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MRI 장치와 휴대폰 지도 속 GPS에는 숨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양자 센서가 일하는 자리입니다. MRI는 원자핵의 스핀을 다루고, GPS는 위성에 실린 원자시계에 기댑니다.
국방 분야는 다음 세대의 양자 센서에 큰 기대를 겁니다. GPS 신호가 약하거나 막힌 곳에서도 자기 위치와 시각을 아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 기관들의 보고서를 읽어 보면 기대만큼 숙제도 분명합니다.
양자 센서가 무엇을 재는지, 원자시계가 어떻게 칩 크기까지 작아졌는지, 국방이 무엇을 바라고 어디에서 막혀 있는지를 차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양자 센서는 무엇을 재나
양자 센서는 원자의 에너지 준위, 빛의 양자 상태, 기본 입자의 스핀 같은 양자역학적 성질을 측정에 쓰는 장치입니다.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가 2022년 보고서에서 내린 정의입니다. 재는 대상은 시간, 온도, 거리, 중력, 전자기장 등으로 넓습니다.
왜 원자가 정밀한 측정에 좋을까요? 원소와 화합물은 저마다 고유한 주파수로 전자기 복사를 흡수하고 내놓습니다. 그 빠르기는 언제 재도 되풀이되므로, 원자는 더 정확한 시계의 바탕이 되는 진자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양자 기술을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중첩과 얽힘입니다. 중첩은 양자계가 둘 이상의 상태에 동시에 있을 수 있는 성질입니다. 얽힘은 입자들의 성질이 이어져 있어서 하나를 재면 다른 입자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는 성질입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이런 성질 덕분에 고전 물리로는 얻지 못하는 측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성질은 쉽게 깨집니다. 양자 상태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나 온도 변화, 다른 환경 요인에도 흐트러져서 중첩과 얽힘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감도가 높은 만큼 바깥의 흔들림에도 민감한 것입니다.
이미 곁에 있는 양자 센서
양자 센서가 먼 미래의 기술만은 아닙니다. 성공한 예로 GPS 항법을 비롯해 쓰임이 많은 원자시계와 의료에서 널리 쓰는 MRI가 꼽힙니다. GAO는 MRI와 원자시계를 20세기 중반부터 상용화된 양자 센서로 들고, 양자 센서를 가장 성숙한 양자 기술로 봅니다. 다만 일부 센서는 아직 신뢰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더 높여야 합니다.
NSTC 보고서에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초기 원자시계를 만든 사람들은 오늘날 승차 호출 앱과 음식 배달 앱이 GPS를 거쳐 원자시계를 쓰게 될 줄 몰랐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양자 센서가 가장 쓸모 있게 될지 미리 알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주려고 든 예입니다.
암모니아 시계에서 분수 시계까지
원자시계의 생각은 1945년에 나왔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물리학 교수 이시도어 라비(Isidor Rabi)가 1930년대에 자신이 개발한 원자 빔 자기 공명 기법으로 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1949년 미국 국립표준국, 지금의 NIST가 암모니아 분자를 쓴 첫 원자시계를 내놓았습니다.
첫 시계의 성능은 기존 표준보다 크게 낫지 않았습니다. 관심은 곧 세슘 원자 빔 장치로 옮겨 갔고, NIST는 1952년 세슘을 쓴 첫 원자시계 NBS-1을 발표했습니다. 처음으로 실용적인 세슘 주파수 표준은 1955년 영국 국립물리연구소(NPL)에서 만들어졌습니다.
1967년에는 시간의 단위가 바뀌었습니다. 제13차 국제도량형총회가 1초를 세슘 원자 공명 주파수의 9,192,631,770번 진동으로 정했습니다. 지구의 운동에 기대던 옛 정의를 원자가 대신하면서, 세계의 시간 체계는 더 이상 천문 관측에 기대지 않게 됐습니다.
세슘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루비듐 증기로 만든 원자시계는 더 작고 값싸며 전력이 적게 듭니다. 쓰임에 따라 원자의 종류와 시계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레이저로 원자를 식히다
방 온도의 공기 분자는 약 4,000 km/h의 속도로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이렇게 빠른 원자는 살펴보려는 자리에서 금방 사라집니다. 원자를 오래 들여다보려면 먼저 느리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은 레이저(laser) 빛으로 원자를 식히고 가두는 방법에 돌아갔습니다. 수상자는 스티븐 추(Steven Chu), 클로드 코앙타누지(Claude Cohen-Tannoudji), 윌리엄 필립스(William D. Phillips)입니다. 추와 동료들은 1985년 무렵 벨 연구소에서 이 방법을 개발했고, 원자를 늦추는 레이저 빛을 짙은 액체에 빗대 "광학 당밀"이라고 불렀습니다.
꿀 속에서 숟가락을 저으면 금방 느려지듯 원자도 빛 속에서 느려집니다. 실제로는 끈적한 물질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자가 알맞은 에너지의 광자(photon)를 흡수할 때마다 그 운동량을 받아 조금씩 느려집니다.
1997년 노벨상 보도자료는 이 방법이 우주 항법과 정확한 위치 결정에 쓸 더 정밀한 원자시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력을 매우 정밀하게 재는 원자 간섭계 설계도 이미 시작된 때였습니다.
1999년 12월 NIST가 국가 1차 주파수 표준으로 가동한 NIST-F1이 바로 레이저로 식힌 원자를 씁니다. 적외선 레이저 빔 여섯 개가 진공 방 가운데에서 서로 직각으로 세슘 원자를 비춰 공처럼 모으고, 절대 영도 가까이 식힙니다. 위아래 레이저가 이 공을 약 1 m 높이로 살짝 띄우면, 공은 마이크로파가 찬 공동을 지나 올라갔다가 중력으로 다시 떨어집니다. 한 번 오르내리는 데 약 1초가 걸립니다.
원자가 분수처럼 오르내려서 분수 시계라고 부릅니다. 차갑고 느린 원자는 마이크로파가 원자를 살필 시간을 더 주어 더 또렷한 신호를 냅니다. NIST는 발표 때 이 시계가 거의 2천만 년 동안 1초도 늘거나 줄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시계를 칩에 담다
2001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상용 칩 원자시계(chip-scale atomic clock, CSAC)를 만드는 사업에 돈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은 군이 필요로 한 보안 무선 통신과 방해에 강한 GPS 수신기였습니다. 작은 원자시계가 수신기 안에 있으면 수신기가 자기 시각 신호를 갖게 되어 재밍(jamming)의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사업을 맡은 DARPA 담당자는 방 하나를 차지하던 원자시계를 밀리미터 크기의 칩으로 줄이는 일을 아주 어려운 문제의 예로 들었습니다. NIST 연구진은 원자를 레이저 빛만으로 들뜨게 하는 결맞은 밀도 포획(coherent population trapping, CPT) 방식으로 크기와 복잡도를 줄였습니다.
첫 장치에는 수직 공진 표면 방출 레이저(VCSEL)라는 작은 반도체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LD)가 들어갔습니다. 칩 원자시계는 큰 원자시계보다 덜 정밀합니다. 대신 크기는 약 7분의 1, 전력은 약 50분의 1이고 전지로 돌아갑니다.
상용 칩 원자시계는 10만 대 넘게 팔렸습니다. 이 사업에는 10년 넘게 모두 1억 달러 가까이 들어갔습니다. DARPA가 2008년까지 지원한 뒤 미 육군 사업이 상용화로 이끌었고, 지금은 국방, 지구물리 탐사, 이동 통신에 쓰입니다.
다음 후보: 원자 간섭계와 자력계
원자시계 다음으로는 무엇이 올까요? NSTC 보고서가 예로 든 양자 센서는 다섯 갈래입니다. 원자시계, 원자 간섭계, 광 자력계, 양자 광학 효과를 쓰는 장치, 원자 전기장 센서이고, 빠짐없는 목록은 아닙니다.
원자 간섭계는 원자를 파동처럼 다룹니다. 입자도 파동처럼 나아간다는 드브로이의 가설에서 물질파 광학이 시작됐고, 현대적인 원자 간섭계 실험은 1991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빛의 간섭과 같은 생각을 원자에 옮긴 셈이고, 이것으로 만든 중력계와 가속도계가 대표적인 쓰임입니다.
국방이 눈여겨보는 쓰임은 항법입니다. NSTC는 원자 간섭계가 관성항법용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소나나 GPS가 덜 필요해지고, 기존 관성 측정 기술보다 오래 쌓이는 오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2020년에는 NASA의 냉원자 실험실(Cold Atom Lab)에서 궤도 위 원자 간섭계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도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공학 과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광 자력계는 증기 속 원자의 스핀 같은 것을 써서 자기장을 잽니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의 감지, 지도 만들기, 항법에 쓰일 수 있습니다. 뇌의 자기장을 재는 뇌자도(MEG)에서는 증기 셀 장치가 극저온 냉각 없이도 SQUID 장치의 감도 한계에 다가가거나 넘을 수 있습니다.
원자 전기장 센서는 리드베리(Rydberg) 원자를 일종의 양자 안테나로 씁니다. 직류에서 THz까지 넓은 주파수의 전자기장을 잴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국방이 기대하는 것
CRS의 국방 입문서에 따르면 미국 국방과학위원회(DSB)는 국방부에 가장 유망한 양자 기술 응용으로 양자 센싱,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셋을 꼽았습니다. 그중 양자 센싱을 가장 성숙한 군사 응용으로 보고 "임무에 쓸 채비가 된" 단계라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자주 드는 기대는 GPS에 기대지 않고 위치를 아는 일입니다. 양자 센싱은 GPS가 약하거나 막힌 환경에서도 군이 제 성능으로 움직이게 해 줄 다른 위치·항법·시각(PNT) 방법을 이론상 줄 수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2024년 1월 공개한 양자 기술 전략 요약에서 위성항법시스템(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GNSS)에 기대지 않는 PNT 능력과 우주 기반 자료 수집 개선을 예로 들었습니다.
원자시계는 지금도 GPS 항법의 열쇠입니다. 보조 원자시계망과 정밀한 시각 전달 방식이 있으면 보통의 GPS 신호를 쓸 수 없을 때 항법 체계에 회복력을 줄 수 있습니다. 위성항법과 관성항법을 함께 쓰는 까닭은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에서 다룹니다.
GAO도 양자 센서가 시각과 위치 측정을 나아지게 해 GPS가 없거나 약할 때 항법을 돕고, 군이 재밍을 이겨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보·감시·정찰(ISR)에 쓰일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스텔스에 대해서는 GAO가 탐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적이 같은 센서를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정책 과제로 남겼습니다.
모든 기대가 같은 무게는 아닙니다. 물체의 성능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고 가정된 양자 레이다에 대해 DSB는 국방부에 더 나은 능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양자"라는 이름이 붙어도 기술마다 성숙도가 다릅니다.
돈의 흐름도 볼 만합니다. 국방부는 양자 기술 전체에 2026 회계연도 예산으로 5억 9,370만 달러를 요청했고, 2025 회계연도에는 7억 8,120만 달러를 배정받았습니다. 이 액수에는 양자 센싱만이 아니라 양자 컴퓨터와 통신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연구실 밖이 어렵다
양자 센서는 남다른 감도 때문에 실제 환경에서 약하기로 이름나 있습니다. 특히 움직이는 플랫폼 위에서는 진동과 전자기 간섭 같은 교란이 성능을 떨어뜨립니다. 센서를 격리하거나 큰 차폐로 감싸는 지금의 해법은 널리 쓰기에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DARPA가 2025년 2월 강인한 양자 센서(Robust Quantum Sensors, RoQS) 사업을 알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감도를 잃지 않으면서 교란에 본디 강한 센서를 만들어 연구실 밖에서 믿고 쓰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5년 8월 시작한 1단계에서는 참여 팀이 작은 센서를 만들어 정부가 내준 헬리콥터에 싣고 시험합니다.
헬리콥터를 고른 까닭은 강한 전자기장, 진동, 기울기라는 거친 조건입니다. 센서를 실제 국방부 플랫폼에 통합하는 일은 2단계의 몫입니다. 아직은 시제품을 거친 환경에서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기술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원리를 증명한 시제품을 경제성 있는 장치로 키우는 일을 NSTC는 "죽음의 계곡" 건너기에 견줍니다. 익숙한 고전 기술과 경쟁해야 하고, 크기·무게·전력·비용(SWaP-C)을 조금씩 줄여 가야 하며, 많은 양자 센서 개념이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습니다.
부품과 사람도 걸림돌입니다. 일부 양자 센서에 필요한 소형 레이저 같은 부품은 제조 능력이나 특수 재료 때문에 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인력도 필요합니다. 새 기술이 사회에 큰 이익을 주기까지는 몇 년, 때로는 수십 년의 혁신이 걸릴 수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이 글에 나온 양자 센서 곳곳에 레이저가 있습니다. 분수 시계는 레이저 여섯 개로 원자를 모아 식히고, 칩 원자시계는 작은 반도체 레이저로 원자를 들뜨게 합니다. 원자 간섭계 설계도 레이저 냉각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NSTC의 셋째 권고는 작고 믿을 만한 레이저와 집적 광학 같은 널리 쓸 부품을 개발해 양자 기술 개발을 돕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칩 원자시계도 다른 산업을 위해 먼저 개발된 소형 레이저 기술을 빌려 썼습니다.
빛 자체의 양자 성질을 쓰는 예도 있습니다. "압착된 빛(squeezed light)"은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와 국제 관측소들이 전통적으로 예상하던 잡음 바닥 아래에서 작동하게 해 줍니다. 레이저 빛이 보통의 빛과 무엇이 다른지는 레이저란 무엇인가: 전구 빛과 무엇이 다른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 GPS가 막힐 때 함께 쓰는 관성항법을 봅니다.
- 재밍과 스푸핑: 방해와 속임수는 어떻게 다를까: 위성 신호를 막는 일과 속이는 일의 차이를 봅니다.
- 레이저란 무엇인가: 전구 빛과 무엇이 다른가: 원자를 식히고 들뜨게 하는 레이저 빛의 성질을 봅니다.
- GPS는 어떻게 위치를 알려 줄까: 시계를 실은 위성: 위성 안의 원자시계가 위치를 정하는 원리를 다룹니다.
- 기술성숙도(TRL): "개발 중"에도 단계가 있다: 연구실의 시제품이 쓸 수 있는 장비가 되기까지의 단계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