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빈 들판에 세운 금속판 한 점에 빛줄기가 닿고, 그 자리에서 열이 고리 모양으로 퍼지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에서 본 대로, 레이저 무기의 빛은 표적에 거의 즉시 닿지만 손상은 빛이 같은 자리에 머무는 동안 생깁니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의 지향성 에너지 무기 보고서는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 무기가 빔을 표적의 한 지점에 계속 맞춰 두면 레이저 출력에 따라 "몇 초 안에" 무력화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적습니다.

빛은 거의 즉시 닿는데 왜 몇 초일까요? 빛이 닿는 일과 표적이 상하는 일 사이에는 열이라는 단계가 끼어 있습니다. 빛이 열로 바뀌고, 그 열이 한 자리에 쌓여야 비로소 효과가 납니다.

닿는 것은 순간, 데우는 것은 시간

빛은 아주 빨라서, 눈에 보이는 거리에서는 쏘는 순간 닿는다고 봐도 됩니다. 요격 미사일처럼 표적과 만날 길을 미리 계산할 필요가 없어서, 이 점은 레이저 무기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빛이 닿았다고 일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빛이 하는 일은 닿은 자리에 에너지를 넣는 것이고, 재료가 상하려면 그 에너지가 쌓여 온도가 올라가야 합니다. 온도는 한순간에 오르지 않습니다.

가스레인지에 물 냄비를 올리면 불꽃은 켜자마자 냄비 바닥에 닿습니다. 그래도 물은 바로 끓지 않고, 열이 쌓일 시간이 지나야 끓기 시작합니다. 실제 레이저 무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데우는 곳은 냄비 바닥 전체가 아니라 작은 점 하나이고, 표적은 움직이며, 그 사이에 공기가 있습니다.

레이저의 단위를 다룬 글에서 본 두 관계가 여기서 쓰입니다. 에너지는 출력에 시간을 곱한 것이고, 세기(방사 조도, intensity)는 출력을 면적으로 나눈 것입니다. 둘을 합치면 한 자리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그 자리의 세기와 빔이 머문 시간이 함께 정합니다.

빛이 열이 되는 과정: 흡수와 반사

빛이 물체 표면에 닿으면 전부 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일부는 표면에서 튕겨 나가는데, 이것이 반사입니다. 물체를 그대로 지나가는 빛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물체 속에서 사라지며 에너지를 남깁니다. 이 과정을 흡수(absorption)라고 하고, 흡수된 에너지가 열이 됩니다. 반사된 빛은 그 자리를 데우지 않고 떠납니다.

빨간 화살표로 그린 빛이 회색 물체 표면에 비스듬히 닿는 도표. 회색 점선 화살표는 반사되어 나가는 빛으로 '이 몫은 물체를 데우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다. 닿은 자리 아래 물체 속은 주황색으로 달아오르고 '흡수된 빛 → 열'이라고 적혀 있으며, 주황 화살표 셋이 열이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나타낸다
닿은 빛 가운데 흡수된 몫만 열이 되고, 그 열은 주변으로 퍼집니다. 비율과 크기는 실제와 다릅니다 (도표)(도표)

흡수로 생긴 열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주변 재료로 옮겨 갑니다. 재료 가공에 아주 짧은 펄스 레이저를 쓰는 까닭 하나가 이것입니다. 열이 주변으로 옮겨 가기 전에 닿은 부위를 깎아 내면, 열 때문에 상하는 주변 영역이 작아집니다.

빛을 계속 비출 때는 이 성질이 걸림돌이 됩니다. 빛이 열을 넣는 동안에도 일부는 주변으로 빠져나가므로, 한 자리에 남는 열은 넣은 에너지보다 적습니다. 온도가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까닭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점에 머물러야 한다: 조사 시간이라는 생각

조사 시간(dwell time)은 빔이 표적의 같은 자리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CRS의 함정 레이저 보고서와 지향성 에너지 무기 보고서는 모두 "표적의 한 지점에 계속 초점을 맞춰 두면" 몇 초 안에 무력화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씁니다. 빔을 한 자리에 붙들어 두는 것이 조건으로 붙어 있습니다.

칸 세 개를 나란히 놓은 도표. 왼쪽부터 '잠깐', '조금 더', '오래' 빔이 한 점에 머물수록 닿은 자리의 원이 커지고 색이 진해지며, 아래 '쌓인 열' 막대가 높아진다. 가운데와 오른쪽 칸에는 주황 화살표가 열이 주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나타낸다. 맨 아래 화살표는 '한 점에 머무는 시간'이다. 숫자는 없다
세기와 머무는 시간이 들어가는 에너지를 정하고, 그 가운데 일부는 주변으로 빠져나갑니다. 숫자 없이 모양만 나타낸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지향성 에너지 무기 보고서의 같은 문장에는 "레이저 출력에 따라"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출력이 크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출력이 같아도 빔이 더 좁게 모이면 세기가 높아져, 같은 열이 더 빨리 쌓입니다. 거꾸로 세기가 낮으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더 오래 머물러야 합니다.

빛이 닿는 자리는 작습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 보고서는 레이저가 비추는 면적을 지름 몇 밀리미터에서 몇 인치 정도로 적습니다. 작은 자리에 에너지를 모으는 방식이라서, 그 자리가 조금만 옮겨 가도 열이 쌓이던 곳을 벗어나게 됩니다. 걸리는 시간은 출력, 거리, 공기에 따라 달라지고 체계마다 다릅니다.

시간을 늘리는 것들: 거리, 대기, 떨림

조사 시간을 늘리는 요인은 결국 한 자리에 닿는 세기를 낮추는 것들입니다.

요인무슨 일이 생기나더 읽을 글
거리빔이 퍼지고 공기가 흡수하는 빛도 늘어납니다「빔은 왜 퍼지나」
대기수증기, 먼지, 연기가 빛을 흡수하고 흩뜨립니다. 난류는 빔을 흐리게 할 수 있습니다「대기 전파」
떨림빔이 흔들려 같은 빛이 더 넓은 자리에 나뉩니다「김발과 조준·추적」, 「FSM」

크기가 정해진 빔은 멀리 갈수록 조금씩 퍼집니다. 같은 출력이 더 넓은 자리에 닿으면 세기가 낮아집니다. 공기의 흡수도 대체로 표적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커지므로, 가까운 거리보다 먼 거리에서 더 문제가 됩니다.

대기도 빛을 덜어 냅니다. 공기 속 수증기를 비롯해 모래, 먼지, 소금 입자, 연기 같은 물질은 빛을 흡수하고 흩뜨립니다. 공기가 불규칙하게 뒤섞이는 대기 난류(atmospheric turbulence)는 빔을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난류에 맞춰 빔을 빠르고 미세하게 계속 고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으로 난류의 영향을 덜 수 있습니다.

시간과 직접 얽힌 현상도 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한동안 계속 쏘면 빔이 지나가는 공기가 데워질 수 있고, 그 공기가 빔을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을 열 블루밍(thermal blooming)이라고 합니다. CRS는 대체로 빔 출력이 클수록 더 걱정거리가 된다고 적습니다.

마지막은 떨림입니다. 빔이 가리키는 방향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지터(jitter)라고 합니다. 빔이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자리에 닿으면, 같은 빛이 더 넓은 면적에 나뉘어 한 자리에 쌓이는 열이 줄어듭니다.

칸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도표. 왼쪽 '빔이 한 점에 머물 때'는 작은 원 하나가 진한 주황색으로 달아올라 '열이 좁은 곳에 모임'이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 '빔이 흔들릴 때'는 점선 원 여섯 개가 조금씩 다른 자리에 겹쳐 있고, 연한 주황색이 넓게 퍼져 '같은 빛이 넓게 흩어짐'이라고 적혀 있다
빔이 흔들리면 같은 빛이 더 넓은 자리에 나뉘어, 한 자리에 쌓이는 열이 줄어듭니다. 숫자 없는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떨림은 아직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CRS가 인용한 미 해군의 2025 회계연도 예산 문서는 남은 기술 과제로 대기 난류와 함께 "복잡한 배경 속에서 지터가 낮은 정밀 표적 추적"과 빔 제어를 듭니다.

그래서 생기는 한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레이저 무기의 한계로 이어집니다. CRS는 레이저 무기가 한 번에 한 표적만 공격할 수 있고, 표적을 무력화하는 데 몇 초, 다음 표적으로 돌리는 데 다시 몇 초가 걸린다고 적습니다. 이 시간이 쌓이므로 정해진 시간 안에 다룰 수 있는 표적의 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간과 에너지가 허락하는 만큼 레이저를 여러 대 달면 이 한계를 덜 수 있습니다.

날씨도 시간과 얽힙니다. 공기가 빛을 덜어 세기가 낮아지면 같은 효과를 내는 데 더 오래 걸리거나, 아예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RS는 비나 안개 속에서 레이저가 잘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날씨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적습니다.

시간 밖의 장점과 한계는 「레이저 무기의 장점과 한계」에서 이어집니다. 기사에 나오는 "kW급", "사거리" 같은 말은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에서 다룹니다.

다음에 읽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