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의 기어박스가 몇 시간 뒤에 망가질 참이라면, 그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을까요? 미 회계감사원(GAO)이 2022년에 낸 보고서에는 미 육군이 전한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기체 센서가 몇 시간 안에 고장 났을 수도 있는 기어박스 이상을 미리 잡아냈다는 내용입니다. 부품이 고장 나기 전에 징후를 읽고 정비 때를 고르는 방식을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라고 부릅니다.
예지정비는 흔히 AI 기술로 소개되지만, 한가운데에는 인공지능보다 오래된 물음이 있습니다. 언제 고칠까요? 정비 방식 세 가지의 차이, 센서와 데이터가 하는 일, "남은 수명"을 예측한다는 말의 뜻을 차례로 풀고, 미군과 한국이 공개한 사례와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로 넘어갑니다.
언제 고칠지 정하는 세 가지 방법
GAO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무기체계 정비에 해마다 900억 달러 가까이 씁니다. 그 정비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계획 없이 일이 터진 뒤에 하는 사후 정비(reactive maintenance)와, 미리 계획해서 하는 사전 정비입니다.
사전 정비는 다시 둘로 나뉩니다. 예방 정비(preventive maintenance)는 정해진 시간 간격에 맞춰 하는 정기 정비입니다. 예지정비는 상태를 지켜본 기록이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정비가 필요한 때를 미리 내다보는 노력입니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사후 정비와 지나치게 빡빡한 예방 정비를 줄이려는 것입니다.
군에서는 같은 생각을 여러 이름으로 부릅니다. 상태 기반 정비(condition-based maintenance, CBM)와 CBM+가 대표적입니다. 사후 정비는 "fly to fail"이나 "run to failur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군은 이 방식이 흔히 노력과 비용을 더 들게 한다고 말합니다.
세 방식은 서로 하나만 골라야 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한 무기체계 안에서도 상황과 하위 체계, 부품에 따라 세 방식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어느 방식을 어디에 쓸지는 방식마다의 비용과 이득을 견줘 정합니다.
타이어 한 짝으로 보는 차이
차량 타이어 한 짝을 놓고 보면 세 방식의 차이가 또렷합니다. 사후 정비는 달리던 타이어가 터진 뒤에 고치는 것입니다. 이때는 서스펜션 같은 다른 부품까지 상하고 사람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예방 정비는 쓰임새나 상태와 상관없이 30,000마일이나 3년마다 타이어를 바꾸는 식입니다. 일정과 계획 비용을 쥐기 쉽지만, 정비가 필요보다 잦을 수도 드물 수도 있습니다. 멀쩡한 타이어를 버리거나, 빨리 닳은 타이어를 늦게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지정비는 전자 센서의 데이터와 이미 알고 있는 과거 데이터를 합쳐 타이어를 바꿀 가장 알맞은 때를 내다봅니다. 너무 일러 돈을 버리지도, 너무 늦어 갑자기 터지게 두지도 않는 때입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예지정비는 사후·예방 정비를 줄이고 고장을 막을 수 있지만, 상태 감시 기능을 넣고 정비사에게 새 기술을 가르치고 데이터 분석을 받치는 데 먼저 돈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군 관계자들은 사후 정비가 가장 비싼 정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센서와 데이터가 하는 일
예지정비는 한 번 재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과거 데이터와 무기체계의 지금 상태 정보가 끊임없이 도는 피드백 고리 위에서 움직입니다. 미 국방부 감찰관실 보고서를 옮긴 GAO의 설명을 보면, 이 고리가 돌려면 네 가지가 더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잘 저장하고 옮기는 능력, 쓸 만한 분석, 알림이 왔을 때 실제로 움직이려는 정비사, 그리고 효과를 따져 보는 평가입니다. 사람과 평가가 고리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도구로는 센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인공지능이 쓰입니다. 그렇다고 AI가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GAO는 예지정비가 언제나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각주에 따로 적었습니다.
센서를 새로 달아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무기체계가 이미 가진 상태 감시 기능과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AI는 고리 속 분석 칸의 도구 하나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남은 수명을 예측한다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센터의 예측 진단 센터(Prognostics Center of Excellence)는 이 일을 예측 진단(prognostics)이라고 부릅니다. 체계의 앞날 상태, 그 가운데서도 고장 상태를 예측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낱말 두 개가 나옵니다. 수명 끝(end of life, EOL)은 고장 나는 시각이고, 남은 수명(remaining useful life, RUL)은 지금부터 고장까지 남은 시간입니다.
남은 수명을 알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정해진 시간에 맞춘 정비 대신 상태에 맞춘 정비를 할 수 있고, 정비 일정과 예비 부품 계획을 더 잘 짤 수 있습니다.
예측에 쓰는 모델은 흔히 두 갈래로 부릅니다. "모델 기반"은 물리 법칙 같은 첫 원리에서 끌어낸 모델을, "데이터 기반"은 인공 신경망처럼 데이터에서 배운 모델을 씁니다. 실제로는 둘을 섞어서, 체계에 대한 지식과 데이터로 모델을 만들고 쓰면서 고쳐 나갑니다.
예측에는 늘 퍼짐이 따릅니다. 지금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앞으로 장비를 어떻게 쓸지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그 사이에 끼어드는 잡음도 있습니다. NASA 센터의 발표 자료는 이 셋을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들고, 고장 시각을 한 점이 아닌 확률 분포로 셈합니다.
일기 예보가 "내일 비 올 확률"을 말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비는 사람이 어떻게 하든 오지만, 부품의 앞날은 그 부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개된 사례
미 국방부는 2002년에 예지정비 임시 정책을 냈습니다. 2007년에는 각 군에 예지정비를 맡을 단일 창구를 정하고 예산을 대고, 기술적으로 할 수 있고 이득이 있는 곳부터 이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GAO는 군의 이행이 최근까지 더뎠다고 평가했습니다.
2022년 6월 현재 어느 무기체계에서도 예지정비가 완전히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항공기는 비교적 앞서 있었습니다. 네 군 모두 다른 무기체계보다 항공기에서 비교적 더 나아갔고, 군 관계자들은 그 까닭의 하나로 일부 항공기에 2002년부터 센서 기술이 있었다는 점을 듭니다. 육군은 2005년에 AH-64 아파치 헬기에 센서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군이 GAO에 내놓은 사례 가운데 네 가지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모두 군 관계자의 말이나 군 문서에 따른 것입니다.
| 장비 | 공개된 내용 |
|---|---|
| AH-64 아파치 헬기(육군) | 상태 감시 센서가 몇 시간 안에 고장 났을 수도 있는 기수 기어박스 이상을 잡아냄. 육군 항공·미사일 사령관은 이것이 사고를 막고 두 사람의 목숨을 구했을 수 있다고 말함 |
| H-1 헬기(해군·해병대) | 2016 회계연도부터 예지정비를 쓰며, 오염되거나 금 간 베어링 같은 결함 부품을 고장 전에 바꿔 비상 착륙을 추정 29회 피함 |
| 중형 전술 차량(해병대) | 계기판 경고등이 켜져야 할 만큼 중요한 결함을 상태 감시 기술이 찾아냄. 정작 경고등은 정비 인력에게 알리지 못했음 |
| B-1 폭격기(공군) | 예지정비 분석 덕에 계약 업체가 기체 안에서 정비 인력이 찾지 못하던 합선 전선의 자리를 짚어 냄 |
그렇다고 예지정비가 일상이 된 것은 아닙니다. 육군의 어느 항공기도 예지정비로 예방 정비를 미루거나 부품을 바꾸는 일을 정기적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군 전체로도 예측에 따라 부품을 정기적으로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어려운 점
GAO가 2022년 6월까지 살핀 바로는 걸림돌이 셋입니다.
첫째, 효과를 재는 잣대가 부족합니다. 군 관계자들은 개선 사례가 제한된 경험에서 나왔고 예지정비의 결과를 평가할 지표가 대체로 없다고 인정했으며, 육군 항공 관계자들은 예지정비와 준비 태세·가용도 개선 사이의 원인과 결과를 보일 만한 지표와 과거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의 표를 성과의 증명이 아니라 사례로 읽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둘째, 데이터를 옮기고 담는 일입니다. 군은 데이터 전송의 한계, 정비 교범의 디지털화, 오래된 정보 체계 같은 큰 기술 과제가 있다고 인정합니다. 해군 관계자들이 든 예를 보면, 배 안에서는 데이터를 옮길 수 있어도 함정과 육상 사이를 오가는 대역폭이 좁습니다. 센서를 읽는 빈도를 한 시간에 한 번에서 1초에 한 번으로 늘리자 저장해야 할 데이터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셋째, 사람이 예측을 믿느냐입니다. 해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함정에서 처음 시연했을 때 승조원들은 잘못된 알고리즘 같은 문제로 예측을 의심했고, 알림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함정의 두 번째 시연에서는 알고리즘을 고치고 코칭을 함께 하자 조치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일에 쫓기는 정비 인력은 아직 고장 나지 않은 것을 손보기 꺼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지정비가 예방 정비를 지우지는 않습니다. 군 관계자들은 안전에 중요한 예방 정비를 미뤄 두지 않는 것이 특히 중요하고, 예방 정비 간격을 늘린다면 분석을 확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용어가 여러 갈래라 관계자들이 낯설어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혔습니다.
군은 이 변화를 지도부가 꾸준히 관심을 쏟아야 하는 문화의 과제로 봅니다. GAO는 육군·해병대·해군·공군에 이행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평가하라는 권고 16건을 냈고, 국방부는 대체로 동의했습니다.
한국의 공개 연구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공개 사업으로 나와 있습니다. 2023년 3월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무기체계 CBM+ 특화연구센터'를 열었습니다. 정책브리핑은 CBM+를 무기체계에 내장된 센서 데이터로 상태를 실시간 평가해 결함을 미리 진단·예측하고, 가장 알맞은 정비 소요를 판단하는 기술로 설명합니다.
센터는 2028년까지 약 309억 원을 들여 상태기반정비 데이터 수집 체계와 진단·예측 절차를 위한 기반 기술을 연구합니다. 지상무기체계 CBM+, 함정무기체계 CBM+ 등 6개 전문 연구실에서 12개 세부 과제를 맡고, 9개 대학·기관과 11개 업체의 인력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방위사업청장은 AI 기반 예측 알고리즘 개발과 군수 데이터 수집 체계 구축을 연구 목표로 들었습니다.
두 나라 자료 모두 예측 알고리즘 옆에 데이터를 모으고 옮기는 체계를 나란히 둡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시뮬레이션과 실제 시험: 멋진 CG가 성능 증명은 아닌 이유: 발표된 사례와 증거를 가려 읽는 법을 이어서 봅니다.
- 군수·보급·정비: 성능이 좋아도 계속 쓸 수 있어야 한다: 정비를 군수 전체 안에 놓고 봅니다.
- 디지털 트윈: 장비를 만들기 전에 가상으로 시험할까: 장비를 가상으로 본뜬 모델 이야기입니다.
- 환경성: 비, 먼지, 더위와 추위, 염분: 레이저 장비가 바깥에서 견뎌야 하는 것과 그것을 미리 확인하는 시험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