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infrared) 레이저 빔이 작고 투명한 결정으로 들어갑니다. 반대편으로는 선명한 초록빛이 나옵니다. 물감을 섞은 것도 아니고 필터로 걸러 낸 것도 아닙니다. 빛의 색, 곧 파장(wavelength)이 결정 안에서 실제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ICESat-2가 쏘는 532 nm 초록빛도 이렇게 만듭니다. 레이저가 먼저 1064 nm 적외선을 내고, 결정이 그것을 절반 파장의 빛으로 바꿉니다. 이 현상을 2차 조화파 발생(second-harmonic generation, SHG)이라 부르고, 그 일을 하는 결정을 비선형 결정이라 부릅니다.
결정 하나가 어떻게 빛의 색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 글은 그 원리와 1961년의 첫 실험, 효율을 좌우하는 조건, 그리고 실제로 쓰이는 곳과 한계를 공개 자료로 따라갑니다.
센 빛 앞에서 물질은 다르게 흔들린다
빛이 물질에 닿으면 원자에 묶인 전자가 빛의 전기장에 끌려 진동합니다. 빛이 약할 때 이 진동은 전기장에 그대로 비례합니다. 진동하는 전자는 들어온 빛과 같은 진동수(frequency)의 빛을 다시 냅니다. 유리창이나 안경 렌즈에서 빛의 색이 바뀌지 않는 까닭입니다.
용수철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살짝 당기면 당긴 만큼 늘어나지만, 아주 세게 당기면 늘어나는 길이가 힘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전자가 용수철에 매달린 것이 아니고, 전자를 붙잡는 힘을 용수철처럼 다루는 근사가 센 빛에서 맞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펄스 레이저(pulsed laser)처럼 빛이 아주 세면 이 근사가 깨집니다. 그러면 물질의 반응에 전기장의 제곱과 더 높은 거듭제곱에 비례하는 항이 섞입니다. 출력이 입력의 세기(intensity)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계를 비선형계라고 하며, 빛의 주파수를 두 배로 만드는 일이 그 예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동수는 두 배, 파장은 절반
제곱 항이 왜 새 색을 만들까요? 사인파 하나를 제곱하면 진동수가 두 배인 사인파가 나옵니다. 그래서 충분히 센 빛을 알맞은 물질에 통과시키면 원래 빛의 두 배 진동수를 가진 빛, 곧 2차 조화파가 생깁니다. 같은 원리로 두 빛의 진동수를 더하거나 빼는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진동수가 두 배가 되면 파장은 절반이 됩니다. 루비 레이저의 빨간빛 694.3 nm를 두 배로 하면 자외선 영역의 약 347 nm가 됩니다. 1064 nm 적외선은 532 nm 초록빛이 됩니다.
빛을 알갱이로 봐도 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국립 점화 시설(National Ignition Facility, NIF) 이용 안내서는 첫 결정이 적외선 광자(photon) 두 개를 2차 조화파 광자 하나로 합친다고 설명합니다. 들어간 빛이 모두 바뀌지는 않으므로, 결정을 나온 빛에는 초록빛과 함께 바뀌지 않은 적외선이 섞여 있습니다.
아무 결정이나 되지 않는 까닭: 대칭
1961년 실험을 준비하던 Peter Franken은 처음에 유리나 용융 석영을 쓰려 했습니다. 공동 연구자 Gabriel Weinreich는 이 물질들은 대칭이 높아서 주파수가 두 배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까닭은 이렇습니다. 반전 중심을 가진 물질에서 모든 원자를 그 중심 너머로 옮기면, 걸어 준 전기장과 생겨난 분극의 부호를 함께 뒤집은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전기장의 제곱에 비례하는 부분은 전기장의 부호를 뒤집어도 부호가 바뀌지 않습니다. 두 조건을 함께 지키려면 주파수 두 배를 만드는 제곱 항이 0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2차 조화파에는 반전 중심이 없는 결정이 필요합니다. Franken의 팀은 방향에 따라 성질이 다른 수정(석영) 단결정을 골랐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수정, KDP, 삼붕산 리튬(LBO), 니오브산 리튬은 모두 이런 변환에 쓰이는 비선형 결정입니다.
1961년, 사진판 위의 희미한 점
레이저가 처음 만들어진 1960년에서 꼭 한 해 뒤, 미국 미시간 대학교(앤아버)의 Franken과 동료들이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루비 레이저 빛을 수정 결정 안의 한 점에 모으고, 반대편으로 나온 빛을 분광기로 나눠 사진판에 찍었습니다. 사진판에는 원래 빛의 큰 점과 함께 두 배 진동수의 희미한 점이 나타났습니다.
수정을 유리 조각으로 바꾸자 그 희미한 점은 사라졌습니다. 새로 생긴 빛이 결정 때문에 생긴 2차 조화파라는 확인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Physical Review Letters 7권 118~119쪽(1961)에 "Generation of Optical Harmonics"로 실렸고, 비선형 광학 현상을 처음 보인 실험으로 꼽힙니다.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미국물리학회(APS)의 기사에 실린 Weinreich의 회고에 따르면, 인쇄 회사의 누군가가 그 희미한 점을 얼룩으로 여겨 지웠습니다. 그래서 학술지에 실린 그림에는 정작 그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결과에 자극받아 Nicolaas Bloembergen과 그의 연구진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비선형 광학을 양자역학으로 기술하는 이론의 기초를 세웠습니다. 1981년 노벨 물리학상의 절반은 Bloembergen과 Arthur L. Schawlow에게 "레이저 분광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돌아갔습니다. 1960년대 초에는 합 주파수 생성, 4파 혼합 같은 다른 비선형 효과도 확인되었습니다.
발맞춰 걸어야 쌓인다: 위상 정합
결정 안에서는 빛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전자가 작은 2차 조화파를 만듭니다. 이 작은 파동들이 앞서 생긴 파동과 박자가 맞아야 서로 더해져 커집니다. 그러려면 원래 빛과 2차 조화파가 결정 안을 같은 위상(phase) 속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조건을 맞추는 일을 위상 정합(phase matching)이라 합니다.
그네를 미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네가 앞으로 나갈 때마다 밀면 점점 높이 올라가지만, 박자를 놓치고 거꾸로 밀면 오히려 그네가 멈춥니다. 실제로는 한 사람이 한 번씩 미는 것이 아니고, 결정 곳곳에서 생긴 수많은 파동이 위상에 따라 더해지거나 지워지는 간섭(interference)입니다.
위상이 맞으면 에너지가 원래 빛에서 2차 조화파로 높은 효율로 넘어갑니다. 위상이 크게 어긋나면 2차 조화파는 약하게 생겼다가 다시 원래 빛으로 돌아가기를 되풀이합니다. 두 빛의 위상이 엇갈리는 순간부터 새로 생긴 빛이 앞의 빛을 지워 변환 효율이 떨어집니다.
속도를 맞추는 한 가지 방법은 복굴절 결정을 쓰는 것입니다. 이런 결정에서는 빛의 편광(polarization) 방향을 알맞게 고르면 두 빛의 위상 속도를 같게 만들 수 있습니다. NIF도 변환 효율이 가장 좋도록 결정의 두께와 자르는 각도를 고른다고 밝힙니다.
결정을 번갈아 뒤집기: 준위상 정합
위상 속도를 끝내 맞추지 못해도 길은 있습니다. 결정의 방향을 일정한 간격으로 번갈아 뒤집어 만든 결정을 쓰는 방법으로, 준위상 정합(quasi-phase matching, QPM)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예가 니오브산 리튬을 주기적으로 분극 반전한 PPLN(periodically poled lithium niobate)입니다.
이런 결정에서는 비선형 성질의 부호가 한 구간마다 양과 음으로 바뀝니다. 새로 생긴 2차 조화파가 앞의 빛을 지우기 시작할 즈음 부호가 뒤집히므로, 지워지는 대신 다시 쌓입니다. 그래서 두 빛의 위상 속도가 다르더라도 결정을 길게 해서 변환 효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의 파란 곡선이 이 모습을 개념으로 보여 줍니다.
적외선이 초록빛이 되는 곳
큰 시설의 예로 미국 LLNL의 NIF가 있습니다. NIF의 네오디뮴 유리 레이저는 약 1,053 nm의 적외선을 냅니다. 그런데 핵융합 표적은 351 nm 자외선으로 구동할 때 더 효율이 좋습니다.
그래서 빔은 마지막 광학 장치에서 인산이수소칼륨(KDP) 결정판 두 장을 지납니다. 이용 안내서는 이 둘을 KDP와 중수소로 바꾼 DKDP 결정 한 쌍이라고 적습니다.
LLNL의 설명에 따르면 첫 결정판은 1,053 nm 빛의 3분의 2를 527 nm 초록빛(2차 조화파)으로 바꿉니다. 둘째 결정은 이 초록빛과 남은 적외선을 섞어 351 nm 자외선(3차 조화파)을 만듭니다. 광자로 보면 적외선 광자 하나와 초록 광자 하나가 자외선 광자 하나로 합쳐집니다. 이 KDP는 NIF의 포켈스 셀 광 스위치에 쓰는 것과 같은 종류의 결정입니다.
우주에서는 ICESat-2의 장비 ATLAS가 같은 원리를 씁니다. ATLAS는 532 nm 빛을 여섯 개 빔으로 나눠 쏘는 레이저 고도계입니다. 송신기는 주파수를 두 배로 만든 Nd:YVO4 레이저로, 1초에 10,000번(10 kHz) 펄스를 냅니다.
레이저 안의 2차 조화파 발생기가 1064 nm 출력을 532 nm로 바꾸고, NASA 고다드 연구진은 이 두 배기 결정으로 삼붕산 리튬(LBO)을 골랐습니다. ATLAS가 어떻게 거리를 재는지는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 있습니다.
짧은 펄스를 재는 데에도
비선형 결정은 빛의 색을 바꾸는 데만 쓰이지 않습니다. 아주 짧은 레이저 펄스는 전자 장비로 재기 어렵습니다. 전자 장비가 따라갈 수 있는 시간 분해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2차 조화파를 쓴 자기상관(autocorrelation) 측정이 쓰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펄스를 둘로 나눠 한쪽을 조금 늦춘 뒤, 두 빔을 비선형 결정 안에서 겹치게 모읍니다. 두 펄스가 결정 안에서 겹칠 때만 새 신호가 생기고, 겹침이 클수록 신호가 큽니다. 늦추는 시간을 조금씩 바꾸며 신호를 기록하면 펄스 폭(pulse duration)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2차 조화파는 결맞는 과정이라 모드 잠금(mode locking) 레이저로 만드는 주파수 빗(frequency comb)에서도 쓰입니다. 빗의 오프셋 주파수를 재는 가장 간단한 방법에 2차 조화파 하나가 들어갑니다. 이런 펨토초 주파수 빗은 초고분해능 레이저 분광에 쓰입니다.
한계와 어려운 점
먼저 효율이 빛의 세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NIF의 이용 안내서는 변환 효율이 세기에 따라 바뀌고 실험에 모양을 낸 펄스가 자주 쓰여서, 바뀌지 않은 빛이 상당히 남는다고 밝힙니다. 남는 빛은 대부분 처음의 적외선이고, 세 가지 파장이 모두 표적실까지 들어갑니다.
결정 두께도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펄스를 잴 때는 펄스의 스펙트럼 전체에서 변환 효율이 고르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결정이 받아들이는 파장 폭(대역폭)은 결정 두께에 반비례하므로, 결정이 충분히 얇아야 합니다. 원래 빛과 2차 조화파의 펄스가 결정 안에서 서로 어긋나는 일을 줄이는 데도 얇은 결정이 낫습니다.
온도와 내구성도 걸립니다. ATLAS에서는 레이저 파장을 정하는 부품과 2차 조화파 발생기의 온도가 바뀌면 펄스 에너지가 오르내립니다. 개발 단계의 NASA 고다드 연구진은 두 배기 안의 2차 조화파가 약해지는 일을 가장 중요한 신뢰성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초기 시제품에서는 센 532 nm 빛을 받은 결정의 출력 면과 뒤쪽 광학 부품의 표면이 검게 변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광 파라메트릭 발진기(OPO): 한 빛을 두 파장으로 나누기」: 비선형 결정이 하는 또 다른 일입니다.
- 「전기광학 변조기와 포켈스 셀: 전압으로 빛을 다루기」: KDP 같은 결정이 전압으로 빛을 여닫는 방식입니다.
-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 파장이 바뀌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봅니다.
- Q-스위칭과 모드 잠금: 짧은 펄스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 비선형 결정에 들어가는 센 펄스가 어떻게 생기는지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