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으로 별을 보면 한 점이어야 할 별이 흔들리는 작은 얼룩으로 보입니다. 레이저 빔도 공기와 거울, 렌즈를 지나며 비슷하게 일그러집니다. 이것을 고치려면 먼저 빛이 어디서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일을 맡는 장치가 파면 센서(wavefront sensor, WFS)입니다. 적응광학(adaptive optics, AO)을 다룬 「적응광학: 흐려진 빔을 되살리는 기술」에서는 이 센서가 한 단락으로만 나왔습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샥-하트만 센서(샤크-하트만이라고도 적습니다)를 따라갑니다.
출발점은 구멍 몇 개를 뚫은 판 한 장입니다. 그 판이 어떻게 작은 렌즈의 배열이 되었고, 렌즈 뒤에 맺힌 점들은 무엇을 알려 줄까요?
파면: 빛 물결의 앞머리
빛은 파동입니다. 같은 위상(phase)에 있는 점들을 이은 면을 파면이라고 부릅니다. 물결로 치면 마루 하나를 따라 그은 선입니다. 파동이 겹치고 퍼지는 모습은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에 있습니다.
아주 먼 별에서 온 빛은 평평한 파면으로 다가옵니다. 이 빛이 대기를 지나는 동안 원래 평평하던 앞머리가 일그러지고, 망원경이 만드는 상은 흐려지고 흔들립니다.
파면 센서의 할 일은 이 구겨진 모양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신호를 내는 것입니다. 적응광학 장치는 센서로 어긋남을 재고, 고칠 양을 계산해, 그 값을 변형 거울(deformable mirror, DM)에 넘깁니다. 센서는 이 고리의 눈입니다.
문제는 파면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카메라는 빛이 얼마나 센지는 찍지만, 빛이 어느 쪽으로 조금 기울어 들어왔는지는 그냥 찍어서 알 수 없습니다. 파면 센서에는 위상의 차이를 검출기가 읽을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광학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구멍 뚫린 판: 1900년의 하트만 시험
샥-하트만 센서의 뿌리는 1900년의 한 망원경 시험입니다. 독일의 천체물리학자 요하네스 하트만(Johannes Hartmann, 1865~1936)은 20세기 초 포츠담에서 교수로 있을 때 이 시험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일하던 포츠담의 80 cm 굴절 망원경은 광학계의 품질이 모자라 쓸 만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하트만은 구멍을 여러 개 뚫은 판을 만들어 망원경 앞을 덮었습니다. 그러면 망원경에는 구멍 수만큼의 가는 광선 다발만 들어갑니다. 그는 초점의 앞과 뒤에 사진 건판을 넣어 찍었습니다.
두 건판에 찍힌 같은 점끼리 이으면 광선 하나하나가 초점 둘레에서 어디로 가는지 보입니다. 좋은 광학계라면 이은 선들이 모두 광축의 한 점에서 만납니다. 하트만은 이 방법으로 망원경의 문제가 주 렌즈에 있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오늘의 센서까지 이어지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빛이 지나는 자리를 작은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마다 빛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보는 것입니다. 이 시험은 그 뒤 70년 가까이 거의 그대로 쓰였습니다.
구멍 대신 작은 렌즈: 샥과 플랫
변화는 냉전기 미국에서 왔습니다. 미 공군은 땅의 망원경으로 위성을 찍고 싶었지만, 대기 난류(atmospheric turbulence)가 상을 일그러뜨렸습니다. 군은 애리조나대 광학센터(Optical Sciences Center, OSC)의 에이든 마이넬(Aden Meinel)에게 이 문제를 풀 사업을 맡겼습니다.
마이넬은 들어오는 빛 일부를 떼어 하트만 시험으로 그 순간의 대기 수차를 재자고 했습니다. 수차를 알면 찍은 상을 나중에 처리해 품질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될지 알아보는 일은 광학센터의 롤랜드 샥(Roland Shack)에게 돌아갔습니다.
곧 큰 걸림돌이 드러났습니다. 위성이 땅으로 보내는 빛은 적고, 그 대부분은 위성 사진을 찍는 데 써야 합니다. 하트만 판으로 보낼 몫은 작은데, 판은 구멍을 지나는 광자(photon) 말고는 모두 막아 버립니다.
샥은 두 걸음으로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먼저 구멍마다 작은 렌즈를 넣어, 구멍을 지난 빛을 초점의 한 점으로 모았습니다. 다음으로 렌즈를 키워 가장자리끼리 맞닿게 하면 판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판에 닿은 광자가 모두 어느 렌즈의 초점으로든 가니, 빛이 모자란 장치에는 가장 알뜰한 배치입니다.
작은 렌즈를 늘어놓은 배열(lenslet array)을 만드는 일은 당시 광학센터 대학원생이던 벤 플랫(Ben Platt)이 맡았습니다. 애리조나대 광학대학의 소식 글에 따르면 두 사람이 하트만 판의 구멍을 렌즈 배열로 바꾼 것은 1960년대 말이고, 그 방법은 1971년 3월 광학센터 소식지에 짧은 글로 실렸습니다. 이 장치가 나중에 샥-하트만 파면 센서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첫 센서의 끝은 조금 허무합니다. 센서는 뉴멕시코주 클라우드크로프트의 공군 위성 추적 망원경에 전달되었지만 끝내 쓰이지 않았고,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점이 비켜난 만큼 파면이 기울었다
샥-하트만 센서는 빛이 들어오는 자리 전체에 작은 렌즈를 바둑판처럼 늘어놓습니다. 렌즈 하나가 맡은 작은 구역을 부분 구경(subaperture)이라고 부릅니다. 렌즈마다 빛을 모아 검출기 위에 점을 하나씩 맺습니다.
파면이 평평하면 빛은 렌즈마다 똑바로 들어오고, 점은 각 렌즈 바로 뒤의 기준 자리에 맺힙니다. 어떤 구역에서 파면이 기울어 있으면 그 구역의 빛도 비스듬히 들어오고, 점은 그만큼 옆으로 비켜납니다. 점의 위치가 그 부분 구경 안에서 파면의 평균 기울기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비탈진 마당을 칸으로 나누고 칸마다 공을 하나씩 놓는 장면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공이 어느 쪽으로 구르는지 모아 보면 마당의 어디가 높고 어디가 낮은지 그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공 대신 빛의 점이 비켜나고, 칸 하나가 알려 주는 것은 높이가 아니라 기울기뿐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전체 파면의 모양은 그 기울기들을 이어 계산으로 다시 그립니다. 이 일을 재구성(reconstruction)이라고 합니다. 레이저 빔의 파면을 하트만 또는 샥-하트만 센서로 재는 국제 표준 ISO 15367-2:2005는 2차원 파면을 구역별로(zonal) 또는 모드별로(modal) 다시 그리는 수치 방법과 그 불확도를 다룹니다. 이 표준은 펄스 빔과 연속 빔 모두에 씁니다.
점을 찍는 검출기도 중요합니다. 파면 센서에는 보통 잡음이 낮고 양자 효율이 높은 광자 검출기가 들어갑니다. 파면은 빛의 파장에 거의 무관하므로, 천문 적응광학에서는 검출기 기술이 가장 무르익은 가시광에서 재는 일이 많고 전하 결합 소자(CCD)나 사태 포토다이오드(APD)를 씁니다.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검출기 이야기는 「광검출기: 포토다이오드는 빛을 어떻게 전기 신호로 바꿀까」에서 이어집니다.
다른 파면 센서들
샥-하트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천문 적응광학에서 지금 쓰이는 파면 센서는 피라미드, 샥-하트만, 곡률 센서 세 가지입니다. 셋 다 넓은 대역의 빛으로 동작하지만, 잴 수 있는 범위와 민감도가 서로 다릅니다.
곡률 센서(curvature sensor)는 초점 양쪽 두 면에서 빛의 세기가 어떻게 퍼져 있는지 잽니다. 이것은 파면이 얼마나 휘었는지, 곧 곡률에 해당합니다. 기울기를 재는 샥-하트만과는 보는 양이 다릅니다.
피라미드 센서(pyramid sensor)는 피라미드 모양의 프리즘을 씁니다. 프리즘을 흔들어(변조해) 쓰면 샥-하트만과 비슷하게 기울기를 재고, 흔들지 않으면 간섭계처럼 기울기가 아니라 위상을 바로 잽니다.
민감도는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샥-하트만 같은 기울기 센서는 파면의 큰 굴곡, 곧 낮은 공간 주파수 쪽으로 갈수록 민감도가 떨어집니다. 곡률 센서는 잔물결 같은 높은 공간 주파수에서 샥-하트만보다 민감하지만, 큰 굴곡은 더 잘 잡지 못합니다. 천문 적응광학 리뷰를 쓴 연구자들은 높은 민감도와 유연성을 들어 피라미드 센서를 요즘 적응광학의 가장 좋은 선택으로 보았습니다.
별, 눈, 레이저 빔
천문학은 이 센서를 늦게 받아들였습니다. 1970년대 초중반 샥은 찾아온 천문 연구자들에게 렌즈 배열을 나눠 주었지만, 그 값어치가 알려진 것은 1976년 유럽남방천문대(ESO)의 레이 윌슨(Ray Wilson)이 광학센터를 찾았을 때였습니다. 윌슨은 1968년에 큰 거울의 여러 수차를 재서 능동적으로 고치는 능동 광학(active optics)을 처음 구상했습니다.
1977년 두 번째 방문 뒤 윌슨은 원래의 렌즈 배열 하나를 가져가 1 m 거울의 능동 광학 보정을 시연했습니다. 점 무늬를 빠르게 찍고 분석하게 해 준 CCD 카메라가 또 하나의 열쇠였습니다. 애리조나대의 역사 논문은 1989년 3월 첫 빛을 본 ESO 3.6 m 망원경을 첫 능동 보정 천문 망원경으로 적고, 그 논문이 쓰일 무렵 샥-하트만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훨씬 많이 쓰인다고 썼습니다.
능동 광학은 대기를 고치는 적응광학과 다릅니다. 능동 광학이 고치는 것은 공기가 아니라 큰 거울 자체의 수차입니다. 같은 종류의 센서가 두 일에 모두 쓰인 셈입니다.
센서는 눈으로도 건너갔습니다. 1980년대 중반 샥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요제프 빌레(Josef Bille)를 찾았고, 빌레가 이 방식을 눈에 처음 썼습니다. 처음에는 각막의 모양을, 뒤에는 눈 전체의 수차를 쟀습니다. 이 방식은 굴절 수술을 사람마다 맞추는 데 중심 역할을 했고, 로체스터 대학 연구진은 적응 보정으로 살아 있는 눈의 시세포를 하나하나 처음 가려 보았습니다.
우주 망원경도 파면을 다룹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주 거울은 조각 18개로 된 지름 약 6.5 m의 거울이고, 파면 감지·제어라는 부분 체계가 광학계의 오차를 감지하고 고칩니다. 18조각이 하나의 큰 거울처럼 일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일입니다.
NASA는 이 작업에서 눈의 상태를 진단하고 눈을 정확히 지도로 그리는 기술 이전이 나왔다고 소개합니다.
레이저 쪽 이야기는 기록이 적습니다. 역사 논문에 따르면 1970년대 초 미국에서는 고에너지 기체 동역학 레이저와 화학 레이저가 비밀 사업으로 개발되고 있었고, 그런 높은 에너지에서는 거울이 열 부하로 뒤틀렸습니다. 거울을 적응적으로 고치려면 뒤틀린 파면을 잴 센서가 필요했습니다. 다만 1970~1980년대의 일은 많은 부분이 비밀이었거나 지금도 비밀이라 그 역사를 전하기 어렵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레이저 빔 자체의 파면이 구겨지는 일은 지금도 다뤄집니다. 미국 국립점화시설(NIF)은 레이저 빔의 파면 오차를 변형 거울로 보상합니다. 레이저 빔의 파면을 재는 방법은 앞에서 본 ISO 표준으로 정리되어 있고, 파면 분포를 알면 그 표준의 첫 부분(ISO 15367-1)이 정의한 여러 파면 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 무기 쪽 공식 자료가 적응광학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적응광학」 글에 모아 두었습니다.
한계와 어려운 점
첫째는 빛입니다. 파면을 재려면 잴 빛이 있어야 하는데, 천문 적응광학에서는 빛이 모자란 일이 아주 잦습니다. 그래서 센서의 민감도가 꼭 필요합니다. 샥의 렌즈 배열도 원래 빛이 모자란 문제를 풀려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둘째, 샥-하트만 센서는 맺을 점이 있어야 합니다. 별은 한 점으로 빛나지만 태양은 넓게 퍼진 밝은 면입니다. 태양 적응광학은 대비가 낮고 시시각각 바뀌는 태양 표면의 쌀알 무늬로 파면을 재고, 보통의 샥-하트만 센서에 필요한 점은 상호 상관(cross-correlation)이라는 계산 기법으로 만들어 냅니다.
셋째, 센서마다 잘 보는 것과 못 보는 것이 다릅니다. 기울기를 재는 샥-하트만은 큰 굴곡 쪽으로 갈수록 민감도가 떨어집니다. 닫힌 고리로 도는 적응광학은 작은 남은 오차만 다루므로, 잴 수 있는 범위보다 민감도가 더 무겁게 따져집니다.
넷째, 잰 값에서 거울에 줄 값으로 가는 계산도 거저 되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한 재구성 방법은 보통 측정 잡음을 크게 키웁니다. 그래서 실제 장치는 모드로 나누고, 거르고, 무게를 다는 단계를 더합니다.
마지막은 기록입니다. 레이저 쪽에서 파면 센서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많은 부분이 비밀로 남아 있습니다. 공개 자료로 따라갈 수 있는 길은 천문과 눈, 그리고 시험 표준 쪽이 대부분입니다.
하트만의 구멍 판에서 샥의 렌즈 배열로 넘어오며 바뀐 것은 빛을 버리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점이 어디에 맺혔는지 읽어 파면의 기울기를 안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그대로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글 | 이어지는 까닭 |
|---|---|
| 적응광학: 흐려진 빔을 되살리는 기술 | 파면 센서가 변형 거울, 제어 계산과 함께 도는 고리 전체 |
| 변형 거울: 표면 모양을 바꿔 빔을 바로잡는 거울 | 센서가 잰 값을 받아 파면을 실제로 펴는 부품 |
| 광검출기: 포토다이오드는 빛을 어떻게 전기 신호로 바꿀까 | 렌즈 배열 뒤에서 점을 찍는 검출기의 원리 |
| 빔 품질이란: M², 발산각, 밝기 | 레이저 빔이 이상적인 빔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내는 다른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