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을 올리려는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 설계자에게 코어(core)는 늘 좁습니다. 빛이 가는 코어에 갇힌 채 긴 거리를 함께 가면, 출력이 오를수록 비선형 효과가 먼저 고개를 듭니다. 특히 펄스 동작에서 비선형 효과는 빛의 시간 모양과 스펙트럼, 빔 모양을 함께 망칠 수 있습니다.
답은 간단해 보입니다. 코어를 넓혀 빛을 넓게 펴면 됩니다. 그런데 코어를 넓히는 순간 빛은 한 가지 모양으로만 달리지 않습니다. 넓은 코어에서 깨끗한 빔을 지키려면 그만큼 공들인 광섬유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 해법들은 두 갈래로 자랐습니다. 하나는 보통 유리 광섬유를 감거나 클래드를 다듬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클래드에 공기 구멍을 뚫는 광결정 광섬유(photonic crystal fiber, PCF)의 길입니다. 두 길이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막혔는지를 차례로 따라갑니다.
코어를 넓히면 생기는 일
광섬유 안의 비선형 효과 가운데 자기 위상 변조(self-phase modulation, SPM), 유도 라만 산란(stimulated Raman scattering, SRS), 유도 브릴루앙 산란(stimulated Brillouin scattering, SBS)은 코어 속 빛의 세기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출력이라도 빛이 차지하는 넓이가 넓으면 세기가 낮아지고, 그만큼 이 효과들이 약해집니다. 대면적 광섬유를 다룬 2012년 논문은 모드 넓이를 키워 세기를 크게 낮추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습니다.
수도꼭지에 꽂은 호스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의 물을 굵은 호스로 보내면 물줄기의 기세가 약해집니다. 실제로는 빛의 세기가 코어 단면에서 고르지 않고 가운데가 높은 봉우리 모양이라, 넓이를 말할 때도 빛이 실제로 차지하는 모드 넓이로 셈합니다.
이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코어가 넓으면 보통 펌프 빛을 더 잘 흡수하는 설계가 되어, 증폭에 쓰는 활성 광섬유를 짧게 할 수 있습니다. 빛이 함께 가는 거리가 짧아지니 비선형 효과가 한 번 더 줄어듭니다.
이 방법은 연속파와 펄스 동작 모두에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세기에 달린 비선형 효과에만 듣습니다.
대가는 모드입니다. 모드 넓이를 키우면 코어가 여러 모드를 품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여러 횡모드(transverse mode)가 겹치면 스펙트럼이 출렁이고, 빔 품질(beam quality)이 나빠지며, 빔이 가리키는 방향도 흔들립니다.
그렇다면 코어는 어디부터 넓은 걸까요? 2012년 논문에 따르면 보통 계단형 굴절률(step-index) 광섬유의 단일 모드 한계는 파장 1 μm에서 약 15 μm입니다. 모드 크기를 이 한계 너머로 키운 광섬유가 대면적 코어 광섬유, 용어 사전의 이름으로는 대구경 모드 면적 광섬유(large-mode-area fiber, LMA)입니다.
넓은 코어에서 한 모드만 남기기
넓은 코어에 고차 모드(higher-order mode)가 아예 없게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목표는 조금 달라집니다. 고차 모드가 있어도 광섬유 끝에서는 기본 모드가 압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을 유효 단일 모드(effective single-mode) 동작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소박한 방법은 맞춰 넣기(matched excitation)입니다. 들어가는 씨앗 빛의 모양을 기본 모드에 꼭 맞춰, 처음부터 기본 모드만 들뜨게 하는 것입니다. 모드 넓이가 커질수록 한 모드만 골라 들뜨게 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두 번째는 굽히기입니다. 광섬유를 굽히면 고차 모드가 기본 모드보다 손실을 더 크게 입습니다. 2000년 Optics Letters에 실린 Koplow, Kliner, Goldberg의 논문은 이터븀을 넣은 이중 클래드 광섬유(double-clad fiber)로 만든 다중 모드 증폭기(amplifier)를 감아, 가장 낮은 차수의 모드만 남기고 나머지에 큰 굽힘 손실을 주는 방법을 보고했습니다.
이 증폭기를 자연 방출을 증폭하는 광원으로 돌렸을 때 출력 빔의 M²는 1.09±0.09였습니다. 다만 2012년 논문은 코어가 커지면 굽힘으로 모드를 가르는 효과가 사라져, 이 방법이 30 μm보다 작은 코어에 머문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공명으로 거르기입니다. 클래드에 고차 모드와 짝이 맞는 구조를 넣으면, 고차 모드가 코어 밖으로 새어 나가 광섬유를 지나는 동안 걸러집니다. 키랄 결합 코어(chirally coupled core) 광섬유와 브래그 광섬유가 그런 예입니다.
공명 설계는 공차가 빡빡해 만들기 매우 어렵습니다. 투과 대역이 좁거나, 펌핑과 굽힘으로 유효 굴절률이 바뀌면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공기 구멍으로 만든 클래드
1996년 10월, Knight, Birks, Russell, Atkin은 Optics Letters에 새로운 종류의 도파로를 보고했습니다. 순수 실리카 코어를 육각형으로 늘어선 실리카와 공기의 미세 구조가 둘러싼 광섬유였고, 이름은 광결정 광섬유였습니다. 이 광섬유는 적어도 458~1550 nm의 넓은 파장 범위에서 손실이 낮은 모드 하나만 안내했습니다.
이 분야의 제조사 Hamamatsu Photonics도 PCF의 출발을 1996년 배스대학교의 Philip Russell로 소개합니다. 회사는 자신이 1999년부터 PCF의 개발과 상용화에서 중심 역할을 해 왔다고 밝힙니다.
생김새는 이렇습니다. 유리 막대에 가는 공기 구멍이 광섬유 전체 길이를 따라 뚫려 있고, 가운데 구멍 하나가 빠진 자리가 코어가 됩니다. 구멍이 작은 굴절률 안내(index-guiding) PCF에서는 공기가 섞인 구조 영역의 평균 굴절률이 유리 코어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보통 광섬유처럼 코어에 빛이 갇힙니다.
1997년 Birks, Knight, Russell은 한 걸음 더 나간 결과를 냈습니다. 이런 광섬유가 어떤 파장에서도 단일 모드일 수 있다는 것을 유효 굴절률 모형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논문 제목은 "끝없이 단일 모드(endlessly single-mode)"였습니다.
이 말에도 단서가 붙습니다. 실리카가 투명한 범위 안에서 쓸 수 있는 단일 모드 범위는 넓지만, 짧은 파장 쪽과 긴 파장 쪽 모두에서 굽힘 손실의 경계에 막힙니다.
레이저 쪽에서 PCF가 반가운 까닭은 굴절률을 다루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계단형 광섬유에서 모드 지름을 키우려면 개구수(numerical aperture, NA)를 낮춰야 하는데, 이것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굴절률 안내 PCF는 보통 광섬유보다 굴절률을 훨씬 잘 맞출 수 있어 개구수가 아주 낮은 광섬유를 만들 수 있고, 그만큼 모드 넓이를 키울 여지가 커집니다.
구멍을 크게 하면 다른 원리가 생깁니다. 차수가 높은 모드일수록 무늬가 잘아서 큰 구멍 사이의 틈으로 쉽게 빠져나가고, 기본 모드는 남습니다. 이 생각을 "모드 체(modal sieve)"라고 부릅니다.
2007년 JOSA B에 실린 Dong, Peng, Li의 새는 통로 광섬유(leakage channel fiber)가 이 갈래입니다. 몇 개의 큰 공기 구멍이 코어를 이루고, 고차 모드에는 큰 누설 손실을 주면서 기본 모드의 손실은 아주 작게 맞춥니다. 큰 구멍 덕분에 굽힘에도 강하고, 저자들은 코어 지름이 100 μm를 넘는 광섬유에서도 기본 모드를 보낼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걸리는 점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빛이 새어 나가는 클래드를 바탕으로 하는데, 고출력 펌핑에 쓰는 이중 클래드 광섬유에는 보통 그런 클래드가 없습니다.
공기 구멍이 코어를 비울 수도 있습니다. 배스대학교 연구 포털에 따르면 Cregan 등 7명의 논문 "Single-mode photonic band gap guidance of light in air"가 1999년 9월 3일 Science에 실렸습니다. 제목 그대로 공기로 된 코어에서 광 밴드갭(photonic band gap)으로 빛을 단일 모드로 안내한 결과입니다.
Russell은 2003년 Science 논문에서 PCF가 속이 빈 코어에서 손실이 낮은 안내를 허락하는 것처럼 보통 광섬유의 한계를 넘었다고 적었습니다. 그 결과 광섬유에 대한 관심이 다시 크게 일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입니다.
굽히면 줄어드는 모드와 막대형 광섬유
코어를 아주 크게 키우면 새 문제가 나타납니다. 이렇게 큰 광섬유를 굽히면 모드가 쪼그라들어, 설계로 얻은 모드 넓이를 잃습니다. 이 효과는 어떤 종류의 광섬유에서나 나타나고, 코어가 클수록 심해집니다.
광섬유는 감아서 쓰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상식처럼 보입니다. 그 생각을 버린 것이 막대형(rod-type) 광섬유입니다. 광섬유를 단단한 막대로 만들어 아예 굽히지 않는 것입니다. 초기 막대형 이터븀 PCF가 아주 큰 모드 넓이 광섬유의 첫 대표였습니다.
막대형 광섬유의 단면에는 세 겹이 보입니다. 가운데는 작은 공기 구멍으로 둘러싼 코어 영역입니다. 그 둘레에 아주 큰 공기 구멍이 고리를 이루는데, 이것이 펌프 빛을 가두는 공기 클래드(air-clad)입니다.
맨 바깥은 두꺼운 실리카 유리입니다. 이 유리가 광섬유를 뻣뻣하게 만들어, 보통 광섬유의 고분자 보호 피복 없이도 스스로 버티게 합니다. 그 피복은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와 증폭기에서 열로 인한 열화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성과는 컸습니다. 초기 막대형 설계는 특히 펄스 동작에서 광섬유 레이저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고, 뻣뻣한 모양 덕분에 광섬유 전체 길이에서 큰 모드 넓이가 유지됐습니다.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아주 작은 구멍 배열을 같은 모양으로 거듭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 수율이 낮고 값이 비쌌습니다. 초기 막대형은 몇 개 모드를 품는 광섬유여서 기본 모드를 조심스럽게 들뜨게 해야 했습니다. 아주 높은 출력에서는 빔이 나빠지거나 흔들리는 일이 잦아 널리 쓰이지 못했습니다.
고차 모드를 밀어내는 설계
지금까지의 방법은 대부분 고차 모드에 손실을 주어 없애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생각도 있습니다. 고차 모드를 없애는 대신, 빛을 키우는 영역에서 치워 버리는 것입니다.
2020년 TMI 리뷰는 유효 단일 모드 설계들을 이렇게 두 무리로 나눕니다. 큰 전파 손실을 주는 설계와 광 밴드갭을 만드는 설계는 고차 모드를 없애려 합니다. 이웃 코어로 골라 결합하는 설계와 밀어내는(delocalization) 설계는 고차 모드를 활성 영역에서 치우려 합니다.
밀어내기의 첫 대표가 큰 간격 광결정 광섬유(large-pitch fiber, LPF)입니다. 이름처럼 공기 구멍 사이의 간격이 크고 안쪽 구조가 꽤 열려 있어서, 고차 모드는 모양이 크게 일그러져 이터븀을 넣은 코어 영역과 잘 겹치지 않습니다. 기본 모드만 가우시안에 가까운 모양으로 코어와 크게 겹칩니다.
그래서 고차 모드는 기본 모드보다 덜 증폭되는데, 이것을 선호 이득(preferential gain)이라고 합니다. 들어오는 씨앗 빛도 보통 가우시안에 가까워 기본 모드가 주로 들뜹니다.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LPF는 가장 단순한 PCF 구조의 하나라서 만들기가 비교적 쉽고 수율이 높습니다. 또 이터븀을 넣은 막대형 LPF로는 모드 크기가 안내하는 빛의 파장보다 100배 넘게 큰 유효 단일 모드 광섬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20년 TMI 리뷰는 밀어내기가 모드 지름 50 μm를 넘는 광섬유에서 가장 성공한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합니다.
넓혀도 남는 숙제
코어를 넓히자 다른 벽이 나타났습니다. 광섬유 레이저의 출력이 크게 자라면서 열 부하도 크게 늘었고, 활성 광섬유에 열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평균 출력이 오를수록 모드 지름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모드가 줄면 비선형 효과가 다시 세져, 넓은 코어의 이점이 일부 사라집니다. 다른 하나가 앞 글에서 다룬 횡모드 불안정성(transverse mode instability, TMI)입니다.
여기서 밀어내기가 다시 도움이 됩니다. 모드를 밀어내는 광섬유는 비슷한 크기의 보통 설계보다 TMI 문턱이 2~3배 높습니다. 광섬유 앞쪽에서부터 고차 모드에 실린 빛이 적고, 고차 모드가 기본 모드만큼 증폭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TMI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문턱이 올라갈 뿐입니다.
만들기의 어려움도 남습니다. 공명 설계의 빡빡한 공차, 초기 막대형의 낮은 수율이 그 예입니다. 막대형은 굽히지 않는 대가로 보통 광섬유처럼 감아서 넣을 수 없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이런 광섬유가 쓰이는 곳은 넓습니다.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는 공기 구멍 광섬유의 가장 중요한 쓰임 하나로 스펙트럼을 크게 넓히는 초연속광(supercontinuum) 발생을 들고, 대면적 PCF와 기체를 채운 속이 빈 코어 PCF가 높은 평균 출력의 펄스 압축에 쓰인 예를 싣습니다.
2013년 Nature Photonics 리뷰의 초록은 광섬유 레이저의 높은 평균 출력과 빔 품질이 산업, 국방, 과학의 많은 응용에 필요하다고 적습니다. 이 성공은 광섬유 구조가 주는 여러 한계를 넘으려는 노력에서 왔다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한 가닥으로 모자란 출력을 여러 가닥의 빛을 합쳐 얻는 방법은 빔 결합이 필요한 이유와 세 가지 방법에 정리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광섬유는 어떻게 빛을 가두나: 코어와 클래드: 코어, 클래드, 모드, 개구수의 기본.
- 이중 클래드 광섬유와 펌프 빛 넣기: 공기 클래드가 맡는 펌프 빛의 길.
- 한 가닥의 한계 ①: 비선형 효과(SBS, SRS): 코어를 넓히게 만든 첫 번째 벽.
- 한 가닥의 한계 ②: 열과 모드 불안정성: 넓힌 코어에 남은 두 번째 벽.
- 편광 유지 광섬유: 빛의 흔들림 방향을 지키는 섬유: 광섬유 부품 이야기의 다음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