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부품에 일련번호를 새기는 레이저 마킹기를 떠올려 봅시다. 빛점은 글자 획을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그 빛점을 옮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레이저를 통째로 움직이는 대신, 빔이 지나는 길에 작은 거울을 두고 그 거울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 거울을 돌리는 장치가 갈바노 스캐너(galvanometer scanner), 줄여서 갈보(galvo)입니다. 거울 한 장은 빔을 한 방향으로만 꺾기 때문에, 평면 위에 무언가를 그리려면 보통 두 장을 잇달아 둡니다. 같은 장치가 생명과학 실험실의 레이저 현미경과 금속 3D 프린터 안에서도 빔을 옮깁니다.

이름은 전기를 재던 오래된 계기에서 왔습니다. 그 계기가 1858년 대서양 전신에서 한 일, 오늘의 스캐너 속, 거울 두 장으로 평면을 그리는 법, 그리고 레이저 무기 쪽 글에 나오는 빠른 거울과 무엇이 다른지를 차례로 봅니다.

전류계에서 온 이름

갈바노미터(galvanometer)는 회로에 흐르는 작은 전류를 잡아내고 재는 계기입니다. 영구 자석이 만든 자기장 안에 코일을 매달아 자유롭게 돌 수 있게 하고, 그 코일에 바늘을 붙입니다.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코일 둘레에도 자기장이 생깁니다. 이 자기장이 영구 자석의 자기장과 맞물리면서 코일을 돌리는 힘, 곧 회전력(토크)이 생깁니다. 바늘이 꺾이는 정도는 코일에 흐르는 전류에 비례하고, 전류 방향을 바꾸면 코일은 반대쪽으로 돕니다.

첫 갈바노미터를 만든 사람은 독일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Johann Schweigger입니다. 미국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National MagLab)의 교육 자료에 따르면, 그는 이 장치를 "곱하는 것"이라는 뜻의 multiplier라고 불렀습니다.

오늘의 스캐너 이름에 갈바노미터가 남은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전류로 회전력을 만들어 무언가를 정해진 각만큼 돌린다는 점이 같습니다. 바늘이 있던 자리에 거울이 들어갔을 뿐입니다.

1858년, 거울에 빛을 비추다

바늘 대신 거울을 단 갈바노미터는 1858년에 이미 바다 건너온 신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런던 과학박물관 그룹이 가진 Thomson의 거울 갈바노미터가 그 예입니다. 글래스고의 White and Barr가 1858년에 만든 것으로, 긴 해저 케이블을 지나온 아주 약한 전류를 잡아내는 데 쓰였습니다.

속은 이렇습니다. 뒤에 작은 막대자석을 붙인 거울을 코일 안에 비단실로 매답니다. 거울에 빛줄기를 비추면 빛은 얼마쯤 떨어진 눈금 판에 반사됩니다. 거울이 아주 조금만 돌아도 멀리 있는 눈금 위의 빛점은 크게 움직입니다.

위아래 두 칸을 견준 개념도. 위 칸은 1858년의 거울 갈바노미터로, 램프에서 나온 빛줄기가 코일 안에 매단 작은 거울에 맞고 멀리 있는 눈금 판으로 반사된다. 거울이 조금 돌면 눈금 위의 빛점이 크게 움직인다고 적혀 있고, 빛은 움직임을 읽는 도구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아래 칸은 오늘의 갈바노 스캐너로, 레이저에서 나온 빔이 모터 축에 붙은 거울에 맞고 작업면으로 간다. 전류가 거울을 돌리고 위치 센서가 그 각을 되먹인다고 적혀 있으며, 빔이 거울이 보낸 곳에서 일을 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크기는 실제 비율이 아니다
1858년의 거울 갈바노미터와 오늘의 갈바노 스캐너. 빛과 거울과 전류로 생기는 회전력은 같고, 빛이 맡는 일이 다릅니다 (도표)(도표)

박물관 기록을 보면 이 계기는 1858년 대서양 횡단 전신 케이블의 Valentia 섬 쪽 끝에서 Newfoundland가 보낸 신호를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그 케이블은 한 달이 안 되어 고장 났습니다.

거울 갈바노미터는 전신 수신의 표준 계기가 되었지만 사람이 둘 있어야 했습니다. 한 사람이 신호를 읽어 부르고, 다른 사람이 받아 적었습니다. Thomson은 뒤에 사이펀 기록계를 만들어 이 불편을 풀었습니다.

빛줄기, 작은 거울, 전류가 만드는 회전력. 오늘의 갈바노 스캐너도 같은 재료를 씁니다. 달라진 것은 빛의 역할입니다. 1858년의 빛은 거울의 움직임을 읽는 도구였고, 오늘의 레이저 빔은 거울이 보내는 곳에서 직접 일을 합니다.

모터 하나, 거울 한 장, 위치 센서

오늘의 갈바노 스캐너 한 축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갈바노미터식 모터, 그 축에 붙인 거울, 그리고 거울이 지금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제어 보드에 알려 주는 위치 검출기입니다.

갈바노 스캐너 한 축의 속을 그린 블록 도표. 왼쪽 위의 명령 각 입력이 서보 구동 회로로 들어가고, 회로가 구동 전류를 움직이는 자석 모터로 보낸다. 모터 축 끝에는 거울이 붙어 있고 들어온 레이저 빔을 다른 방향으로 반사한다. 모터 몸통 안의 광학 위치 센서(광원과 광전지)가 거울의 실제 각을 읽어 서보 회로로 되돌려 보내는 화살표가 고리를 이룬다. 고리 안에는 명령한 각과 실제 각을 견주어 바로잡는다는 설명이 있다. 수치는 없다
갈바노 스캐너 한 축의 네 부분: 서보 회로, 모터, 거울, 위치 센서. 센서가 읽은 각이 회로로 되돌아가 닫힌 고리를 이룹니다 (도표)(도표)

모터는 옛 계기와 반대로 짜기도 합니다. 실험실 광학 부품 회사 Thorlabs의 한 제품군은 자석을 고정하고 코일을 돌리는 대신 자석을 돌리는 설계를 골랐습니다. 가장 빠른 응답과 가장 높은 공진 주파수를 얻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독일의 스캐너 회사 SCANLAB의 갈바노미터 스캐너도 모터부가 움직이는 자석 기술에 바탕을 둡니다.

거울도 아무것이나 붙이지 않습니다. 회전축이 아주 큰 각가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거울의 크기와 모양과 관성이 성능을 가르는 요인이 됩니다. 그렇게 세게 흔들려도 거울은 휘지 않고 평평해야 합니다.

SCANLAB은 모터를 거울의 관성 부하에 맞춰 짝짓습니다. 거울에는 흔히 쓰는 파장과 레이저 출력에 맞춘 광학 코팅(optical coating)을 입힙니다. 회전자는 축 방향으로 미리 힘을 준 정밀 볼 베어링 위에서 흔들림 없이 돕니다.

위치 검출기는 모터 몸통 안에 있습니다. Thorlabs 제품에서는 작은 광원과 광전지 배열이 몸통 안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거울이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광전지 신호의 비가 하나로 정해지므로, 그 비를 읽으면 거울의 각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되먹임이 시작됩니다. 서보 구동 회로가 위치 검출기의 신호를 읽고, 거울을 원하는 위치로 돌리는 데 필요한 구동 전압을 만듭니다. 명령한 각과 실제 각을 견주며 바로잡는 이런 동작을 닫힌 고리(closed loop) 동작이라고 부릅니다.

빠르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빔 지름 5 mm 미만용인 Thorlabs 제품을 예로 들면, 거울은 기계 각 ±12.5°의 전체 범위를 사인파 명령으로 1초에 250번 오갈 수 있습니다. 네모파 명령으로는 100 Hz입니다. 0.2°만 움직이는 작은 걸음은 300 μs 만에 명령 위치에 멈추고, 각 분해능은 0.0008°입니다.

거울이 조금만 돌아도 되는 까닭이 하나 더 있습니다. 거울이 어떤 각만큼 돌면 반사된 빔은 그 두 배만큼 꺾입니다. 그래서 기계 각 범위가 ±12.5°인 거울이라면 빔이 훑는 광학 각 범위는 ±25°가 됩니다.

거울 두 장이면 평면 어디든

거울 한 장은 빔을 한 방향으로만 휩니다. 평면 위의 아무 점에나 빔을 보내려면 서로 직각인 축으로 도는 거울 두 장을 잇달아 둡니다. 한 거울이 빔을 좌우로 옮기면 다른 거울이 앞뒤로 옮기는 식입니다.

거울 두 장으로 평면을 훑는 모습을 비스듬히 본 개념도. 왼쪽에서 들어온 레이저 빔이 먼저 X 거울에 맞아 좌우로 꺾이고, 이어 Y 거울에 맞아 앞뒤로 꺾인 뒤, 아래의 f-theta 렌즈를 지나 평평한 작업면 위의 한 점에 모인다. 작업면에는 줄을 차례로 훑는 래스터 무늬와 원하는 길을 바로 긋는 벡터 선이 함께 그려져 있다. 옆 상자에는 거울이 각 θ만큼 돌면 빔은 2θ만큼 꺾인다는 설명, f-theta 렌즈는 빛점이 옮겨 가는 거리를 각에 비례하게 만든다는 설명, 두 거울의 회전축은 한 점에서 만나지 않는다는 설명이 있다. 크기는 실제 비율이 아니다
거울 두 장과 f-theta 렌즈로 평면 위 어디든 빔을 보내는 구성. 래스터와 벡터 두 방식을 함께 그렸습니다 (도표)(도표)

레이저 주사 공초점 현미경이 좋은 예입니다. 이 현미경은 모은 레이저 빔을 시료 위에서 가로세로로 훑어 디지털 상을 만듭니다. 현미경 회사 Evident의 해설을 보면 요즘 장비는 갈바노미터 모터로 움직이는 거울 두 장으로 이 무늬를 만듭니다.

한 거울이 x축을, 다른 거울이 y축을 맡습니다. 두 거울의 움직임을 맞추면 줄을 하나씩 차례로 훑는 네모난 래스터(raster) 무늬가 됩니다. 훑는 빠르기는 거울이 꺾이는 빠르기와 각도 폭으로 정해집니다.

래스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길을 바로 따라 긋는 벡터(vector) 방식도 있습니다. Thorlabs의 제품 설명은 벡터 위치 잡기의 예로 레이저 마킹을, 래스터 위치 잡기의 예로 인쇄와 레이저 주사 현미경을 듭니다. 한 점에 멈췄다가 다음 점으로 옮기는 응용도 일부 있습니다.

거울 뒤에는 렌즈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빔을 작업면 위의 작은 점으로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레이저 스캔과 각인에는 보통 평평한 초점 면이 필요한데, 평평한 면을 만드는 보통의 스캔 렌즈에서는 빛점이 옮겨 가는 거리가 거울이 꺾은 각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f-theta 렌즈는 이 문제를 렌즈로 풉니다. 일부러 술통 모양의 왜곡을 넣어, 빛점이 옮겨 간 거리가 꺾인 각에 비례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복잡한 전자 보정 없이도 거울이 도는 만큼 빛점이 고르게 옮겨 가고, 점 크기도 작업면 전체에서 거의 같습니다.

거울 두 장에는 피할 수 없는 한계도 있습니다. 두 거울이 따로 떨어져 있으니 두 회전축이 한 점에서 만날 수 없고, 공통 회전 중심도 없습니다. 첫 거울의 상을 둘째 거울에 맺어 주는 릴레이 광학으로 풀 수는 있지만, 그만큼 복잡해지고 비용이 크게 늘어납니다.

공장과 실험실에서 하는 일

공장의 쓰임 가운데 하나가 앞에서 본 레이저 마킹입니다. 마킹 말고도 레이저로 자르고 붙이고 새기는 일은 「산업용 레이저는 어디에 쓰이나: 절단, 용접, 마킹, 세정」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금속 3D 프린팅에도 갈보가 들어갑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적층 제조 계측 시험대(AMMT)에서 2018년 7월 8일에 한 3D 빌드의 자료를 학술지에 공개했습니다. 가루를 깔아 둔 바닥을 레이저로 녹여 쌓는 레이저 분말 베드 융합 방식입니다.

이 시험대의 명령은 레이저와 갈보 장치에 쓰는 명령 규약을 바탕으로 합니다. 1초에 10만 번(100 kHz) 갈보가 가리킬 X·Y 위치와 레이저 출력을 함께 정해 줍니다. 녹은 금속 웅덩이, 곧 용융풀을 찍는 카메라는 레이저 축에 광학적으로 맞춰 두었습니다. 그래서 갈보가 XY 어디를 가리키든 카메라 시야 안의 용융풀은 멈춰 보입니다.

실험실의 현미경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시료에서 나온 형광은 들어온 길을 그대로 거슬러 두 거울을 다시 지납니다. 그래서 검출기 앞 핀홀에서는 빛이 무늬를 따라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며 세기만 바뀝니다. 이렇게 되돌려 받는 일을 디스캐닝(descanning)이라고 합니다.

거울 크기도 쓰임에 따라 다릅니다. SCANLAB은 거울 구경 6~30 mm인 갈바노미터 스캐너를 내고, 구경 3~6 mm의 작은 제품이 흔히 쓰이는 곳으로 생체·안과 영상, 공초점 현미경, 레이저 의료 시술을 듭니다.

갈보를 묶어 스캔 헤드로 만드는 회사도 생겼습니다. SCANLAB의 회사 연표는 1990년, Hans J. Langer가 뮌헨 근교 Planegg에 회사를 세운 해에 "제어를 함께 넣은 첫 스캔 헤드"를 개발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FSM과는 무엇이 다른가

레이저 무기 쪽 글에는 또 다른 빠른 거울이 나옵니다. 고속 조향 거울(fast steering mirror, FSM)입니다. Newport의 실험실용 FSM도 코일로 만든 회전력으로 거울을 기울이고, 거울 머리 안의 위치 센서로 각을 되먹입니다. 그런데 속을 열어 보면 갈보와 다른 점이 세 가지 보입니다.

첫째는 구동기의 수입니다. 그 FSM은 거울 뒤 네 곳에 구동기를 나눠 붙여 큰 힘을 내고, 갈바노미터 스캐너의 구동기 하나보다 큰 거울을 더 잘 돌립니다.

둘째는 받침입니다. 앞에서 본 갈보는 회전자를 볼 베어링으로 받칩니다. FSM은 베어링 대신 휘는 받침(플렉셔)으로 거울을 받쳐, 베어링 면에서 생기는 정지 마찰과 마모를 없앱니다. 정지 마찰은 매끄러운 움직임을 끊어 가장 작은 움직임의 정확도를 제한하고, 마모는 명령 횟수에 따른 수명을 정합니다.

셋째는 회전 중심입니다. FSM은 거울 한 장이 두 축으로 기울고, 두 축이 거울 면 위의 한 점에서 만납니다. 이런 설계를 김발(gimbal)식이라고 부릅니다. 두 축 갈보는 앞에서 본 것처럼 거울이 두 장이라 공통 회전 중심이 없습니다.

FSM이 레이저 무기 안에서 맡는 일은 「FSM: 떨림을 잡는 작고 빠른 거울」에, 김발과 빔 지향기(beam director) 이야기는 「김발과 조준·추적: 빔을 한 점에 붙들어 두는 일」과 「빔 지향기의 광학계: 렌즈, 거울, 코팅과 큰 구경」에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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