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어두운 광학 테이블 위에서 왼쪽 광원의 빔이 렌즈를 지나 한 점으로 가늘어졌다가 다시 퍼지고, 빔 안에 물결 같은 줄무늬가 비치며 오른쪽 흰 판에 둥글고 흐린 빛 점이 맺힌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빔이 1 m를 가면 얼마나 넓어질까요? 1 km라면요? 실험대 위라면 종이 한 장을 대 보면 되지만, 장치를 만들기 전이거나 잴 수 없는 거리라면 계산으로 먼저 어림해야 합니다. 빛이 공간을 지나며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지 따지는 이 일을 빔 전파(beam propagation) 계산이라고 부릅니다.

가우시안 빔(Gaussian beam), 빔 허리(beam waist), 레일리 길이(Rayleigh length), 발산각(beam divergence)이라는 말은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에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그 말들 밑에 깔린 계산의 생각을 따라갑니다.

출발점은 빛의 장을 위상(phase)까지 함께 더하는 일입니다. 좁은 곳을 지난 빛이 퍼지는 회절(diffraction)도 이 덧셈의 그림으로 설명됩니다. 거기서 가우시안 빔이라는 지름길을 거쳐, 레일리 길이 하나로 빔이 얼마나 퍼질지 어림하는 데까지 갑니다. 마지막에는 그 어림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봅니다.

세기가 아니라 장을 더한다: 중첩 원리와 위상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함께 출렁이는 파동입니다. 선형 광학에서는 파동 방정식에 장과 그 미분이 1차로만 들어갑니다. 그래서 중첩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가 성립합니다. 방정식의 풀이 여럿을 섞어 더한 것도 다시 풀이가 된다는 뜻이고, 이 성질 덕분에 복잡한 빛을 단순한 파동 여럿의 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할 때 조심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더하는 것은 장이지 세기가 아닙니다. 세기는 일반적으로 그대로 더해지지 않고, 두 빛이 간섭(interference)할 수 없을 때만 그냥 더해집니다. 두 빛의 편광이 서로 수직이거나 완전히 비간섭성일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두 칸으로 나뉜 개념도. 왼쪽은 위상이 맞는 두 파동이 겹쳐 높이가 두 배인 파동이 되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반 주기 어긋난 두 파동이 더해져 거의 평평한 선이 되는 모습이다. 아래에 세기끼리만 더하면 두 경우가 똑같아 보인다는 글이 있다. 수치는 없다
같은 두 파동이라도 위상이 맞으면 더한 장이 커지고, 반 주기 어긋나면 서로 지워집니다. 그래서 빔 전파 계산은 장을 위상까지 함께 더한 뒤에 세기를 봅니다. 수치 없이 그린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그래서 계산은 빛의 세기만이 아니라 위상까지 들고 다녀야 합니다. 같은 두 파동도 위상이 맞으면 더한 장이 커지고, 반 주기 어긋나면 마루와 골이 만나 지워집니다. 이 차이가 「간섭과 회절」에서 본 간섭입니다.

크기와 위상을 한꺼번에 다룰 때는 복소수가 편합니다. 평면파를 복소 표기로 적으면 복소 진폭(complex amplitude) 하나에 크기와 위상이 함께 담깁니다. 복소 표기는 실수로 쓴 식과 뜻이 완전히 같지만, 셈은 훨씬 쉬워집니다.

파면과 하위헌스 원리: 다음 모습을 덧셈으로 구하기

같은 위상에 있는 점들을 이으면 파면(wavefront)이 됩니다. 굴절률이 방향에 따라 다르지 않은 등방 물질에서는 파면이 늘 빛이 나아가는 방향과 수직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파면에서 조금 뒤의 파면은 어떻게 얻을까요?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에서 본 하위헌스 원리(Huygens principle)가 답의 틀을 줍니다. 나아가는 파면의 점 하나하나가 새 2차 파의 근원이 되고, 그 2차 파들이 겹쳐 맞는 곳에 새 파면이 생깁니다.

왼쪽의 곧은 파면 위 여러 점에서 둥근 2차 파가 점선 호로 퍼져 나가고, 그 2차 파들이 겹쳐 맞는 오른쪽 자리에 새 파면이 그려진 개념도. 오른쪽에 나아가는 방향을 뜻하는 화살표가 있다. 수치는 없다
하위헌스 원리는 지금 파면의 점마다 2차 파가 나오고, 그 2차 파들이 겹쳐 다음 파면을 이룬다고 봅니다. 수치 없이 그린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이 원리를 계산의 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지금 파면 위 점마다 장의 크기와 위상을 알면, 각 점에서 나온 2차 파를 위상까지 맞춰 더해 조금 앞의 장을 얻습니다. 회절도 그 글에서 같은 그림으로 보았습니다.

빔을 여러 방향의 평면파로 보기

빔을 나누는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간 쪽에서 먼저 보면 쉽습니다. 푸리에 변환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신호를 주파수 성분으로 나누고, 짧은 레이저 펄스에서는 그 성분 하나하나가 주파수가 다른 평면파입니다.

렌즈 쪽에도 비슷한 설명이 있습니다. 렌즈는 들어오는 파동을 초점면에서 푸리에 변환합니다. 특정한 각도로 들어온 평면파는 렌즈에서 초점 거리 f만큼 떨어진 초점면의 정해진 한 자리로 모이고, 각도가 다른 평면파는 다른 자리로 갑니다.

두 설명을 겹쳐 읽으면 공간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펄스를 주파수가 다른 평면파의 합으로 보듯, 빔을 나아가는 방향이 조금씩 다른 평면파의 합으로 보는 것입니다. 렌즈는 그 방향들을 초점면 위의 자리로 펼쳐 보여 주는 셈입니다.

이 짝은 퍼짐에서도 이어집니다. 교과서의 한 대목은 분산이 펄스를, 회절이 빔을 각각 퍼뜨린다고 나란히 적습니다. 실제로는 둘이 다릅니다. 펄스의 성분은 색이 다르고 빔의 성분은 방향이 다르며, 펄스를 늘이는 분산과 빔을 넓히는 회절은 서로 다른 현상입니다.

가우시안 빔: 계산을 짧게 줄여 주는 꼴

빔이 가우시안 빔의 꼴이면 계산이 훨씬 짧아집니다. z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우시안 빔은 근축 근사(paraxial approximation)에서 포물면 파로 어림할 수 있습니다. 근축 근사는 축 가까이의 빛만 다루는 어림입니다.

이때 빔은 허리 반지름 w₀와 자리마다의 빔 반지름 w(z)로 그려집니다. 허리 근처에서 빔이 좁게 버티는 거리는 레일리 길이 L로 잽니다.

L = π n₀ w₀² / λ₀

λ₀는 빛의 파장(wavelength), n₀는 그 파장에서의 굴절률입니다. 공기 속을 어림할 때는 n₀를 1로 둡니다. 허리 반지름은 제곱으로, 파장은 분모에 들어 있다는 점이 뒤에서 쓰입니다.

렌즈와 빈 공간을 지나는 빔도 몇 개의 값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교과서는 얇은 렌즈와 일정한 길이의 물질 구간마다 ABCD 행렬(ABCD matrix)이라는 네 칸짜리 표를 붙이고, 빔의 폭과 발산은 q 매개변수(q parameter)라는 값 하나로 묶어 부릅니다.

공간 결맞음이 낮은 다이오드 배열의 출력 빔도 파장을 바꿔 넣은 가우시안 빔 광학으로 모형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간 결맞음이 낮은 빛도 가우시안 빔의 틀에 얹어 어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림하는 법: 거리를 레일리 길이와 견준다

이제 처음 물음으로 돌아갑니다. 빔이 어떤 거리를 가면 얼마나 넓어질지 어림할 때 잣대는 레일리 길이 L입니다. 허리에서 잰 거리 z를 L과 견주면 빔이 어느 구역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가 가장 가는 빔을 옆에서 본 개념도. 허리 바로 근처는 레일리 길이보다 훨씬 가까운 구역으로 빔이 허리 굵기에 가깝고 평면파처럼 다룰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 양옆은 레일리 길이 언저리의 넘어가는 구간이고, 가장 바깥은 레일리 길이보다 훨씬 먼 구역으로 빔 가장자리가 곧은 두 선처럼 벌어진다. 눈금은 없다
허리에서 잰 거리 z를 레일리 길이 L과 견주면 빔이 어느 구역에 있는지 어림할 수 있습니다. 구역의 경계는 눈금이 아니라 어림입니다 (도표)(도표)

z가 L보다 훨씬 짧으면 빔은 허리 근처에 있습니다. 허리 가까이에서는 가우시안 빔을 평면파로 어림해도 됩니다. 교과서는 아주 짧은 결정 안의 측정을 다루며 이 어림을 씁니다. 이 구역에서는 빔의 굵기를 허리 굵기 그대로 보고 셈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z가 L보다 훨씬 길면 빔은 먼 곳에 있습니다. 「빔은 왜 퍼지나」에서 본 대로 거기서는 빔의 가장자리를 거의 곧은 두 선으로 보고, 두 선이 벌어지는 각인 발산각으로 넓어지는 정도를 따집니다. L 언저리는 두 그림이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숫자로 해 봅시다. 허리 반지름을 5 mm로 두고 레일리 길이 식으로 계산하면, 파장 0.5 µm에서 L은 약 157 m, 1 µm에서 약 78.5 m, 10 µm에서 약 7.85 m입니다. 파장이 10배 길어지면 같은 허리에서 좁게 버티는 거리는 10분의 1이 됩니다.

가로 막대 세 개로 된 도표. 공기 속에서 허리 반지름이 5 mm인 빔의 레일리 길이를 레일리 길이 식으로 계산한 값으로, 파장 0.5 µm에서 약 157 m, 1 µm에서 약 78.5 m, 10 µm에서 약 7.85 m이다. 아래에 어떤 장비의 값도 아닌 계산값이라는 글이 있다
허리 반지름을 5 mm로 두고 레일리 길이 식으로 계산하면, 파장이 10배 길어질 때 레일리 길이는 10분의 1이 됩니다. 원리를 보이려고 고른 둥근 수이며 어떤 장비의 값도 아닙니다 (도표)(도표)

가운데 줄, 곧 파장 1 µm에 L이 약 78.5 m인 빔을 다시 보겠습니다. 계산하면 1 m는 L의 약 80분의 1이라 허리 근처 구역에 들고, 1 km는 L의 약 13배라 먼 구역에 듭니다. 앞의 거리에서는 처음 굵기를 그대로 써도 되고, 뒤의 거리에서는 발산각으로 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값들은 원리를 보이려고 고른 둥근 수이고 어떤 장비의 값도 아닙니다. 대기 효과도 넣지 않았습니다. 어림의 순서만 남기면 이렇습니다. 허리 반지름과 파장으로 L을 구하고, 알고 싶은 거리를 L과 견준 뒤, 어느 구역의 그림을 쓸지 고릅니다.

간단한 그림이 깨지는 곳

빛이 물질을 지나는 동안 빔을 바꾸는 것은 회절만이 아닙니다. 펄스의 전파 방정식에서 빛의 포락선은 흡수 또는 이득, 분산, 회절, 비선형성 때문에 바뀝니다. 앞의 어림은 이 가운데 회절 하나만 본 것입니다.

빛이 아주 세서 물질이 스스로 렌즈처럼 빔을 모으는 경우가 한 예입니다. 이런 자기 집속이 센 긴 커(Kerr) 물질에서는 빔 지름이 지나가는 동안 바뀝니다. 그러면 물질을 얇은 조각으로 나누고, 조각마다 새 빔 반지름에 맞춰 집속 효과를 거듭 다시 맞추며 계산해야 합니다. 식 한 줄로 끝나지 않는 빔 전파 계산의 한 모습입니다.

더 센 빛에서는 레일리 길이라는 잣대 자체가 들어맞지 않기도 합니다. 필라멘트(filament)라고 부르는 빛줄기는 가우시안 빔의 보통 레일리 범위를 훨씬 넘어서까지 좁은 지름을 지킵니다. 같은 허리라도 이런 빛은 앞의 세 구역 그림으로 어림할 수 없습니다.

실제 빔이 이상적인 가우시안 빔과 얼마나 가까운지도 따져야 합니다. 앞에서 본 고출력 다이오드 배열의 빛도 빔 품질(beam quality)이 낮은 빛의 예로 꼽힙니다. 빔 품질을 재는 값은 다음 글에서 이어 갑니다.

다음에 읽을 글