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없는 레이저가 있을까요? 레이저에는 빛을 되돌려 이득 매질을 여러 번 지나게 하는 공진기(optical resonator)가 있어야 하고, 보통은 거울 두 장이 그 일을 합니다. 그런데 출력이 높은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에서는 그 거울을 광섬유 밖에 따로 세우지 않고 광섬유 안에 새겨 넣는 설계가 선호됩니다.

광섬유 안에 새긴 그 거울이 광섬유 브래그 격자(fiber Bragg grating, FBG)입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유리 가닥인데, 정해진 한 색의 빛만 골라 되돌려 보냅니다. 그 원리와 1978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역사, 광섬유 레이저와 센서라는 두 쓰임, 그리고 한계를 차례로 따라가 봅니다.

FBG가 한 파장(wavelength)만 되돌리는 거름 부품이라는 기본은 「아이솔레이터와 광섬유 부품: 빛이 거꾸로 가지 않게」에서 짧게 보았습니다. 여기서는 그 한 걸음 안쪽을 봅니다.

한 색만 되돌리는 거울

먼저 보통의 레이저 거울부터 보겠습니다. 반사율이 높은 표준 레이저 거울은 브래그 거울(Bragg mirror)입니다. 굴절률이 높은 얇은 층과 낮은 얇은 층을 번갈아 쌓은 것이고, 층 하나의 광학 두께는 4분의 1 파장입니다.

이 거울은 아무 빛이나 똑같이 반사하지 않습니다. 반사가 가장 큰 파장이 따로 있고, 이 파장을 브래그 파장이라고 부릅니다. 브래그 파장 둘레의 어느 범위에서는 반사가 높게 유지되다가 그 가장자리에서 가파르게 떨어집니다. 이 범위를 정지 대역(stop band)이라고 합니다.

왜 한 파장대만 골라 되돌릴까요? 굴절률이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내리는 매질에서는, 그 간격과 맞는 파장의 빛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빛과 이어져 되돌아갑니다. 이 맞는 조건을 브래그 조건이라고 합니다. 층을 쌓은 거울이 어떻게 반사를 다루는지는 「거울, 렌즈, 코팅: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에 더 있습니다.

코어 속 줄무늬

광섬유 브래그 격자는 이 생각을 광섬유 안으로 옮긴 것입니다. 가장 단순한 FBG는 단일 모드 광섬유(single-mode fiber)의 코어(fiber core) 굴절률을 일정한 주기로, 영구히 바꿔 놓은 구간입니다. 광섬유를 따라 바뀌는 이 굴절률 무늬가 반사와 투과의 스펙트럼을 정합니다.

박막 거울과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층을 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유리 코어 안에서 굴절률만 줄무늬처럼 바뀝니다.

다른 하나는 줄무늬 사이의 굴절률 차이가 작다는 것입니다. Keller의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도 굴절률 단차가 작을 때 맞는 계산법을 광섬유 격자 계산에 흔히 써 왔다고 짚습니다.

되돌아가는 파장, 곧 브래그 파장은 줄무늬의 간격인 격자 주기와 광섬유 속 빛이 느끼는 유효 굴절률로 정해집니다. 격자 주기는 보통 동작 파장과 같은 자릿수의 크기입니다. 그래서 Exail의 기술 노트는 격자를 만드는 과정이 환경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고 적습니다.

광섬유 브래그 격자의 개념도. 위쪽에는 광섬유가 있고, 코어의 가운데 구간에 굴절률이 조금 바뀐 줄무늬가 일정한 간격으로 새겨져 있다. 줄무늬 사이 간격에 격자 주기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왼쪽에서 여러 파장의 빛이 들어오고, 브래그 파장 근처의 좁은 띠만 왼쪽으로 되돌아가며, 나머지 파장은 오른쪽으로 지나간다. 아래쪽에는 값이 없는 스펙트럼 두 개가 있다. 반사된 빛은 한 파장에서 좁고 높은 봉우리 하나를 보이고, 지나간 빛은 평평하다가 같은 파장에서만 좁게 움푹 꺼진다
광섬유 브래그 격자는 브래그 파장 근처의 좁은 띠만 되돌리고 나머지는 지나가게 합니다. 반사 스펙트럼의 봉우리와 투과 스펙트럼의 골은 같은 파장에 있습니다. 줄무늬 수와 간격, 봉우리 모양은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부엌의 체를 떠올리면 쓰임이 잡힙니다. 체가 크기를 골라내듯 격자는 파장을 골라냅니다. 실제로는 반대인 점이 있습니다. 체는 고른 것을 걸러 남기고 나머지를 버리지만, 격자는 고른 좁은 띠만 되돌려 보내고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 지나가게 둡니다.

무늬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격자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FBG의 종류는 코어에 새긴 굴절률 변조의 분포 모양으로 나뉩니다. 자주 보는 것은 이렇습니다.

  • 균일(uniform): 같은 세기, 같은 간격의 줄무늬입니다. 가장 단순하지만 주 봉우리 옆의 곁봉우리를 누르는 힘이 비교적 약합니다.
  • 아포다이즈(apodized): 줄무늬 세기에 종 모양 같은 감싸는 꼴을 입힌 것입니다. 곁봉우리가 잘 눌리고 반사율이 높으며 대역이 좁습니다.
  • 처프(chirped): 길이를 따라 격자 주기가 바뀝니다. 그래서 균일 격자보다 넓은 대역을 반사하도록 설계합니다.

제조사 노트는 이 셋과 함께 위상 이동(pi-shifted) 격자를 대표 종류로 듭니다.

처프의 생각은 박막 거울에도 있습니다. 처프 거울에서는 자리마다 브래그 파장이 달라지고, 그 덕분에 보통의 브래그 거울보다 반사가 높은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광섬유 격자에서는 이 변화를 층의 두께가 아니라 줄무늬 간격으로 만듭니다.

쓰임은 넓습니다. Exail은 기술 노트에서 파장 분할 다중화(WDM), 이득 평탄화 필터, 분산 보상, 광섬유 레이저, DFB·파브리-페로 레이저의 주파수 안정화, 음향·변형·온도 감지를 FBG의 쓰임으로 듭니다. 같은 노트는 FBG를 삽입 손실이 낮고 설계 유연성이 넓은 거름 소자로 소개합니다.

1978년 오타와에서 시작된 일

이야기는 캐나다 정부의 통신연구센터(Communications Research Centre, CRC)에서 시작됩니다. 1978년 이곳 연구진이 유리 광섬유에서 빛을 쪼이면 굴절률이 바뀌는 현상을 처음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으로 매우 선택적인 광 필터 구실을 하는 영구 굴절률 격자를 새길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그 전에는 광섬유와 잘 맞는 질 좋은 광 필터를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첫 격자는 저마늄을 넣은 광섬유의 코어 안에 488 nm 아르곤 레이저 빛의 정재파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광섬유 안을 오가는 빛 자신이 무늬를 그린 셈입니다.

다음 큰 걸음은 1989년 Optics Letters에 실린 논문입니다. 코어를 광섬유 옆면에서, 클래딩을 거쳐 두 갈래 자외선 빔이 만든 간섭(interference) 무늬에 노출해 격자를 만든 것입니다. 1994년 Optica 잡지 기사는 자외선을 쓰면서 격자를 새기는 과정의 광감성(photosensitivity)이 가시광을 쓸 때보다 백만 배 커졌다고 적었습니다.

1993년에는 위상 마스크(phase mask)를 거친 자외선 노출로 단일 모드 광섬유에 브래그 격자를 만든 논문이 나왔습니다. 오늘날 제조사가 꼽는 주된 방법은 두 갈래입니다. 위상 마스크 등으로 만든 자외선 간섭 무늬를 쓰는 방법은 빛에 반응하는 광감성 광섬유가 필요하고, 저마늄을 넣은 광섬유가 그런 성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펨토초 레이저로 새기는 방법은 광감성 광섬유가 없어도 됩니다.

광섬유 브래그 격자의 연표. 1978년 캐나다 통신연구센터(CRC)가 광섬유 안에서 빛으로 생긴 격자를 관찰함. 1989년 자외선 간섭 무늬로 광섬유 옆면에서 격자를 새김. 1993년 위상 마스크를 거친 자외선 노출. 2004년 자유 공간 공진기로 첫 1 kW 근사 단일 모드 광섬유 레이저. 2023년 오타와에 IEEE 이정표 헌정. 오늘날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는 격자로 이룬 공진기를 선호함. 연도 사이 간격은 실제 비율이 아니다
실험실의 발견에서 광섬유 레이저의 부품까지. 금색은 격자를 새기는 방법, 빨간색은 광섬유 레이저의 공진기, 회색은 기념입니다. 연도 사이 간격은 실제 비율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발견에서 상품까지는 한 걸음이 아니었습니다. FBG가 상업 제품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추가 연구가 있었다는 것이 문헌의 평가입니다. 2023년 8월 오타와의 CRC에는 IEEE 이정표가 헌정되었고, 이정표 문구는 이런 격자가 광섬유 시스템에 쉽게 통합되어 광통신과 센서 시스템의 설계를 크게 바꿨다고 적습니다.

광섬유 레이저의 두 거울

광섬유 레이저도 처음부터 격자를 거울로 쓴 것은 아닙니다. Coherent의 광섬유 웨비나 자료에 따르면, 첫 1 kW 근사 단일 모드 광섬유 레이저는 2004년 영국 사우샘프턴대 광전자연구센터(ORC)가 자유 공간 레이저 공진기로 시연했습니다. 광섬유 밖 공기 중에 거울과 렌즈를 두는 방식입니다.

출력이 오르자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자료는 지금 광섬유 레이저가 동작하는 높은 출력에서 공진기 안에 자유 공간 광학을 쓰는 것이 믿을 만하지 못했다고 보고, 광섬유 브래그 격자로 공진기를 이루는 일체형(monolithic) 설계가 이제 선호된다고 설명합니다.

격자를 거울로 쓰는 광섬유 레이저의 블록도. 왼쪽에서 펌프 빛이 광섬유로 들어가고, 고반사 광섬유 브래그 격자, 이득 매질인 첨가 광섬유, 출력 결합 광섬유 브래그 격자가 차례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레이저 빛이 나간다. 광섬유 조각 사이에는 융착 접속 자리가 표시되어 있다. 두 격자 사이를 레이저 빛이 오가며 첨가 광섬유에서 커진다는 화살표가 있고, 두 거울이 모두 광섬유 안에 있어 공진기 안에 자유 공간 거울이 없으며 펌프 빛은 격자에 영향받지 않고 지나간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치수와 값은 없다
두 격자를 거울로 쓰는 광섬유 레이저. 한쪽은 거의 다 되돌리는 고반사 격자, 다른 쪽은 빛의 일부를 내보내는 출력 결합 격자입니다. 길이와 배치는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구성은 단순합니다. 이득 매질인 첨가 광섬유의 한쪽 끝에는 빛을 거의 다 되돌리는 고반사(high reflector) 격자가, 다른 쪽 끝에는 빛의 일부를 내보내는 출력 결합(output coupler) 격자가 있습니다. 광섬유 조각들은 융착 접속으로 이어집니다. 레이저 빛은 두 격자 사이를 오가며 커지고, 출력 결합 격자 쪽으로 빠져나갑니다.

펌프 빛은 어떻게 될까요? 이중 클래드 광섬유(double-clad fiber)의 코어에 격자를 새기면, 펌프 빛은 격자에 영향받지 않고 광섬유를 따라 지나갑니다. 펌프 빛과 레이저 빛의 길을 나누는 이야기는 「이중 클래드 광섬유와 펌프 빛 넣기」에, 광섬유 레이저 전체의 모습은 「광섬유 레이저란: 가는 유리 안에서 빛을 키우기」에 있습니다.

제조사들은 이 부품을 공진기의 핵심으로 내세웁니다. Exail은 자사 제품 쪽에서 FBG 거울을 레이저 공진기 설계의 핵심 부품이자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에 알맞은 부품으로 설명합니다.

다만 출력을 계속 올리면 격자도 그 빛을 견뎌야 합니다. 2014년에 사전 공개된 한 논문은 멀티킬로와트 출력을 견디는 FBG를 설계하는 일을 기술적 도전으로 꼽았습니다. 이 사정은 「오실레이터와 증폭기: 빛을 만들고 키우기」에서 이어집니다.

열과 당김에 움직이는 파장

브래그 파장은 격자 주기와 굴절률로 정해집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라도 바뀌면 되돌리는 파장도 바뀝니다. 주변 온도가 바뀌면 격자의 열광학 성질이 바뀌어 반사 파장이 달라지고, 압력이 걸리면 격자의 치수가 바뀌어 광학 성질이 달라집니다.

레이저의 거울로 쓸 때 이 성질은 관리해야 할 짐입니다. Exail은 온도 영향을 없앤(athermal) 포장이나 파장을 조절할 수 있는 포장에 넣은 FBG를 내놓습니다. 방사선 환경에서는 방사선 때문에 브래그 파장이 움직이는 일도 있어, 방사선에 강한 광섬유에 새긴 격자도 따로 있습니다.

센서에서는 같은 성질이 쓸모가 됩니다. 반사 파장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재면 온도나 압력을 거꾸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12년 FBG를 온도와 압력의 민감한 검출기로 쓰는 연구를 소개했고, 233 K에서 393 K(섭씨로 대략 영하 40도에서 120도)까지 FBG의 열 응답을 살핀 연구도 냈습니다. 밀봉한 건조 아르곤 속에서 FBG는 온도에 대해 이차 함수 꼴로 반응했습니다.

장단점도 분명합니다. NIST 연구자는 자기들의 FBG가 링 공진기 온도계만큼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볍고, 전자기 간섭이 없고, 사실상 수동 소자이며, 지금 기술이 버티지 못하는 거친 환경에서도 견딘다"고 말했습니다. 전기 측정으로는 쉽지 않은 신호 다중화도 이점으로 꼽혔습니다.

다중화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광섬유 감지 시스템(FOSS)에서 볼 수 있습니다. FBG 센서를 0.25인치(약 6 mm)만큼 짧은 간격으로 광섬유에 넣고, 그 광섬유를 구조물에 붙이거나 구조물 안에 넣습니다. 움직이는 부품이 없는 DFB 레이저가 구조물에 걸린 응력이나 압력으로 생긴 파장 변화를 읽고, 시스템은 이것으로 모양과 위치, 온도, 액체 높이, 하중 같은 값을 계산합니다. NASA는 계측 시스템 하나의 무게가 10파운드(약 4.5 kg) 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얻는 것과 한계

얻는 것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격자는 광섬유 자체에 들어 있어 광섬유 시스템에 쉽게 통합됩니다. 한 파장만 매우 선택적으로 되돌리고, 레이저에서는 공진기 안의 자유 공간 거울을 없앨 수 있습니다. 센서로는 가볍고 전자기 간섭을 받지 않으며, 한 가닥에 많은 측정점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한계도 같은 자리에서 나옵니다.

  • 환경에 민감합니다. 온도, 압력, 방사선에 따라 브래그 파장이 움직입니다. 센서에는 장점이지만 파장을 붙잡아야 하는 레이저 거울에는 관리할 대상입니다. 격자 주기가 동작 파장과 같은 자릿수라서 만드는 과정도 환경 조건에 매우 민감합니다.
  • 클래딩 모드가 생깁니다. 격자를 따라 바뀐 굴절률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클래딩 모드를 들뜨게 할 수 있습니다. 좁은 격자에서는 주로 투과 스펙트럼의 짧은 파장 쪽에 물결이나 여러 봉우리로 나타납니다. 제조에서는 바라지 않는 현상이고, 특수 광섬유로 줄이거나 크게 누를 수 있습니다.
  • 재료의 조건이 붙습니다. 자외선으로 새기는 방법은 광감성 광섬유가 있어야 합니다.
  • 높은 출력은 부담입니다. 멀티킬로와트 빛을 견디는 격자를 설계하는 일은 기술적 도전으로 꼽혀 왔습니다.
  • 정확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에서 본 NIST 연구자의 말처럼 링 공진기 온도계만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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