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주차장처럼 하늘이 가려진 곳에서는 휴대폰 지도의 파란 점이 멈칫하곤 합니다. 늘 쓰던 위치가 잠깐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하늘의 신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을 나는 비행체는 자기 위치를 어떻게 알까요?
답은 두 가지 방법에 있습니다. 하나는 바깥을 보지 않고 몸으로 느낀 움직임만으로 위치를 셈하는 관성항법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위성이 보내는 신호로 위치와 시각을 아는 위성항법입니다. 두 방법은 장점과 약점이 서로 엇갈립니다.
관성항법: 바깥을 보지 않고 셈하기
눈을 감고 걷는다고 해 봅시다. 몇 걸음을 어느 쪽으로 걸었는지 세면, 처음 자리에서 대략 얼마나 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관성항법도 처음 자리에서 출발해 움직임을 쌓아 갑니다. 실제로는 걸음 수가 아니라 가속도와 회전을 잰다는 점이 다릅니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의 기술지는 관성항법장치(inertial navigation system, INS)가 몸체에 가해지는 가속도와 회전 빠르기를 재서 위치, 속도, 가속도, 자세, 회전 빠르기를 내놓는다고 설명합니다. 미사일이라면 이 정보가 비행 내내 유도와 비행 제어에 쓰입니다. 발사 직후 속도를 올리는 추진 단계에서는 보통 관성 유도를 씁니다.
잴 때 쓰는 센서는 두 가지입니다. 각도 변화를 재는 자이로스코프와, 속도 변화를 재는 가속도계입니다. 서로 직각인 자이로 셋과 가속도계 셋을 한데 담은 것이 관성 측정 장치(inertial measurement unit, IMU)입니다.
관성항법의 큰 장점은 바깥이 필요 없다는 데 있습니다. 하늘이 가려져도, 전파가 닿지 않아도, 센서는 몸체의 움직임만으로 셈을 이어 갑니다.
작은 오차가 쌓이는 문제
그 장점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눈을 감고 걸을 때 한 걸음의 어긋남은 작아도, 백 걸음을 걷고 나면 처음 짐작과 꽤 다른 곳에 서 있게 됩니다. 관성항법도 잰 값을 이어서 셈하기 때문에, 작은 오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쌓입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Micro-PNT 사업 쪽에는 이 문제가 여러 갈래로 적혀 있습니다. 관성 센서만 쓸 때 생기는 오차의 증가를 줄이려는 연구, 회전 빠르기 정보를 적분하면서 쌓이는 오차를 없애려는 연구, 미세 가공(MEMS) 관성 센서의 보정 값이 오랜 시간에 걸쳐 어긋나는 표류(drift)를 다루는 연구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성항법은 혼자 오래 쓰기보다, 다른 측정으로 틈틈이 바로잡으며 쓰는 일이 많습니다. 우주선에서도 관성 센서는 관성이 아닌 다른 센서의 측정이 들어오는 사이사이에 비행체의 상태를 이어 셈하는 데 자주 쓰입니다. 그 "다른 측정"의 대표가 위성항법입니다.
위성항법: 하늘의 시계와 거리
옛 뱃사람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았습니다. NASA의 어린이용 과학 누리집은 GPS 위성을 별자리의 별에 빗댑니다. 언제 어디 있어야 하는지 알려진 존재라는 점이 같다는 것입니다. 수신기는 위성 신호를 듣고 위성까지의 거리를 셈하며, 네 기 이상의 위성까지 거리를 알면 자기 위치를 압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미국이 소유한 공공 기반 시설로, 위치·항법·시각(positioning, navigation, and timing, PNT) 서비스를 줍니다. 이 체계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위성들의 우주 부분, 지상 시설의 관제 부분, 그리고 우리 손에 있는 수신기의 사용자 부분입니다.
우주 부분에서는 공칭 24기의 위성이 지금 위성의 위치와 시각을 담은 신호를 한 방향으로 보냅니다. 미국은 운용 위성을 95%의 시간 동안 적어도 24기 유지하겠다고 약속했고, 미 우주군은 10여 년 넘게 31기를 운용해 왔습니다. 위성은 약 20,200 km 높이의 중궤도를 돌며 하루에 지구를 두 바퀴 돕니다.
배치에도 뜻이 있습니다. 위성들은 같은 간격의 궤도면 여섯 개에 나뉘어 있어서, 지구 위 거의 어디서든 적어도 네 기를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네 기 이상까지의 거리"를 어디서나 잴 수 있게 하는 배치입니다.
관제 부분은 전 세계의 지상 시설망입니다. 위성을 추적하고, 신호를 감시하고, 분석하고, 위성에 명령과 자료를 보냅니다. 위성을 제 궤도에 두고 위성의 시계를 맞추며, 새 항법 자료를 올리는 것도 이 부분의 일입니다.
GPS가 주는 것은 위치만이 아닙니다. GPS 위성마다 원자시계가 여러 개 실려 있고, 신호에는 정밀한 시각 자료가 담깁니다. 수신기는 이 신호를 풀어 원자시계에 맞춰지기 때문에, 사용자는 원자시계를 갖지 않고도 시각을 1천만분의 1초 안쪽까지 알 수 있습니다.
GPS 위성은 민간과 군 사용자 모두에게 서비스를 줍니다. 민간 서비스는 모든 사용자가 전 세계 어디서나 끊김 없이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GNSS: GPS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위성항법을 GPS라고 부르지만, GPS는 여러 체계 가운데 하나입니다. 위성항법 체계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입니다. 전 지구나 지역 범위로 위치·항법·시각 서비스를 주는 위성 무리라면 모두 이 이름으로 묶입니다.
GPS.gov가 소개하는 다른 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체계 | 운영 | 범위 | GPS.gov의 설명 |
|---|---|---|---|
| BeiDou(BDS) | 중국 | 전 지구 | 2020년 정식 운영, 35기 |
| Galileo | 유럽연합 | 전 지구 | 2016년 초기 서비스 시작 |
| GLONASS | 러시아 | 전 지구 | 완전 운용 체계 24기 이상 |
| NavIC(IRNSS) | 인도 | 지역 | 7기 |
| QZSS | 일본 | 지역 | 2018년 서비스 시작, 지금 7기 이상 |
일본의 QZSS는 GPS를 보완해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수신 범위를 넓히는 지역 체계입니다. GPS.gov는 여러 나라가 서로 보완하면서도 독립된 위치·항법·시각 능력을 갖추려고 자기 체계를 운영하거나 갖추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위성 신호의 약점
위성항법은 오차가 쌓이지 않는 대신 신호에 기댑니다. GPS는 무선 항법용으로 남겨 둔 주파수의 전파를 쓰고, 서비스를 이어 가려면 그 주파수를 간섭에서 지켜야 합니다. 간섭은 가까운 대역의 전파, 고의든 아니든 일어나는 전파 방해(재밍), 자연의 우주 날씨에서 올 수 있습니다.
전파 방해는 법으로도 막혀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는 전파 방해 장치를 합법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전파를 둘러싼 이런 다툼을 넓게 다룬 글이 전자전: 보이지 않는 전자기 환경의 경쟁입니다.
군에서는 이 약점이 더 무겁습니다. DARPA는 수십 년 동안 GPS가 차량과 탄약의 정밀 유도·항법에 들어갔다고 쓰고, GPS에 기대는 것이 신호가 약해지거나 없는 상황에서 큰 취약점이 된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GPS 없이도 정밀 유도를 하도록, 스스로 완결된 관성항법을 위한 작은 관성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둘을 함께 쓰는 까닭
두 방법의 성격을 나란히 놓으면 답이 보입니다. 관성항법은 바깥 없이 셈을 이어 가지만 오차가 쌓입니다. 위성항법은 오차가 쌓이지 않지만 신호가 있어야 합니다. 한쪽의 약점이 다른 쪽의 장점입니다.
1991년 미국 오하이오대학 연구진이 발표하고 NASA 기술 보고서 서버에 실린 글이 이 짝을 잘 보여 줍니다. 연구진이 꾸린 실험 체계에서 관성 장치는 짧은 시간의 항법 자료만 맡고, 오랜 시간의 항법 안정성은 GPS가 맡았습니다. 두 측정이 비슷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함께 쓰면 센서 하나가 고장 나도 그것을 믿을 만하게 찾아내고 가려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적었습니다.
무기에서도 같은 짝을 볼 수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소형 활공 폭탄 SDB I이 GPS의 도움을 받는 관성항법장치로 유도한다고 소개합니다. CRS가 정밀 유도 무기의 유도 부품으로 드는 목록에도 관성 측정 장치와 GPS 수신기가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자이로에도 빛이 쓰인다
관성항법의 자이로라고 하면 빙글빙글 도는 팽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요즘의 자이로에는 다른 종류도 많습니다. NASA 자료는 요즘 소형 우주선에 흔히 쓰는 자이로로 광섬유 자이로(fiber optic gyro, FOG)와 MEMS 자이로를 들고, 광섬유 자이로가 대개 성능이 좋지만 무게와 값이 더 든다고 적습니다.
공진기 자이로와 링 레이저 자이로(ring laser gyro) 같은 종류도 있습니다. 다만 크기와 무게, 전력과 값 때문에 소형 위성에서는 흔하지 않습니다. 광섬유 자이로와 링 레이저 자이로는 이름 그대로 광섬유와 레이저가 들어갑니다.
광섬유가 빛을 어떻게 가두어 보내는지는 광섬유는 어떻게 빛을 가두나: 코어와 클래드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레이저 빛이 전구 빛과 어떻게 다른지는 레이저란 무엇인가: 전구 빛과 무엇이 다른가에서 다룹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전자전: 보이지 않는 전자기 환경의 경쟁: 위성 신호를 둘러싼 간섭과 방해를 전자기 스펙트럼의 경쟁이라는 큰 틀에서 봅니다.
- 광섬유는 어떻게 빛을 가두나: 코어와 클래드: 광섬유 자이로의 바탕이 되는 광섬유의 원리를 다룹니다.
- 레이저란 무엇인가: 전구 빛과 무엇이 다른가: 링 레이저 자이로에 이름을 준 레이저 빛의 기초를 다룹니다.
-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 레이저 빛을 재는 일에 쓰는 또 다른 예를 봅니다.
- 공대공 미사일: 미사일의 눈은 무엇을 볼까: 미사일의 탐색기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