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뒤에도 무기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을까요? 라오스가 그런 곳입니다. 미국은 1960~70년대 동남아시아에서 확산탄을 많이 썼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추정을 옮긴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라오스에만 터지지 않은 자탄이 900만~2,700만 개 남았고 지금까지 민간인 사상자가 1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글은 확산탄이 어떤 무기인지, 터지지 않은 자탄이 왜 오래도록 문제로 남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다음 2008년에 채택된 확산탄 금지 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CCM)이 무엇을 금지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협약에 들지 않은 나라는 어떤 입장인지를 조약 원문과 공식 자료로 살핍니다.
한 발이 수백 개로 나뉘는 무기
확산탄(cluster munition)은 공중에서 열려 작은 폭탄 여러 개를 한 지역에 흩는 무기입니다. 이 작은 폭탄을 자탄(submunition)이라고 부릅니다. 항공기에서 떨어뜨리기도 하고, 포·로켓·미사일 같은 지상 체계로 쏘기도 합니다. 처음 쓰인 것은 2차 대전 때입니다.
한 발에 든 자탄은 몇 개일까요? 모델에 따라 수십 개에서 600개가 넘기까지 다르다는 것이 ICRC 자료의 설명입니다. 자탄은 대개 유도 장치가 없는 작은 폭발물입니다.
협약은 확산탄을 법의 말로 정했습니다. 무게가 각각 20 kg 미만인 폭발성 자탄을 흩거나 내보내도록 설계된 재래식 탄약이고, 그 자탄들까지 포함합니다. 조명탄·연막·채프를 뿌리는 탄, 방공 전용 탄, 전기·전자 효과를 내는 탄은 여기에 들지 않습니다.
정의에서 빠지는 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섯 조건을 모두 갖춘 탄입니다. 자탄이 열 개 미만이고, 자탄마다 4 kg을 넘고, 자탄마다 표적 물체 하나를 감지해 맞히도록 설계됐으며, 전자식 자폭 장치와 전자식 자기 무력화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이 조건들은 무차별 지역 효과와 불발 자탄의 위험을 피하려고 둔 것입니다.
씨앗을 한 줌 쥐고 밭에 흩뿌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퍼지는 모양은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흩어진 것이 폭발물이고, 하나하나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다 알 수 없습니다.
터지지 않은 자탄이 남기는 문제
CRS가 정리한 주된 비판은 세 가지입니다. 많은 자탄을 넓은 지역에 부정확하게 흩는다는 것, 자주 터지지 않고 찾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수십 년 동안 폭발 위험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이 터지지 않을까요? 숫자부터 갈립니다. 미국 비축 확산탄에 대해 일부 제조사는 자탄 불발률을 2~5%라고 하고, 지뢰 제거 전문가들은 10~30%를 자주 보고했습니다. 운반 방식, 자탄의 나이, 기온, 무르거나 질척한 땅, 나무와 풀에 걸리는 일, 흩어진 뒤의 손상이 신뢰도를 흔드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자폭 기능이 답이 될까요? 자폭 기능이 없는 자탄은 수십 년 동안 위험으로 남을 수 있어 특히 걱정거리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폭 기능이 불발 문제를 줄일 뿐 없애지는 못한다고 봅니다.
피해는 싸움 중에도, 싸움 뒤에도 생깁니다. 자탄은 대개 유도되지 않아 바람 같은 요인 때문에 표적 지역 밖 먼 곳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남은 자탄은 농사 같은 일상의 일을 위험하게 만들고, 도로·철도·발전소를 다시 짓는 일을 늦춥니다. 자탄의 모양과 색에 끌린 아이들이 그것을 주워 드는 일도 잦습니다.
협약의 전문(前文)도 같은 걱정에서 출발합니다. 잔존물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 생계를 빼앗아 경제·사회 발전을 막으며, 난민과 실향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늦춘다고 적었습니다. 그 피해는 사용 뒤 여러 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협약이 생기기까지
확산탄 문제는 처음에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onvention on Certain Conventional Weapons, CCW)에서 다뤄졌습니다. CCW는 1980년에 51개국이 협상해 1983년 12월 발효한 조약입니다. 당사국들은 2007년에 확산탄의 인도적 영향을 다룰 안을 협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과 2009년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2011년 11월 검토회의에서도 의정서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다른 길이 열렸습니다. 노르웨이가 이끈 일부 CCW 회원국이 2007년 CCW 밖에서 따로 금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ICRC는 이 흐름을 2008년 말까지 조약을 맺으려는 노르웨이의 제안, 곧 "오슬로 프로세스"라고 부릅니다.
협상은 빠르게 끝났습니다. 2008년 5월 30일 더블린 외교회의에서 협약이 채택됐고, ICRC 자료로는 이때 107개국이 조약을 맺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3~4일 오슬로 서명 회의에서는 94개국이 서명했고, 그 가운데 4개국이 그 자리에서 비준까지 했습니다.
유엔이 30번째 비준서를 받은 날은 2010년 2월 16일입니다. 30번째 비준 뒤 6개월에 발효한다는 규정에 따라, 협약은 2010년 8월 1일 발효했습니다.
협약이 금지하고 요구하는 것
금지의 폭은 넓습니다. 제1조에 따라 당사국은 어떤 경우에도 확산탄을 쓰지 않습니다. 개발·생산·획득·비축·보유·이전도 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하도록 누구를 돕거나 부추기지도 않습니다. 지뢰는 이 협약의 대상이 아닙니다.
금지만 있는 협약은 아닙니다. 이미 가진 것과 이미 떨어진 것을 치우는 의무가 함께 있습니다. 제3조는 협약이 그 나라에 발효한 뒤 8년 안에 비축 확산탄을 모두 파기하라고 정합니다.
기한을 못 맞추면 최대 4년 연장을 요청할 수 있고, 예외적인 경우 4년씩 더 요청할 수 있습니다. 탐지·제거·파기 기술을 개발하고 훈련하는 데 쓸 제한된 수는 남겨 둘 수 있습니다.
제4조는 땅에 남은 것을 다룹니다. 자기 관할 지역의 잔존물은 발효일로부터 10년 안에 제거하고 파기해야 합니다. 발효 뒤에 새로 생긴 잔존물은 그 적대 행위가 끝난 뒤 10년 안에 치워야 합니다.
그동안 오염 지역의 경계를 표시하고, 그 둘레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교육을 합니다. 연장은 최대 5년씩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제5조는 피해자 지원입니다. 당사국은 의료, 재활,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피해자가 사회·경제적으로 포용되도록 돕습니다. 피해자에는 직접 다친 사람뿐 아니라 그 가족과 공동체도 들어갑니다. ICRC는 이만큼 자세한 피해자 지원 조항이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IHL) 조약에 들어간 것이 처음이라고 평가합니다.
당사국은 파기한 확산탄의 종류와 수, 오염 지역 같은 내용을 해마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고합니다. 2019년 9월에 나온 ICRC 자료에는 당사국들이 이미 확산탄 140만 발과 자탄 1억 7,500만 개를 파기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협약에 들지 않은 나라와 함께 군사 작전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21조는 비당사국과의 군사 협력과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때도 당사국 스스로 확산탄을 쓰거나 비축·이전할 수는 없고, 탄약 선택을 자기가 쥔 경우 확산탄 사용을 명시적으로 요청할 수도 없습니다. 당사국은 비당사국이 확산탄을 쓰지 않도록 말리는 데 힘써야 합니다.
탈퇴 조항도 있습니다. 협약은 기한 없이 유효하지만 당사국은 탈퇴할 권리가 있습니다. 탈퇴는 탈퇴서가 접수된 뒤 6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고, 그때 그 나라가 무력 분쟁 중이면 분쟁이 끝날 때까지 미뤄집니다.
가입하지 않은 나라와 바뀐 정책
유엔 조약집의 협약 현황 쪽에는 당사국 112개국, 서명국 107개국이 올라 있습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고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당사국이 아닙니다. 미 국방부는 확산탄이 군사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 법률고문 해럴드 고(Harold Koh)는 2009년 11월,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협약의 조건과 맞춰 온전히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내세운 대안은 금지가 아니라, 분쟁이 끝나면 무기가 더는 작동하지 않게 하는 기술적 해결이었습니다.
그 방향도 바뀌었습니다. 미 국방부는 2008년에 2018년 이후 확산탄의 불발률을 1% 이하로 낮추는 정책을 세웠습니다. 2017년 11월의 새 정책은 이를 사실상 뒤집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1% 기준을 못 맞추는 확산탄도 쓸 수 있게 했고, 그런 확산탄을 바꿀 기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여러 정부와 유엔 기구, 비정부기구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중 러시아가 확산탄을 썼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2023년 7월과 9월 두 차례 우크라이나에 확산탄을 넘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사국이 줄어든 일도 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2024년 9월 6일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퇴 통보를 냈고, 탈퇴는 제20조에 따라 2025년 3월 6일 효력이 생겼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금지된 무기의 목록
ICRC는 이 협약으로 확산탄이 국제인도법이 금지한 무기의 하나가 됐다고 봅니다. 같은 자리에 놓인 무기는 폭발탄·확장탄, 화학무기, 생물무기, 대인지뢰, 탐지할 수 없는 파편을 쓰는 무기, 그리고 실명 레이저입니다.
ICRC는 이 협약이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관습 국제인도법의 기본 규칙을 강화한다고 설명합니다. 싸우는 쪽은 언제나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고, 군사 목표만 겨냥하며,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아끼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는 규칙입니다.
확산탄과 실명 레이저는 원리도 쓰임새도 전혀 다른 무기입니다. 그래도 쓸 때마다 따지는 대신 한 종류의 무기를 통째로 금지 목록에 올렸다는 점은 같습니다. 레이저 쪽 규범이 무엇을 금지하는지는 아래 첫 글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눈 안전과 국제 규범: 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의정서: 국제인도법이 레이저 무기를 금지한 사례를 봅니다.
- 정밀유도폭탄: 평범한 폭탄에 무엇이 더해질까: 폭탄에 유도 장치가 더해지는 원리를 봅니다.
- 자율무기와 인간 통제: AI는 어디까지 판단할까: CCW에서 이어지는 다른 무기 논의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