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회탄약, 편도 공격 무인기, 자폭 드론. 우크라이나 소식에는 이런 말과 함께 "샤헤드(Shahed)"라는 이름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기사마다 샤헤드-131, 샤헤드-136, 게란-2처럼 번호와 이름이 조금씩 다릅니다. 모두 같은 드론을 가리키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샤헤드는 한 기체가 아니라 여러 기체를 묶어 부르는 계열 이름이고, 같은 설계도 다른 나라로 가면 다른 이름을 얻습니다. 이 글은 미국과 영국 정부가 공개한 문서만 가지고 그 이름들이 어떻게 갈리는지 따라가 봅니다. 그 전에 뉴스가 이 기체들을 묶어 부르는 "편도 공격 무인기"가 어떤 무기인지부터 짚습니다.
편도 공격 무인기란: 돌아오지 않는 무인기
무인기라고 하면 보통 정찰을 마치고 기지로 돌아오는 기체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미 국방부의 무인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 정의에는 회수해서 다시 쓰는 기체와 한 번 쓰고 잃는 소모형 기체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2012년 보고서가 전하는 정의입니다. 편도 공격 무인기(one-way attack UAV)는 그 가운데 소모형 쪽 끝에 놓입니다.
기차표에 빗대면 왕복표가 아니라 편도표입니다. 표적까지 날아가 부딪치고, 그 자리에서 기체도 함께 끝납니다.
실제로는 편도표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편도표를 산 사람은 도착한 곳에서 내리지만, 이 무인기에게는 도착이 곧 임무의 끝입니다. 미 재무부 발표가 이란이 설계한 편도 공격 무인기를 "가미카제 드론"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입니다.
비슷한 이름도 있습니다. 미 육군 공식 사이트의 기고는 배회탄약(loitering munition)을 목표 지역에서 기다리다가 목표로 돌진하는 무장 드론으로 설명하고, CRS는 소형 편도 공격 드론을 배회탄약이라고도 부릅니다. 두 이름은 겹쳐 쓰입니다. "편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배회"는 목표 근처에서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을 앞에 세운 말입니다.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같은 무인기 정의는 탄도 비행체, 순항미사일, 포탄을 무인기에서 따로 뺍니다. 정의 안에 이미 소모형 무인기가 들어 있으니,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 하나로 미사일과 갈리지는 않습니다. 그 경계는 "배회탄약: 미사일과 무인기의 경계"에서 이어 봅니다.
한 이름 아래 여러 기체
자동차 회사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한 회사가 승용차와 트럭을 함께 만들고, 둘 다 회사 이름을 앞에 붙입니다. 샤헤드라는 계열 이름은 만든 기관의 이름과 같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022년 11월 15일 이란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산하의 샤헤드 항공산업연구센터(Shahed Aviation Industries Research Center, SAIRC)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기관이 설계하고 만든 샤헤드 계열 무인기의 여러 변형 가운데 하나가 편도 공격 무인기 샤헤드-136입니다.
같은 계열에 쓰임이 전혀 다른 기체도 있습니다. SAIRC는 중고도에서 정찰과 타격을 하는 무인기 샤헤드-129도 개발했고, 샤헤드-171이라는 사업의 주 계약자이기도 합니다. 샤헤드-171이 어떤 기체인지는 그 발표에 나오지 않습니다.
자동차 비유가 맞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자동차 회사는 차마다 이름과 사양을 스스로 공개합니다. 이 글에 나오는 이름과 분류는 그렇지 않고, 다른 나라 정부의 제재 문서와 정보 보고서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같은 번호라도 어느 기관의 문서인지 함께 봐야 합니다.
번호가 다르면 모양도 다르다
번호 하나 차이인 샤헤드-131과 샤헤드-136은 어떨까요? 미 국방정보국(DIA)이 2022년에 낸 "Iranian UAVs in Ukraine: A Visual Comparison"은 두 기체의 생김새를 나눠 설명합니다. 이 문서의 정보 기준일은 2022년 10월 27일입니다.
샤헤드-136은 삼각 날개(delta wing) 몸체에, 수직 안정판이 몸체 위아래로 뻗은 독특한 모양입니다. 샤헤드-131도 삼각 날개 몸체는 비슷하지만, 수직 안정판이 몸체 위로만 뻗습니다.
번호가 다르면 생김새도 다르니, 기사에 "샤헤드"라고만 적혀 있으면 어느 기체를 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계열 안에서도 번호까지 보아야 하는 까닭입니다.
나라가 바뀌면 이름도 바뀐다: 게란
같은 DIA 문서에는 다른 이름도 나옵니다. 러시아는 이란에서 온 샤헤드-136을 게란-2(Geran-2)로, 샤헤드-131을 게란-1로 바꿔 불렀습니다. 우크라이나 쪽 기사에 샤헤드와 게란이 섞여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 재무부는 2024년 2월 23일 발표에서 러시아의 알라부가 경제특구(SEZ Alabuga)를 제재하며, 이곳이 이란에서 보낸 게란-2를 조립하는 계약을 러시아군과 맺었고 이란이 설계한 무인기의 부품 상당수를 러시아 안에서 만드는 능력도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게란-2는 샤헤드-136의 "러시아판"으로 불립니다. 설계는 이란에서 나왔고, 조립과 일부 부품 생산은 러시아로 옮겨 가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러시아에서 만든 것이 이란 원형과 어디가 얼마나 다른지는 공개 문서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다른 계열과 나란히 놓고 보기
샤헤드만 이란 무인기인 것은 아닙니다. 이름이 계열 단위로 붙는다는 것을 알면, 다른 이름도 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 계열 이름 | 공개 문서가 든 예와 설명 | 문서 |
|---|---|---|
| 샤헤드(Shahed) | 편도 공격 무인기 샤헤드-131·136, 중고도 정찰·타격 무인기 샤헤드-129, 샤헤드-171 사업. 설계·제작 기관은 SAIRC | 미 재무부(2022), DIA(2022) |
| 모하제르(Mohajer) | 다목적 무인기 모하제르 6. 이란과 이라크에서 공개 전시됐고 독특한 꼬리로 알아볼 수 있다 | DIA(2022) |
| 아바빌(Ababil) | 이란 국방군수부 산하 국영 회사 HESA가 군용 항공기와 함께 만드는 무인기 계열 | 미 재무부(2025) |
표에서 보듯 계열마다 만드는 곳과 쓰임이 다릅니다. "이란 드론"이라는 말 하나에 여러 계열이 들어 있고, 한 계열 안에도 여러 번호가 있습니다.
정부 자료는 이름을 어떻게 확인했나
전쟁터에서 날아온 기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았을까요? DIA 문서의 방법은 비교입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쓴 무인기의 잔해와 부품 사진을, 중동에서 쓰이거나 군사 전시회에 나온 이란 무인기와 나란히 놓았습니다.
견준 곳은 생김새만이 아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회수한 샤헤드-136(게란-2)의 날개 안정판은 중동에서 관찰하거나 회수한 것과 크기, 모양, 표시가 일치했고, 엔진도 따로 견줬습니다. 샤헤드-131은 두 지역에서 회수한 부품이 매우 비슷했고, 어떤 부품은 충돌 뒤 같은 모양으로 부서졌습니다.
DIA는 이 분석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의 여러 살상용 무인기를 쓰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것은 미국 정보 기관의 판단입니다. 독자가 이 문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판단의 근거가 어떤 종류였는지입니다. 공개 사진과 회수한 부품을 나란히 놓고 견준 것이었습니다.
이름과 판단은 제재로도 이어졌습니다. 영국 정부는 2022년 10월 20일 샤헤드 항공산업(Shahed Aviation Industries)을 샤헤드 드론의 이란 제조사로 적고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영국은 이란과 러시아의 행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31호를 어긴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의는 정해진 품목을 이란에서 내보내거나 이란으로 들일 때 안보리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합니다.
미 재무부가 전한 바로는 EU도 같은 날 이란 군 지도자 세 명과 SAIRC에 제재를 결정했습니다. 미국이 2022년 9월부터 이란 무인기 사업을 겨냥해 낸 지정은 2023년 9월 발표 때까지 아홉 차례였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이름을 가려 읽기
이름을 가려 읽는 습관은 레이저 무기 기사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샤헤드"라는 말에 번호와 문서를 붙여 읽었듯, "○○ kW급"이라는 말에도 무엇을 잰 값인지를 붙여 읽어야 합니다. 출력의 등급인지, 어떤 조건에서 나온 값인지, 누가 말한 값인지가 빠지면 숫자는 반쪽이 됩니다.
정부 문서와 회사 발표를 나눠 본 것도 같은 습관입니다.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은 "kW급", "사거리", "시험 성공" 같은 말을 이 물음들로 하나씩 풀어 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 무기 기사에 나오는 숫자와 표현을 조건과 함께 읽는 법을 다룹니다.
- "배회탄약: 미사일과 무인기의 경계": 무인기와 미사일의 경계가 어디서 갈리는지 이어서 봅니다.
- 정찰·감시 무인기: 무인기를 크기로 나누는 공식 분류와 체공 시간의 뜻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