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가 흐르지 않는 코일 속에 유리 막대가 하나 누워 있습니다. 막대 앞뒤에 빛을 거르는 필터를 한 장씩 두고, 뒤쪽 필터를 앞쪽과 90° 엇갈리게 돌려 놓으면 빛이 막혀 어두워집니다. 그런데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꺼져 있던 빛이 다시 보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물리 강의 시연 하나가 이 장면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빛이 되살아난 것은 코일이 만든 자기장이 유리 속을 지나는 빛의 편광(polarization)을 조금 돌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을 일부러 쓰도록 만든 부품이 패러데이 회전자(Faraday rotator)입니다. 레이저를 되돌아오는 빛에서 지키는 광 아이솔레이터(optical isolator)의 한가운데에 이 부품이 들어갑니다.

회전자 하나만 놓고 보아도 물을 것이 많습니다. 무엇이 도는 각을 정하는지, 왜 빛이 갔다 와도 회전이 풀리지 않는지, 그 성질로 어떤 부품을 만드는지, 출력이 커지면 무엇이 어려워지는지를 차례로 따라가 봅니다.

1845년, 자석이 빛을 비틀다

편광은 파동의 진동이 진행 방향에 대해 정해진 방향을 갖는 성질입니다. 빛에서는 전기장이 놓인 방향이 곧 편광의 방향입니다. 편광 필터는 자기 축 방향의 전기장만 통과시킵니다. 두 필터의 축을 직각으로 엇갈려 놓으면 빛이 막히는 까닭입니다.

1845년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자기장이 빛의 편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였습니다. 편광된 빛이 무거운 유리를 지나는 동안 유리에 자기장을 걸었더니 편광면이 조금 돌았습니다. 하버드 시연 자료는 이 발견을 빛과 자기가 어떻게든 이어져 있다는 첫 증거로 소개합니다.

자기장 속에서 이렇게 편광을 돌리는 물질을 자기광학 물질(magneto-optic material)이라고 부릅니다. 패러데이 회전자는 이런 결정을 자기장 속에 놓은 광학 부품입니다. 하는 일은 하나, 지나가는 빛의 편광 방향을 돌리는 것입니다.

첫머리의 시연에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전류를 흘린 뒤 뒤쪽 필터를 더 돌리면 빛이 다시 꺼집니다. 편광이 돈 만큼 필터를 따라 돌렸기 때문입니다. 코일의 전류 방향을 뒤집으면 편광이 도는 방향도 반대가 됩니다.

얼마나 도는가

도는 각은 세 가지에 정비례합니다. 자기장의 세기, 빛이 물질 속을 지나는 거리, 그리고 물질마다 다른 베르데 상수(Verdet constant)입니다. 한 줄의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θ = V × l × B

θ는 편광이 도는 각, V는 베르데 상수, l은 빛이 물질 속을 지나는 길이, B는 빛이 가는 방향으로 걸린 자기장의 세기입니다. 자기장을 두 배로 키우거나 결정을 두 배로 길게 하면 각도 두 배가 됩니다.

베르데 상수는 그 물질에서 자기광학 효과가 얼마나 센지를 나타내는 값이고, 보통 측정으로 정합니다. 투명한 유전체는 대부분 이 효과를 조금씩 갖지만 대개 아주 약합니다. 베르데 상수가 큰 물질은 몇 가지뿐이고, 흔히 테르븀(terbium)이 든 유리나 결정입니다.

그 가운데 TGG(terbium gallium garnet, 테르븀 갈륨 가넷) 결정이 널리 쓰입니다. 제조사 Coherent는 TGG가 자기광학 효과가 세고 흔히 쓰는 파장에서 흡수(absorption)가 낮아, 회전자와 아이솔레이터를 만드는 가장 흔한 재료의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베르데 상수에는 까다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파장에 따라 값이 다릅니다. 백열전구 빛을 쓰는 하버드 시연에서는 이것이 눈에 보입니다. 뒤쪽 필터를 어느 각도로 돌려도 빛이 다 꺼지지 않고, 필터의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이 골라 꺼집니다.

갔다 와도 풀리지 않는 회전

패러데이 회전자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따로 있습니다. 빛이 어느 쪽에서 들어오든 편광을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돌린다는 점입니다. 한쪽으로 지나는 빛을 시계 방향으로 45° 돌리도록 맞춰 두면, 반대쪽에서 들어온 빛도 같은 방향으로 45°를 돕니다. 거울에 맞고 한 번 왕복하면 모두 90°입니다.

편광을 돌리는 부품에는 반파장판(half-wave plate)도 있습니다. 반파장판도 편광을 45° 돌리도록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쪽에서 지나는 빛은 같은 양만큼 되돌려 놓아서, 왕복한 뒤의 회전은 0°입니다.

패러데이 회전자와 반파장판을 두 줄로 견준 도표. 두 줄 모두 세로 편광이 부품을 한 번 지나 45° 돌고 거울에 맞는다. 위 줄의 패러데이 회전자에서는 돌아오는 빛이 같은 방향으로 45°를 더 돌아 왕복 90°가 되고, 아래 줄의 반파장판에서는 돌아오는 빛이 되돌려져 왕복 0°가 된다
같은 45° 회전이라도 회전자는 왕복하면 90°, 반파장판은 0°가 됩니다. 빨간 화살표는 편광 방향을 나타내며, 부품 모양과 크기는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시곗바늘에 빗대 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반파장판은 갈 때 바늘을 앞으로, 올 때 뒤로 돌려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회전자는 갈 때도 올 때도 앞으로만 돌립니다. 실제로는 바늘처럼 무엇이 도는 것이 아니라 전기장이 흔들리는 방향이 바뀌는 것이고, 도는 쪽은 빛이 가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장의 방향이 정합니다.

이처럼 지나는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성질을 비가역(non-reciprocal)이라고 부릅니다. 아래에서 볼 아이솔레이터와 패러데이 거울이 모두 이 성질을 씁니다.

반파장판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회전자의 각은 걸린 자기장이 정하므로, 영구 자석 대신 전자석을 쓰면 도는 양을 전기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파장판으로 각을 바꾸려면 판 자체를 손으로든 기계로든 돌려야 합니다.

회전자로 만드는 한쪽 문

회전자 하나에 편광자 두 장을 더하면 아이솔레이터가 됩니다. 선편광된 빛은 그 편광에 맞춘 편광자 1을 지나고, 회전자에서 45° 돈 뒤, 돌아간 편광에 맞춰 둔 편광자 2를 지나 나갑니다. 이 구성은 앞으로 가는 레이저 빛을 거의 줄이지 않고 내보냅니다.

거꾸로 오는 빛의 길은 다릅니다. 뒤쪽에서 반사되어 돌아온 빛은 먼저 편광자 2에서 원래 출력과 다른 편광이 걸러집니다. 남은 빛은 회전자에서 다시 45°를 같은 방향으로 돌아, 처음 편광과 직각이 됩니다. 그래서 편광자 1을 지나지 못합니다.

패러데이 아이솔레이터의 동작 도표. 위 줄(앞 방향)에서는 세로 편광이 편광자 1을 지나고, 회전자에서 45° 돌아 45°로 놓인 편광자 2를 지나 나간다. 아래 줄(뒤 방향)에서는 되돌아온 빛이 편광자 2를 지나 회전자에서 같은 방향으로 45°를 더 돌아 90°가 되고, 편광자 1에서 막힌다
앞으로 가는 빛은 세 부품을 모두 지나고, 되돌아온 빛은 회전이 더해져 편광자 1과 직각이 되어 막힙니다. 부품의 배치와 크기는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아이솔레이터의 흔한 자리는 레이저나 레이저 증폭기(amplifier)의 출력 끝입니다. 되반사된 빛은 충분히 세면 레이저를 손상시키고, 훨씬 약해도 잡음이나 출력 흔들림 같은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되돌아오는 빛이 어디서 생기는지와 광섬유에서 왜 더 까다로운지는 아이솔레이터와 광섬유 부품: 빛이 거꾸로 가지 않게 글에 있습니다.

실험대에서도 같은 짜임이 자주 나옵니다. Keller의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에는 광섬유 끝면에서 레이저 공진기로 되돌아오는 남은 반사를 막으려고 패러데이 아이솔레이터를 넣은 실험이 나옵니다. 다른 측정 장치에서는 편광 빔 분리기 두 개와 패러데이 회전자로 아이솔레이터를 꾸밉니다.

회전자는 레이저 바깥만 지키지 않습니다. 빛이 고리 모양의 공진기를 도는 고리 레이저(ring laser)에서는, 공진기 안에 아이솔레이터를 넣어 빛이 한 방향으로만 돌게 할 수 있습니다. 이득 매질이 이상적인 균일 넓어짐 매질이라면, 이렇게 한 방향으로 도는 고리 레이저는 한 축 모드(axial mode)로만 발진합니다.

레이저 결정 자체가 회전을 맡는 예도 있습니다. NPRO(nonplanar ring oscillator)라는 일체형 고리 레이저는 공진기가 레이저 결정 안에 만들어집니다. 이 결정에 자기장을 걸면 YAG 결정 안에서 패러데이 회전이 일어나, 레이저가 한 방향으로만 동작합니다.

편광이 제멋대로인 광섬유 빛

편광자 두 장으로 만든 아이솔레이터는 편광이 정해진 빛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보통 단일 모드 광섬유에서는 응력이나 코어의 고르지 않음 때문에 무작위 복굴절(birefringence)이 생기고, 이것이 빛의 편광 상태를 광섬유를 따라 흔듭니다. 광섬유에서 나온 빛의 편광이 어느 쪽일지 미리 알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런 빛을 위해 편광을 가리지 않는 아이솔레이터가 나왔습니다. 1989년 Bell Labs가 발표한 광섬유용 아이솔레이터는 복굴절 워크오프 판(walkoff plate), 반파장판, 패러데이 회전자로 두 방향의 투과를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입력과 출력 광섬유가 장치의 한쪽 끝에 나란히 붙은 구조였습니다.

원리는 편광을 막는 대신 빛을 나눴다가 합치는 데 있습니다. 앞 방향에서는 빛의 직교하는 두 편광이 워크오프 판을 처음 지날 때 갈라졌다가 두 번째 지날 때 다시 합쳐집니다. 그래서 투과가 높습니다.

거꾸로 오는 빛에서는 두 편광이 워크오프 판을 지날 때마다 갈라집니다. 그 결과 초점이 입력 광섬유에서 멀리 밀려나 손실이 커집니다. 이 비대칭을 만드는 데 회전자가 반파장판, 워크오프 판과 함께 쓰입니다.

패러데이 거울: 흔들림을 되돌리는 반사

회전자는 막는 데만 쓰이지 않습니다. 광섬유 끝에 회전자와 거울을 붙인 부품을 패러데이 거울(Faraday rotator mirror, FRM)이라고 부릅니다. 한 광섬유 부품 제조사의 응용 노트에 따르면, 이 부품은 광섬유 시준기와 패러데이 회전자, 거울로 되어 있습니다.

빛은 회전자에서 45° 돌고 거울에 반사된 뒤 회전자를 한 번 더 지납니다. 회전이 비가역이라 돌아오는 빛의 편광은 들어온 빛에 대해 90° 돌아 있습니다. 갔다 오는 길에 광섬유가 편광을 아무리 흔들어 놓아도, 광섬유의 어느 지점에서나 나가는 빛과 돌아오는 빛의 편광은 늘 직각입니다.

구불구불한 광섬유 끝에 45°를 돌리는 패러데이 회전자와 거울이 붙어 있는 도표. 광섬유의 한 지점에서 나가는 빛의 편광은 기울어진 타원이고, 돌아오는 빛의 편광은 같은 타원을 90° 돌린 모양이어서 두 편광이 서로 직각이다
패러데이 거울을 단 광섬유에서는 어느 지점에서나 돌아오는 빛의 편광이 나가는 빛과 직각입니다. 타원 모양과 광섬유 모양은 그림 표현이고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같은 노트는 이 부품이 왕복하는 동안 선형 복굴절의 효과를 모두 상쇄한다고 적습니다. 쓰임으로는 광섬유 간섭계와 광섬유 센서, 파장을 바꿀 수 있는 광섬유 레이저, 회절 격자 장치, 어븀 첨가 광섬유 증폭기가 꼽힙니다. 증폭기에서는 신호가 어븀 첨가 광섬유를 두 번 지나게 해 효율을 높입니다.

출력이 커지면 결정이 데워진다

출력이 커지면 열이 문제로 떠오릅니다. 결정이 흡수한 빛은 결정 안을 국부적으로 데우고, 그 열이 성능을 제한합니다.

TGG는 오래전부터 650~1100 nm 범위에서 회전자 결정으로 선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Coherent의 설명으로는 가장 순수한 TGG도 덩어리 흡수 때문에 결국 성능 한계를 만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용 레이저의 출력이 커지면서 TGG의 흡수와 열광학 성질이 점점 불리해졌습니다.

재료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같은 회사는 KTF(potassium terbium fluoride, 칼륨 테르븀 플루오라이드)가 TGG와 투과 범위가 비슷하고 베르데 상수도 견줄 만하면서, 덩어리 흡수 계수는 8배, 열광학 계수는 15배 낮다고 밝힙니다. 회사는 이 덕분에 아주 높은 출력에서 TGG 아이솔레이터가 겪는 아이솔레이션 저하와 빔 초점·빔 품질(beam quality)의 저하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열이 왜 그렇게 문제일까요? 아이솔레이터는 되돌아온 빛의 편광을 편광자와 직각으로 만들어 막습니다. 2016년의 한 리뷰 논문은 패러데이 아이솔레이터를 고출력 레이저의 핵심 요소의 하나로 꼽고, 이 부품이 주 발진기와 출력 증폭기(MOPA) 사이를 광학적으로 떼어 놓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흡수된 빛이 자기광학 매질을 데우는 것은 피할 수 없고, 그 열이 빔의 편광과 위상을 비틉니다. 편광이 아주 조금만 비틀려도 아이솔레이터의 핵심 지표인 아이솔레이션 비가 나빠집니다. 리뷰는 이런 열 효과가 평균 출력이 높은 레이저에서 아이솔레이터의 쓰임을 제한한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룬 곳의 하나가 중력파 검출기입니다. 2012년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Advanced LIGO와 Advanced Virgo 같은 2세대 중력파 간섭계가 최대 200 W의 연속파 레이저(continuous-wave laser)를 쓴다고 적었습니다. 그 출력에서는 흡수로 나빠진 아이솔레이션, 열 렌즈, 열로 생긴 빔 휘어짐에 흔들리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한 아이솔레이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2007년 미국물리학회 회의에서는 University of Florida 연구진이 Advanced LIGO 개량에 180 W에 이르는 출력이 필요하다며 고출력 시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두 가지 구성을 시험해 100 W 입력에서 아이솔레이션 39 dB와 49 dB를 얻었다고 초록에 적었습니다. 데시벨(decibel, dB)로 적은 아이솔레이션은 값이 클수록 되돌아온 빛을 더 많이 막는다는 뜻입니다.

아이솔레이터를 고르는 일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Coherent는 아이솔레이터의 주요 지표로 구경 크기, 파장 범위, 투과, 아이솔레이션을 꼽고, 이를 맞추려면 자석의 세기와 크기, 결정의 흡수·굴절률 균일도·복굴절 같은 재료 품질, 박막 코팅 사이에서 절충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출력이 커질 때 레이저가 부딪히는 다른 열 문제는 한 가닥의 한계 ②: 열과 모드 불안정성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식히는 쪽의 이야기는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 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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