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의 들판은 맨눈에 그냥 검은색입니다. 같은 들판을 적외선(infrared, IR) 카메라로 보면 밝고 어두운 무늬가 가득합니다. 따뜻한 것은 밝게, 차가운 것은 어둡게 그린 열 사진입니다.
이 카메라를 미사일 코끝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적외선 영상 탐색기(imaging infrared seeker, IIR)는 그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이 글은 열 사진이 무엇으로 그려지는지, 탐지기 하나에서 탐지기 배열로 가는 데 무엇이 필요했는지, 그 기술이 미국 미사일에 들어간 공개 기록과 남은 한계를 차례로 따라갑니다.
점 하나와 사진 한 장
첫 적외선 유도 미사일로 꼽히는 Sidewinder는 적 항공기 엔진의 열을 따라갔습니다. 국방기술정보센터(DSIAC)의 적외선 기술사는 이 미사일이 냉각하지 않는 황화납 탐지기 기술의 덕을 크게 보았다고 정리합니다. 열이 나는 곳을 쫓아가는 탐색기였습니다.
열을 쫓는 것과 열을 "보는" 것은 다릅니다. 탐지기 하나는 들어온 적외선의 세기를 값 하나로 내놓습니다. 장면 전체를 그리려면 탐지기를 거울로 움직여 한 줄씩 훑거나, 탐지기 여러 개를 바둑판처럼 늘어놓아야 합니다.
바둑판처럼 늘어놓은 탐지기 묶음을 초점면 배열(focal plane array, FPA)이라고 부릅니다. 렌즈가 상을 맺는 면에 놓인 탐지기 배열이라는 뜻입니다. 칸 하나하나가 화소가 되고, 칸마다 나온 값을 모으면 한 장의 열 사진이 됩니다.
배열은 생각보다 촘촘할 수 있습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256x256 초점면 배열로 천문 관측용 중적외선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미사일 쪽에서는 미 육군 연표가 TOW 쏘고 잊는 형에 넣을 탐색기를 "초점면 배열·영상 적외선(FPA/IIR) 탐색기"라고 적었습니다. 이름에 배열과 영상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떠올리면 그림이 잡힙니다. 칸마다 빛을 받아 사진 한 장을 만드는 점은 같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도 큽니다. 영상 적외선 탐색기가 받는 빛은 물체에 반사된 햇빛이 아니라 물체가 스스로 내는 적외선이고, 뒤에서 볼 것처럼 탐지기를 아주 차갑게 식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 사진은 온도 차로 그린다
적외선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일부입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몸은 열로 느낍니다. 불처럼 아주 뜨거운 물체는 보이는 빛도 내지만, 사람처럼 그리 뜨겁지 않은 물체는 적외선만 냅니다. 야간 투시경이나 적외선 카메라가 사람과 동물을 화면에 보여 주는 까닭입니다.
이 빛은 1800년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허셜은 무지개 색깔마다 온도계를 놓고 온도를 재다가, 빨간색 끝 바로 바깥의 아무 색도 없는 자리가 더 따뜻하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열 사진에서 무엇이 눈에 띄느냐는 온도 자체보다 주변과의 차이에 달려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 기술지는 중요한 표적 가운데 일부가 열 대비(thermal contrast) 덕분에 적외선에서 더 잘 보일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글에는 잡음 등가 온도 차(NEDT)라는 값도 나옵니다. 한 화소가 배경보다 얼마나 더 따뜻하거나 차가워야 신호가 잡음만큼 커지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어느 파장(wavelength)의 적외선을 보느냐도 중요합니다. 사람 눈은 보통 380~700 nm를 봅니다. 지구 과학자들은 8~15 µm를 열적외선이라고 부릅니다. 지구가 내보내는 열을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파장이기 때문입니다.
국방 적외선 기술에서는 8~12 µm의 장파 적외선(LWIR) 띠를 오래 찾았습니다. 물체와 배경의 온도 차가 같을 때 이 띠가 가장 많은 신호를 주기 때문입니다. 3~5 µm의 중파 적외선(MWIR)도 NASA JPL이 대기 투과 창으로 부르는 띠입니다.
탐지기 하나에서 탐지기 배열로
적외선 탐지기의 역사는 재료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1933년 베를린 대학의 쿠처(Edgar Kutzscher)가 황화납(PbS)으로 빛에 반응하는 탐지기를 만들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황화납은 2.5 µm까지의 적외선에 반응해, 엔진 배기관이나 함정 굴뚝처럼 뜨거운 물체가 스스로 내는 빛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의 영상은 탐지기 하나로 그렸습니다. 1950~1960년에 단일 소자 탐지기가 처음으로 장면을 줄 단위로 훑은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베트남전 시기의 초기 적외선 지도 장치도 탐지기 하나를 주사 거울로 움직여 땅을 한 줄씩 훑었습니다. 여기에 세로 방향 거울을 더해 두 방향으로 훑자 장치가 아래가 아니라 앞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전방 감시 적외선(FLIR)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큰 배열로 가는 길을 연 것은 전자 회로였습니다. 1960년대 말 CCD와 CMOS 같은 소자가 나오면서, 탐지기 배열을 초점면 위의 읽기 회로와 한데 묶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회로를 읽기 집적 회로(readout integrated circuit, ROIC)라고 부릅니다.
읽기 회로가 없으면 탐지기마다 전선과 증폭기를 따로 달아야 하고, 배열의 크기는 실제로 담을 수 있는 전선과 증폭기의 수에 묶입니다. 읽기 회로는 여러 탐지기의 신호를 모아 보내서, 필요한 전선의 수를 탐지기 수와 떼어 놓았습니다. 그 뒤로 촘촘한 큰 배열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에 결실이 나왔습니다. 미 육군은 큰 2차원 주사 배열을 쓰는 2세대 적외선 탐지기를 얻었고, 공군과 해군은 값이 덜 들고 3~5 µm 띠에 반응하는 안티몬화 인듐(InSb)으로 응시형 배열을 개발했습니다.
1990~2000년대에는 상온에서 동작하는 열 탐지기도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 탐지기는 아주 작은 온도계처럼 스스로 온도가 바뀌고, 그 변화를 읽습니다. 냉각한 탐지기보다 대개 훨씬 덜 민감하지만 응시형 배열에 많이 모으면 쓸 만해집니다. DSIAC는 그 쓰임으로 운전용 야간 시야 장치, 소총 조준경과 함께 미사일 탐색기를 꼽고, 값이 싸고 전력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듭니다.
차갑게 식혀야 하는 눈
장파 적외선을 잘 보려면 왜 식혀야 할까요? 장파 적외선의 광자는 에너지가 낮습니다. 그래서 이 띠를 감지하는 탐지기는 자기 몸의 열로 생기는 암전류와 그 잡음까지 함께 잡게 됩니다. 탐지기 자신이 내는 열이 보고 싶은 신호를 가리는 셈입니다.
처음 실용화한 장파 탐지기 재료인 수은 첨가 게르마늄(Hg:Ge)은 암전류를 줄이려고 30 K까지 식혀야 했습니다. 냉각기는 크고 무겁고 비쌌습니다. 1959년 영국 왕립 레이다 연구소의 로슨(W. D. Lawson)이 수은 카드뮴 텔루라이드(HgCdTe, MCT)의 이점을 찾으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 재료는 암전류가 낮아 훨씬 높은 80 K에서 장파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었고, 냉각기의 크기와 무게와 값이 크게 줄었습니다.
지금도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NASA JPL은 더 높은 온도에서 동작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고 보고, 150 K에서 동작하며 3~5 µm 대기 투과 창 전체를 덮는 탐지기를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온도를 올려도 맞춤 냉각기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재료에도 까다로운 점이 있습니다. MCT는 무르고 잘 깨져서 키우고 가공하고 보관하는 데 큰 주의가 필요하고, 큰 MCT 배열은 값이 매우 비싼 편입니다.
미사일에 들어간 열 사진
같은 미사일 계열 안에서 "눈"만 바꿔 단 예가 있습니다. 미 해군 자료에 따르면 AGM-65 Maverick의 유도 방식은 A·B형이 텔레비전 카메라 같은 전자광학, D·F·G형이 영상 적외선, E형이 레이저 유도입니다. TV 카메라 방식의 탐색기 자리에 열 사진을 찍는 탐색기가 들어간 것입니다.
모든 시도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미 육군 레드스톤 병기창의 Hellfire 연표에는 1981년 2월 10일, 영상 적외선 탐색기를 Hellfire에 맞춰 넣는 "쏘고 잊는" 탐색기의 본개발을 취소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주된 까닭은 비용과 항공기 통합 문제였습니다.
대전차 미사일 Javelin은 탐지기 배열의 역사와 바로 맞닿아 있습니다. 1989년 8월 육군 미사일사령부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양해각서가 늘어나, DARPA가 키운 적외선 초점면 배열 기술을 육군 미사일 사업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1990년 9월에는 개발 규격에 맞는 초점면 배열이 사업에 넘어왔습니다.
이 사업은 1991 회계연도에 JAVELIN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1996년 6월 27일 첫 부대에 배치되었습니다. 육군 연표는 Javelin의 핵심을 사수가 쏘고 바로 몸을 숨길 수 있게 하는 쏘고 잊는 유도(fire-and-forget)로 꼽고, 특징으로 영상 적외선 탐색기와 발사 전 표적 고정을 듭니다. 대전차 미사일이 세대마다 사수의 일을 어떻게 덜어 왔는지는 대전차 유도무기: 로켓과 유도미사일의 차이에서 이어집니다.
"알아본다"는 말은 어디까지일까요? 2000년 9월 9일 육군은 TOW 미사일의 쏘고 잊는 형 개발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초점면 배열·영상 적외선 탐색기와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표적을 추적해, TOW의 유선을 없앨 것이었습니다. 열 사진을 소프트웨어가 읽어 표적을 계속 따라가는 것, 공개 기록이 말하는 "알아보기"는 이 정도입니다.
배열은 탐색기의 몸 구조에도 영향을 줍니다. 많은 탐색기는 센서를 김발(gimbal) 위에 얹어 시야 범위를 넓히고 몸체의 흔들림에서 떼어 놓습니다. 그런데 APL 기술지는 넓은 시야 범위가 필요 없거나 적외선 초점면 배열을 쓰는 추적 장치를 예로 들며, 이런 장치는 몸체에 고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스트랩다운(strapdown)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김발을 쓰는 쪽의 이야기는 미사일 탐색기: 무기 앞부분의 "눈"에 있습니다.
열 사진이 못 하는 것
열 사진은 방향을 잘 알려 주지만 거리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APL 기술지는 해군 방어용 수동 적외선 영상 체계가 표적의 각도는 매우 정확히 추정하면서도 거리 자료는 주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이런 체계는 스스로 무언가를 쏘지 않고 들어오는 적외선을 받기만 하는 수동 센서입니다. 항공기를 찾는 쪽에서 같은 문제를 다룬 글이 적외선 탐색·추적(IRST): 전파를 쏘지 않고 항공기를 보기입니다.
날씨도 한계입니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1991년 사막의 폭풍 항공전을 평가한 1997년 보고서에서 조종사들의 보고를 정리했습니다. 적외선, 전자광학, 레이저 체계가 모두 구름, 비, 안개, 연기, 심지어 높은 습도에도 크게 성능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조종사들은 표적으로 보이는 것이 전차인지 트럭인지, 이미 파괴되었는지 가리지 못했다고도 보고했습니다.
열 사진은 열이 빚은 그림일 뿐이라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온도 차가 작으면 화소의 값 차이도 작아지고, 그 차이는 탐지기의 잡음과 겨뤄야 합니다. 탐지기를 식히고, 배열을 키우고, 값비싼 재료를 다루는 노력은 모두 이 작은 차이를 조금 더 또렷하게 보려는 일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같은 공기, 같은 창
GAO 보고서는 적외선, 전자광학, 레이저 체계를 한 문장에 묶었습니다. 셋 모두 빛을 쓰는 체계입니다. 구름과 연기와 습기가 열 사진을 흐리게 하는 일은 레이저 빔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빔이 공기 속에서 줄고 흩어지는 까닭은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에서 풉니다.
파장에 따라 빛이 지나가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두 분야가 함께 마주합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서, 우주의 짙은 가스와 먼지 속을 덜 흩어지고 덜 흡수되며 지날 수 있습니다. 적외선 탐지기가 3~5 µm 같은 대기 투과 창을 고르는 것처럼, 레이저 쪽에서 파장을 고르는 이야기는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에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미사일 탐색기: 무기 앞부분의 "눈": 탐색기가 무엇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일을 하는지 전체 틀을 봅니다.
- 적외선 탐색·추적(IRST): 전파를 쏘지 않고 항공기를 보기: 같은 적외선을 항공기 탐지에 쓰는 센서입니다.
- 대전차 유도무기: 로켓과 유도미사일의 차이: Javelin이 놓인 대전차 미사일 세대의 흐름입니다.
-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 빛이 공기를 지나며 겪는 일을 레이저 쪽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