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는 밝기와 색 말고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전기장이 어느 방향으로 흔들리는지, 곧 편광(polarization)입니다. 레이저 빛을 보통 광섬유로 보내면 이 흔들림 방향이 쉽게 바뀝니다.

그 방향을 지키도록 만든 것이 편광 유지 광섬유(polarization-maintaining fiber, PM)입니다. 겉으로는 보통 광섬유와 비슷하지만 단면 안에 일부러 넣은 구조가 있습니다. 왜 보통 광섬유에서는 편광이 흐트러지는지, PM 광섬유는 어떻게 그것을 막는지, 어떤 종류가 있고 어디에 쓰이며 무엇이 까다로운지를 차례로 봅니다.

편광의 기초는 「편광: 빛이 흔들리는 방향」에, PM 광섬유를 광섬유 부품 하나로 짧게 소개한 내용은 「아이솔레이터와 광섬유 부품: 빛이 거꾸로 가지 않게」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한 문단을 한 편으로 넓힙니다.

보통 광섬유에서 편광은 왜 흐트러지나

전기장이 한 평면 안에서만 흔들리는 빛을 선편광이라고 합니다. 선편광 빛을 단일 모드 광섬유(single-mode fiber, SMF)에 넣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광섬유를 옮기거나 둘레 온도가 바뀌면, 출구에서 나오는 빛의 편광이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일은 짧은 광섬유에서도 일어납니다. 같은 선편광을 넣었는데 오늘과 내일, 아침과 저녁의 출력 편광이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빛의 세기만 재는 곳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지와 통신처럼 일정한 출력 편광이 있어야 하는 곳이 많습니다.

빛의 간섭(interference)을 이용하는 광섬유 간섭계와 센서,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 전기광학 변조기도 지나가는 빛의 편광에 성능이 영향받습니다. 제조사들이 PM 광섬유를 만든 것은 이 출력 변화를 다루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통 단일 모드 광섬유와 편광 유지 광섬유를 견준 그림. 위 줄에서는 세로로 흔들리는 선편광 빛이 구불구불 굽은 보통 광섬유로 들어가고, 출구에서는 편광이 기울어진 타원으로 바뀌어 있으며 굽힘과 온도가 바뀌면 시간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아래 줄에서는 같은 선편광 빛을 편광 유지 광섬유의 느린 축에 맞춰 넣고, 광섬유가 똑같이 굽어 있어도 출구의 편광이 같은 방향의 선편광으로 남는다. 값은 없다
같은 선편광을 넣어도 보통 광섬유에서는 굽힘과 온도에 따라 출력 편광이 달라지고, 편광 유지 광섬유에서는 축에 맞춰 넣은 편광이 그 축에 남습니다. 편광 모양과 광섬유 모양은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두 길을 일부러 다르게: 복굴절

PM 광섬유의 바탕은 복굴절(birefringence)입니다. 어떤 물질은 한 방향으로 편광된 빛과 그에 수직으로 편광된 빛에 대해 굴절률이 다릅니다. 굴절률이 다르면 빛이 가는 빠르기도 다릅니다.

PM 광섬유는 이 성질을 광섬유 안에 일부러 크게 만듭니다. 한 축으로 편광된 빛과 그에 수직으로 편광된 빛이 서로 다른 빠르기로 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광섬유 안에 서로 수직인 두 주축이 생깁니다. 빛이 더 빨리 가는 쪽을 빠른 축(fast axis), 더 늦게 가는 쪽을 느린 축(slow axis)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 축이 PM 광섬유가 편광을 지키는 열쇠입니다. 넣는 빛이 선편광이고 그 방향이 빠른 축이나 느린 축에 맞춰져 있으면, 광섬유가 바깥에서 응력을 받아도 출구의 빛은 선편광으로 그 축에 맞춰진 채 남습니다.

철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레일이 깔린 길에서는 수레가 레일 방향으로만 굴러갑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PM 광섬유의 두 축은 빛을 붙잡아 끄는 벽이 아니라 두 편광의 빠르기를 다르게 만든 결과이고, 넣는 빛이 처음부터 한 축에 맞춰져 있어야 그 효과를 봅니다.

축은 어떻게 만들까요? 여러 종류의 PM 광섬유는 코어(fiber core) 둘레에 응력 부여부(stress-applying parts)를 넣습니다. 이 부분이 재료에 기계적 응력을 주어 빠른 축과 느린 축을 나눕니다. 레이저용 대면적 PM 광섬유 가운데에도 PANDA형 응력봉으로 복굴절을 키워 편광을 유지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편광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는 편광 소광비(polarization extinction ratio)로 나타냅니다. 빔 가운데 한 축으로 선편광된 몫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척도입니다. 나온 빛을 돌아가는 편광자에 통과시켜 검출기로 받고, 가장 밝을 때와 가장 어두울 때를 견주어 잽니다.

단면으로 보는 종류

PM 광섬유의 차이는 단면에서 드러납니다. 1997년 무렵에도 업계에는 여러 가지 편광 보존 코어·클래드(cladding) 구조가 쓰이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붙은 대표 모양은 이렇습니다.

편광 유지 광섬유의 단면 세 가지. 왼쪽 PANDA형은 가운데 코어 양옆에 둥근 응력 부여부 두 개가 있다. 가운데 보타이형은 코어 양옆에 나비넥타이 모양의 쐐기꼴 응력 부여부가 있다. 오른쪽 타원 코어형은 코어 자체가 길쭉한 타원이다. 세 단면 모두 느린 축과 빠른 축을 서로 수직인 화살표로 표시했다. 크기와 비율은 실제 값이 아니다
편광 유지 광섬유의 대표 단면. 응력 부여부나 길쭉한 코어가 서로 수직인 두 축을 만듭니다. 크기와 비율, 축 화살표의 길이는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 PANDA: 코어 양옆에 둥근 응력 부여부가 하나씩 있는 모양입니다. 이름은 "Polarization-maintaining AND Absorption-reducing fiber"의 줄임말입니다. 이 광섬유를 만드는 Fujikura는 단면의 대칭 정확도와 응력 부여부의 고른 구성 덕분에 편광 유지 성질이 뛰어나고, 융착 접속과 커넥터에 두루 맞는다고 설명합니다.
  • 보타이(bow-tie): 응력 부여부가 코어 양옆에 쐐기꼴로 놓여 단면이 나비넥타이처럼 보입니다.
  • 타원 응력 클래드: 코어를 둘러싼 응력 부여부가 타원 모양입니다.
  • 타원 코어(elliptical core): 응력봉 대신 코어 자체를 길쭉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에 실린 광 주파수 빗 실험에서도 편광 유지를 타원 코어로 얻은 광섬유가 쓰였습니다.

이름이 비슷하지만 하는 일이 다른 광섬유도 있습니다. 편광 광섬유(polarizing fiber)는 편광을 지키는 데서 나아가, 안내되는 편광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편광 상태를 빠르게 억누릅니다. 스펀(spun) PM 광섬유는 선편광이 아니라 원편광을 보존하도록 만든 것으로, 광섬유 전류 센서용으로 나옵니다.

1980년대에 상품이 되기까지

PM 광섬유의 상품화는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 사우샘프턴에 개발·생산 시설을 둔 특수 광섬유 회사 Fibercore는 자사의 출발을 사우샘프턴대의 Payne 교수 광섬유 연구진이 쌓은 지식과 제조 능력에 둡니다. 첫 성과는 1982년의 스펀 저복굴절 광섬유였습니다.

그다음이 보타이 PM 광섬유입니다. 회사는 1983년에 개발한 보타이 PM 광섬유를 그런 종류로는 처음 상용화된 광섬유로 보이는 것이라고 적고, 이 광섬유가 지금도 생산된다고 밝힙니다. 1989년에는 타원 복굴절판도 나왔습니다.

이 시기의 쓰임 가운데 하나가 광섬유 자이로스코프입니다. 회사의 설명으로는, 이런 고복굴절 광섬유 덕분에 간섭계의 원리를 고체 광섬유 자이로 같은 여러 응용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자이로는 항공·우주·해양·국방·측량에 쓰이며, 기존 자이로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하며 믿을 만하다는 것이 회사의 평가입니다.

어디에 쓰나

광섬유 자이로. 광섬유 자이로는 간섭의 원리를 쓰는 자이로이고, 감은 광섬유 코일이 핵심 감지 소자입니다. 자이로의 정밀도를 높이려고 만든 자이로용 PM 광섬유가 따로 있습니다. 그 제조사인 Exail은 이 코일이 시스템의 감도, 바이어스 안정도, 전체 정확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광섬유 레이저. 출력 빛이 선편광이어야 하는 레이저도 있습니다. 발진기의 빛을 여러 단의 증폭기(amplifier)로 키우는 주 발진기 출력 증폭기(master oscillator power amplifier, MOPA)에서는 PM 광섬유를 써서 선편광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Coherent는 선편광 출력이 필요한 응용을 위한 대면적 PM 광섬유를 내놓고, 그 쓰임으로 산업·의료·국방 레이저 체계를 꼽습니다. 발진기와 증폭기의 구성은 「오실레이터와 증폭기: 빛을 만들고 키우기」에 있습니다.

빔 합치기. 여러 증폭기의 빛을 하나로 합치는 결맞음 빔 결합(coherent beam combining, CBC)에서는 편광이 특히 중요합니다. 편광이 서로 수직인 두 빛은 간섭하지 않고 세기만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2016년의 한 리뷰 논문은 증폭기 출력의 편광 상태도 고정되어야 하며, 편광 유지 광섬유를 쓰면 이를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결맞음 빔 결합용 부스터와 kW급 증폭기에 쓰는 대면적 첨가 광섬유도 PM형과 보통 단일 모드형이 함께 나와 있습니다. 원리는 「결맞음 빔 결합의 원리: 공개 리뷰 논문으로 읽기」에, 빔 결합이 레이저 무기에서 왜 필요한지는 「빔 결합이 필요한 이유와 세 가지 방법」에 있습니다.

광 주파수 빗.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에는 편광을 지키는 일이 결과를 가른 실험이 나옵니다. 모드 잠금 레이저의 펄스로 한 옥타브에 걸친 넓은 스펙트럼을 만들 때, 편광 유지 고비선형 광섬유에서는 결맞음이 뛰어난 스펙트럼을 얻었습니다. 같은 실험에서 PM이 아닌 광섬유로는 넓은 스펙트럼은 생겼지만 측정하려던 신호를 잴 수 없었습니다. 교과서는 고정된 편광이 센 전기장의 안정된 상호작용을 보장한다고 풀이합니다.

얻는 것과 한계

얻는 것은 분명합니다. 축에 맞춰 넣은 선편광은 광섬유가 바깥 응력을 받아도 그 축에 남습니다. 그래서 간섭계, 자이로, 변조기, 선편광 레이저, 빔 결합처럼 편광이 흔들리면 안 되는 곳에 광섬유를 쓸 수 있게 됩니다.

까다로운 점도 같은 자리에서 나옵니다.

  • 넣는 빛에 조건이 붙습니다. 편광이 지켜지는 것은 넣는 빛이 선편광이고 빠른 축이나 느린 축에 맞춰져 있을 때입니다. 축을 맞추는 일이 PM 광섬유를 쓰는 첫걸음입니다.
  • 광섬유만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PM 광섬유 시스템이 제 성능을 내려면 전용 광섬유와 커넥터, 꼼꼼한 조립과 정렬이 있어야 합니다.
  • 연결할 때마다 축을 이어야 합니다. PM 커넥터에는 광섬유의 느린 축에 맞춘 위치 키가 있어, 다른 커넥터나 부품과 한 각도로만 맞물립니다. 광섬유 하나만 PM이어서는 안 되고 이어지는 부품의 축까지 맞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 필요한 편광에 따라 종류가 갈립니다. 선편광을 지키는 PM 광섬유, 한 편광만 남기는 편광 광섬유, 원편광을 지키는 스펀 광섬유는 서로 바꿔 쓰는 부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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