산 1,562억 달러를 줬고, 그 가운데 1,523억 달러가 국방부 몫입니다. 국방부는 이 가운데 1,133억 달러를 2026 회계연도 예산 요청 총계에 넣었지만, 2025년 12월 재무 보고서에서는 이것이 2026 회계연도 돈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쓰는 2025 회계연도 돈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돈을 어느 해 총액에 넣느냐에 따라 '국방 예산'의 크기가 달라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칸도 있습니다. CRS가 공개 예산 자료로 센 2025 회계연도 국방부의 '비공개 사업(classified programs)' 요청은 899억 달러로, 재량 예산 요청 8,498억 달러의 10.6%였습니다. 비공개라고 표시되지 않은 금액은 이 숫자에서 빠졌을 수 있고, 비공개 예산의 대부분은 공군부 예산 안에 요청됩니다. 5년 계획인 FYDP도 짜임새는 공개되지만 실제 데이터는 비밀입니다.

나라끼리 견줄 때

나라마다 '국방비'에 넣는 것이 다릅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군사비 정의는 될 수 있는 한 군대와 국방부만이 아니라 군사 작전에 쓸 수 있게 훈련·무장된 준군사 조직의 지출까지 넣습니다. 군인 연금, 군사 연구개발, 다른 나라에 주는 군사 원조도 들어갑니다. 정부가 발표한 국방예산과 SIPRI의 군사비 숫자가 다를 수 있는 까닭이고, 앞에서 본 군인연금기금처럼 총액 밖에 적힌 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

돈의 단위도 문제입니다. 각 나라 원자료는 자국 통화의 명목 금액이라 물가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마다 평균 환율로 달러로 바꾼 '경상 달러'는 같은 해 나라끼리 견줄 때는 쓸모 있지만, 환율이 그 나라 안의 구매력과 상관없이 크게 출렁일 수 있어서 한 나라의 변화를 해마다 따라가는 잣대로는 좋지 않습니다. 변화를 보려면 물가를 보정한 불변 가격을 써야 합니다.

해를 세는 방식도 다릅니다. SIPRI 숫자는 달력 연도 기준이고, 미국만 회계연도 기준입니다. 가장 최근 몇 해의 숫자는 채택 예산이나 추정치라서 뒤에 자주 고쳐집니다.

칸의 비율을 견줄 때도 정의가 걸립니다. 미국에서는 2005년 이후 조달과 연구개발이 대개 국방 지출의 약 30%였습니다. 한국 방위력개선비의 비중 30.3%와 숫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두 칸은 정의가 달라 그대로 견줄 수 없습니다.

가장 조심할 것은 예산을 곧 군사력으로 읽는 일입니다. 군사비는 한 해 동안 들인 자원의 흐름을 재는 숫자라서, 이미 쌓인 장비와 지식, 기반 시설, 조직을 재지 못합니다. SIPRI는 군사비 수준으로 한 나라의 군사 능력을 결론짓는 일을 상당히 의심하며 봐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예산 칸으로 단계 읽기

레이저 무기 기사에도 예산 숫자가 자주 나옵니다. 이때 그 돈이 연구개발 칸인지 조달 칸인지 보면 사업이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할 실마리가 생깁니다. 미국에서는 조달에 들어가기 전의 사업을 개발 단계로 보고 대개 연구개발 예산으로 돈을 대며, 큰 사업은 보통 마일스톤 C 승인을 받은 뒤 조달로 넘어갑니다.

실마리일 뿐 답은 아닙니다. 마일스톤 C 승인 전에 조달 예산을 받는 사업도 있습니다. 연구개발 칸 안에서도 6.2 응용 연구와 6.4 시제품은 성격이 다르니, 번호까지 확인하면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출력, 사거리, 한 발 비용처럼 기사에 나오는 다른 숫자는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에서 같은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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